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8 호)

 

【 알프스 여행-에귀 드 미디 전망대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샤모니에서의 첫 밤을 잘 보내고, 아침 6시경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여서 컵라면에 붓고, 어제 구입한 요플레와 복숭아를 곁들여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여러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었지만, 끓인 물을 사용한 사람들이 바로 다시 물을 끓여놓는 등 배려를 잘 한 덕분에 모두가 늦지 않게 아침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창문으로 밖의 날씨를 살펴보았는데, 하늘에 구름이 약간 있긴 했지만 맑은 날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이제까지의 여행도 흥미진진했지만, 오늘 날씨가 맑으면 가기로 한 에귀 드 미디 전망대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7시 30분이 되어 모두가 숙소 밖에 모였는데, 아침 일찍 에귀 드 미디 전망대 입장권을 사러 갔던 여행사 직원에게서 ‘오늘 날씨가 맑으니 전망대에서 몽블랑 구경에 문제가 없다.’는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모두 ‘와’ 하는 함성을 지르고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발로치네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7시 50분 기차를 타기 전에 리더로부터 ‘오늘 에귀 드 미디 전망대를 오르는 케이블카를 탄 다음에 바로 이탈리아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바로 타라.’는 안내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몽블랑을 감상하고 바로 내려오는데, 이탈리아 포인테 엘브로너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환상적이라는 말을 했다. 따라서 우리는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건너가서 빙하 위 걷기 등 체험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에 다시 에귀 드 미디 전망대로 건너와서 구경을 하고 내려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포인테 벨브로너 전망대에서 건너오면 직원이 표를 하나씩 주는데 잘 챙기라는 주의사항도 전달했다. 그 표는 나중에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우선 탑승할 수 있는 표이기 때문이었다. 오후가 되면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빨리 내려가기 위해서는 그 표가 유용하다는 얘기였다.

 

에귀 드 미디 전망대 행 케이블카는 50인이 탑승 정원인데, 표도 50명씩 인원수에 맞춰 발권했다. 우리는 9시 50분에 탑승하는 표인데, 표에 30번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입구 위쪽에 다음 탑승할 케이블카의 번호가 표시되었다. 마침내 30번이라는 번호가 뜨자 우리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채운 케이블카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 번 갈아타도록 되어 있었는데, 갈아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그 중간 역에서 옆으로 난 길이 있고, 그 길을 끝에 산장인지 건물도 보이고, 그 건물 너머로 줄을 지어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겨울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밖을 보니 가파른 얼음 절벽으로 얼음도끼를 찍으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10시 20분 우리는 드디어 에귀 드 미디 전망대(3,842미터)에 도착했다. 이 전망대의 높이가 3,842미터이니 내 평생 가장 높은 고도에 오른 셈이었다. 작년에 융프라우 전망대에 오르면서 백두산보다 높은 높이에 올랐다고 감개무량했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높은 높이에 올랐는데도, 그때만큼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에귀 드 미디 전망대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리더를 따라 재빨리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행 케이블카를 타러 이동했다. 여기 케이블카는 3개의 4인승 케이블카가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번에 최대 12명이 탈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8명씩 태우고 있었다. 우리는 4명씩 조를 이루고 있어서 한 개의 케이블카를 비우고 두 개의 케이블카에 4명씩 나누어 탔다. 여기서 3개씩 짝을 이룬 케이블카에 사람이 타는 동안에는 모든 케이블카가 거의 서있다시피 했고, 3개씩 짝을 이룬 케이블카들 사이의 간격도 상당히 넓었다. 이처럼 독특하게 운행하는 이유는 아마도 여기가 3,000미터 이상으로 고도가 높아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안전상 이유로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12명이 아닌 8명만 케이블카에 태우는 이유도 아마도 바람의 세기 등을 고려한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리더가 자신 있게 말했듯이, 이 세상에 있는 전망대 풍경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 했으면 여기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파노라믹 몽블랑이라고 부르겠는가. 케이블카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빙하인지 눈인지 모를 하얀 벌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구름을 타고 나는 신선이 되어 속세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신이 있어서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얀 눈 위로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까 빙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봤을 때는 감히 그들을 따라 해볼까 하는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넓은 벌판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나도 저렇게 걸어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앞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일행들과 손짓을 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었지만, 서리가 낀 뿌연 유리창 때문에 사진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탄 케이블카는 바로 앞에 거의 붙어서 가다시피 했지만, 우리 앞뒤의 케이블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 달리던 케이블카가 어느 순간 멈추듯이 천천히 운행을 했다. 이때가 바로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하얀 눈이 아니라 회색빛 눈밭도 보였다. 바람에 쓸려갔는지, 마치 바위처럼 층층이 쌓인 부분도 보였는데, 정말 바위인지, 아니면 눈 위에 먼지가 쌓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또 눈밭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도 보이고, 길게 패인 크레바스(?)도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쉽게 걸어갈 수 있고, 저렇게 평화롭게 보이지만, 실제 저 눈밭을 걸으면 바람도 세고, 눈길이 미끄러워서 걷는 게 쉽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에귀 드 미디 전망대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