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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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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03 호)

 

【 스위스 취리히-이태리 베르가모 기차여행 】

 

스위스 윈터투어(Winterthur 빈터투어)에서의 업무는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원래 3일을 예상했었는데, 하루를 스페인 빌바오 공장 방문으로 대신하는 바람에 이틀로 조정되어 더욱 더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윈터투어에 있는 기술 제공회사에서 작성한 기초설계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상세설계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느라 저녁이 다 될 때까지 회의가 계속되었다. 일요일에는 우리가 저녁에 도착해서 시내를 잠깐 둘러보는 정도였는데, 월요일 저녁에는 기술제공회사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바람에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서는 시내 구경은커녕 바로 호텔로 들어와 쉴 수밖에 없었다. 화요일 저녁에도 저녁식사를 사주겠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행들이 모두 탈진 상태라서 거절하고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쉬기로 했다.

더욱이 화요일에는 다음날 한국으로 가는 일행들이 회의 중간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더욱 늦어졌다. 사실 업무가 좀 일찍 끝나면 윈터투어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라인폭포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결국 가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번 방문 때도 라인폭포를 가지 못해서 이번 방문에서는 어쨌든 시간을 좀 내보려고 했는데, 결국 가지 못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제 다시 올지, 또 오더라도 라인폭포를 방문할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업무가 더 중요하니까 아쉬움을 그대로 남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출장 중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원칙이 업무에 절대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일 오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는 일행 세 명이 한가한 오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다음 일정인 이태리의 베르가모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야 했다. 윈터투어에서 취리히 공항까지는 한 정거장으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행들은 여유가 있었지만, 나는 이태리까지 세 시간 넘게 기차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내가 없으면 영어가 안 돼서 비행기를 어떻게 타느냐고 너스레를 떠는 일행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윈터투어역으로 향했다. 나는 스위스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스위스 경계에서부터 베르가모까지 가는 기차비만 내면 되었다. 이 기차여행에는 스위스 기술제공 회사의 기술자와 동행하게 되었다. 그와는 그 동안 이메일로 계속 소통을 해왔고, 이번 회의를 통해 많이 익숙해졌지만, 단둘이 여행을 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었다.

아침 9시경 윈터투어 역을 출발한 우리는 9시 30분에 취리히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베르가모로 향했다. 취리히 역에 몇 번 들르고, 지나치고, 취리히 시내 구경도 한 탓인지 취리히 역이 이제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취리히 역이 익숙하게 느껴지면서 취리히 역에서는 이제 어느 곳으로 가는 기차도 갈아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취리히 역을 출발한 기차는 남동쪽 방향으로 달렸다. 베르가모까지 가는 기찻길의 대부분은 스위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는 동안에 이태리로 간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갈 때 보았던 익숙한 스위스 풍경이 기차 밖으로 지나쳐갔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이제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스위스 풍경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스위스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계속 봐 왔던,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스위스 풍경이지만, 자꾸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내가 계속 사진을 찍자, 동행한 스위스 회사 기술자는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나도 어디 갈 때 책을 챙기는 편이지만, 이들도 기차 여행을 할 때는 당연히 책을 챙기는 것 같았다. 지난 번 방문했을 때 같이 기차를 타고 이동했던 기술자도 다른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사진 찍기를 멈추자 같이 기차를 탄 스위스 기술제공회사 기술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지난 번 그 회사를 방문할 때도 느꼈지만, 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었다. 이 사람도 프랑스 국적으로 주로 영업을 담당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회사에는 스위스, 프랑스, 독일 국적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국가에 살면서 윈터투어로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일하다보니 이 회사에서 주로 쓰는 언어는 영어라고 했다. 실제 윈터투어에서는 주로 독일어가 사용되지만, 서로를 배려해서 업무에서는 영어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태리 국경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기차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안내 방송에서 이태리 국경을 넘으면 기차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스위스에서는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마스크를 써야 한다니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사실 기차 안의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게 없고, 여권을 검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바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태리에 가까워질수록 바깥 풍경도 바뀌었다. 핸드폰에 찍히는 기온이 4~5도 정도밖에 높아지지 않았는데, 설산이 보이는 스위스와 달리 이태리에서는 열대 식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차 안의 풍경도 좀 달라진 듯이 느껴졌다. 스위스에서는 어느 기차를 타든 반드시 검표를 했는데, 이태리에서는 한 번도 검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특히 스위스 기차 안은 조용했는데, 베르가모로 가기 위해 이태리 기차를 타는 순간 여기저기서 들리는 통화 소음에 어리둥절해졌다.

깨끗하면서 차분하고 냉기가 느껴지는 스위스 기차와는 달리 이태리 기차는 약간 지저분하고 뭔가 모르게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이태리어를 할 수 있다면 기차 안에 같이 탄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수다를 떨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느낌은 스위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정돈되고 무엇이든지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어찌 보면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의 스위스와 달리 이태리에서는 좀 흩뜨려져도 될 것 같은 느슨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스위스, 독일 등과 가까운 북부 이태리도 이처럼 다르니, 남부 이태리는 얼마나 다를까 하는 궁금증까지 생겼다. 느슨한 분위기를 못 참는 내가 그런 분위기를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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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스위스 취리히-이태리 베르가모 기차여행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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