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15일 부처님오신날, 산에 깃든 불교

경남 양산시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인도 영축산과 이름이 같다. 신불산과 이어지는 4㎞ 평원에 억새밭이 펼쳐진다. 김홍준 기자

 

남자는 무릎이 안 좋아 아예 겅중겅중 발을 옮겼다. 여자는 보폭을 줄여 남자와 어깨를 맞추며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걸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경기도 김포시에서 가장 높은 산, 문수산(文殊山·376m)이었다. 이미 오래 그래왔던 것처럼 이 산을 이렇게 부른다. 산 이름을 만든 건 문수사다. 앞서  비아산(比兒山)이었지만 불교 융성했던 통일신라 때 들어선 절 따라 산 이름도 바뀌었다. 부처의 왼쪽에서 협시(挾侍·부처를 모심)하며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그 문수다. 문수산은 울주에도 있고, 고창에도 있다. 관음보살에서 이름 따온 관음산도 있다. 천불산·불곡산·불모산·불암산 등 부처(佛·불)를 그대로 새긴 산이 있고, 가섭산(석가모니의 제자), 미타산(아미타불의 줄임말)도 있으니, 택리지를 쓴 이중환(1690~1756)이 “천하의 명산을 승려와 절이 차지했다”고 했을 정도다. 불교는 산이 됐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중앙SUNDAY는 ‘산에 깃든 불교’를 게재했다. 불기 2568년이 되는 올해. 그 시즌2를 내놓는다.

“그런데, (김포) 문수산 문수사에는 문수보살이 없어요.”

 

30년 가까이 문수산을 오간 이정호(72·김포 양곡)씨의 말이다. 어찌 된 일인가. 부부가 바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비로전(毘盧展)’을 지났다. 부부는 “대웅전이 아니고?”라며 서로 물어봤다.

 

“여러 부처 서열 없고 지역구 다를 뿐”

경기 김포시 문수사는 산과 산성 이름을 만들었다. 문수산성 장대 앞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김홍준 기자

 

부처의 모습은 여럿이다. 어느 부처를 모시느냐에 따라 전각 이름도 다르다.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면 대웅전, ‘극락정토 세계’의 아미타불을 모시면 극락전·미타전·무량수전이라고 한다. ‘병고와 재난을 없애는 현세구복’의 약사여래를 모시면 약사전이고, ‘내세에 내려와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륵불을 모시면 미륵전·용화전이라고 부른다. 문수사는 ‘온 우주를 밝히는 화엄경의 최고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신다. 비로전·(대)적광전이 비로자나불을 봉안하는 전각이다. 문수보살은 보현보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보살이다.

그렇다면 이들 부처의 지위고하가 있는 것일까. “모든 부처는 깨달음이라는 기준에서는 대등합니다. 그 부처님이 속한 환경, 쉽게 말하면 ‘지역구’가 다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이 중심이 되기에, 대웅전도 많은 겁니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학교)의 말이다.

문수산은 불경을 가지러 서역으로 향하는 삼장법사처럼, 느릿느릿 걸어도 괜찮다. 이정호씨는 “산이 부담 없어요. 전형적인 육산(肉山·흙과 나무가 많은 산)이라 요양하시는 분도 꽤 오고, 주말이면 다리(초지대교) 건너 강화 마니산이나 고려산으로 가는 인파를 피해 일부러 오는 사람도 꽤 있고요”라며 문수산을 추켜세웠다.

문수산 산행은 대부분 문수산성을 따라 이뤄진다. 문수산성은 1866년 병인양요 때 초토화됐다. 세 개의 성문(서문·남문·북문)과 성벽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현재 복원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적을 살피느라 사방 트인 곳에 만든 산성은 처참한 과거를 되새김하면서 지금 빼어난 조망을 선사한다.

문수사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비로전이 있다. 김홍준 기자

 

문수보살 성지로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이 꼽힌다. 오대산은 중국 오대산(五臺山·우타이산)이 갖는 불교적 역할과 이름을 가져왔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기에, 그곳들의 산 이름을 쓰게 된 경우다.

경남 양산시 영축산(靈鷲山·1082m)도 그렇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인도 마가다국의 산이다. 그런데 ‘축(鷲)’을 우리나라에서는 ‘취’로 읽으면서 영축산을 영취산 혹은 취서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양산시는 1463년 간행된  『법화경언해본』과 불교에서는 ‘축’으로 읽는다는 점 등을 들어 국립지리원 고시를 통해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그래서 한자로 써진 통도사 일주문의 현판을 ‘영축산 통도사’라고 읽는 게 맞다는 것이다.

영축산을 뒤덮었던 비가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북쪽 지산마을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곧 갈지자(之) 각도를 만든다. 갈지자를 뚫고 일자로 내달려 시간을 당길 순 있지만, 체력도 떨어진다. 용맹정진. 통도(通度·깨달음을 얻어 득도함)의 길이었다. 번쩍하고 산이 열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개산(開山·원래는 절을 세운다는 뜻)인가. 탁 트인 영축산 정상에서 통도사가 보인다.

“어지러운 걸 내려놓으려 산에 올라오지요.”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 만든 부처님오신날 연등 트리. 김홍준 기자

 

울산광역시에서 왔다는 김모(68)씨의 설법 아닌 설법. “그나마 저 아래와 멀리 떨어져 들리지 않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세계적 명상 지도 아잔 브람 스님의 ‘내려놓으면 평화가 온다’는 경구처럼 들렸다. 그는 영축산과 함께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북쪽 신불산(神佛山·1159m)으로 향한다고 했다. 영남알프스는 9개의 산이 모여 면적 255㎢에 이르는, 알프스에 견줄만한 비경을 가졌다는 산군이다. 영축산에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들은 신령(神)이 불도(佛)를 닦으러 신불산에 간다는 해석이 가능할까. 이 두 산 사이를 잇는 넓고 평탄한 4㎞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인 것은 분명하다. 김씨가 하도 길어 지평선이라도 생길 것 같은 능선을 따라 꼬물꼬물하더니 사라졌다. 그는 신불산의 신불사로 내려선다고 했다.

‘절 사(寺)’는 본디 없던 말이다. 관청을 뜻하는 ‘시’였다. 그러다가 후한시대에 불교가 중국에 전래하면서 서역의 승려들이 중국을 자주 찾게 됐는데, 이들이 묵었던 관청(임시숙소) ‘시’가 ‘사’로 변했고, 단어 자체가 관청보다 절의 의미가 강하게 됐다. 통도사나 가야산 해인사 같은 큰 절에는 10개 이상의 암자(庵子)가 있다. 암(庵)은 큰 절에 딸린 작은 절이요, 자(子)는 주전자의 ‘자’ 같은 접미사다. 영축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수십 개의 암자와 말사가 보인다.

 

“기도보다 더한 현실의 간절함 경험”

경남 양산시 통도사 대방광전 앞 연못에 핀 연꽃. 연꽃은 청정·진리·인연을 상징하며 석가모니 탄생 설화에도 등장한다. 김홍준 기자

 

지난 8일은 음력 4월 초하루. 통도사 대방광전에는 7일 뒤의 4월 초파일을 앞두고 불자들의 기도가 한창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이모(62)씨는 “아예 부처님오신날까지 일주일 지내다가 갈 예정”이라며 “숙박 잡느라 3개월 전부터 기도보다 더한 현실의 간절함을 경험했다”며 웃었다. 정부에서 이런 보도자료를 보낸 적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 ‘석가탄신일’이라고 계속 쓰니 바른 뜻으로 해달라’는 취지였다. 석가모니는 ‘석가’라는 부족에서 나온 부처를 뜻한다. 그러니, ‘석가탄신일’이라고 하면 부족마을이 생긴 때, 지금으로 치면 6단지 아파트 준공일쯤 된다는 얘기다. 불교계가 정부에 올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2017년 10월 17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공식명칭은 ‘부처님오신날’이 됐다.

국제적인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15일이다. 유엔(UN)은 1999년에 ‘웨삭(베삭) 데이’를 부처님오신날로 정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홍콩은 음력 4월 8일이지만, 일본은 양력 4월 8일이다. 석가모니는 음력 2월 8일에 출가했다. 12월 8일에 깨달음을 얻었다. 8만4000 법문을 설한 뒤 열반에 들었다. 남겨진 사리(舍利)의 개수는 ‘8섬 4말.’ 4의 배수가 반복됐다. 불교 기본 교의인 사성제(四聖諦), 절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수행방법의 하나로 중생을 대할 때의 네 가지 마음 사무량심(四無量心) 등 ‘4’는 불교를 떠받치는 숫자다.

가야산 국립공원을 이루는 천불산(千佛山). 수많은 바위가 부처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석가모니불·비로자나불·아미타불 …. 부처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다. 모든 곳에 부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부처가 산이 됐고, 산이 부처가 됐다. 문수산 하산길에서 다시 만난 부부는 부처의 미소처럼 답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5월 11일]

'세상 돌아 보기 > 트레킹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문동재-대덕산-검룡소  (0) 2024.07.17
양수리 수풀로 물래길  (0) 2024.07.16
서울숲  (0) 2024.07.10
서울 둘레길 17구간  (0) 2024.07.09
성남 누비길-2구간(남한산성 남문-갈마치고개)  (0) 2024.07.03

서울숲

2024. 7. 10.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서울 둘레길 17구간

2024. 7. 9.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덕유산휴양림-독일가문비숲 데크로드.사진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4일 전국 45개 국립자연휴양림 중 산책이나 등산하기 좋은 휴양림을 소개했다.

덕유산자연휴양림은 1931년께 조성된 독일 가문비나무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가슴높이 지름이 최고 79㎝에 이르는 국내 최대 굵기의 독일가문비나무가 있는 1.5㎞의 숲길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두타산휴양림-털보바위. 사진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두타산 자연휴양림에는 청량한 계곡과 물푸레나무, 왕둥굴레, 박쥐나무꽃 등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5.35㎞의 등산로가 있다. 바위에 일엽초가 다닥다닥 붙어 털처럼 보이는 ‘털보 바위’도 독특한 볼거리로 인기다.

 

용현자연휴양림은 내포문화숲길 5코스인 불교순례길에위치해 있다. 서산마애여래삼존상에서용현자연휴양림, 남연군묘로 이어지는 9.26㎞의 숲길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지리산휴양림-소금길에서 볼수 있는 폭포. 사진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지리산자연휴양림에는 옛날 소금을 구하려고 벽소령 고개를 넘나들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지리산 소금길 구간이 있다. 휴양림에서 시작되는 약 2㎞ 정도의 산책로에는 옛 주막터와 마구간, 절구통 등의 흔적이 남아 있어 흥미로운 산책을 제공한다.

희리산해송휴양림 산책로.사진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이 밖에도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해송이 내뿜는 솔향과 피톤치드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숲길로 유명하며, 백운산자연휴양림은 대용소골에서소용소골로 이어지는 계곡의 폭포가 있어 시원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김명종 소장은 “숲은 보호해야 할 자연이면서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소중한 자원”이라며,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요즘 국립자연휴양림의 청정 숲길을 걸으며 지친 심신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6월 4일]

제주도 속살 트레킹 여행 공지

2024. 7. 5.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도 속살 트레킹 여행 공지

 

■ 여행 일정: 2024년 9월 24일(화)~9월 26일(목)

9월 24일: 오전 서울 출발-제주 도착

                오후 비밀의 숲/머체왓숲길/비자림(택1)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탐방

9월 25일: 오전 차귀도/송악산 둘레길(택1)

                오후 용머리해안/동광곶자왈/방주교회

9월 26일: 오전 한라생태숲

                오후 에코랜드

                        제주 출발-서울 도착

* 참가자들의 선호도, 여행 가능 여부(날씨 등)에 따라 일부 조정 가능

 

■ 모집 인원: 9명(최소 출발 인원 4명)

 

모집 마감: 7월 20일(선착순) (댓글로 신청하거나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밴드 가입 후 신청)

*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밴드: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 밴드 (band.us)

 

■ 참가비용: 39만 원/인(항공료는 별도)

<포함 사항>

- 식사: 1일차 중식, 석식, 2일차 조식, 중식, 석식, 3일차 조식, 중식

* 조식(2회): 숙소 내 간단 식사(컵라면, 빵, 계란, 햇반 등)

* 중식과 석식(5회): 각재기 조림/국, 흑돼지구이, 자리(고등어)회, 갈치조림 등

- 도선료 및 입장료: 차귀도, 용머리해안, 에코랜드, 비밀의숲

- 숙박: 제주교래자연휴양림 내 숙소(12인실 2동 또는 12+8인실)

- 차량: 인원에 따라 9~11인승 승합차 렌트

<불포함 사항>

- 왕복 항공료(제주공항 10시 30분 이전 도착 항공편 각자 예약)

- 식사 중 주류 및 카페 음료 비용

- 여행자 보험: 개별 가입

- 세면도구 등 개인용품

- 기타 개인 비용

'세상 돌아 보기 > 트레킹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숲  (0) 2024.07.10
서울 둘레길 17구간  (0) 2024.07.09
남산 트레킹  (0) 2024.07.02
제주 여행-어리목  (0) 2024.06.26
제주 여행-교래자연휴양림  (0) 2024.06.19

남산 트레킹

2024. 7. 2.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강해영 트래블 ② 남도 숙박 체험

드론으로 촬영한 전남 영암 구림마을. 멀리 보이는 산이 호남의 영산 월출산이다. 구림마을은 삼한 시대인 약 2200년 전에 형성된 마을이다. 풍수설의 대가 ‘도선국사’의 전설이 서려 있고, 일본에 유교를 전한 왕인박사 유적지가 마을에서 가깝다.

강해영.

 

전남 강진·해남·영암 세 개 고장의 공동 관광 브랜드다. 이들 세 고장의 관광 콘텐트를 소개하는 연재기획이 ‘강해영 트래블’이다. 지난달 첫 회에서는 강해영 세 고장의 대표 향토음식을 다뤘고, 오늘은 강해영의 전통 숙소와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2000년 묵은 명당 마을에서 잠을 청해도 좋고, 전국 1주일 살기 사업의 모범이 된 농촌 민박에서 남도 밥상을 받아도 좋고, 마을 민박과 체험 활동이 결합한 생활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강해영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니다. 남도의 정서와 문화를 체험하는 일이다. 여기에 푸근한 정과 넉넉한 인심이 더해진다.

 

영암 구림마을, 월출산 비경 품어

 

해남 두륜산도립공원 어귀에 자리한 무선동한 옥민박마을. 집마다 남다른 개성을 자랑하고 두륜산 트레킹, 다도 등 여러 체험도 제공한다.

 

정기 그윽한 월출산 북쪽 자락 아래에 구림마을이 자리한다. 월출산 좋은 기운을 고스란히 품은 천하명당이다. 마을의 역사는 무려 2200년 전인 삼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림마을 상대포. 옛 포구를 재현했다.

 

아주 먼 옛날 구림마을은 포구였다.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그 바닷길로 백제 왕인박사가 『논어』와 『천자문』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구림마을 아래에 먼 옛날의 포구 상대포가 복원돼 있다. 벚꽃 피는 봄날, 이 일대에서 영암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김주원 기자

 

구림(鳩林)이란 마을 이름은 풍수설의 대가 도선국사(827∼898)와 인연이 있다. 마을 처녀가 몰래 아기를 낳고 숲속 바위에 아기를 버렸는데, 며칠 뒤에 보니 비둘기 떼가 날개로 아기를 덮어 보살피고 있더란다. 그 아기가 커서 도선국사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비둘기 떼 내려앉은 숲은 비둘기 구(鳩) 자를 써 구림이 됐고, 마을 이름 구림도 이 바위에서 비롯됐다. 국사암에 흉터 모양 작은 구멍 수백 개가 나 있다. 영암군 곽종철(69)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도선국사 같은 아들을 낳고 싶은 임신부가 바위를 파 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구림마을에는 600여 가구 1100여 명이 살고 있다. 마을 한옥 중에서 시방 19개 한옥이 민박을 친다. 별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서 깊은 마을에서 지내는 하룻밤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다. 영암군청 홈페이지 ‘한옥체험’ 메뉴에 한옥 민박별 이용 정보가 모여 있다.

 

강진 1주일 살기, 지역체험 활동

푸소는 농가숙박과 농촌체험을 결합한 강진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강진에서 1주일 살기’는 강진군이 2000년 6월 시작한 지역 체류형 관광사업이다. 문체부 생활관광 사업의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푸소’라고 불리는 강진군의 농박(농촌민박) 브랜드가 사업의 기초가 된다. 2015년 학생·공무원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94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강진 1주일 살기에 참여하면 푸짐한 시골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이 푸소 농가에서 관광객이 1주일간 생활한다. 잠만 자는 게 아니라 밥도 먹는다. 사업 초기에는 하루 두 끼 음식을 제공했으나 지금은 매일 아침은 주고 저녁은 두 번만 준다. 농가에서 농민이 제 텃밭에서 딴 채소와 마을 앞에서 잡아 온 해물로 차린 시골 밥상이 1주일 살기의 메인 콘텐트다. 강진에서 1주일 살기는 시골의 인심을 판다. 올해 1주일 살기 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38개다.

강진에서 머무는 동안 지역 체험활동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말이 어려워 지역 체험 활동이지, 강진 관광지 방문과 해양낚시, 청자 빚기, 무료 음반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이다. 대부분 무료고 일부 프로그램은 할인 혜택을 받는다.

강진 1주일 살기는 통상의 1주일 여행 경비를 감안하면 비용이 파격적이다. 1인 17만원만 내면 된다. 예산이 한정돼 있어 참가자 수 제한이 있다. 올해는 1000명만 받는다. 강진군 문화관광재단 임석 대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주일 살기 사업의 직접 경제효과가 23억6430만원”이라고 소개했다. 강진군 문화관광재단에서 1주일 살기 신청을 받는다.

 

해남 땅끝마실, 민박 27곳 참여

두륜산도립공원 두륜산관광펜션. 땅끝마실에 참여한 숙소다.

 

‘땅끝마실’이라는 이름이 정겹다. 땅끝마실은 해남이 고안한 생활관광 브랜드다. 2021년 시작했고, 현재 해남군의 27개 민박이 참여하고 있다.

해남 땅끝마실은 강진 1주일 살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참가자에게 숙박비를 지원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권하는 건 같다. 아침도 공짜로 먹여준다. 지원 방식이 다르다. 해남은 참가자 1인에게 숙박비 명목으로 1박 2만원씩 지원한다. 전체 숙박비는 민박마다 다르다. 강진과 달리 1박2일도 가능하다. 참가 신청은 전남관광플랫폼 ‘JN TOUR’에서만 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민박에서 직접 운영한다. 민박 주인과 함께 요리 체험, 고무신 그림 그리기, 고구마 캐기, 바나나농장 체험 같은 가벼운 소일거리를 체험한다. 무료 프로그램도 있고, 최대 3만원을 내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대흥사 스님과의 차담이다.

땅끝마실 민박은 해남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무선동 한옥민박마을의 한옥민박 10여 개 곳이 땅끝마실에 참여한다. 두륜산도립공원 안에 있는 두륜산관광펜션에서 하룻밤을 잤다. 안주인 최민경(60)씨가 아침에 전복죽을 내고 함께 두륜산을 거닐거나 대흥사를 다녀온다. 최씨는 “우리 집을 찾은 손님이 좋은 추억을 갖고 가면 좋겠다”며 환히 웃었다. 땅끝마실의 킬러 콘텐트도 시골 인심이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5월 24일]

제주 여행-어리목

2024. 6. 26.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 여행-오라 유채밭 & 메밀밭

2024. 6. 25.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