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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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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9 호)

 

【 알프스 여행-꾸르마에르 TMB 트레킹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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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꾸르마예르 마을에서 시작되는 TMB 트레킹 코스는 TMB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며, 처음 2시간 동안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걷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곳이 TMB 트레킹 1코스 시작 지점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리더의 말대로 TMB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면서 비교적 쉬운 코스라서 그런 건지 많은 트레커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몇몇 트레커들은 우리가 단체 사진 찍는 게 신기했는지, 우리를 찍다가 우리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자 우리와 합류해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에 등산 스틱을 챙기는 등 준비를 마친 우리는 트레킹을 시작했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좁은 길을 메우면서 이동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트레커들을 방해하는 셈이 되기도 했다. 뒤에서 빨리 걸으면서 추월하기를 바라는 트레커들을 위해 우리는 앞서 가는 일행들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옆으로 잠깐 비켜달라고 요청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리더에게 2시간 동안 가파른 길이 이어질 거라는 안내를 받은 터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올랐다. 앞에 보이는 고개는 까마득히 높게 보였지만, 지그재그로 길이 되어 있어서 생각만큼 오르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잠깐씩 쉬기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고개 위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출발한 시각이 8시 30분이고 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이니 원래 예측한 대로 정확히 두 시간 만에 오르막길을 주파한 셈이었다.

 

원래 산장 앞에는 산에서 흐르는 물이 있어서 물을 보충할 수 있었다는데, 그 동안 가뭄이 심했는지 오늘은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올라오느라 힘들기는 했지만, 산장에서 길게 쉬면 오늘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에 모두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길을 나섰다. 산장을 지나서도 약간의 오르막길이 이어졌지만,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 걷는 데 별로 무리는 없었다. 산장 뒤에 올라서자 멀리 몽블랑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서 잠깐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보는 몽블랑은 샤모니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자태를 보여주었다. 샤모니에서는 여러 높은 봉우리들에 가려서 어느 게 몽블랑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기서 바라보는 몽블랑은 그야말로 알프스 최고봉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도 몽블랑 봉우리가 구름에 약간 가려져서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또 다른 모습의 몽블랑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개를 지나 이어진 길은 흙길인데다 비교적 평탄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게다가 날씨도 맑고 주위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휘파람을 불면서 가다보면 몇 시간을 걸어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을 그런 길이었다. 알프스의 야생화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제 질릴 만도 한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리더의 말대로 TMB 트레킹 코스들 중, 아니 이 세상 모든 트레킹 코스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데 한 표를 주고 싶었다. 이 길만 걸어도 이번 트레킹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길은 몽블랑을 뒤에 두고 그와 이어진 알프스의 여러 설산들을 옆으로 보면서 쭉 이어졌다. 왼쪽으로 보이는 설산들과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사이에는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마치 건널 수 없는 피안의 세계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건널 수 없는 건너편 길과 달리 우리가 걷고 있는 현실의 길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으니, 현실과 환상의 세계 사이에서 걷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해야 할까.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이 이어지니 지루함을 느낄 만도 한데,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인지. 그 동안 여러 트레킹 코스를 걷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이고, 오늘 또 다시 이처럼 긴 코스를 걷고 있으니 피로가 쌓일 만도 한데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것 같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실 이 코스를 걷기 전에 다리가 아파서 이 코스를 걸을까 말까 고민했던 일부 사람들이 전혀 힘든 기색이 없이 걷고 있는 것을 보니 나만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 ‘알프스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경치가 아름답고 걷는 게 좋다고 해도 배고픔은 해결해야 했다. 넓은 야생화 들판 옆 양지바른 곳에서 11시 50분부터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각자 준비한 행동식과 과일, 음료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각자 사진 찍기가 이어졌다. 가만히 주변 경치를 보다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몽블랑을 제외한 산들은 일부 꼭대기에만 눈이 쌓여있을 뿐, 대부분은 바위로 이루어진 민낯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를 찍어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을 찍어도, 근처에 보이는 야생화를 확대해서 찍어도 모두 작품이 되었다. 남는 게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너무 사진을 많이 찍어서 나중에 정리가 힘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시 20분에 다시 트레킹이 이어졌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물을 마시고, ‘중간에 가다보면 물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리더의 말을 듣고 조그만 물병에 물을 가져와서 마시다보니 물이 바닥이 났다. 그때 오른쪽에 보이는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알프스에서는 냇물도, 수돗물도 모두 빙하물이라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 물을 병에 받아서 마셨다. 그야말로 수돗물도 냇물도 모두 ‘에비앙’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청량감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걷기 좋은 길, 시원한 공기, 맑은 물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트레킹 길이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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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TMB 꾸르마에르 드레킹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