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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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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더위가 기승이다. 몇 년 만의 최고 기온,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수온이 높아져서 양식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걸 보면 지구온난화가 확실한 듯하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 해안에서 서식하는 독해파리에 쏘인 사람들도 있고,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사과와 배를 키울 수 있는 한계선도 계속 북상 중이라고 하고, 제주도는 물론 남해안 지역에서도 열대과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니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빙하도 녹아 내려서 해수면 상승에 의해 많은 지역이 해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폭우와 태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다. 그 중에서도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장, 발전소, 자동차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지목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이런 책임과 무관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과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과소비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데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자신들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고서 마치 우리는 아무런 책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때문이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논란 중이긴 하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화석연료 사용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다. 화석연료가 연소하면서 내는 열이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대도시의 기온은 시골보다 1.5~2도 정도 높다고 한다. 그 원인은 바로 자동차, 에어컨, 빌딩 등에서 내뿜는 열기와 포장도로에서 반사되는 햇빛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우리가 제공하고, 우리가 괴롭다고 투덜대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해서 잠기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얼음으로 뒤덮여 있던 땅이 농토로 바뀌는 이점도 있다고 하면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가져다주는 혜택도 분명히 있다. 설령 인간이 불균형을 만들더라도 자연은 그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모든 힘을 쏟으니까 말이다.

무더위는 태양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더위로 인해 식물들이 자라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태양에너지를 보존하게 된다. 그렇게 보존된 에너지 중 일부가 태풍이나 폭풍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그런 작용을 통해 비가 부족한 지역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나친 무더위는 인간에게 부담을 주고 죽음에도 이르게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로 봤을 때 인간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몸은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무더운 여름에는 속이 차가워지도록 조절을 한다. 그래서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먹지 말고, 오히려 이열치열의 원리로 더운 음식을 먹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차가운 음식을 먹고, 에어컨으로 주위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면서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에는 냇가에 피서를 가는 여유를 갖기도 하고, 수박 등 자연식품을 섭취하면서 한여름을 이겨냈다. 앞마당은 맨땅으로 만들어서 뜨거운 공기가 증발하도록 만들고, 뒤뜰에는 나무를 심어서 차가운 공기가 중간의 마루를 통해 흐르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서울의 기온이 33도를 넘나들고 있다. 나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뜨거운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가끔 샤워를 하면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땀이 좀 나긴 하지만, 오히려 몸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해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무더위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무더위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그래도 조금은 이 무더위가 밉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8월 18일]

요즘을 과학 기술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과학기술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 사고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상 대화를 할 때도 과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딘지 모르게 그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학문 연구에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듯이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라고 하여 절대적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과학이 위대한 점은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지 새로운 진리에 의해 반증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반증 가능한 것이 과학적 사실이고, 반증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과학주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그렇다면 과학적 사실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 탐구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금방 변할지도 모르는 사실을 옳다고 주장한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니냐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과학적 사실 자체를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더 나은 도구를 찾아내는 노력이 정당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예를 들어 뉴턴이 고전 역학을 찾아냈을 때는 그 고전 역학이 세상의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다음에는 뉴턴의 고전 역학은 거시 세계라는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즉 뉴턴의 고전 역학은 상대성 이론의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뉴턴의 고전 역학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계를 가진 법칙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양자역학이 나온 다음에는 미시 세계에서는 상대성 이론이나 뉴턴의 고전 역학보다는 양자역학이 더 잘 맞는다고 여겨지고 있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과학적 실재론’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이런 과학적 실재론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어떤 이론적 해석이 과학적 사실이라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현대는 대체적으로 상호주관성, 즉 다른 과학자들이 상호검증을 통해 인정받은 주장을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 잡지 또는 기술 잡지에 연구 내용을 발표하면 다른 과학자들이 이 연구결과를 검증하고 확인 작업을 거쳐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니까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런 검증 과정을 통한 ‘반증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래 된 일이지만, 체세포 복제연구로 유명했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 결과도 이런 반증 가능성을 통해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과학적 연구 결과가 일반인들에게 전해지면서 마치 과학적 연구 결과는 반박하면 안 되는 절대 진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한 기후변화 문제는 물론이고 진화론에 대한 주장도 마찬가지다. 진화론에 대한 반론을 펴면 마치 중세 종교재판을 옹호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진화론의 모순과 허점에 대해서는 이 짧은 지면에 설명할 수 없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내가 쓴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그렇다고 내가 진화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창조론’이나 ‘지적 설계론’의 편에 서있다는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인 방법론, 즉 열역학 법칙(엔트로피 법칙), 빅뱅 이론 등 과학적 이론을 통해 진화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내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아니라거나, 진화론이 틀렸다는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런 주장들조차도 항상 ‘반증 가능성’을 열어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실일지라도 반증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으면 종교적 신념과 마찬가지로 ‘과학주의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8월 3일]

지난 칼럼에서는 양자역학을 활용해서 ‘완전한 객관은 없다’는 주제로 설명을 했다. 양자역학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난 번 칼럼에서 주장했던 ‘완전한 객관은 없다’는 결론에 대해 아직까지도 의문을 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그보다는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과학적인 결과가 반드시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한다.

과거에도 그러긴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연구에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를 하는 데 연구비가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디로부터인가 연구비를 타내야 하는데, 연구비를 주는 기관에 거스르는 연구결과를 내기가 힘들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연구비를 주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그 기관의 목적에 맞는 연구결과를 기대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물론 연구 결과를 완전히 연구비를 준 기관의 뜻에 맞춰서 조작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 결과를 연구비를 대준 기관의 뜻에 맞춰서 해석하게 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포도가 항산화 작용이 있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성분은 포도의 껍질 안쪽에 주로 존재하고 있어서 껍질째 포도를 먹지 않으면 좋은 성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포도 껍질 안쪽에 존재하는 이로운 성분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포도주를 담아서 먹는 것이다. 포도주는 포도 껍질째 담그기 때문에 알코올이 포도 껍질 안에 있는 이로운 성분을 녹여내서 포도주 안에 그 이로운 성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포도주가 몸에 좋다는 것은 이처럼 포도 껍질 안에 있는 이로운 성분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포도주가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도주도 많이 마시면 알코올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포도주가 몸에 좋은 범위는 하루에 포도주 한 잔 정도다. 그 이상 많이 마시면 이로운 성분을 섭취해서 얻는 이득보다는 알코올 과잉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

그런데 이런 연구를 포도주 회사의 연구비를 받아서 했다면 어떻게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마도 하루에 포도주 한 잔이 적당하다는 단서는 조그맣게 표현하고 포도주가 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포도주 회사는 단서 조항은 빼고 포도주가 이롭다는 사실만 부각해서 홍보에 적극 활용할 것은 당연한 일일 테고 말이다. 이 경우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는 과연 객관적 사실을 제대로 알린 것일까?

다른 예로 담배가 몸에 해로운가 하는 문제를 연구한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통계역학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지 담배가 몸에 직접적으로(?) 해롭다는 것을 과학적인 근거로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에서 담배가 해롭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통계역학 조사를 통해 실제로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건강에 미치는 인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만을 완벽하게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담배가 어느 정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힘들다. 이 경우에 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는 연구 결과로 “담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완벽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맺게 된다.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면 담배회사는 담배를 피우고도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까지 양자역학과 같은 어려운 이론을 통하지 않고도 연구결과가 연구비라는 외부적인 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물론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 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사회적 환경과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과학 이론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완전한 객관적인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점은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7월 20일]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는 반도체, 인터넷 등 기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모든 사실은 객관화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고도 한몫하고 있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다룬다는 생각은 고전물리학이 발전하면서 힘을 얻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물리학인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이런 생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전물리학을 키워 온 기본 개념들, 즉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 인과율, 질량적 물질 등의 고전물리학적 개념은 양자역학에 의하여 모조리 파기되어 버린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고전물리학에 기반을 둔 서구의 과학은 관찰의 과정에서 모든 주관적인 것을 배제할 수 있다고 전제했으며, 그 결과로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관찰의 대상체는 주관과는 관계없이 ‘거기 존재해’ 있는 것이므로 고전물리학은 객관적 존재의 불변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제해 왔던 것이다. 즉 고전물리학은 관찰의 과정에서 가변적이요 불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주관은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대표인 양자역학은 관찰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 불가능하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임의의 순간에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수록 입자의 속도에 대한 정보는 더욱 불확실해지며, 따라서 잠시 후에 입자가 놓이게 될 위치도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한 마디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입자는 에너지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어윈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 따르면, 전자는 행성처럼 원자핵 주위를 선회하는 개별적 위치를 가진 물질 입자가 아니라 존재 가능성을 지닌 에너지 파동이다. 우리가 어떤 입자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그 입자에 보내서 그 변화를 보게 되는데, 보내진 에너지가 입자의 운동량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원래 입자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 글이 이해될 듯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고 머리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양자역학자인 닐스 보조차도 “양자론을 처음 접하고도 충격을 받지 않는 사람은 결코 양자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양자역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주된 이유는 비상식적인 가정이 시종일관 혼란을 야기하면서 고전물리학에 익숙한 우리의 상식을 깨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양자역학을 어렵게 설명하는 이유는 과학이 발전하면 우주와 자연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거두인 막스 플랑크의 말대로 “우리가 이 세상을 참으로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세상은 인간 정신의 인식으로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 물리학, 즉 양자역학은 오히려 고전물리학보다는 동양의 신비주의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의 세계에서 우리는 객관적 세계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주체와 객체의 만남에 따른 관찰 행위로써 창조된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말대로 “자연 과학은 자연을 단순히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연과 우리 자신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우리는 대상 그 자체의 속성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은 대상과 관찰자의 상호 작용이라는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양자역학에 의해 과거에 ‘물질’과 관련되었던 속성들 중 상당수가 원자 입자에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현대 물리학자들은 세상이 물질과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근본에서 정신과 유사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주체와 객체는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며, 이 둘은 하나의 세계, 즉 비이원론적 세계의 분리할 수 없는 얼굴이다.

따라서 과학을 통해 완전한 객관적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선입관을 버릴 때 진정한 세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불완전한 감각기관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완전한 객관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세계의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7월 6일]

최근 에너지와 환경 분야의 주요 이슈로는 저유가와 지구 온난화, 미세 먼지 등을 들 수 있다. 한 동안 화석 연료의 고갈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최근 산유국들의 공급량 확대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한 저유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더욱이 채굴 기술의 발달로 심해, 북극 등의 유전이 새로 개발되고 있고, 오일 셰일 등 원유 대체자원까지 개발되고 있어서 화석 연료 고갈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고갈될 것이고, 최소한 화석 연료를 현재와 같이 낮은 가격으로 계속 사용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화석 연료의 고갈은 화석 연료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위기이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를 제대로 개발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비싼 화석 연료마저도 확보하지 못해 모든 산업 및 생활 기반이 무너지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은 1970년대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민가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대규모 공단 조성을 하였다. 이렇게 조성된 대규모 공단에서 나오는 폐수와 대기 오염 물질은 공단 주위에 사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경제발전이라는 국가적인 명분에 밀려 제대로 주의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별 국민들의 권익이 국가 전체적인 이익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주요 국가사업들의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만약 지금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거나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고 한다면 환경 단체는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대규모 공단이 없었다면 한국의 발전이 있었을까? 또 대규모 댐이 건설되지 않았더라면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의한 피해는 물론이고, 가뭄 피해도 지금보다 막심하게 클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도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시행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겠지만, 또 환경과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국가사업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적인 이익과 개인의 손해라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아마도 완전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나은 해결책은 이런 대규모 국가사업에 대해 공론화하고 시간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관련된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의논도 없이 결정되고 통보된다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사 그 일이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참여해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 결정이 되었을 때 흔쾌히 그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더욱이 그 일이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자신에게는 손해가 된다고 했을 때 그 결정을 찬성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드 배치가 국가적인 이익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의 경우에는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설치를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 자연 환경이 훼손되거나 풍력 발전기 소음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화석 연료 고갈을 대비해서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적인 이익을 최대화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가장 쉬운 해결책은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때 경제성이 낮아지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도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지불되는 돈이다. 제주도에서는 공식적으로 풍력 발전에 대해 ‘주민이익 공유제’를 시행하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경제적인 보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결국 사업의 경제성을 낮추고,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를 위한 국가사업은 장기 계획을 세우고 전체 국민, 지역 주민, 전문가, 정치권 등이 오랜 시간을 두고 토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국가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해야 하고,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생각하는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와 같이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한 공청회도 진정 찬반 양측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6월 27일]

화석 연료 고갈에 대비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시장 형성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고유가와 화석 연료 확보 전쟁은 단기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단순히 필요한 기술 개발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화석 연료를 값싸고 풍부하게 사용할 때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속도가 더뎌지고, 더 나아가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더뎌지고 있는 이유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그렇다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우선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의 중앙집중식 대량 에너지 배분 방식을 버리고 지역 분산형 소규모 에너지 배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원자력, 석탄 화력 등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량의 전기를 송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멀리 보내는 현재의 중앙집중식 방식으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가 힘들다.


현재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에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 발전은 그 주변 지역의 수요량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먼 지역으로 송전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송전에 의한 손실(약 30퍼센트)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신재생 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생기게 된다.

태양광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기는 직류여서, 송전을 위해서는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꾸고, 승압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시설비도 추가로 들어가고 전기 손실도 생기게 되는데, 주변 지역에서 바로 사용하면 이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기 생산은 자연 조건에 의해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 생산이 일정하지 않고, 예측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모자라는 전기는 발전사로부터 공급받고, 남는 전기는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주체들이 스마트 그리드를 개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고, 실제로 스마트 그리드의 사용 주체인 발전사들도 스마트 그리드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성장 위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에 비해 GDP를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에는 송전 설비에 투자가 들어가고, 송전 시에 발생하는 전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전기를 그만큼 더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GDP가 높아지게 된다.

반면에 신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이 개발되면 전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 GDP는 감소하게 된다. 물론 원리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지만, 매출 감소를 바라지 않는 발전사 입장이나, GDP가 낮아지길 바라지 않는 경제부서의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수 전제 조건인 스마트 그리드 개발이 흐지부지 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발전사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 정책도 바뀔 필요가 있다. 발전사의 입장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반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곧 발전사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인데 앞장 설 리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마치 무인자동차 개발을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는 현상과 비교할 수 있다.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면 현재의 자동차 회사는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무인 자동차는 단순히 편리하다는 점을 넘어서 자동차의 소유 시대에서 공유 시대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자동차 생산 대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 결과 자동차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무인자동차를 반기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석 연료로 발전하는 발전사들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6월 8일]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는 전력 공급망에 IT 개념을 도입하여 전력 공급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의 전력 전달 체계가 발전소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일방통행이었다면, 스마트 그리드는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서는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동으로 전력 사용 시간과 양을 통제하고 , 전원을 다양화 하는 등의 기능을 갖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스마트 그리드를 사용하면 최대 전력 소비량 대비 10퍼센트 이상 추가 생산하고 있는 전력량을 줄여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전기 생산에 소비되는 화석 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또 원자력 발전과 같이 전력 생산량을 줄이기 힘든 경우에는 남는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하거나 양수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여 그만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 2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남동산단 인천 스마트산단 통합관제센터 관제실 내부가 공개되고 있다. 이 통합관제센터는 산단 내 안전, 환경, 교통 등을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곳으로, 정부가 선정한 10개 스마트그린 산단 가운데 처음으로 인천 남동산단에 들어섰다. [인천=연합뉴스]

 

또 스마트 그리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도 꼭 필요하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조력, 파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는 전기 생산이 시간에 따라 상당히 큰 폭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태양열이나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경우에 밤에는 전기가 생산이 되지 않고, 낮에도 구름이 낀 정도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크게 변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가 심한 신재생 에너지에 의해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해서 신재생 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할 때는 화력 발전이나 수력 발전의 전기 생산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경우에는 화력 발전이나 수력 발전에 의한 전기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전력망 시스템은 태양광, 풍력 등 끊김 현상을 동반하는 전력원의 비중이 20퍼센트 이상 초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가 제대로 구축되면 끊김 현상이 있는 전력원이 20퍼센트를 넘어도 수용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가 더 필요하게 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전기 발전 및 저장 시설을 모두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 회사 중심의 독점 모델이 약화되고, 전력망은 일명 마이크로 파워 모델이라 불리는 소규모 시설 위주의 분산된 형태로 바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효율적인 저장 장치와 더 똑똑해진 배전망의 조합은 가정집 지붕 위의 태양광 패널 및 소형 풍력 발전소(적절한 곳에 한함) 등의 소형 발전 시설이 전력망 곳곳에 자리 잡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미국 가정의 최소한 절반 이상이 자신들이 소비하는 전기의 일부를 직접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분산형 전력 생산과 저장은 10년 내에 전력 시장 구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구격의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되면 컴퓨터 칩과 센서가 전력망 곳곳에 전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 정보를 이용하여 수요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효과가 얻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에는 향상된 송전선,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전력원을 보완한 크고 작은 배터리, 초소형 발전 시설(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스마트 미터와 전력의 가격과 공급 상황을 감안하여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 등 다양한 기술들이 사용될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 그리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과 전력 사용자들 간의 정보 교환이 이루어져 에너지 사용 절감과 높은 에너지 효율 개선이 가능하며, 소비자들이 만든 잉여 전기를 전력 회사에 되팔 수 있게 된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 그리드를 적용하면 가정이나 회사는 전기 사용량의 6퍼센트, 연간 약 1조 8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맞춰, 지능형 전력망을 사용하면 에너지 이용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이산화탄소 국가배출량의 4.6퍼센트(2700만 톤)를 줄일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앞서 스마트 그리드를 먼저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개발된 신재생 에너지를 실제 적용하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현재 전력 시스템에 적용하더라도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크다.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2017년 1252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이 되면 8700억 달러에 달하여 미래 큰 신시장이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스마트 그리드 시장 규모는 2012년 약 0.4조원에서 연평균 28퍼센트 성장하여 2030년 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2008년에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2009년 '지능형 전력망 구축 추진위원회'를 통해 단계적, 체계적 보급전략을 수립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더 나아가 종합적인 에너지 대책과 맞물려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5월 26일)

현대 산업 사회는 천연 자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반해, 천연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천연 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정 효율을 높여 자원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정 부산물을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공정 부산물은 버리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폐기물이지만, 잘 활용하면 천연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천연 자원의 고갈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부산물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더욱이 천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부산물의 적절한 재활용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19년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41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엔벡스 2019)’ 전시 모습. [사진= 메가경제DB]

 

이런 관점에서 2016년 5월 19일,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순환자원(부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도록 하는 ‘자원순환사회형성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기본법은 지난 2014년 2월 이후 2년여에 걸친 협의 끝에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이 ‘자원순환기본법’은 그간 혼용돼 온 폐기물, 순환자원, 순환이용 등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순환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해 최종처분대상이 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본이념과 자원순환에 관한 정책의 수립 및 조정 등에 관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국가 및 지자체, 사업자, 국민 등 각 분야의 역할과 책무를 정해 환경보전과 효율적인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원 사용 최소화로 자원 절약 효과, 재활용 산업 시장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 폐기물의 매립 최소화를 통한 환경 개선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퍼센트, 광물자원의 9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 빈국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기준으로 6만여 톤의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56퍼센트 정도의 순환자원이 매립・소각돼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벨기에·영국 등 선진국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매립율 제로(0퍼센트)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 등은 자원순환 관련 법령을 제정·시행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자원순환사회형성 기본법’이라는 관련 법체계를 갖추게 된 셈이다. 

 

이번 자원순환기본법 통과로 2013년 기준, 하루에 약 1조원, 연간 약 371조 원을 지출해야하는 자원 다소비국인 우리나라가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또한 이 법을 통해 국민안전을 위해 환경,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쉽게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자원순환기본법이 일부 기업들의 무분별한 폐기물 재활용을 합법화시켜줌으로써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엄정하게 또 집행해야 하겠지만, 무작정 부산물의 재활용은 안 된다는 막가파식 반대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반대 의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원순환기본법이 일부 악덕 기업에게 악용되지 않게 법률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안전하게 순환자원이 재활용될 수 있는 보완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만 한다. 환경 단체들도 무작정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쓰레기 시멘트’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요즘 시멘트 공정에는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하수슬러지 등 가연성 폐기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만약 이런 폐기물들이 시멘트 공정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도시 주변에 별도의 소각로를 설치하여 소각하거나, 매립장에 매립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처리방법보다는 시멘트 제조 공정에 이런 폐기물들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 시멘트는 섭씨 1450도의 고온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이런 폐기물들이 완전 연소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덜 미친다. 또한 시멘트 제조 공정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데, 폐타이어 등 폐기물이 석탄의 사용량을 낮춰서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더 나아가 유연탄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플라이 애시(유연탄 연소 후 발생하는 재)의 경우에도 매립하는 것보다는 시멘트 대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 

 

단순히 플라이 애시가 부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 그만큼 더 석탄이 소비되고, 석회석이 많이 채취되어 자원도 낭비되고, 매립장 수명도 단축되어 오히려 환경적으로도 악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5월 7일]

일반적으로 화석 연료의 에너지를 유용한 전기 에너지나 기계 에너지로 전환할 때는 효율이 30퍼센트 이하, 대부분은 10∼2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만약 현재 에너지 효율이 10퍼센트인 시스템을 20퍼센트로 효율을 높이면, 연료의 소모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윌더쉐어스투자회사(Wildershares Investment)의 로버트 윌더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만 하면 미국인들의 발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노력과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전력을 판매해서 수익을 얻기 때문에 많은 전력을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에너지 절약 장치를 판매하는 회사들도 소비자들이 그런 장치를 찾지 않으면 연구 개발하고 생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경제 규모에만 집착하게 되면 많은 전력을 판매하는 것을 오히려 장려할 수도 있다. 
 

▲ [사진= 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장기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효율 향상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활동과 더불어 실제적으로 에너지 효율화 장치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첫 번째 방법은 ‘폐열 이용’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들은 대부분 에너지의 70퍼센트 가량을 폐열의 형태로 공중이나 바다로 날려 보내고, 나머지 30퍼센트 정도의 에너지만 전기 형태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도시 근교의 열병합발전은 폐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송전 거리가 짧기 때문에 보통의 화력발전과 비교하면 효율이 세 배 정도 높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심야전력 대신 가스나 석유 난방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석유나 가스로 직접 난방을 하는 경우에는 에너지 효율이 80퍼센트가 넘지만,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서 난방을 하게 되면 효율이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체 전기소비에서 심야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5퍼센트가 넘는다. 이것을 모두 가스나 석유난방으로 바꾸면 전기소비와 에너지 소비를 3∼4퍼센트 줄일 수 있다. 심야전력은 원래 24시간 돌아가는 원자력발전소나 대형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밤에 생산되는 전기 중에서 남아도는 것을 소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에는 심야전력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서 원자력발전소 전기만으로는 심야전력 수요를 전부 채우지 못하고 있다.


또 ‘대기 전력 차단 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대기 전력이란 전기설비가 작동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 작동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소모되는 전력을 뜻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콘센트에 연결된 상태로 두고, 시스템 종료만 하게 되면 컴퓨터가 대기 상태로 있으면서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콘센트를 뽑거나, 대기 전력 차단 콘센트를 사용하여야 한다. 대기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의 5퍼센트 이상으로 연간 85만 킬로와트, 약 5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원자력발전소 3개에서 생산되는 전기에 해당하는 아주 많은 양이다.


그 다음으로는 ‘조명 효율’을 높여야 한다. LED 조명은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6배 정도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다. LED 조명의 수명도 백열전구에 비해 50배 정도 더 길다. 만일 LED 조명이 일반 광원의 50퍼센트를 대체할 경우 세계 총 소비전력은 25퍼센트가 절약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내 조명의 약 30퍼센트를 LED로 대체할 경우 매년 100만 킬로와트 급 원자력 발전소 2기가 생산하는 전력만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LED 조명의 현재 제조 단가가 형광등에 비해 5∼10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있지만, LED 조명의 수명이 50배 정도로 훨씬 길고, 효율도 6배 정도 더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에너지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세 번째 방법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이다. 건물 신축 시 단열재를 사용하거나 유리창에 특수코팅을 해서 햇빛은 차단하고, 실내의 에너지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 에너지 효율이 올라간다. 또한 햇빛을 잘 활용하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네 번째 방법은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총 에너지 소비량 중 수송 분야가 2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자동차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의 성능 향상, 차체의 경량화,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하는 차체 설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서 현재 한국에서는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좀 더 강력한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요즘 동네마다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폐전자 제품들을 수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폐전자 제품들을 수거하는 이유는 그 안에 들어있는 금 등 희귀금속들을 추출해 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렇게 폐전자 제품으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고 인식되고 있다. 

 

도시광산업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재활용 산업은 과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결책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수거된 폐전자 제품들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폐전자 제품들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방법은 폐전자 제품들을 열을 가하거나 화학적으로 녹인 다음, 각 금속의 특성에 맞게 추출해 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 폐휴지. [사진= 픽사베이 제공]

 

여기서 문제는 폐전자 제품들 중에서 희귀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1퍼센트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적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99퍼센트 이상은 다시 폐기물로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폐전자 제품을 그대로 폐기물로 처리를 하거나, 희귀금속을 추출한 다음에 폐기물로 처리를 하거나 그 양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희귀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화학적 처리를 하면서 폐기물의 양이 늘어나고, 화석 연료 또는 다른 자원이 소모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그러면 왜 폐전자 제품들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것일까? 그건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폐전자 제품들로부터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비용이 추출한 희귀금속을 팔아서 생기는 수익보다 적어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 희귀금속이 점점 고갈되면서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시광산업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시광산업은 경제적인 필요성 때문에 각광을 받는 것이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예로 폐지 재활용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폐지를 재활용하면 종이를 만들기 위한 벌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폐지를 재활용하기 위한 처리 과정에 많은 물과 화석 연료, 화학 약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나무로부터 종이를 만들 때에도 물과 화학약품, 화석 연료는 들어간다. 하지만 폐지를 재활용하는 공정에도 그에 못지않은 양의 물과 화학약품, 화석 연료가 소요된다. 

 

그러니까 폐지를 재활용하면 나무라는 원료는 적게 들어가지만, 물과 화학약품, 화석 연료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폐지 재활용이 환경적으로는 생각만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을 정수하고,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데 화석 연료가 사용되어 결국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신문지 등 종이에 인쇄를 하기 위해 사용된 잉크를 제거하기 위해 화학약품이 사용됨으로써 환경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런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면 나무로부터 종이를 생산할 때보다 원가가 오히려 올라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재활용 종이는 표백이 필요 없는 포장지 등의 용도로 재활용하여 경제성을 맞추고 있긴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을 더 많이 하고,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소비생활을 줄여야 한다. 물론 재사용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재활용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대신에 걷고, 최신 전자기기를 사기 위해 멀쩡한 전자기기를 버리는 행위를 삼가는 것이 진정 지구를 구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병을 수집하여 재사용하는 경우에도 병을 수집하여 운반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가 소모되고, 재사용을 위해 병을 세척하는 단계에서도 정수된 물이 사용된다. 만약 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부수거나 녹이는 경우에는 더 많은 물과 화석연료가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재사용이나 재활용이나 어떤 공정을 거치게 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든, 별도의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최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본래의 취지인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미는 많이 퇴색하고 있다. 사실 지구 환경을 완전히 지키면서 성장을 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속 가능하다’는 용어와 ‘성장’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업이라고 부르는 행위에는 화석 연료 사용 등 환경에 해로운 행위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게 되는데,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려면 자연의 순환 원리에 인간이 순응하고, 그 범위 안으로 인류의 욕망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