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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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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어머니의 나라,” 흐름출판, 2018

 

최근 가장 핫한 이슈 중의 한 가지가 젠더 이슈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홍대 누드모델 사건등이 여성 비하 내지 여성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페미니스트 운동은 당연한 인간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쟁취해야만 하는 미완성의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거세게 일고 있는 미투 운동이 아직까지도 거대한 남성 위주의 사회 분위기에 막혀 힘겹게 발걸음을 떼고 있다.

페미니스트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어머니의 나라>. 이 책은 자본주의 정점이라는 싱가포르의 로펌에서 남성 위주의 삶을 통해 부와 명예를 누리던 저자가 가모장제 모계사회인 중국 윈난성의 모쒀족 마을을 찾아 여성으로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 경험을 썼다. 모계사회 모쒀족 마을에서는 모계사회라는 말 그대로 모계 혈족 중심의 가족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부계사회와는 달리 여성들의 권리가 존중되고 있지만, 남성들도 나름의 권리를 존중받고 있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즉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이상적인 사회가 바로 모쒀족 마을이다.

모계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제도를 갖고 있다. 물론 남성들이 노동을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가족 대소사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모쒀족 사회는 여성이 남성을 억압하는 사회가 아니다. 할머니의 남자 형제와 어머니의 남자 형제는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만큼 존중받는다. 남성은 경제력으로 평가받지 않고, 혼자 부양의 책임을 떠맡지 않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눈다. 모쒀족 사회에서는 연장자도 공경을 받지만, 나이가 적은 아이들도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도록 한다.

일부일처제로 위장된 현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남성의 외도는 허용되는 반면에 여성의 외도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모순적인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모쒀족에게는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며 결혼, 이혼, 불륜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렇게 자유롭게 성생활을 누리다가 임신하면 아이는 오로지 어머니의 자식으로 인정받으며 혈통은 모계로 이어진다. 가모장인 할머니, 할머니의 딸과 아들, 딸이 낳은 손주들로 이루어진 모계 대가족이 모쒀족 가정의 기본 단위이다. 이처럼 모계사회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토대는 가모장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가족 형태 공동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모쒀족처럼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인 자세,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사회 제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혼이 늘어나고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도 일부일처에 기반한 남성 위주의 사회 제도에서 벗어나, 혼외 출산도 인정하되 사회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도록 하는 모쒀식 모계 사회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쒀족의 모계사회 제도가 현대 가족 제도와 모순이 되면서 현대에는 점차 파괴되어가는 안타까운 마음도 저자는 전하고 있다. 아울러 모계사회에 대한 호기심, 자유로운 성생활에 대한 남성 위주의 호기심 때문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 매매업소의 등장 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심정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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