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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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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09 호)

 

【 인도네시아 동네 탐방-까라와찌(2) 】

 

한국의 수도권 신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도 신도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한 곳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까라와찌인데, 까라와찌의 개발방식은 한국의 신도시 개발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도시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민간과 공공의 역할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이 정부가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그 실행을 민간과 공공(LH공사 등)이 분담해서 실행하는데 반해, 인도네시아에서는 민간이 개발을 거의 독자적으로 주도하고 실행하며 정부의 역할은 미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에도 대형 공공 건설 회사들이 있지만, 대부분 SOC 등에 특화되어 있고, 택지 개발 등은 민간회사가 주도를 합니다.

특히 그 개발회사들이 중국계이다 보니 개발방식이 한국과 다른 독특한 면이 있어서 여기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까라와찌를 비롯해서 거의 허허벌판에 개발을 시작한 도시들의 경우에는 먼저 골프장을 건설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골프장 주위로 택지를 개발하기 시작해서 점점 더 그 반경을 넓혀갑니다.

까라와찌의 경우에는 중심부에 임페리얼 골프장이 있고, 그 주위에 주택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골프를 치다보면 골프장 부지에 바짝 붙어 있어서 공이 날아가 창문이라도 깨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골프장 인근의 주택의 경우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실컷 누릴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골프장 인근의 주택 가격이 비싸고, 그만큼 부자들이 살기 때문에 집도 화려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동탄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근처에 있던 골프장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골프장을 만들 때 아예 근처 주택 건설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로서는 골프장에 가까이 있으니 좋고, 개발 회사의 입장에서는 골프장을 개발에 활용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죠.

 

골프장을 둘러싸고 형성된 주택단지 바깥에는 또 다른 주택 단지를 만들고, 그 바깥에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도로는 거의 원형을 이루면서 골프장 바깥에 형성된 두 개 층의 주택단지를 따라 만들어져 있는데, 외부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이 도로는 주민들을 위한 도로이지 다른 마을로 가는 차들은 이용할 수 없는 셈인 거죠.

 

이렇게 폐쇄적인 도로를 만든 이유는 아마도 외부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도로가 한가하고, 위험한 트럭 등이 다니지 않아(물론 청소 트럭 등은 예외) 안전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원한 아침에 이 도로를 따라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고, 주말에는 사이클 족들이 선호하는 도로가 되었습니다.

 

이 도로 바깥, 그러니까 골프장 주택단지 건너편에는 수많은 또 다른 주택단지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건너편 주택단지로 수 십 채 정도의 폐쇄적인 소규모 주택단지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폐쇄적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출입구가 한 개밖에 없고, 그 출입구를 경비가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이런 형태의 폐쇄적인 주택단지는 어떤 측면에서 거대한 감옥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런 형태의 주택단지는 제가 중국에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것과 유사합니다.

이런 중국식 주택단지 개발 형태는 빈부격차로 인한 반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도록 고안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까라와찌를 개발하기 전에 이곳에 살았던 현지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마도 개발에 밀려 외부로 쫓겨나서 철조망이 쳐진 담장밖에 살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어쩌다 담장 안에서 혜택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실제 이곳의 주인인 현지인들은 담장 밖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울해집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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