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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후의 미래의 자동차로 많은 전문가들이 수소 자동차를 꼽고 있다. 수소 자동차의 미래를 밝게 보는 근거로는 수소가 우주 질량의 75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는 점과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여 물(수증기)만 생성하면서 에너지를 발생하기 때문에 청정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가장 풍부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자원인 수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술만 개발이 되고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수소 자동차가 미래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의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탄소 경제’라고 하는데 빗대어, 앞으로 다가올 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수소 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소 자동차가 미래의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다. 
 

▲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 알림 플래카드. [사진= 메가경제DB]

 

가장 큰 과제로는 수소 자동차의 연료인 수소를 값싸게 조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수소가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인 것은 맞지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도록 모으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모을 수 있다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 따라서 현재 전기 자동차용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화석 연료를 증기 개질하여 얻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경우에 그 전기를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생산한다면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화석 연료가 없어지면 수소 제조에 필요한 전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를 얻는 두 번째 방법인 화석 연료를 증기 개질하여 수소를 얻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소가 화석연료가 있어야만 생산할 수 있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 자동차가 미래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해야만 한다.

 

화석 연료를 이용할 경우에는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에는 정작 필요할 때는 전기 생산이 안 되거나, 필요하지 않은 데도 전기가 생산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밤에 전등을 켜기 위해 전기가 필요한데, 정작 밤에는 태양광 발전을 할 수가 없다. 

 

풍력의 경우에도 항상 바람이 불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생산되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여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 그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수소 연료는 그 자체가 신재생 에너지가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수소 자동차의 보편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은 수소의 보관의 어려움과 안전 문제를 들 수 있다. 수소는 기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부피가 커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를 액화시켜야 하는데, 이 경우 액화에 40퍼센트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되어 실제 자동차 연료용으로는 원래 사용된 신재생 에너지의 60퍼센트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에너지 비효율성 외에도 액화된 수소를 보관하게 되면 안전에도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액화된 수소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기 위해서는 초저온(섭씨 영하 253도), 고압의 특수 저장 탱크를 장착하고 다녀야 하는데, 그 설비비용과 유지비용이 비싸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수소 자동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킬 경우에 초저온, 고압 수소 연료 탱크가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수소 자동차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기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기를 생산해서 전력망을 통해 송전할 때의 손실이 10퍼센트 정도인데 비해, 일련의 복잡한 에너지 변환 과정을 거치는 연료 전지의 경우 그 손실이 75~80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여러 단점 외에도 전기가 현재 일반화되어 있고 다른 용도로도 쉽게 사용될 수 있는데 비해, 수소는 전기에 비해 그 용도가 제한적이라는 또 다른 약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수소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에 비해 많은 약점을 갖고 있어서 전기 자동차를 대체할 미래의 자동차로는 부적합하다.


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미래 에너지 정책의 조속한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래 에너지 정책에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며, 전기차나 수소 자동차는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가 남아돌 정도로 생산될 수 있을 때 저장 장치로서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수소 자동차는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바람직하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4월 13일]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줄었지만,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2019년 200만 대를 돌파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21년 25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앞으로 10년 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9퍼센트 성장해 2025년 판매량이 1120만 대, 2030년에는 311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확대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2021년 전기차 시장에 '빅뱅(대폭발)'이 일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테슬라가 독주하던 전기차 시장에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현대차그룹 등 기존 완성차 업체는 물론 리비안·루시드와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격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복잡한 엔진과 미션 장치 등이 필요 없고, 유해한 배출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연료비도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앞으로 현실화될 무인 자율 자동차의 경우에도 화석 연료 자동차보다는 전기차가 더 적합할 것이란 점도 전기차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하지만 전기차가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 
 

▲ 기아는 지난달 30일 전용 전기차 EV 시리즈의 첫 모델 'The Kia EV6(더 기아 이 브이 식스)'를 전세계에 공개했다. 사진은 기아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전무가 이날 EV6 월드 프리미어 행사 현장에서 디자인에 대한 설명하는 모습. [기아 제공]

 

우선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1회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통 화석 연료 자동차의 1회 충전 후 운행 가능 거리가 500킬로미터를 넘는데 반해 전기차의 운행 가능 거리는 이보다 짧다. 이번에 출시된 기아 전기차 EV6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완충 후 최대 450킬로미터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충전소가 많지 않아 장거리 운행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발된 차가 일반적인 화석 연료용 엔진 외에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양쪽 설비를 모두 장착함으로써 무겁고 공간이 좁아지는 단점 외에 자동차 가격도 비싸진다는 문제점이 있어 보급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 충전에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완속 충전에 6시간,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25분 정도 걸린다. 운행거리가 길지 않은 경우에는 밤에 충전을 하고 낮에 사용하면 되지만, 1회 운행 가능 거리가 짧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통째 바꿔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지만, 교환이 번거롭고 헌 배터리로 교환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로 배터리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은 제조사의 보증 배터리의 수명이 5년, 10만 킬로미터인데 반해, 한 번 교체 시에 배터리 비용이 1000만 원 정도로 비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단점들 외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전기차가 과연 환경 친화적이냐 하는 점이다.

 

전기차가 전기라는 청정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배출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충전용 전기를 화석 연료를 이용하여 생산한다면 친환경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따라서 전기차가 친환경적이 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충전에 사용되는 전기가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되어야만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테슬라에서는 자신들이 설치하는 무료 전기차 충전소의 전기는 태양광을 이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기차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충전용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기차가 아직까지는 화석 연료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전기차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전기차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배출가스 저감을 요구하는 선진국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기차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즉 전기차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여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할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전기차 그 자체가 신재생 에너지의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기차를 권장하기에 앞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책을 먼저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전기차가 일반화 됐을 때에 정부 지원이 없이도 과연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연료비에 비해 전기 충전비용이 싸서 전기차 운영비가 낮지만, 그 이유가 연료비에 부과된 세금 때문이라면 나중에 전기 충전 비용에 세금을 부과해도 경쟁력이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화석 연료 자동차 수의 감소로 세금이 줄어들어, 전기 충전비용에 세금을 부과하면 전기차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2021년 4월 6일]

 

기사 링크: [김송호의 과학단상]⑪ 전기차의 미래를 위한 과제 (megaeconomy.co.kr)

최근 들어 점차 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 좀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지구 온난화 현상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에 의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적인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라치면 석유 자본의 사주를 받은 사이비 과학자 취급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자들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 비외른 롬보르 등은 그들의 저서에서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요지를 보면 역사적으로 과거에도 온실 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관계없이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했다는 것이다. 
 

▲ [사진= 픽사베이 제공]

 

어찌 보면 지구 기온이 어떤 주기를 갖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연히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머지않아 지구의 기온이 다시 내려가서 지구 한랭화(?)에 대해 염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지구가 식어가고 있다고 걱정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지구의 온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태양이다. 지구에 들어오는 에너지는 거의 전부가 태양 에너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구 온도는 태양 흑점의 활동,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 지구 축의 변화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산화탄소는 온실 효과 때문에 지구 온도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즉 지구에 들어온 태양 에너지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어 일부가 지구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으면 태양 에너지가 덜 나가게 되어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 성분 중에서 온실 효과를 내는 성분은 이산화탄소 외에도 많다.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메탄이 21배, 아산화질소가 310배 정도로 훨씬 더 크다. 물론 온실 가스들 중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함량이 8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지만, 어쩌면 이는 오해일 수도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부피함량으로 약 0.04퍼센트로 아주 극소량이다. 이렇게 1퍼센트도 안 되는 이산화탄소가 그처럼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공기 중에 3-4퍼센트 정도 있는 수증기가 온실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도 훨씬 크다. 수증기가 0.04퍼센트 정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지구 온난화 논란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환경론자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자금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고,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도,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여 경제도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진국들은 지금 두 가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첫 번째는 경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는데, 개발도상국들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두 번째는 기술 개발을 하면 할수록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정치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 특히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이 두 가지 골치 아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 

 

만약 선진국들이 정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순수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 보조를 해 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에너지 효율화라든가, 에너지 절약 운동을 더 활발하게 진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운동은 그저 흉내 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기후온난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도 그들이 주장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에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금융 분야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뒤처져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하여 금융 분야를 살려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예로는 온실 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가 목축업인데, 어느 누구도 목축업을 없애거나 줄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가축, 특히 초식동물인 소 등이 방귀로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는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목축업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선진국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목축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석유 자본의 사주를 받는 일부 집단의 억지 주장이라고 매도될 수도 있다. 또 이산화탄소가 기후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니까 화석연료를 대량 소모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도 된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화석연료가 한정된 자원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만, 선진국들이 자국 이익을 채우기 위한 책략에 휘말려 드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지혜는 가질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2021년 3월 30일]

 

기사 링크: http://www.megaeconomy.co.kr/news/newsview.php?ncode=1065606172428958

2011년 일본의 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핵 누출로 인한 재앙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과 더불어 혹시 한국의 어류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일본 정부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하여 주변 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만이 문제일까?

 

최근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측은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원자력 발전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완전히 개발될 때까지 과도기적 기술로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원자력 발전이 온실 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일까?
 

▲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도쿄전력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2016년 3월 촬영한 모습으로 단계적 폐로 작업이 진행중이다. [교도=연합뉴스]

 

이번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냉각장치가 물에 잠겨 가동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냉각장치 문제로 이렇게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냉각수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이 대부분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한 가지도 바로 바닷물을 대량의 냉각수로 가장 싸고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원자력 발전의 경우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9만 5000리터에서 23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냉각수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 이유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된 열의 30퍼센트 정도만 전기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냉각수에 전달되어 외부로 방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냉각 과정에서 1700리터 내지 3300리터 정도의 물이 증발하여 날아가는데, 이렇게 날아간 수증기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된다. 

 

화석 연료를 연소하지 않아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발생하는 수증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는 더 큰 악영향을 주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산화탄소보다는 수증기가 몇 십 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그 외에도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원자력 발전에 냉각수로 사용됐던 바닷물은 대략 6도 정도 온도가 높아져서 외부로 방출되는데, 높아진 수온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조류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변 생태계를 교란하게 되고, 또 성장한 조류가 냉각수 입구를 막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채취에서부터 최종 부산물 처리까지 문제가 없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천연 우라늄은 광석 속에 극소량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우라늄의 대부분의 성분은 핵분열하지 않는 우라늄 238번이며 연소되는 우라늄 235는 극히 소량이다. 그러니 소량의 우라늄 235를 채취하기 위해 엄청난 양(대략 3000배)의 광산 폐기물이 발생되고, 광산 폐기물 중에 방사능이 방출되는 우라늄 235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채취된 우라늄 235는 농축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도 폐기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엄청나게 소모(1만 배의 석유 소요)하게 된다. 그러니 단순히 원자력 발전이 우라늄만 넣으면 저절로 전기가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이 싼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가가 거액의 보조금을 다양한 명목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남은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원자로는 투입된 우라늄에 내재된 에너지의 1퍼센트만을 사용한 후 폐기된다. 사용 후 핵연료에는 플루토늄이 1.4퍼센트, 타지 않은 우라늄과 고방사성핵종이 95.6퍼센트 섞여 있다.

아직까지도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기술은 없다. 고작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밀봉해서 보관해 놓는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폐기물 재처리는 경제성 문제와 더불어 핵무기 개발 염려 때문에 그리 쉬운 해결책이 아니다. 한국은 아직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보관소)이 확보되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 왜 원자력 발전을 저탄소 녹색 성장의 해결책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을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 발전 기술이 선진국들의 전유물이고,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핵무기와도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 관련 기술은 선진국들이 통제하기 쉬운 명분도 주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2021년 3월 23일]

현재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이 인류를 괴롭힌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보고 있다.

 

다음 표에 인류를 위협했던 굵직한 전염병들을 요약해서 표시했는데, 사망자 수만 보더라도 당시의 인구수가 현재보다 현저히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큰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과거와 현재의 전염병의 차이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 전염병이 세균에 의해 전파되었던 것에 반해, 현재의 전염병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영어 표기인 COVID-19는 'coronavirus disease 2019', 즉 ‘코로나라는 명칭의 바이러스에 의해 2019년 발생한 질병’을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는 세균에 의한 전염병이 유행했었는데, 이제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결국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에 대해 이해를 하면 현재 또는 미래의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과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려면 내용도 어렵거니와 긴 지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전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도만 간단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 코로나 바이러스 설명.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유튜브 캡처]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바이러스가 세균에 비해 1000분의 1정도로 작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난다. 또 세균과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해서 살아간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숙주에 기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세균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데 반해,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바로 사멸하게 된다는 특성으로 연결된다. 코로나19가 기침이나 말을 할 때 내뿜는 비말을 통해서는 전염이 되지만, 공기 중에서는 그리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 맞는 숙주의 세포 부위에 침투해서 자리를 잡고, 그 세포 속으로 자신들의 유전물질을 집어넣어 복제를 시작한다. 어떤 바이러스는 피부 세포를, 어떤 바이러스는 폐 세포를 좋아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눈, 코, 입의 점막 세포를 좋아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통로인 코와 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에 눈은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는데, 안경이나 페이스쉴드를 착용하여 눈까지 보호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다르면 세포에 침투하여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종간 장벽’이라고 한다. 동물에 서식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 때문에 인간에게 전이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재조합과 변형을 일으켜 인간에게 ‘스필오버’된 것이다.

‘종간 장벽’은 종의 차이가 클수록 커지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주목받는 동물이 박쥐다. 

 

박쥐에 기생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유독 인간에게 많이 전염되는 이유는 박쥐가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고, 날아다닐 수 있어서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스 바이러스는 관박쥐, 에볼라바이러스는 과일박쥐, 니파바이러스는 동남아시아의 큰과일박쥐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특히 과일박쥐가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이유는 벌목 등으로 서식지의 과일이 없어져서 과일을 따먹기 위해 과수원 근처에 서식하게 되면서, 돼지 등 가축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식물, 동물, 심지어 세균에까지 침투해 기생하며 번식하지만, 너무 미세하여 식별이 어렵고, 소독약이나 열, 항생물질에 대한 저항력도 세균보다 강해 갈수록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더욱이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더 쉽게 변이를 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어렵고,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인류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치료보다 예방에서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생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여 ‘스필오버’를 차단하고, 개인 면역력 강화로 바이러스의 침투를 아예 차단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2021년 3월 16일]

2020년 초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큰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존재도 잘 모르던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극복의 모범 사례(아직 완전하게 극복한 것은 아니지만)인 한국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면서 한국인의 자긍심이 높아졌다.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코로나19 이전(BC)의 한국과 코로나19 이후(AC)의 한국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의 OECD 가입 후 20여 년이 지난 이제야 제대로 OECD 국가가 되었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BTS 등이 일으키고 있는 K-팝 열풍, 봉준호 감독이 이룬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 등과 더불어 코로나19 극복의 대명사가 된 K-방역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한국에 시련과 더불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가장 큰 과제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이 입은 피해와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파급 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절실한 고민을 던져 주었다. 
 

▲ 코로나19 여파에 각 대학들이 올해도 비대면 수업과 제한적인 대면 수업을 병행하기로 하면서 개강과 입학 특수를 누리던 대학가 상권이 폐업, 휴점 등이 속출하며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인근 폐업 점포. [서울= 연합뉴스]

 

코로나19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의한 일자리 감소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본소득처럼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었다는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진다.


두 번째 과제는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펼쳐질 비대면 기술이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위한 비대면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인터넷 강의가 실현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비대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역할도 했지만, 코로나19가 인공지능 도입에 의해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세 번째 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실행한 협력 체계를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데 반해,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인·허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진단 시약과 치료제 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국민 안전에도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기업의 이익은 확실한데, 국민 안전이 불확실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설사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기존 일자리의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것은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과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가 고쳐야 할 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번 기회에 반찬을 공유하는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초기 확산의 대부분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었다는 점을 보면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서 나온 비말이 반찬에 묻을 가능성이 높고, 젓가락에 묻은 침 분비물이 반찬에 묻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염려가 높기 때문이다. 

 

식사 중에 나누는 대화에 의한 전염을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유된 반찬은 각자의 개인 접시에 덜어다 먹도록 하여 반찬 공유로 인한 전염병 전파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쳐야 할 점은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이다. 코로나19의 위기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가 경제 침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에서는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투입하는 등 확장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경제성장 노력이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고, 결국 부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본 계층은 뭐니 뭐니 해도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층이다. 경제성장률이라는 수치 자체에 집착해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해소와 서민층의 생존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2021년 3월 9일]

코로나19로 항공편을 비롯한 주요 교통수단들이 멈추고, 수요 감소로 인해 많은 공장들이 멈추면서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유익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멈춤으로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순기능은 일자리 감소, 기업의 위기 상황에 가려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과제를 던진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좀 비약해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면, 과연 그런 경제성장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지 않은가. 코로나19는 우리로 하여금 잠시 멈추고 그런 의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기회를 주었다. 
 

▲ 3일 비대면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동작구의 한 대학가 담벼락에 원룸, 하숙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서울=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경제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사회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도시화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성장이 되기 때문에 도시화는 곧 경제성장의 지표가 되었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환경은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코로나19 전파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해 도시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도시화를 멈추어야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코로나19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화에 대한 문제는 코로나19가 후진국보다는 도시화율이 높은 선진국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물론 후진국들의 경우에는 의료 시설 미비에 대한 염려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국경을 닫아 건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파 양상을 보면 확실히 선진국에서 또 대도시에서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보하기 위해 비대면 기술이 환영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온라인 동영상, 게임, 웹툰 등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 원격진료 서비스 및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사이버 강의 및 화상 회의 등 비대면 기술이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비대면 기술은 결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불안정한 업무로 내몰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유통의 확대는 결국 비정규직 배달업무 일자리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택배회사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한쪽이 눌리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처럼 일반 소비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택배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택배회사는 물량이 늘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망산업으로 등장한 비대면 기술은 ‘언택트 비즈니스’, ‘비대면 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회적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비대면 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중한 콘택트는 못하도록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위험한 콘택트는 계속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콘택트가 줄어든 것 같지만, 숨겨진 콘택트가 늘어나면서, 실제로는 콘택트가 줄지 않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비대면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자칫 인간을 배제한 부익부빈익빈 경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안전을 위한다는 첨단 기술이 전체 인간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안전은 보장하지만, 갖지 못한 자는 더욱 더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대면 기술은 가진 자들에게 더욱 더 큰 이익을 안기고,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의 보상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물론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 가진 자들도 결국 부메랑 효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래는 공급과잉 사회, 수요 우선 사회가 되기 때문에 건전한 소비자가 존재해야 시장이 형성되고, 가진 자들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못 가진 자들이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도 무너지기 때문에 가진 자들에게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경제성장을 넘어서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제성장이라는 수단을 추구했던 인류가 어느 순간 경제성장이라는 수단을 목적으로 바꿔버리는 우를 범했다. 코로나19는 이런 수단의 전도 현상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인류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인류가 함께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경제성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도록 하는 기회를 코로나19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

문화일보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19가지 '뉴 트렌드'>(2020년 5월 20일자)라는 기사에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질 19가지 뉴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코로나19의 19라는 숫자에 맞추다보니 중복되는 트렌드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달라질 세상의 모습을 살펴볼 유익한 내용이라서 여기 소개한다.

■ 더 커진 국가의 역할

1. 빅·스마트 정부… 생명·안전 위해 ‘스마트 국가’ 개입 용인
2. 인간 안보…전쟁 아닌 인간 자체가 안보의 궁극적 목표
3. 머니 폴리시…각국 정부 ‘역대 최대의 돈 풀기’ 반복 전망
4. 네이션 퍼스트…자국 이익이 최우선…‘각국도생 시대’ 도래
5. 사생활 침해…확진자 동선 공개 큰 역할… ‘빅브러더’ 논란


■ 지구촌 삶의 대전환

6. 지구의 재발견…전 세계적 ‘일시 멈춤’으로 더 깨끗해진 지구촌
7. 반(反)세계화…인적 이동 차단으로 이미 ‘지역화’ 시험 마쳐
8. 신(新)공동체…위기 속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 깨어나
9. 탈(脫)도시화…쾌적한 교외에서… ‘에코로지라이프’ 재촉


■ 글로벌 파워의 재편

10. 선진국과 선도국…전통적 국가경쟁력 평가 기준 재정의
11. 탈(脫) G2…패권국 리더십 큰 상처… 당분간 다극체제로
12. 서구 우위의 균열…부실 의료시스템 민낯에 선진국 신화 깨져
13. 리쇼어링 vs GVC…‘기업 유턴·국제공급망 재편’ 선택 기로에
 

▲ 코로나19는 세상의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줌(Zoom) 온라인 영상을 통해 열린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모습. [서울= 연합뉴스]

 

■ 언택트 문화 일상화
14. 홈 루덴스…집에서 안전하게 놀고 즐기는 문화 확산
15. 원격교육…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 활발해질 듯
16. 비대면 산업…‘5G 네트워크’ 기반 4차 산업혁명 가속
17. 스마트 오피스…재택근무 등 기업문화 혁신 급물살
18. 콘서트 앳 홈…‘랜선’ 공연관람 … 신문화 소비방식 가능성
19. 전문가의 귀환…‘집단지성’보다 전문지식·조언에 의존

이 기사에 기술된 대부분의 트렌드가 기업의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항목으로는 4. 네이션 퍼스트, 7. 반 세계화, 11. 탈 G2, 13. 리쇼어링 vs GVC, 15. 원격교육, 16. 비대면 산업, 17. 스마트 오피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4. 네이션 퍼스트, 7. 반 세계화, 11. 탈 G2, 13. 리쇼어링 vs GVC 항목은 서로 연관되어 나타나는 트렌드로 결국 보호무역주의의 부활로 귀결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로 인해 해외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국내 제조업이 타격을 받게 되자 리쇼어링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시장을 보고 진출한 경우에야 리쇼어링 문제가 불거질 이유가 없지만, 국내 제조업체에 싸게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경우에는 부품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리쇼어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해외로부터의 부품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산업에 지장을 받게 되면서 리쇼어링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리쇼어링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제조 인력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경우에 더욱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로봇 도입으로 인력 투입이 최소화되면 굳이 기업들이 싼 임금을 쫓아 해외에 진출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온라인·비대면 기술을 접하게 되었다. 15. 원격교육, 16. 비대면 산업, 17. 스마트 오피스 등 언택트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진 직원과 소비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잦아지면서 재택근무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건축회사들은 아파트와 주택을 지을 때 기존 주거 개념에 사무실을 더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 설계를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또 가정의 사무실화는 이를 위한 IT 인프라의 개선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언택트(비접촉) 경제의 영역이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활필수품과 재난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경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한발 빨리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업 경영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업이 성장하려면 유망한 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는 기업 경영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이후에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라인·비대면 사업에 신규 진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기존의 사업에 대해서도 온라인·비대면 환경을 선호하는 소비자와 직원들에게 맞춰 서비스 전환을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에 배달 위주로 사업 재편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서비스 전환을 하는 것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다. 

관악캠퍼스 첫 입학생, 공릉캠퍼스 마지막 졸업생

 

김송호 

화학공학75-79 

과학칼럼니스트

 

아메리카 대륙의 어느 인디언 부족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자신의 혼이 따라 올 수 있게 가끔 멈춰서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면서 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여유가 없다. 물론 앞만 보고 달리다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달릴 체력이 고갈되면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지만, 인디언처럼 혼이 따라오길 기다리는 여유를 부리지는 못한다. 다만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탓할 뿐.

나도 정말 정신없이 앞을 보면서 달리다가 어느 날 멈춰 설 수 밖에 없는 나이에 이르러서 우연히 원고 청탁을 받고 나서야 모처럼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가끔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렇게 떠오른 과거에 깊이 빠져들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나의 대학생활을 얘기할 때 가장 크게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는 관악캠퍼스 첫 입학생이면서 공릉캠퍼스 마지막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1975년 관악캠퍼스가 완공되자 나는 교양과정을 관악캠퍼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관악캠퍼스 주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나는 노량진에서 하숙을 하면서 학교에 다녔다.

공학계열로 입학했던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학과를 정하고 나서 2학년부터는 공릉 캠퍼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공릉동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이 되어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도시 변두리 시골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상계동까지 운행하던 10번 버스와 235번(?) 버스는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탑승으로 악명이 높았다. 대부분의 승객이 상계동과 중계동에서 내리는 관계로, 중간 지점인 휘경동에서 내려야 했던 나는 통로가 막혀서 도저히 내리지 못하고 몇 정거장을 지나쳐서 내려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일러스트 김나은(디자인 4학년) 재학생



당시 공릉캠퍼스 주변의 숙소 상황이 변변치 못하다보니 기숙사 입주가 학생들의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기숙사 입주 경쟁률이 너무 높아 나는 추첨에 떨어져서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휘경동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입학생 수가 많았던 몇몇 고등학교의 선배들이 기숙사 추첨권을 빼돌려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바람에 나처럼 선배가 없는 시골 학생들은 당첨 확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먼 과거의 얘기라 이제는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말이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저녁에 어울려 다니지 못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학생으로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러다 보니 낭만이 빠진 무미건조한 대학생활이 되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나는 제주도 출신으로 나랑 같이 입학한 고등학교 동기는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한 명뿐이었다. 선배가 없는 나로서는 시험 족보도 없이 공부해야 해서 다른 동기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당시에 나는 순진(?)해서 족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시험이 끝난 다음에 다른 동기들이 ‘족보에서 나왔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듣고, ‘어떤 명문 문중이기에 족보에도 그런 시험 내용이 나오나?’ 하고 의아해 했으니 말이다.

요즘 가끔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바뀐 공릉캠퍼스를 들르면 과거 내가 공부했던 공릉캠퍼스의 모습이 거의 없어져서 섭섭하다. 학교 앞에 있던 중국집하며 당구장의 모습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관악캠퍼스로 이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수조차 하지 않는 낡은 건물에서 공부하고 실험하던 추억은 이제 나를 비롯한 몇몇 노인네들의 기억 속에만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김 동문은 모교 졸업 후 퍼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주제로 뉴스레터를 발송하며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종합 인터넷 신문 ‘메가경제’에 ‘김송호의 과학단상’을 연재 중이다.

 

[서울대총동창회보 2021년 10월호 칼럼-동숭로에서]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여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는 '코로나19'의 덕분(?)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가 총선 직전에 10퍼센트포인트 이상 올라갔는데, 이는 코로나19에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한국이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백신 확보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등이 부각되면서 K-방역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확진자 수 감소, 높은 완치율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진단 키트를 만들어 내어 실제 적용하고, 드라이브스루 진단 등 한국 특유의 진단 방식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이면서 세계 각국의 지원 요청까지 받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 합동참모본부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서 군 관계자들이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한국이 코로나19에 대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위기가 닥쳤을 때 오히려 단결하는 한국의 국민 정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의병으로 맞서고, 외환위기를 금 모으기로 극복했던 민초들의 저력이 이번에도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코로나19 대응에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에 휩싸이고 있는 다른 많은 국가들과는 달리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 한국의 코로나19 극복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보여 진다.


진단과 방역, 치료를 정부 주도로 시행한 것도 초기 대응에 성공한 두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다. 물론 전염병 예방법에 의한 정부 부담 원칙도 주효했지만, 한국이 비교적 건강 보험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등에서는 진단 검사를 받으려면 중증 현상이 나타나야 하고, 개인적으로 받으려고 하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국가가 부담하니 빨리 환자를 가려내어 확산을 방지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의료 시스템의 미비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고 사망자가 많은 나라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공공 의료보다는 민간 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의료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원격 의료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공론화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원격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긴 하지만, 의료 시스템은 공공성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방역의 세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투명성을 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응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외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피해가 큰 것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투명성의 원칙은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는 정부와 지자체가 발표하는 각종 대책,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종교 시설과 개인 사업장의 폐쇄 등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K-방역의 네 번째 성공 요인으로는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 정부는 민간 기업들과 협력하여 진단 키트와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전염병 전문가들을 방역에 적극 참여시켜 방역 지침 등에 의견을 반영시킴으로써 효율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였다. 

 

몇몇 국가들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경제 논리를 앞세우면서 갈팡질팡 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에서 보여준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 체계는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에 보여준 한국의 K-방역 시스템은 한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K-방역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을 잘 간직하고 활용한다면 앞으로 닥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민초)들의 힘을 믿고, 공공 의료 시스템을 지키고, 투명성을 유지하며,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는 K-방역의 교훈을 앞으로도 계속 간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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