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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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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윈터투어 여행

2022. 7. 28. 06:5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02 호)

 

【 스위스 윈터투어 여행 】

 

쉴트호른 여행을 마치고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하니 ‘앞으로 인터라켄을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마음에 가득 차올랐다. 다른 일행들도 같은 마음인지 인터라켄 호수 유람선을 타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럴 경우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윈터투어에 밤늦게 도착하게 되고, 그 경우 내일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다. 애초에는 인터라켄에서 윈터투어로 가는 도중에 취리히를 지나가기 때문에 취리히에 잠깐 내려서 취리히 관광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그 일정마저도 생략하기로 했다. 인터라켄에서의 일정이 너무 빠듯하게 짜여 있다 보니 어제 오늘의 일정만으로도 모두 지쳐서 취리히 관광을 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보고 싶은 곳을 되도록 많이 둘러보는 편이지만, 같이 간 일행들은 그 정도로 무리한(?) 여행을 하는 편이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인터라켄에서 취리히를 거쳐 윈터투어를 가려면 루체른이나 베른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인터라켄 동역에서 베른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서 탑승을 했다. 그런데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취리히로 가는 사람들은 내려서 다른 기차를 타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영어로도 방송을 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다른 일행들은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기도 하고 졸고 있어서 안내방송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내려서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라고 하니까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무거운 가방을 급히 끌고 내려서 다른 기차를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아까 탔던 기차보다 훨씬 럭셔리한 기차가 왔는데, 곧바로 윈터투어로 가는 기차였다. 분명히 기차를 갈아탄 역이 베른 역은 아닌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갈아탄 기차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경치도 구경할 겸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예상 외로 승객이 많아서 우리 일행이 한꺼번에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일행 네 명 중에 세 명은 다행히 같이 앉을 수 있었지만, 나는 개개인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따로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른 일행들은 잠에 골아 떨어졌지만, 나는 긴장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 아까처럼 기차를 갈아타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까봐 방송이 나올 때마다 귀를 기울였다. 이런 상황은 기차가 취리히 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취리히 역에서 윈터투어까지는 두 정거장인데, 안내 스크린에 이미 윈터투어로 간다고 나와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리히 역에서 약간 길게 정차했던 기차는 다음 정거장인 취리히 공항 역에서 잠시 정차한 다음 윈터투어를 향해 달렸다. 윈터투어에는 작년에 혼자 출장을 왔던 경험도 있고, 며칠 머물면서 시내도 둘러보았기 때문에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일행들의 일정을 일일이 정하고 끌고 다닐 부담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졌다.

 

윈터투어 역에서 내리자마자 근처에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갔다. 내가 지난 번 왔을 때 묵었던 바로 그 호텔이었는데, 깨끗하고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여 다시 예약을 한 것이었다. 호텔 방에 짐을 풀고 나서 시내 구경도 할 겸 밖으로 나갔다. 번화가는 호텔에서 기차역 지하도를 지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윈터투어는 스위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가 11만 명에 불과해서 도시라기보다는 조용한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은 마을이지만 시내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미술관, 박물관 등의 볼거리들도 많았다. 또 구시가지에는 레스토랑과 여러 가게들이 즐비하고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행인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지난 번 방문 시 시내를 몇 번 둘러보았기 때문에 시내 구경에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다른 일행들을 위해 함께 걸었다. 그런 내 의도와는 달리 일행 중에서 일부는 시내 구경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빡센 여행 일정으로 지치기도 했고, 수요일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업무 미팅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구경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저녁식사를 하고 시내 구경을 할 사람과 호텔로 들어가 쉴 사람으로 나누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 식당이 없고, 스위스 음식이 비싸기만 하고 맛은 별로라는 생각 때문에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물론 햄버거 가격도 한국의 거의 2배라서 정말 높은 스위스 물가를 실감케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일행 중 한 명은 호텔로 들어가고, 나와 다른 두 명은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구 시가지를 따라 걷고 있는데, 롤렉스시계 가게가 보였다. 요즘 한국에서 롤렉스시계를 사려면 일 년 동안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일행 중 한 명이 롤렉스시계 가게를 들러보자고 했다. 롤렉스시계는 스위스에서 생산되니까 가격도 쌀 것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물어서 당연히 “시계를 사러 왔다.”고 했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은 시계를 살 수가 없고 대기자 명단에 올리면 1년 정도 후에 연락을 해줍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가게 안을 둘러보고 나서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밖으로 보이는 진열장에는 시계가 몇 개 진열되어 있었지만, 그 시계들은 팔지 않는 시계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촌놈이 된 듯한 기분에 휩싸여 나오면서 ‘참 대단한 상술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돈을 주면서도 1년을 기다리게 만들어서 제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그 덕분에 롤렉스시계를 사면 바로 프리미엄이 붙게 만드니까 말이다.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버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돈 없는 사람이야 몇 천 만 원을 호가하는 롤렉스시계를 사서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는 여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호텔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롤렉스시계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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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스위스 윈터투어-시내 풍경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