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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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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도 중금속 중독이 될 수 있다

2010. 8. 28. 10:5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아츠앤컬쳐 9월호에 게재된 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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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과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종이의 발명이 없었다면 그림의 표현 범위는 아주 좁았을 겁니다. 아마도 원시인들처럼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동물의 껍질에 그림을 그렸겠죠. 요즘은 종이 외에도 (컴퓨터) 모니터도 미술의 한 표현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그림도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시대가 오겟죠. 더구나 모니터가 종이처럼 접기도 하고 둘둘 말 수도 있게 된다고 하니 그림을 모니터에 그려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백남준 씨가 비디오를 이용한 비디오 아트를 창안해서 유명해졌던 것처럼 모니터를 이용한 모니터 아트 시대를 만들어 내면 유명해 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림에 들어 있는 가장 과학적인 면은 아마도 물감에 있을 겁니다. 그림에 색깔을 넣으려면 여러 색상의 물감이 필요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물감의 재료로는 나뭇잎, 흙 등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겠죠. 어떤 물감의 재료들은 자연에서 채취할 때 액체 상태로 되어 있어서 그대로 사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즙을 내서 물감으로 사용하면 별도의 처리가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감 재료들은 가루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용액(액체)에 녹여야 합니다. 그 어떤 특정 용액이 물이면 수채화 물감이 되고, 기름 성분을 사용하면 유(채)화 물감이 되는 겁니다.

기름을 사용하는 유화기법의 특징은 색조나 색의 농담(濃淡)이 쉽게 얻어지고 ‘선적(線的)’ 표현도 가능하며 광택, 무광택 등의 불효과 또는 투명, 반투명한 묘법(描法) 등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한 두껍게 바르거나 엷게 칠하거나 하여 재질감(마티에르)의 표현이 가능하고 또한 제작 중의 색과 마른 뒤의 색 사이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화의 가장 큰 단점은 물감이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덧칠하기 위해서는 몇 달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오늘날의 유화 물감이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사람들이 다루기 쉬우면서도 건조 속도가 빠른 기름 종류를 찾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화 물감이 잘 혼합되고 건조 속도도 빠르게 하기 위해 석유계 화합물인 유기용제를 쓴다는 점입니다. 유기용제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암유발의 원인이 됩니다. 물론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덜한 유기용제들을 사용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물감의 원료 중에 중금속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중금속은 밝은 색깔의 물감 원료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의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나 르노와르도 중금속 중독으로 고통 받았다는 연구가 있는데, 이들이 다른 화가들보다 특히 밝은 계통의 색깔을 선호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두운 계열의 색소에는 상대적으로 몸에 덜 해로운 철이나 탄소 등이 들어있는 데 비해 밝은 색에는 수은, 카드뮴, 크롬, 납, 비소, 안티몬, 망간 등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망간은 푸른색, 갈색, 보라색을 내는데 사용되고, 납은 노란색과 흰색 계통의 색소에 많이 쓰입니다.

화가들이 물감에 들어있는 중금속에 중독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우선 대부분 화가들의 작업실은 통풍이 안 되기 때문에 풀어 놓은 물감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 용제와 중금속을 호흡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숙식을 화실에서 하는 화가들의 경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붓으로 그린다고는 하지만 손에 묻히는 경우가 생기고, 그에 따라 입으로 중금속이 들어갈 기회도 많아집니다. 더욱 큰 문제는 화가들이 이런 물감에 의한 중금속 중독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럴 때는 아는 게 병이 아니라, 아는 게 약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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