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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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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18 호)

 

【 첫 번째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3일차 】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쉬운 마음에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래 자연 휴양림 생태 숲길을 한 바퀴 걸었다. 아침 일찍 걷는 곶자왈 숲길은 신비감을 안겨 주기까지 했다. 전에는 아침 일찍 걸을 때면 가끔 노루가 보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노루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곶자왈 돌무더기 위에 온힘을 다해 뿌리를 뻗어 몸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들과 고생대부터의 역사를 간직한 채 곶자왈 바닥을 메우고 있는 양치식물들이 영화 <아바타>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여행하는 3일 내내 맑고 청량한 날씨가 계속 돼서 걷거나 이동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차귀도를 걷는 동안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기온까지 은근히 높아서 땀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맑은 날씨 덕분에 여행하는 내내 파란 가을 하늘과 짙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내 마음도 하늘의 구름처럼 둥둥 떠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맑은 하늘이 예보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길들을 걷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이번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아홉 명 중 오후 3시경에 세 명이 떠나고, 나머지 여섯 명이 저녁까지의 일정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7시쯤 숙소에 돌아오니 일행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간단히 빵과 라면, 삶은 계란 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싸고 나가면서도 3일을 보냈던 숙소를 보며 모두 아쉬운 마음이 드는 듯 했다. 숙소에서 주차장까지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10번을 넘게 이곳 교래자연휴양림에 왔던 나 도 처음 왔던 것처럼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한라생태숲에서 출발해서 절물자연휴양림까지 나있는 숫모르편백숲길을 걷고,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걷기 일정이 무리였는지, 숫모르편백숲길을 걷는 게 무리일 것 같다는 일부 일행이 있어서, 그들을 절물자연휴양림에 미리 태워다 주기로 했다. 절물자연휴양림에도 다양한 걷기 길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길을 선택해서 걷고 있으면 다른 일행들이 숫모르편백숲길을 걸어가서 합류하기로 했다. 트레킹 위주의 여행은 참여자들의 체력 차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고 미리 체력 테스트를 해보고 참여자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다양한 단계의 체력에 맞는 여러 프로그램을 미리 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로서는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체력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아홉 명의 일행 중 세 명을 절물휴양림에 태워다주고, 나머지 여섯 명이 한라생태숲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제주 곶자왈이 그렇지만, 숫모르편백숲길도 높낮이가 그리 심하지 않은 숲길이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숲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여기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 사람들로 보였다. 가끔 들리는 말이 대부분 제주어였기 때문이다. 하긴 육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이 숲길을 걷을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관광을 온 관광객들에게 이런 숲길을 걸으라고 할 여행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트레킹을 표방한 패키지관광이라도 사려니숲길이라든가 한라산 등반 등 모두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곳을 안내하지, 숫모르편백숲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안내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킹 여행의 목표가 관광객들이 잘 안 가고, 제주 사람들이 잘 가는 숲길과 식당을 탐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숫모르편백숲길이 그런 목표에 딱 맞는 곳이라 생각해서 이곳을 선택했다.

 

예정대로 10시에 한라생태숲의 숫모르편백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가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의 경계 지점에서 쉬면서 ‘제주 곶자왈’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번 일행 중에 나와 함께 숲해설가 과정을 마친 세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서 제주에 대한 숲 해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단순히 ‘제주의 자연이 참 좋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을 넘어, 제주 자연의 속살(?)을 알게 하고 싶다는 나의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내가 숫모르편백숲길에서 한 제주 곶자왈에 대한 해설은 길기 때문에 다음에 별도로 소개하기로 하겠다.

 

원래 숫모르편백숲길을 천천히 걸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절물자연휴양림에서 기다리는 일행들도 있고,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서두르다보니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행들이 절물자연휴양림의 편백나무 숲을 즐기고 있는 동안 나와 다른 일행이 한라생태숲에 주차해놓았던 차를 갖고 와서 일행들을 태우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사실 교래 인근에는 유명한 맛집이 그리 많지 않지만, 지난 번 여행 때 찾아놓은 갈치조림 식당으로 가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먼저 떠나기로 한 일행 세 명이 승용차를 타고 떠나고, 남은 일행 여섯 명이 카니발에 탑승하여 에코랜드로 향했다. 숲길을 걷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거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곶자왈 숲길을 구경하면서 가볍게 걷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제주에서 기차를 타니 색다른 느낌도 들고, 중간에 내려서 호수와 숲길을 걸을 수도 있으니 제주에 가면 에코랜드 기차를 꼭 한 번 타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물론 입장료가 좀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에코랜드를 나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비행기를 타는 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산굼부리를 가보기로 했다. 가을하면 억새인데, 산굼부리에 가면 억새를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뿔싸 산굼부리에 들어서니 예전에 그토록 풍성했던 억새의 모습은 안 보이고, 쭉정이가 핀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지다 보니 억새가 웃자라서 줄기는 껑충 크고, 억새는 더위 먹은 것처럼 축 늘어져 있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후 온난화가 제주의 풍경까지도 바꿔 놓는구나 하는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공항 근처의 제주 토속음식점에서 이번 일정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만족스런 여행이었다고 얘기를 했지만,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한 나로서는 충분히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듯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첫 번째 여행이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었겠지만, 이번 여행을 참고해서 다음에는 좀 더 만족스런 여행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을 기획하면서 제주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그걸 다른 일행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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