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589 호)
【 분노에 휩싸인 사회 】
며칠 전 SUV 승용차가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치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그 승용차에 치인 피해자 어린이의 누나 말에 따르면 그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와 다퉜고 그걸 본 엄마가 도망가는 어린이를 뒤쫓아 가서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어린이 누나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경찰이 밝힐 일이지만, 동영상으로 봐서는 일부러 치었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더욱이 그 승용차가 자전거를 뒤에서 들이받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넘는 장면을 봤을 때는 가슴이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 승용차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식이 억울하게 자전거를 탄 아이에게 당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용차라는 무기를 사용해서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무력 진압(?)한 행위는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승용차 운전자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마땅한 처벌을 받겠지만, 저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또 다른 사회적인 문제점을 떠올렸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할 수는 없겠지만,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사회적 현상을 보면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배려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요즘 하나 아니면 둘만 낳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식을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의 일을 어른의 잣대로 판가름하고 일방적으로 벌을 주는 행위는 자신의 자식에게도 유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다보면 좀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을 몸으로 익혀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동영상의 승용차뿐만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녹색 신호등을 보고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승용차를 많이 봅니다.
물론 그 승용차는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등이 깜빡 거릴 때는 지나갈 수 있다는 원칙을 내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있을 때는 승용차가 기다려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승용차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판단할 때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승용차가 지나가면 위협을 느끼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뒤에 서있던 다른 승용차가 앞서 가던 승용차가 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서 지나치다가 보행자를 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이처럼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우위에 있는 힘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우려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승자독식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신자유주의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경쟁에서 이겼으니까 그걸 사용해서 패배자를 누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마치 과거 전쟁에서 승리한 쪽이 약탈과 강간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미국 내에서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의 죽음, 홍콩에 대한 중국의 태도 등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배려가 결여된 사회는 결국 분노가 넘치는 사회로 변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걸핏하면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우리가 배려가 결핍된 분노 사회로 가는 징표임을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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