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5 호)
【 인도네시아의 물 문제 】
인도네시아에 온다고 하자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아는 지인들이 충고해 준 주의사항들 중의 한 가지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양치질을 하거나 그릇을 씻은 다음에도 수돗물로 헹구지 말고 생수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양치질 후에 수돗물로 입을 헹구다가 지금은 생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도네시아 수돗물에는 석회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마실 경우에 배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물을 갈아 마시게 되면 겪는 문제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물은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꼭 석회 성분의 과다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흐르는 물들은 거의가 흙탕물입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 때문에 흙탕물이 되기도 하지만, 지표면이 거의 흙으로 덮여 있어서 비에 쓸려서 내려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흙탕물을 제대로 가라앉히고 정수해서 수돗물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석회 성분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정수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댐을 만들고 급수 설비와 한국식 정수시설을 공급하고, 수도요금을 징수해서 수익을 내는 투자방식이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 주민들로서는 질 좋은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투자라고 생각됩니다.
인도네시아는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물이 너무 풍족해서 탈인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리고, 어떤 때는 폭우가 내려서 길이 물에 잠길 정도입니다.
특히 자카르타 남쪽에 위치한 보고르는 ‘비의 도시’라는 의미에 걸맞게 비가 엄청나게 자주 또 많이 내립니다.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조금만 지하를 파도 지하수가 나옵니다.
어디서나 지하수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긴 한데, 지표면에 물이 많다 보니 집을 지을 때 지하층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 되기도 습니다.
큰 빌딩을 지을 때는 지하를 파고 많은 돈을 들여 방수 처리를 하지만, 일반 집을 지을 때는 지하를 만들지 않고 지상에만 짓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낫습니다.
문제는 지하에 아무리 방수처리를 잘 한다하더라도 습기가 많은 기후 조건 때문에 곰팡이가 번성하는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긴 지하를 만들게 되면 방수처리도 문제지만, 폭우에 지하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인도네시아는 물이 풍부해서 좋긴 하지만,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비가 자주 많이 내리다 보니 아직까지는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겪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니 인도네시아 나무들은 잘 자라고, 엄청나게 무성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무들이 너무 좋은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뿌리가 깊지 않고, 위로만 자라서 만약에 센 바람이라고 불면 금방 넘어질 것 같아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물 문제는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 이전 문제로까지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수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보니 수도 설비를 늘리지 않고 자체 지하수를 뽑아서 쓰는 게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 쓰다 보니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자카르타의 경우에는 지반이 침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자카르타가 침수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칼리만탄(보르네오 섬)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하도 오래 전부터 말이 많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제대로 추진될 거라고 확신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풍부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단 물만이 아니고, 원유 등 다른 지하자원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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