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재산을 제대로 물려주자
인생 후반부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건강, 일, 부부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아마도 재정적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특히 자녀에게 재산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본인 행복은 물론 자녀 행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숙고할 문제다. 자녀에게 재산을 제대로 물려주는 방법으로는 유대인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유대인은 남자는 13세, 여자는 12세가 되면 ‘바 미츠바’(Bar Mitzvah)라고 불리는 성인식을 치른다. 이 성인식에서 부모와 친척은 성경, 손목시계, 축의금을 아이에게 선물한다. 여기서 축의금은 종잣돈이 될 만한 목돈이다. 성인식 이후에는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이 목돈을 활용해 스스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야말로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유대인이 세계 경제를 주물럭거리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모는 어떨까? 사후에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한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여기서 나온다. 우선 자녀들은 부모 재산이 자신의 재산이라 생각하고 부모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예로 요즘 국가에서 노인층을 대상으로 생활 안정을 위해 실시하는 역모기지론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부동산이 거의 전 재산인 한국의 노인층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려쓰고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 정산하는 역모기지론은 상당히 바람직한 제도다. 그런데 역모기지론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자녀들이 자신의 재산(?)인 부모의 주택을 왜 부모들이 맘대로 처분하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사망해 노년에 새로운 짝을 만나 결혼하려고 해도 자녀들이 극구 반대를 한다고 한다. 부모 재산이 새 배우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부모가 자녀를 일찍 독립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성년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독립을 해서 부모와 별개의 개체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 관계야 갖고 있어야 하겠지만, 서로 독립된 개체로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도 자녀에게 꼭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녀가 독립하는데 돈이 꼭 필요한 2030 젊은 시절에 재산을 물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 돈으로 독립해라. 그리고 앞으로 내 재산은 내가 다 쓰고 죽을 거니까, 넘보지 말라’고 선언하라. 그게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100세 시대에는 부모가 죽어 재산을 물려줄 시기가 되면 자녀도 노년이 되는데, 그때 재산을 물려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차라리 자녀들이 물려받은 재산을 종잣돈으로 활용하도록 젊었을 때 꼭 필요한 정도의 돈만 물려줘 하루빨리 자립하도록 하면 자녀들에 대한 걱정도 덜고,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재산을 물려줄 것 같아야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오는 자녀는 부모를 걱정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언제 죽나 살펴보러 오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자녀에게 나중에 재산을 물려줄 거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자녀가 어려운 사회생활을 헤쳐 나가는 데 소홀히 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모의 호의가 자녀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자녀가 많을 경우 부모가 재산 배분을 일찍 하지 않으면 형제간 불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타계했을 때 명확하게 유산 상속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거나, 유산 분배 정도가 심히 불공정한 경우에는 형제들이 소송 등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부모가 살아있을 때 자녀에게 필요한 정도의 재산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부모가 쓰고, 남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고 선언하면 이런 쓸데없는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형제끼리 다툴 만한 부모의 재산이 없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0월 19일 게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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