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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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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라(1)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사람은 누구일까? 비유적으로야 예수, 석가, 마호메트 등 세계인의 마음을 정복한 위인들을 들 수 있지만, 물리적인 영토 면에서는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다. 몽골이 그토록 짧은 기간 안에 그 넓은 영토를 정복한 비결이 무엇일까? 물론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원인을 그들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전쟁의 가장 중심은 보병이었다. 물론 기병도 있었지만, 기병은 어디까지나 보병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쳤다. 더구나 보병들은 두꺼운 갑옷과 무기를 들고 전투를 벌여야 했기 때문에 기동성이 뒤질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는 기마병들조차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갖춤으로 인해 기마병의 장점인 기동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몽골은 유목 민족의 강점인 기동성을 살려서 전투를 했다. 즉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칼이나 창, 활로 무장하였기 때문에 말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 줄 수 있었다. 이런 가벼운 무장 덕분에 그들의 강점인 마상에서 현란한 재주를 부릴 수 있어서 전투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기동성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인 보급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른 육포를 각자 지니도록 하였다. 마른 육포를 그대로 먹기도 했지만, 여유가 생겼을 때는 투구에 물과 현지의 야채를 넣고 요리를 해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요리가 바로 샤브샤브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튼 이런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빠른 시간 안에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강점을 버리는 순간 몽골 제국은 곧바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즉 말에서 내려 성을 쌓고 그들이 정복했던 민족들을 따라 하게 되면서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몽골이 지닌 유목민족으로서의 기동성이 정복 전쟁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통치에서는 그 강점이 오히려 약점이 되었기 때문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칭기즈칸이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 병사는 적들의 100분의 1,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는 배운 게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됐다.” 김종래의 밀레니엄맨-미래를 꿈꾸는 또 다른 칭기스칸을 위하여라는 책에 있는 내용이다. 이 말을 실제로 칭기즈칸이 했는지, 또 이 말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칭기즈칸이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적인 대제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뇌과학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되고 42일이 지나면 뉴런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20일이 지난 뒤에는 무려 천억 개의 뉴런이 생성된다. 그 이후에 뉴런의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사람은 천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태어난 이후에도 천억 개의 뉴런은 더 이상 늘지 않고, 노화와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에 의해 감소하기만 할 뿐이다. 세 살이 될 무렵, 천억 개의 뉴런은 각각 15,000개의 연결(시냅스)을 만든다. 그 후 세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그동안 정성들여 엮었던 수십억 개의 시냅스를 잃어버리고 마는데, 이 때 한 번 끊어진 시냅스는 또다시 재생할 수 없다. 여기서 왜 절반 정도의 시냅스가 끊어져 버리는지는 오랜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강점이 되는 시냅스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끊어버리는 게 진화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즉 우리 인체가 약점을 버리고, 강점을 개발하는 데 더 힘을 쏟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뇌 회로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약점을 고치는 것보다 강점을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약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는 이미 끊어져 버린 시냅스를 연결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 되지만, 강점을 계발하는 것은 이미 연결되어 있는 시냅스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까지 가졌던 교육에 대한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즉 이제까지는 교육의 목적이 못 하는 부분을 잘 하도록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많았는데, 위에서 살펴본 뇌 회로 관점에서 보면 잘 하는 부분을 더 잘하도록 계발하는 것이 교육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타고난 적성을 고치려고 하는 것보다는, 단지 적성을 찾아내서 더 잘 하도록 계발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 방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거 산업사회에서 학교 교육의 목적을 학생들의 적성에 관계없이 약점을 보완하도록 하여 표준화된 인재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방향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강점을 찾아내서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3년간에 걸쳐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속독 훈련에 대해 연구하였다. 연구진은 훈련 대상 학생들을 읽는 속도가 평범한 학생들(A그룹)과 뛰어난 학생들(B그룹)의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그 학생들에게 속독 훈련을 시킨 결과 놀랍게도 뛰어난 학생들(B그룹)의 훈련 성과가 훨씬 더 좋았다. A그룹의 훈련 전 속독 속도는 90단어였는데, 훈련 후에는 150단어로 1.7배 향상된 데 반해서, B그룹은 훈련 전 350단어에서 훈련 후 2,900단어로 8.3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읽기에 강점을 가진 그룹이 속독 훈련에서 평범한 그룹에 비해 약 5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비유해서 돼지에게 노래를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말라. 돼지만 힘들게 할 뿐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