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시마드(김다히),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사이언스북스, 2023년
과학과 관련된 책과 두꺼운 책은 일단 읽는 게 부담이 된다. 엔지니어로서 과학에 어느 정도 익숙한 나도 그러니 일반 독자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고, 나무와 숲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물론 과학 지식이 별로 없거나, 나무와 숲에 대해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근 숲 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이 책이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을 수도 있다. 또 이 책이 나무와 숲에 대하 지식뿐만 아니라, 이 책 저자인 수잔 시마드의 파란만장한 자서전 같은 책이라서 지루함을 덜 느꼈을 수도 있다. 숲의 나무들이 서로 진균근으로 연결되어 있고, 의사소통을 하며, 필요한 영양분도 서로 나누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이 흥미롭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로웠을 수 있다. 또 이런 흥미로운 주장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규명해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반대를 무릅쓰고 실제 임업 현장에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우리가 숲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식, 즉 나무들끼리 경쟁을 하고, 나무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생존한다는 사실을 반박하는 책이다. 나무들은 땅속에 있는 진균근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 공존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방사선 동위원소(탄소)를 이용해 영양분을 서로 교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방사선 실험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과학적 주장을 배척하는 기존 세력의 반발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탓인지 이 책의 저자인 수잔 시마드는 암에 걸렸다. 숲의 어머니 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키우듯이 자신도 자신의 두 딸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애틋하기까지 하다. 요즘 우리 사회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숲의 나무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은 경쟁보다는 상생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모두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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