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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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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여행-하늬라밴더팜

2024. 7. 30.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우석의 Wild Korea ⑭ 전남 신안 흑산도·홍도·영산도


전남 신안 흑산도 옆에 자리한 영산도는 2012년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된 섬이다. 전망대에서 드론을 띄워 섬을 굽어봤다. 바위봉인 된볕산이 우뚝하고 산세가 부드럽게 마을을 감싼다. 우유를 섞은 듯한 바다의 빛깔이 오묘하다.

한국의 많은 섬 중에서 찬란한 절정을 하나 꼽으라면 ‘홍도’라는 붉은 점을 찍겠다. 전남 신안 홍도까지 갔는데 흑산도를 안 볼 수 없고, 흑산도 코앞에 떠 있는 영산도를 빼놓을 수 없다. 세 섬을 제대로 즐기려면, 천편일률적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산도는 풍요롭고, 홍도는 수려하며, 흑산도는 장쾌하다. 개성 다른 세 섬에서 1박씩 묵으며 섬의 정취를 원 없이 즐겼다.

국립공원 명품마을 영산도


홍도유람선에서 기암절벽을 감상하는 사람들.

목포항을 출발한 여객선이 비금도와 도초도를 벗어나자 바다가 거칠어졌다. 남도의 섬사람은 목포에서 비금도·도초도까지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앞바다’, 비금도에서 흑산도까지 펼쳐진 망망대해는 ‘큰바다(먼바다)’라고 부른다. 큰 파도가 여객선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파도에 시달리는 일은 섬으로 가는 통과의례다.

흑산도에 도착하자마자 영산도로 향했다. 영산도는 2012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된 섬이다. 미리 연락한 최성광 마을운영위원장이 24t짜리 여객선 ‘영산호’로 마중 나왔다. 10분 만에 도착한 섬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시장통 같았던 흑산도와 영 딴판이었다.

마을 식당에서 미역국으로 놀란 속을 진정시켰다. “저그 보이는 데가 전망대요. 거그서 섬이 한눈에 뵈요. 능선을 반 바퀴 돌아 내려오쇼. 저녁은 회 정식이요.” 최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트레킹에 나섰다. ‘회 정식’이란 말에 침이 고였다.

당산 숲 위로 난 나무 계단을 7분쯤 오르면 전망대에 올라선다. 여기서 영산도의 진가가 드러난다. 수려한 바위봉인 된볕산(241.6m)이 우뚝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마을과 백사장을 둥그렇게 감싼다. 바닷물에 우유를 섞은 듯한 옥색 바다에서는 숭어가 튀어 올랐다. 깃대봉을 넘어 몇 개 봉우리를 더 오르내리면 된볕산이 지척이지만, 등산로가 이어지지 않아 입맛을 다시며 마을로 내려왔다.


영산도 민박집에서 먹은 회정식.

대망의 저녁 시간. 회 정식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 고기가 많이 잡혀야 풍성한 밥상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이날은 사람 운이 좋았다. 최 위원장의 지인이 많이 왔기 때문이다. 갑오징어회로 시작해 농어회와 우럭회, 그게 부족하다며 내놓은 거북손 등으로 푸짐했다. 술이 불콰해지자 어디선가 자연산 전복이 등장했다. 영산도는 산도 바다도 인심도 풍요로웠다.


영산도의 최고 절경인 석주대문. 작은 배가 통과할 만큼 크다.

이튿날 아침 해상 유람에 나섰다. 바다에서 본 영산도는 거칠고 야성적이었다. 사람 코처럼 생긴 비성석굴과 올빼미바위, 남근석 등이 멋졌는데 일명 코끼리바위인 석주대문 안으로 배가 통과하는 순간이 압권이었다.

홍도, 깃대봉과 일출전망대

영산도 해상 유람을 마친 뒤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넘어갔다. 홍도는 거대한 고슴도치 두 마리가 머리를 맞댄 형국이다. 고슴도치의 바늘은 나무에 해당한다. 홍도 전체가 난대림으로 덮여 있다. 두 고슴도치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을 ‘목’이라 부른다. 평평한 목에 홍도 1구 마을과 초등학교가 자리 잡았다. 홍도 1구에 숙소를 마련하고, 곧바로 깃대봉(360.6m) 트레킹에 나섰다.

깃대봉은 홍도 최고봉으로 산길이 비교적 완만하다. 1시간쯤 걸려 도착한 깃대봉에서 거친 해무와 바람을 만났다. 섬을 통째로 날릴 기세로 부는 바람 속에서 나무들은 춤추고, 칼새로 보이는 새 한 쌍이 바람 타고 하늘 높이 올라 낄낄거렸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사는 생명에게는 놀라운 힘이 있다.


홍도 1구에서 내연발전소 가는 둘레길. 홍도 1구와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사람들은 대개 오른 코스로 내려오지만, 내연발전소 쪽 둘레길을 추천한다. 잠시 급경사 계단을 내려오면, 길이 내연발전소 앞을 지나 산허리를 부드럽게 타고 돈다. 7월이면 만개하는 원추리 군락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섬 풍경이 일품이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출전망대에 올랐다. 홍도생태전시관을 거쳐 15분쯤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해는 섬 가장 오른쪽 바위봉에서 슬며시 떠올랐다. 해무가 무심하게 지나가면서 일출 풍경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줬다.


신안철새박물관에 전시된 새들.

홍도 해상 유람을 즐기고, 다시 흑산도로 넘어왔다. 오후 3시가 넘자 단체 관광객이 사라졌다. 비로소 섬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흑산도는 서해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다. 이런 이유로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와 신안철새박물관이 자리한다. 박물관에서 흑산도를 거쳐 가는 거의 모든 새를 만날 수 있었다. 생생한 박제를 보면 새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흑산도 칠락산의 일출 무렵. 새들의 합창 속에서 해가 떠올랐다.

마지막 일정은 칠락산(272m) 산행. 컴컴한 새벽, 랜턴 빛에 의지해 칠락산 정상에 닿았다. 야간 산행이었지만 길이 수월해 큰 고생은 없었다. 흑산도항에서는 불을 켠 고깃배가 출항하고, 시나브로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새들의 합창은 시끄러울 정도로 우렁찼다. 새들의 교향곡을 들으며 맞는 일출은 특별했다.

<여행정보>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여객선이 하루 3회 운항한다. 약 2시간 소요, 주중 편도 3만7500원. 흑산도에서 영산도는 10분, 홍도는 30분쯤 걸린다. 영산도는 숙식 예약이 필수다.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국립공원마을’ 홈페이지 참조. 영산도 트레킹은 마을~전망대~깃대봉~마을, 약 3.5㎞, 2시간. 홍도 트레킹은 홍도 1구~깃대봉~내연발전소~홍도 1구, 6㎞, 2시간 20분. 흑산도 트레킹은 흑산항~칠락산~큰재 삼거리~흑산항, 8㎞, 2시간 40분 소요.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출처:중앙일보 2024년 6월 14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6259

성남 누비길 4구간-불곡산

2024. 7. 2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청옥산 육백마지기

2024. 7. 23.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 섭지코지 안에 자리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올여름 미술관 정원을 특별 개방해 밤마실을 즐기며 건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휘닉스호텔앤리조트

최고 기온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이 시작됐다. 이제 뙤약볕 아래서 산책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밤은 괜찮다. 선선한 초여름만큼 밤마실을 즐기기 좋은 때도 없다. 색다른 밤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제주도를 주목하자. 건축과 청정 자연, 우리네 전통문화를 두루 즐길 수 있는 제주 야간 여행 스폿을 소개한다.

별빛 보며 미술관 정원 산책


일본의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밤 풍경이 낭만적이다. 사진 휘닉스호텔앤리조트

휘닉스아일랜드는 지난 4월부터 섭지코지에 자리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앞 정원을 야간에 개방했다. 아르누보 뮤지엄은 100여년 전 프랑스 낭시 지역에서 융성했던 유리 공예를 전시한 미술관이다. 전시 작품도 특별하지만 미술관 건물과 정원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오후 6시 미술관이 문을 닫으면 정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야간 개방 이벤트로 밤의 미술관 정원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후 6~11시 정원을 산책하면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거장의 작품이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클래식 음악 선율도 더해진다. 성산일출봉 앞에 자리한 ‘플레이스캠프 제주’ 투숙객은 1만원만 내면 화·목·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미술관 밤 산책을 다녀올 수 있다.

풍악 울리는 제주목 관아


조선 시대 제주목사가 있었던 제주목 관아에서는 '귤림 야행'이 진행된다. 풍악 공연, 버스킹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주도

제주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제주목 관아’가 있다. 조선 시대 제주를 다스리던 지방관인 제주목사가 업무를 보던 관청 건물이다. 제주목 관아는 5~10월 야간 무료 개방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접목한 ‘귤림 야행’을 진행한다. 귤림은 귤나무 숲을 뜻하는 말로, 관아 안에 ‘귤림당’ 건물이 있다. 5~10월에는 월·화요일만 피하면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밤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밤에는 수문장 교대식과 풍악 공연을 볼 수 있고, 마지막 주 금요일 밤에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별 보러 중산간 가볼까 


서귀포 중산간에 자리한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은 노인성이 잘 보인다. 사진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1139번 지방도로에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근사한 장소가 많다. 한라산 남서쪽 중산간에 2006년 들어선 ‘서귀포천문과학관’이 대표적이다. 천문·우주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고, 별 관측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과학관은 천체와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 천체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상의 밤하늘과 디지털 영상을 감상하는 천체 투영실도 갖췄다. 서귀포천문과학관은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 ‘노인성(canopus)’을 관측하는 명당으로 소문났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고, 오후 2~10시에 방문하면 된다.

곶자왈 걷고 반딧불이도 보고 


제주 청수리 곶자왈은 국내 최대 '운문산 반딧불이' 서식지다. 6~7월 반딧불이 축제를 진행한다. 강정현 기자

제주 한경면 청수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반딧불이 서식지다. 6~7월에 성충이 된 반딧불이의 구애 활동이 가장 활발한데 이때를 맞춰 청수리 마을 주민이 반딧불이 축제를 연다. 청수리에는 205만㎡(65만 평) 면적에 달하는 곶자왈 지대가 있다. 곶자왈은 수목과 덤불이 뒤섞인 제주 원시림을 일컫는다. 빛 공해와 오염원이 없어서 반딧불이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축제 기간에는 예약자에 한해 마을 주민과 함께 곶자왈을 걸으며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다. 코스는 3개(1.5㎞, 2.6㎞, 3㎞)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4년 6월 7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4737

두문동재-대덕산-검룡소

2024. 7. 17.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양수리 수풀로 물래길

2024. 7. 16.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15일 부처님오신날, 산에 깃든 불교

경남 양산시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인도 영축산과 이름이 같다. 신불산과 이어지는 4㎞ 평원에 억새밭이 펼쳐진다. 김홍준 기자

 

남자는 무릎이 안 좋아 아예 겅중겅중 발을 옮겼다. 여자는 보폭을 줄여 남자와 어깨를 맞추며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걸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경기도 김포시에서 가장 높은 산, 문수산(文殊山·376m)이었다. 이미 오래 그래왔던 것처럼 이 산을 이렇게 부른다. 산 이름을 만든 건 문수사다. 앞서  비아산(比兒山)이었지만 불교 융성했던 통일신라 때 들어선 절 따라 산 이름도 바뀌었다. 부처의 왼쪽에서 협시(挾侍·부처를 모심)하며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그 문수다. 문수산은 울주에도 있고, 고창에도 있다. 관음보살에서 이름 따온 관음산도 있다. 천불산·불곡산·불모산·불암산 등 부처(佛·불)를 그대로 새긴 산이 있고, 가섭산(석가모니의 제자), 미타산(아미타불의 줄임말)도 있으니, 택리지를 쓴 이중환(1690~1756)이 “천하의 명산을 승려와 절이 차지했다”고 했을 정도다. 불교는 산이 됐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중앙SUNDAY는 ‘산에 깃든 불교’를 게재했다. 불기 2568년이 되는 올해. 그 시즌2를 내놓는다.

“그런데, (김포) 문수산 문수사에는 문수보살이 없어요.”

 

30년 가까이 문수산을 오간 이정호(72·김포 양곡)씨의 말이다. 어찌 된 일인가. 부부가 바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비로전(毘盧展)’을 지났다. 부부는 “대웅전이 아니고?”라며 서로 물어봤다.

 

“여러 부처 서열 없고 지역구 다를 뿐”

경기 김포시 문수사는 산과 산성 이름을 만들었다. 문수산성 장대 앞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김홍준 기자

 

부처의 모습은 여럿이다. 어느 부처를 모시느냐에 따라 전각 이름도 다르다.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면 대웅전, ‘극락정토 세계’의 아미타불을 모시면 극락전·미타전·무량수전이라고 한다. ‘병고와 재난을 없애는 현세구복’의 약사여래를 모시면 약사전이고, ‘내세에 내려와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륵불을 모시면 미륵전·용화전이라고 부른다. 문수사는 ‘온 우주를 밝히는 화엄경의 최고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신다. 비로전·(대)적광전이 비로자나불을 봉안하는 전각이다. 문수보살은 보현보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보살이다.

그렇다면 이들 부처의 지위고하가 있는 것일까. “모든 부처는 깨달음이라는 기준에서는 대등합니다. 그 부처님이 속한 환경, 쉽게 말하면 ‘지역구’가 다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이 중심이 되기에, 대웅전도 많은 겁니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학교)의 말이다.

문수산은 불경을 가지러 서역으로 향하는 삼장법사처럼, 느릿느릿 걸어도 괜찮다. 이정호씨는 “산이 부담 없어요. 전형적인 육산(肉山·흙과 나무가 많은 산)이라 요양하시는 분도 꽤 오고, 주말이면 다리(초지대교) 건너 강화 마니산이나 고려산으로 가는 인파를 피해 일부러 오는 사람도 꽤 있고요”라며 문수산을 추켜세웠다.

문수산 산행은 대부분 문수산성을 따라 이뤄진다. 문수산성은 1866년 병인양요 때 초토화됐다. 세 개의 성문(서문·남문·북문)과 성벽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현재 복원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적을 살피느라 사방 트인 곳에 만든 산성은 처참한 과거를 되새김하면서 지금 빼어난 조망을 선사한다.

문수사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비로전이 있다. 김홍준 기자

 

문수보살 성지로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이 꼽힌다. 오대산은 중국 오대산(五臺山·우타이산)이 갖는 불교적 역할과 이름을 가져왔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기에, 그곳들의 산 이름을 쓰게 된 경우다.

경남 양산시 영축산(靈鷲山·1082m)도 그렇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인도 마가다국의 산이다. 그런데 ‘축(鷲)’을 우리나라에서는 ‘취’로 읽으면서 영축산을 영취산 혹은 취서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양산시는 1463년 간행된  『법화경언해본』과 불교에서는 ‘축’으로 읽는다는 점 등을 들어 국립지리원 고시를 통해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그래서 한자로 써진 통도사 일주문의 현판을 ‘영축산 통도사’라고 읽는 게 맞다는 것이다.

영축산을 뒤덮었던 비가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북쪽 지산마을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곧 갈지자(之) 각도를 만든다. 갈지자를 뚫고 일자로 내달려 시간을 당길 순 있지만, 체력도 떨어진다. 용맹정진. 통도(通度·깨달음을 얻어 득도함)의 길이었다. 번쩍하고 산이 열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개산(開山·원래는 절을 세운다는 뜻)인가. 탁 트인 영축산 정상에서 통도사가 보인다.

“어지러운 걸 내려놓으려 산에 올라오지요.”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 만든 부처님오신날 연등 트리. 김홍준 기자

 

울산광역시에서 왔다는 김모(68)씨의 설법 아닌 설법. “그나마 저 아래와 멀리 떨어져 들리지 않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세계적 명상 지도 아잔 브람 스님의 ‘내려놓으면 평화가 온다’는 경구처럼 들렸다. 그는 영축산과 함께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북쪽 신불산(神佛山·1159m)으로 향한다고 했다. 영남알프스는 9개의 산이 모여 면적 255㎢에 이르는, 알프스에 견줄만한 비경을 가졌다는 산군이다. 영축산에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들은 신령(神)이 불도(佛)를 닦으러 신불산에 간다는 해석이 가능할까. 이 두 산 사이를 잇는 넓고 평탄한 4㎞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인 것은 분명하다. 김씨가 하도 길어 지평선이라도 생길 것 같은 능선을 따라 꼬물꼬물하더니 사라졌다. 그는 신불산의 신불사로 내려선다고 했다.

‘절 사(寺)’는 본디 없던 말이다. 관청을 뜻하는 ‘시’였다. 그러다가 후한시대에 불교가 중국에 전래하면서 서역의 승려들이 중국을 자주 찾게 됐는데, 이들이 묵었던 관청(임시숙소) ‘시’가 ‘사’로 변했고, 단어 자체가 관청보다 절의 의미가 강하게 됐다. 통도사나 가야산 해인사 같은 큰 절에는 10개 이상의 암자(庵子)가 있다. 암(庵)은 큰 절에 딸린 작은 절이요, 자(子)는 주전자의 ‘자’ 같은 접미사다. 영축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수십 개의 암자와 말사가 보인다.

 

“기도보다 더한 현실의 간절함 경험”

경남 양산시 통도사 대방광전 앞 연못에 핀 연꽃. 연꽃은 청정·진리·인연을 상징하며 석가모니 탄생 설화에도 등장한다. 김홍준 기자

 

지난 8일은 음력 4월 초하루. 통도사 대방광전에는 7일 뒤의 4월 초파일을 앞두고 불자들의 기도가 한창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이모(62)씨는 “아예 부처님오신날까지 일주일 지내다가 갈 예정”이라며 “숙박 잡느라 3개월 전부터 기도보다 더한 현실의 간절함을 경험했다”며 웃었다. 정부에서 이런 보도자료를 보낸 적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 ‘석가탄신일’이라고 계속 쓰니 바른 뜻으로 해달라’는 취지였다. 석가모니는 ‘석가’라는 부족에서 나온 부처를 뜻한다. 그러니, ‘석가탄신일’이라고 하면 부족마을이 생긴 때, 지금으로 치면 6단지 아파트 준공일쯤 된다는 얘기다. 불교계가 정부에 올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2017년 10월 17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공식명칭은 ‘부처님오신날’이 됐다.

국제적인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15일이다. 유엔(UN)은 1999년에 ‘웨삭(베삭) 데이’를 부처님오신날로 정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홍콩은 음력 4월 8일이지만, 일본은 양력 4월 8일이다. 석가모니는 음력 2월 8일에 출가했다. 12월 8일에 깨달음을 얻었다. 8만4000 법문을 설한 뒤 열반에 들었다. 남겨진 사리(舍利)의 개수는 ‘8섬 4말.’ 4의 배수가 반복됐다. 불교 기본 교의인 사성제(四聖諦), 절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수행방법의 하나로 중생을 대할 때의 네 가지 마음 사무량심(四無量心) 등 ‘4’는 불교를 떠받치는 숫자다.

가야산 국립공원을 이루는 천불산(千佛山). 수많은 바위가 부처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석가모니불·비로자나불·아미타불 …. 부처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다. 모든 곳에 부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부처가 산이 됐고, 산이 부처가 됐다. 문수산 하산길에서 다시 만난 부부는 부처의 미소처럼 답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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