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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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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경제공약 제대로 살피자

2017. 4. 12.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장미 대선’을 향한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상태다. 헌데 후보들 자질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도 공약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경제 분야는 특히 그렇다. 사실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검토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전체적인 방향이 올바른지 따져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경제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려면 크게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살펴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는 서로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다. 대부분 이 두 항목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찾는다면 경제성장과 소득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우선 경제 성장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한국경제는 조선, 해운업의 침체로 인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침체기에 들어갔다고 판단되고 있다. 아직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현상 유지를 하고 있고, 그나마 건설경기가 떠받치면서 저성장 기조라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재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등 대외 여건 악화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경기의 하락 기조로 인해 한국 경제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채를 발행해 공공투자를 늘이는 등의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법인세를 감면해주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과거 산업사회의 대책보다는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산업 창출에 나서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존 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 창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처럼 일자리를 늘린다고 공공사업으로 단순 임시직을 늘리거나,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등의 대책을 제시하는 후보자는 걸러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소득 분배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등장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부의 양극화 현상이다. 특히 부의 세습으로 인해 부자들은 더욱 부를 축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얻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하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던 과거 산업사회의 논리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주주자본주의의 폐해 때문에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최근의 주주자본주의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화를 하면서 고용 인원을 줄이고, 정규 직원보다는 임시직 고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임금 근로자들의 수입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2007~2015년 사이에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60~63퍼센트다. 이는 오늘날 선진국들 중 근로소득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소득이 분배되는 스웨덴의 노동소득분배율의 과거 30년 평균값은 75퍼센트나 OECD 평균인 독일의 과거 30년 평균값은 70퍼센트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부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70퍼센트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소득 분배에 중점을 두다보면 기업의 부담이 커져서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경제성장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 달려있다. 즉 현재는 공급이 넘치기 때문에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경제성장을 좌우한다. 따라서 소득 분배를 잘 하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늘리면 수요가 늘어나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부의 균형분배는 저소득층에게도 이익을 주지만, 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7년 4월 6일 게재 칼럼]

인공지능시대 제대로 대비하자

2017. 4. 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월21일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의 공동 주최로 서울 광진구에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이 진행됐다. 이번 대결에서 인간 대표(?)로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번역 경력 5년차 이상 3명이 참여했고, 인공지능 대표로는 번역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온 3개 회사의 번역 인공지능이 참여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1의 승률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데 반해, 이번 번역 대결에선 번역사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점수는 물론이고 번역 내용과 형식 면에서도 인공지능 번역기는 아직 전문 번역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인공지능 번역기가 아직 인간 능력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 대해 안도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인공지능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등 부작용이 생길텐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있다.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25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가 온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은 바둑, 번역, 의학, 법률 등 특정 분야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빅 데이터, 아마존의 도서 추천 기능 등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인공지능 의사인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왓슨은 이미 암전문의를 뛰어넘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의사들이 놓친 병명도 찾아내고 있다. 앞으로 왓슨은 딥러닝에 의해 그 기능이 점점 더 향상되는데 반해, 인간 의사들은 나이가 들면 은퇴해야 하고, 장기간 의학 지식을 힘들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외국어를 번역하는 시대가 오는 데도 외국어 배우기를 고집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구글이 현재 제공하는 100여개의 언어 번역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된다. 해외 뉴스 사이트의 기사 번역도 기계번역이 많이 사용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외국어 통역 전공 과정과 외국어 학원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 될 것이다. 반면 대학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원래 기능을 되찾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당면하게 될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는 사업 영역의 파괴다. 현재 거의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무인자율자동차의 시대를 맞아 GM, 현대자동차 등 기계산업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던 자동차 사업에 구글과 애플, 인텔 등 IT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설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토목 분야로 여겨졌던 건설 분야도 앞으로는 전자와 IT분야는 물론 도시 교통, 환경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건설 회사들이 건물도 잘 지어야겠지만, 가전제품, 가구, 주방기구 등에 스마트 홈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도시를 설계하거나 주거 단지를 설계할 때에도 IT, 교통, 환경 등을 고려한 스마트 시티가 대세로 등장할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인공지능 후발주자로서, 선진국과 6~7년 이상 기술 격차가 난다고 한다.  

구글이 1년에 투자하는 인공지능 예산만 5조원이나 되는데 반해, 한국 전체의 인공지능 관련 예산은 1년에 5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1년에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학생이 200~300명이지만 한국은 기껏해야 5명 내외라고 한다. 또한 한국에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100여개에 불과 하지만 미국에는 2000개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도 한국 정부나 학계의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은 슈퍼컴퓨터 개발 등 하드웨어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에너지경제 2017년 3월 28일 게재 컬럼]

기본소득은 실시돼야 한다

2017. 3. 30.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과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의 극단적 표현이라는 두 상반된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 시점에서 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가? 즉 기존 복지 제도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가? 둘째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당한 것인가? 셋째로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즉 기본소득의 개념이 옳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우선 첫 번째 논쟁의 주제인 ‘이 시점에서 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기본소득은 모든 개개인에게, 일을 하든 안 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국가에서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날로 심해지고 있는 빈부 격차 때문이다.  

부유층은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반해, 극빈층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자동화, 더 나아가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으로 소득 하위층의 노동 기회가 줄어들면서 날이 갈수록 빈부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선별적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수급자 선별을 위해서는 많은 행정 비용이 들고, 수급자 선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몇 년 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연락도 닿지 않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억울한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로 기본소득의 정당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기업이나 개인이 소득을 올릴 때는 자본, 노동 등이 필요하지만, 그 외에도 사회적 자원들이 필요하다. 현재 제도는 자본에 대해 가장 큰 혜택을 주고, 노동과 사회적 자원의 비중을 점점 더 낮추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주 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이나 사회간접자본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이 그에 대해 대가를 치루는 것이 마땅하다. 즉 기업에 노동을 제공한 사람은 당연히 기업으로부터 일부 수익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노동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사회적 자원에 대한 대가를 돌려 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기본 소득을 시행하려면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업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로 기본소득 제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금액만큼 소득과 재산에 대해 증세를 하면 된다. 즉 기본소득 지급금액이 50만 원이라면, 평균 소득자는 50만 원만큼 세금을 더 내고, 그보다 상위 소득자는 추가 세금을 내면 된다. 이 경우 하위 소득자는 추가 수입이 생기지만, 평균 소득자는 소득에 변함이 없고, 상위 소득자만 세금을 조금 더 부담하게 된다.

재산세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평균 정도의 재산가는 추가로 낸 세금만큼 기본소득으로 받게 된다. 또한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선별적 복지제도를 시행할 때에 비해 행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이 추가 소득이 생기더라도 세금을 내고 그만큼 기본소득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선별적 복지제도의 단점인 근로의욕 저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2017년 3월 17일 게재 칼럼]

대기업 스스로 개혁할 때다

2017. 2. 8. 16:4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한국에서 정경유착 사건이 터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재벌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재벌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기업들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수십 내지 수백 억원의 돈을 아낌 없이(?) 특정 재단에 출연했다. 왜 그 많은 돈을 특정 재단에 출연했는지는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대가 없이 그 많은 돈을 출연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럼 대기업들은 왜 대통령의 한 마디에 꼼짝 못하고 거액을 특정 재단에 출연했을까? 그건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바치는 돈보다 더 큰 대가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거나, 최소한 정부가 치부(?)를 들춰냄으로써 입을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정치인에게 부당한 돈을 바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현재의 체제는 너무나 큰 문제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기업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려면 공정경쟁이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정치인에게 부당한 돈을 주는 행위도 부작용이 크기는 매 한가지다.  

글로벌 경쟁 체제 아래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업이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 하지만 특정인, 예를 들어 재벌 오너를 위해 기업이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하게 된다면 결국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재벌 오너가 모든 결정을 하는 시스템에선 임직원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일을 하기가 힘들다. 과거 산업사회에선 재벌 오너의 명령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었지만, 현대의 네트워크 사회에선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재벌 경영체제가 나은가, 아니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나은 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재벌 경영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하고, 의사 결정이 빠른 강점이 있는데 비해 오너의 독단에 의해 경영될 소지는 큰 단점이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는 지나치게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 단기적인 관점으로 기업을 경영할 소지가 있다. 대신 어느 정도 투명하게 기업이 경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강점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재벌경영 체제가 나은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나은가 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위한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어느 한 체제가 좋은지를 따지기보다는 두 체제가 가진 강점들을 모두 가진, 즉 장기적인 관점을 갖되, 빠른 의사결정을 하면서도 투명한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나는 그 방향은 바로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창업돼 글로벌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 등의 기업들처럼 네트워크 사회에 맞는 벤처 기업이 창업돼 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만약 이런 기업들이 한국에서 창업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한국에 형성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선 구글 같은 벤처기업이 창업되더라도 여러 제도적인 제약 때문에, 기존 재벌 기업들의 견제 때문에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한 체 주저앉고 말 것이다.

매 정권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정경유착 고리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재벌이란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대기업이 오너를 위해, 오너에 의해 운영되다 보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고, 그걸 빌미로 정치권에서 부당한 돈을 요구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만약 정치권에서 전문경영인이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게 부당한 돈을 요구한다면, 그에 응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에 부당한 돈을 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에도 정치권에서 재벌 개혁에 미적거린다면 부당한 돈을 쉽게 요구할 수 있는 통로를 버리기 싫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경제 2017년 2월 8일 게재 칼럼]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17. 1. 2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다른 세대들에 비해 그나마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덕도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기여한 바가 더 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에 의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소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 소득에 빚까지 보태서 투자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몇 차례 부동산 파동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 요인이 없어진 최근에도 아파트 분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는 부동산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있었다. 따라서 부동산을 사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대부분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 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고,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없어졌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과거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투자를 하게 될 경우 큰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첫 번째로 부동산의 종류와 지역별 가격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다. 지금도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만,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내지 안정화와 인구 감소에 의해 신도시에 나갔던 사람들이 도심으로 회귀하면서 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신도시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동경 도심은 금융, 벤처, 법률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반면에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절반 이하로 폭락하고 있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이라도 단순히 강북과 강남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도심과 주변, 도심도 위치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도 벌써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아파트의 경우에 대형 평수와 소형 평수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에 의한 소규모 원룸 주택의 수요 증가, 대형 평수의 수요 감소 등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아파트 등 주택이 소유를 통한 부의 증식 수단에서 거주의 목적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다. 앞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화 내지 하락하면서 재산 증식 수단보다는 거주를 위한 수단이라는 원래 목적을 되찾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저축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 소득이 높은 전문 직종 종사자들은 주택 소유보다는 임대를 하면서 생활의 자유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1부부 1~2자녀 현상이 심해지면서 나중에 부모로부터 집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아 굳이 무리하면서 주택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부동산 투자는 주로 임대 사업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은 거주를 위해 소유하고, 여윳돈이 있는 경우에만 별도의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전문 투자의 시대가 올 것이다. 예를 들면 도심의 고소득 전문 직종을 겨냥한 고급 소규모 주상복합 건물에 투자하여 높은 임대 소득을 올리는 사업이 유망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전세가 대세를 이루던 임대 시장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왜냐하면 전세를 끼고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얻는 수익이 이자 비용보다 낮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 임대 소득자인 베이비붐 세대들이 낮은 이자율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전세 제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각종 제도들을 월세 제도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월세소득을 원하는 소규모 투자자들을 위한 임대사업법 정비, 월세 미납 시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의 효율적인 조정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현황은 단순히 가격이 하락하는 침체기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전환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에너지경제 2017년 1월 11일 게재 칼럼]

요즘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을 가도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싱가포르와 홍콩 등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주택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 수 1500만 호 중 아파트는 850만 가구로 58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들은 거의 아파트로 채워져서 아파트 비율이 100퍼센트에 가깝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표현대로 가히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아파트가 한국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개인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으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에 의해 생활의 편의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주택을 한꺼번에 지어 공급함으로써 주택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고, 건설사들은 대규모 건설로 인해 사업을 수월하게 추진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내려갈 때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아파트 수명이 다했을 때 재건축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이 문제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경우에는 기존 아파트보다 층고가 높은 아파트를 지어 여분의 아파트를 외부에 팔아 재건축 비용을 충당하면 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재건축 방식이 통하지 않는 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 수명을 대략 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제까지는 아파트 재건축에 의한 추가 수익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의 경우 아파트를 허물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안전진단 통과’라는 문구를 자랑하겠는가. 하지만 이제 이런 수익성 높은 아파트 재건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들이 노후화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준공 이후 20년이 경과한 아파트가 전체 43.8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에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 ‘몇 백만 호 건설’이라는 구호와 함께 부실하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저층 아파트들은 그나마 소유자들이 부담을 해서라도 재건축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들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아파트 재건축으로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에 아파트 건설과 유지와 관련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아파트 건설 시에 아파트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공법을 적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30년 정도 지난 후 재건축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100년 아파트를 짓도록 기술 개발을 하고 법적 뒷받침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아파트 건축비가 상승할 염려가 있지만, 앞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실제로 아파트 재건축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뿐이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층수가 올라갈수록 아파트 수명을 비례해서 높이는 것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아파트 수명이 다하여 재건축할 때를 대비하여 자금을 미리 적립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장기수선충당금 제도가 있지만, 이는 공동 시설 수리와 유지에 사용되는 비용 정도의 소액이다. 앞으로는 아파트 수명이 다했을 때 재건축에 필요한 자금이 확보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금이 적립되도록 재건축충당금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물론 이 경우 아파트 관리비가 상승하여 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건설 경기가 하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이는 어차피 겪어야 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세 번째는 기존 아파트를 효율적으로 유지 보수하여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2월 20일 게재 컬럼]

[EE칼럼] 내년 부동산시장 침체된다

2016. 12. 13. 12:0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는 참 어렵다. 객관적인 지표로만 본다면 한국은 안정 내지 하락의 길을 가야 하는데, 여전히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조만간 하락의 길을 갈 것이니 투자를 삼가라는 말을 해왔다. 그런 내 조언은 무색해졌고, 졸지에 나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 본다. 그 예측의 합리성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인가?’라는 문제로 따져 본다.

한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따지기가 힘들다. 공산품은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산정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제조 원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간척을 하거나, 산비탈을 깎아 대지를 조성한 경우 등에는 조성 원가가 들어가지만, 부동산 가격이 그런 조성 원가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그 부동산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그 부동산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특히 오늘날에는 부동산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투자가치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즉 부동산 자체의 이용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부동산의 가격이 오름으로 인해 벌 수 있는 수익이 얼마인가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처럼 부동산 원래 사용가치에 더해 미래의 가격 상승 예측치, 즉 버블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해 판정하는 기준으로는 GDP 대비 지가 총액의 비율이 활용된다. 정확한 공식이 없지만, 선진국 등 땅값이 비교적 안정된 국가들을 보면 지가 총액이 GDP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즉 GDP 대비 지가 총액이 1에 가깝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2015년 기준 한국의 공시지가 총액은 4510조원이다. 일반적으로 실제 시가가 공시지가의 60퍼센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지가 총액은 7517조원으로 예측된다. 2015년 한국 GDP는 1559조 원이니까 GDP 대비 지가 총액 비율은 4.8배다. 이 수치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에 지가 총액이 GDP 대비 5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는 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미뤄봐도 한국의 부동산 가격 수준은 너무 높은 편이다. 지가 총액이 아닌 주택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2015년 말 기준 한국 주택 시가총액은 3519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2.26배 수준이다. 미국(1.4배), 일본(1.8배), 캐나다(2.0배)에 비해 다소 높지만 이탈리아(3.7배), 호주(3.5배), 프랑스(3.1배), 유로지역(2.7배)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긴 하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유엔은 PIR의 적정 수준을 3~5배, 즉 집값이 연간 소득의 3~5배가 적절하다고 권고한다. 한국의 PIR은 전국 기준으로는 2006년 6.5배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5배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2006년에 11배, 2016년에 9배를 기록해 유엔 권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수치는 세계 주요 도시 뉴욕(7.0), 도쿄(5.8), 런던(6.9)과 비교해도 아주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은 타국과 비교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땅을 전부 팔면 한국 땅 면적의 100배인 캐나다를 여섯 번 살 수 있고, 한국 땅 면적의 5배인 프랑스를 아홉 번 살 수 있으며, 세계 최강 미국 땅을 절반이나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인구는 많고 국토가 좁다는 특성이 있지만, 그래도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판단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2월 7일 게재 칼럼]

아파트 ‘선 분양 후 시공’ 제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이 제도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아파트를 지은 다음 분양하는 ‘선 시공 후 분양’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파트 선 분양 제도는 박정희 정권에서 만들어졌는데, 아파트의 보급 확산과 부동산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부족한 국가 재정을 산업화에 집중 투입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에 서민 자금을 미리 당겨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선 분양 제도’다.  

선 분양 제도는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충족시키고, 서민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뿐 아니라, 재테크 기회까지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가장 큰 취약점은 아파트 청약자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안긴다는 점이다. 현재 갖고 있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 미래 가능성을 담보로 청약자에게 너무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분양했던 아파트 시공사가 부도나는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약자에게 돌아오게 돼있다.  

과거에는 아파트 가격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어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청약을 하는 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도 선 분양 제도를 계속 시행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물론 아파트 ‘후 분양 제도’를 지금 시행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아파트 분양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지만, 역으로 부동산 시장 조정기인 지금이야말로 후 분양 제도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던 다른 제도로 ‘전세 제도’를 들 수 있다. 전세 제도 역시 선 분양 제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의해 이해 당사자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돕는 탁월한 제도였다. 아파트 소유자는 아파트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자금만 있으면 나머지 금액은 전세금으로 충당해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고, 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  

또한 건설사는 분양 수요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아파트 전세 입주자는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용할 수 있으니 전세 제도는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환상적인 제도였다. 하지만 아파트 전세 제도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제 아래 성립된다. 만약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면 아파트 소유자와 입주자 모두에게 피해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면 아파트 소유자 입장에선 그 하락 분은 물론 자신이 전세금 외에 추가로 투자했던 금액에 대한 이자 부담도 떠안게 된다. 아파트 소유자는 자신이 살지도 않는 아파트로 인해 이중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면 아파트 전세 입주자가 겉으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까딱하다 보면 전세금을 떼일 위험에 처하고 만다.  

개인이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선 다음 입주 예정자로부터 전세자금을 받아 나오는 관행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만약 전세금이 하락하면 아파트 소유자가 부족 분을 줘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면 분쟁이 커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축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는 경우에 전세 입주자가 한꺼번에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금을 빼내려고 할 때 이런 역전세 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는 기존 전세 입주자는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못하고, 건설사는 잔금이 입금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아파트를 재건축해 아파트 분양과 전세 수요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것인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이런 대책도 먹히지 않는 게 문제다. 아무튼 주택 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이 시점에서 선 분양 제도와 전세 제도는 성장 위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맞춰 개발된 정책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1월 29일 게재 컬럼]

한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반도체 등이 좋은 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화 과정이 몇 년의 격차를 두고 비슷하게 진행되었고,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라는 지정학적 조건도 유사하기 때문에 더욱 더 닮은 꼴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첫째 일본은 1983년 3차 부동산 폭등 이후에는 그 요인이 사라져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2001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일본만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일본이 더 이상 부동산 버블을 발생시킬 원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즉 주택 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었고, 합계 출산율이 2003년에 1.29명(한국의 경우에는 1.19명)을 기록하면서 2005년부터 총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단카이 세대(한국의 베이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주택 가격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주택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1년의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앞으로 더 이상 폭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 일본은 3차 부동산 폭등 이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즉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도쿄 등 대도시 도심의 주택 가격은 유지 내지는 상승하였지만, 대도시 주변의 신도시와 지방의 주택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왜냐하면 대도시의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신도시에서 살면서 출퇴근했던 회사원들이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대도시 도심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월급 등 수입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젊은 세대들이 신도시에 집을 마련하는 것보다 도심에서 임대로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더욱이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나중에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주택을 물려받을 수 있게 되어,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한 자녀 가정의 경우에는 나중에 양쪽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아 1세대 2주택이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셋째 일본에서 마지막 부동산 폭등 시기를 지나면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이 서민층이었다는 사실이다. 1983년 3차 부동산 폭등 시기가 시작되면서 1990년대에 대도시 인근에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도심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서민들은 아파트 가격의 70~80퍼센트를 장기(20~30년) 차입하여 신도시에 건설되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와 과잉 공급된 아파트 때문에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원래 가격의 절반 이하, 심지어는 70~80퍼센트(따라서 아파트 가격이 구입 가격의 20~30퍼센트가 되었다)가 떨어지면서 신도시 입주자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넷째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3차 부동산 폭등 이후에는 주택이 투자의 수단이 아닌 ‘거주 수단’이라는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3차 부동산 파동 전까지만 해도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국의 아파트가 투기화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투자와 실거주자의 주택 구입이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대도시, 특히 도쿄 도심을 중심으로 고소득전문직을 위한 고가의 임대형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임대 소득 목적의 부동산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이제 더 이상 아파트를 사두면 언젠가 가격이 크게 올라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아파트가 이제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수단이 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1월 17일게재 컬럼]

눈앞에 닥친 ‘부동산 대란’, 대비책은?

2016. 11. 15. 10:1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E칼럼] 눈앞에 닥친 ‘부동산 대란’, 대비책은? 

최근 조선, 해운 등이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의 주력 기업에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경제가 버티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의 활황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만약 건설 경기가 꺾이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 특히 주택경기 활황이 극히 비정상적이라는 데 있다. 즉, 언제 내리막길을 걸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여러 가지 지표로 봤을 때 내년부터는 건설경기가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6.8%를 기록한 이후 2017년 2.2%, 2018년 1.2% 등으로 가파르게 감소해 2020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건설사들이 주택경기 활황을 틈타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예견된 부동산 대란의 위험성에도 왜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초저금리 기조에 운용할 데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건설사들의 몸부림이 더해지면서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몇 번의 부동산 폭등을 겪으면서 트라우마를 얻은 국민이 무리하게 대출을 하면서까지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경기 침체를 바라지 않는 정부의 방관이 합쳐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000조를 넘는다고 우려했던 가계대출은 이미 1300조원 규모로 늘어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만약 주택경기가 가라앉고 금리가 오른다면 경기 침체를 넘어 온 국민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면 금융·실물 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위험가구가 6만 가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금리가 3%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5% 떨어지면 ‘잠재적 도산대출자’ 비중이 현재 전체 대출자의 0.75%에서 1.13%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이후 주택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은 여러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 우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2015년 11월 기준 전국의 빈집이 106만9000가구로 1990년(19만7000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전체 주택의 6.5%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과 올해 분양된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2017년과 2018년 입주 주택이 총 100만 가구를 넘어서 가구 수 증가분인 63만여 가구를 크게 웃돌아 ‘입주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새로운 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금을 뺄 수 없게 되어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택경기 침체 위험성이 코앞에 다가오고 기정사실화 되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경기가 식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년 대선까지는 정부에서 주택경기가 침체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정치적 상황이 불리한 입장에서 주택경기 하락으로 전체 경제가 뒷걸음치게 되면 집권 여당의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아니 적어도 유지하기 위해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할 것은 너무도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에서 대선 때까지 부동산 경기를 유지하고 싶더라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선 이후에는 억지로 떠받치고 있던 거품이 꺼지면서 더 큰 충격이 올 것은 너무도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집을 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1월 3일 게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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