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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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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제 정신이라는 착각

2024. 10. 21.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필리프 슈테르처(유영미), “제 정신이라는 착각,” 김영사, 2023년

 

책을 읽다보면 중도에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거나, 책이 너무 두꺼운데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책의 경우에 중도에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 <제 정신이라는 착각>이 바로 그런 부류의 책이었다. 앞부분을 읽는데, 나에게 거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조현병과 망상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거의 과학 논문 수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꾸 남은 페이지를 뒤적거려 보게 되면서 ‘이제 그만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몇 번 들었다. 그래도 중간쯤 읽기 시작하자 내가 평소에 궁금해 했던 내용들, 예를 들면 ‘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확신을 주장할까?’라든가 ‘왜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을까?’와 같은 주제에 대해 나름 설명을 해줘서 흥미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유용한 구절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스스로 여러 모로 굳게 확신하는 세계상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의 확신이 자신의 확신과 일치하면 그걸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복잡성을 줄이고, 수월하게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단순히 분류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에서 이런 분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한다. 바로 이렇게 분류하면 한쪽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 일에서 ‘확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확신에 의거해 속하고 싶은 집단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속하고 싶은 집단에 의거해 확신을 선택하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의 확신은 한편으로는 속한 집단과 동질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타자를 배제하는 데 기여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을 그럴 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이로써 음모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뭔가를 알고 통제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뇌는 예측 기계가 되어 내적 세계 모델과 주어지는 감각데이터를 끊임없이 비교해 세계상을 구성한다. 이런 비교에서 뇌의 제일가는 모토는 최대한 진실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난다. 우리의 확신은 때에 따라 적잖이 비합리적이다.”

“과학의 진술은 우리의 확신과 마찬가지로 현재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최선의 추측’이다. 주어진 데이터를 고려해 어떤 ‘추측’이 최선인지, 그로부터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여기 소개한 구절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기 어렵더라도 참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뇌과학과 과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다면 상당히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읽는다면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