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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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주관하는 ‘2020 인사동문화축제’가 15~22일 서울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핵심은 거리 북쪽에 자리한 문화복합몰 ‘안녕 인사동’ 지하 1층 센트럴 뮤지엄에 40여개 전시 부스를 차린 화랑들의 미술품 장터다. 뮤지엄 바로 위쪽에 맞붙은 나인트리 프리미어호텔 10·12·14층에서도 70여개 객실에 작품을 걸거나 늘어놓고 파는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서울 2020’이 15~18일 같이 열린다.
문화축제의 장터와 호텔 페어에는 금산갤러리, 박영덕화랑 등 국내외 화랑 60여개 업체가 작품 4000여점을 내놓는다. 특별전시로 백남준과 이우환 등 대가들의 작품을 내놓은 ‘마스터피스’전과 안도 타다오 등 일본 대표 건축가의 판화 등이 나오는 ‘건축 판화전 및 드로잉’전 가수 최백호와 조영남의 작품전 등이 차려졌다. 문화계 명사들의 강연과 표구, 전통차, 음식 등을 체험하는 문화투어 ‘생활취행’ 등도 행사 기간 마련된다.
[곽노필의 미래창] 세계화·도시화·자연파괴·온난화 감염병 확산 부르는 문명 징표들 공포심이 비대면 생활·기술 촉진 피해 줄이려면 가짜뉴스 근절 시급
팬데믹 상황을 가정한 도상훈련 ‘이벤트 201’ 한 장면.
2019년 10월18일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한 도상훈련 ‘이벤트 201’이었다. 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상의 상황이 주어졌다.
“팬데믹은 인수공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시작됐다. 박쥐에서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왔다. 증상은 경미하지만 전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브라질 돼지 축사에서 발원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거치면서 세계로 급속히 확산된다. 1년 안엔 백신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공포에 휩싸인 세계 경제는 위축된다. 세계 총생산(GDP)이 11% 감소한다. 가짜정보가 난무해 감염병 퇴치에 애를 먹는다. 18개월이 지나 수천만명이 희생되고서야 사태는 종료된다.”
놀랍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 양상을 보는 듯하다. 이번 사태는 예견 범주에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 세계 감염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연간 200개에 육박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발생한 악명 높은 감염병은 모두 바이러스에서 비롯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가 잠재적 감염병 후보군으로 추적하는 것만 7천건에 이른다. 어느 사이엔가 바이러스 감염이 일상이 된 `바이러스 뉴노멀 시대'가 된 셈이다. 단지 우리가 정색을 하고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20세기 들어 본격화한 세계화는 번영과 함께 위기도 세계화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한 곳의 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이어졌다. 핵무기, 기후변화가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는 그 세번째 후보에 팬데믹을 올려놓는다.감염병 확산에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몇가지 흐름이 있다. 우선 세계화의 확대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항공편이 바이러스의 전파의 가장 큰 통로가 됐다. 연간 40억명 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하고 국제 교역 규모는 전 세계 지디피의 60%에 이른다. 둘째는 도시화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바이러스 확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55%인 도시화율은 2050년 70%로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는 자연 파괴다. 개발로 인해 자연 공간은 축소되고 인간의 공간이 확대됐다. 자연 세계에 머물던 바이러스와 그만큼 가까와졌다. 넷째는 기후변화다. 지구 온난화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을 옮기는 모기의 서식지가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온라인 실시간 강의 모습. 기초학부 박종래 교수가 연구실에서 블랙버드 콜라보레이트 울트라 기능을 이용해 디자인 사고 과목 수업을 하고 있다. DGIST 제공.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휩쓸어간 흑사병은 노동력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이는 봉건제 기반을 흔들고 노동력을 대신할 기술 개발을 촉진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격리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까? 성급한 질문일 수 있지만 급격히 확산되는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방식의 소통과 거래를 전면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일상은 이를 뒷받침하는 통신, 화상, 증강현실, 플랫폼 등의 기술엔 새로운 기회다. 반면 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한 기존 기술과 사업엔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가 올 수 있다. 업무와 생활 방식의 변화는 그에 걸맞은 사무 공간과 주택 구조를 부를 것이다. 기업은 이를 새로운 효율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인공지능, 자동화 확대의 또 다른 명분이 될 수 있다. 전통과 새것의 힘겨루기가 더욱 거세지고, 변화를 통해 얻는 자와 잃는 자간의 갈등과 충돌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팬데믹이 가져올 변화는 삶의 질을 높일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지위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국가간 장벽이 생길 수도 있음을 목격한 기업들은 앞으로 위험 회피를 위한 해외공장 분산에 더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은 감염자보다 훨씬 더 많은 건강인들의 삶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에볼라, 메르스 감염병 당시 감염자와 관련한 경제 손실은 전체의 40%에 불과했다. 60%는 감염을 피하려는 비감염자들의 행동 변화에서 비롯됐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공포심, 잘못된 정보가 주된 역할을 했다. ‘이벤트 201’ 참석자들은 미래 감염병 대책으로 7가지를 제안하면서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더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미래 설계는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만드는 건 정부와 민간 사이의 신뢰다. 정부와 민간을 잇는 언론의 책무가 더 무거워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책쓰기는 세상에 없던 것 창조 개인적·독립적인 만족감 준다 본능 억지로 누르면 공허해질 뿐 굶주린 당신, 종이와 펜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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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책으로 소통하는 사회, 책을 쓰면서 변하는 삶은 물론 멋지지만, 그것뿐이라면 책 쓰기를 이렇게 열을 내어 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책 쓰기는 아주 독특한 충족감을 준다. 사실 나는 책 쓰기를 비롯한 창작 행위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매우 다양하며, 행복한 삶의 비결은 그 다양한 즐거움을 골고루 누리는 데 있다. 균형 잡힌 식사와 같다. 사람은 우선 여러 가지 몸의 기쁨을 꾸준히 얻어야 하고, 동시에 친밀하고 건강한 대인 관계에서 나오는 정서적 안정감도 누려야 한다. 목표를 이루며 성취감을 얻고, 일을 하며 집단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쓸모를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군중집회나 종교 행사에서 자아를 잊고 보다 거대한 무리 속으로 녹아들어가기도 해야 하며, 아름답고 감동적인 서사나 풍경을 접하고 감정이 고양되는 경험도 종종 필요하다. 그런 즐거움들에는 꽤나 뚜렷한 구분이 있어서, 한 범주 안에서는 그럭저럭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쾌락들이 교환 가능하지는 않다. 밥 대신 빵을 먹으며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는 있지만, 밀가루 음식만으로 단백질 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근력 운동으로 상쾌한 기분과 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게 외로움까지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다행히 현대사회는 그런 즐거움들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쾌락은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 미식의 기쁨은 대개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세상에는 미각에 장애가 있는 불운한 이들도 있고, 와인이나 송로버섯처럼 값이 비싸고 음미하기 위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 음식물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감동적인 서사와 시청각의 스펙터클도 구하기 쉬워졌다. 서점, 도서관, 레코드 가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극장, 영화관, 오페라하우스, 패키지 여행 상품이 모두 그 해결책에 해당한다. 150년 전까지 훌륭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공연장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 분야에서 현대인은 얼마나 풍요롭게 살고 있는가.인간관계는 까다로운 분야다. 많은 이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의학, 심리학, 교육학, 뇌과학, 사회학, 때로는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의 연구 과제다. 그러나 그만큼 역사적, 사회적으로 많은 답안이 제시됐고, 지금도 새 방안이 나오고 있다. 마음이 잘 맞는 타인과 유쾌한 친밀감을 얻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가 개발한 문화와 기술은 엄청나게 많다. 분위기 좋은 호프집(영양 섭취보다는 사교가 목적인 장소)에서 정기행사 뒤풀이 모임(사회적 관습)을 열고, 맥주(역사가 오랜 향정신성 약물)를 마시며 무해하지만 뻔한 분위기 띄우기용 유머(대화의 기술)에 맞장구를 치는(예의범절) 인터넷 동호회(정보통신기술과 도시문화의 결합) 회원들을 상상해보라. 큰 집단이나 영성과의 합일감을 느끼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현대인이 선조들보다 서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 가능한 해결책들이 있다. 교회 예배와 같은 오래된 의례나 축구 경기 관람 등이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명상센터나 레이브 파티도 있다.레고가 살아남은 이유는?살면서 맛볼 수 있는 기쁨 중에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도 있다. 이 역시 본능적인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바닷가에 데려가면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열심히 모래성을 쌓는다. 상당수 아이들이 그런 창조적인 일을 컴퓨터 게임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1990년대 가정용, 휴대용 게임기들이 보급되자 많은 전문가들이 레고가 큰 타격을 입을 걸로 내다봤으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아이들은 ‘완성된’ 레고 작품을 견디지 못한다. 끊임없이 부수고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려 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창조의 즐거움은 나이가 들수록 누릴 기회가 줄어든다. 어른이 되면 사실상 거의 사라진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짜인 틀 안에서 정해진 경로에 따라 과제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일을 가르친다. 예술 전공이 아닌 학생들은 국어, 미술, 음악 시간에 수박 겉핥기로 잠시 창작을 접할 뿐이다.성인에게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서비스 업체는 극히 드물다. 악기를 가르치는 곳과 작곡을 가르치는 곳의 수를 비교해 보자. 글쓰기의 경우에는 너무 전문적인 기관(대학 문예창작학과)과 지나치게 초보적인 기관(구청 글쓰기 교실)이 드문드문 있는 정도다. 문예창작학과든 글쓰기 교실이든 등록할 때에는 주변 눈치를 무척이나 의식하게 된다. 뭔가를 창작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에 대해 현대사회는 나쁘게 본다기보다는 신기하게 본다. 남다른 예술혼과 번뜩이는 재능이 있어야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일로 여긴다. 그래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몰래 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 자체를 그냥 포기해버린다. 예비 작가들이 문제가 아니라 현대사회가 문제다.슬픈 일이다. 창작의 즐거움은 매우 독특하고 크기에 한계가 없는 듯하기에 더 그렇다. 음식은 대체로 비쌀수록 맛있지만, 창작의 기쁨은 도구의 가격에 별로 좌우되지 않는다. 대인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과 달리 창작은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만족감을 준다. 스포츠와 달리 운동신경이 둔해도 괜찮고, 종교처럼 자아를 지우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온전하고 또렷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인간적인 영웅이 되는 길이다. 대단히평화적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품고 있던 구상을 자기 손으로 정확히 현실에 구현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통쾌하다. 기존 작업이나 주변 여건의 영향을 받아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하지만 멋지게 결과물이 나온다면 그것도 재미있다. 들인 시간이 길고 이뤄낸 바의 규모가 클수록 흥분의 강도가 커진다.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친 작업을 마칠 때에는 엄청난 환희와 감격을 느끼게 된다.창작의 욕망 억지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첫 책이 나왔을 때에는 보름 정도는 구름을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종이책이 처음 집으로 와서 처음으로 그 책을 만지는 날도 기쁘고, 최종 원고를 교정까지 마쳐 출판사로 보낼 때도 기쁘지만, 내 경우 제일 기쁜 날은 초고를 마치는 날이다. 이때의 성취감은 아주 단단하다. “이거 대단한 일이지?”라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대단한 일인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면서 이런 성취감을 작은 규모로 여러 번 느낀다. 진도가 나가지 않던 챕터를 마쳤을 때, 꽤나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글에 잘 끼워 넣었을 때, 뿌듯하다. 어느 대목에서 막혀서 끙끙 앓다가 그럴싸한 발상이 떠오르면 어려운 퍼즐을 풀거나 바둑에서 묘수를 찾아냈을 때처럼 상쾌하다.본능적인 욕구들을 채우지 못하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고통이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화장실을 억지로 참으면 방광이 아파온다. 호감 가는 사람과 따뜻하고 우호적인 대화를 며칠씩 하지 못하면 옥시토신 분비량이 줄어들고 어두운 정서에 휩싸인다. 재미있는 영화를 한창 보는데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버리면 답답해서 화가 치솟는다. 다 인간의 본성이다. 창작의 욕망을 억지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 나는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허감이 바로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지금 내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 감각을 느끼지 못할 때 청년은 청년 위기에, 중년은 중년 위기에 빠진다.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그 감각을 얻기는 매우 힘들다. 주어지는 일이 하찮고, 손댈 수 있는 범위가 좁다. 그러니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더 많은 권한을 얻는 게 답이라고? 아니다. 그것은 너무 돌아가는 길이고, 어쩌면 목적지로 가는 길이 아닌지도 모른다. 훨씬 더 빠르고 직접적인 해답이 있다. 창작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자. 공들여서 하자. 빨리 시작하자. 당신은 본능을 채우지 못해 굶주려 있는 상태다.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책 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당장 착수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별히 뭐 준비할 게 있나? 캔버스? 물감? 악기? 연주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