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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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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두피·모발 관리법

저녁에 샴푸하면 노폐물 제거 효과
머리 감은 뒤엔 찬 바람으로 말려야
새치 뽑으면 견인성 탈모 생길 수도

혈액순환이 잘 되고 유·수분과 pH 4.5~6인 약산성이 잘 유지되는 상태, 수분보유율이 10~15% 정도면서 단백질 구조가 약해지지 않고 탄성이 있는 상태. 건강한 두피와 모발의 조건이다. 하지만 열, 자외선, 땀, 피지, 미세먼지, 각종 화학물질 등 주위엔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특히 여름은 두피와 모발엔 최악의 조건이다. 평소 두피와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포인트를 짚어봤다.

샴푸는 미지근한 물로 저녁에

머리를 감는 것은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하는 과정이다. 주기는 하루 1~2회가 적당하다. 두피가 건성인 경우엔 저녁에 한 번, 지성인 경우엔 아침·저녁에 한 번씩 감는 게 좋다. 저녁을 추천하는 이유는 하루 중 쌓인 먼지와 피지가 수면 중에 모공을 막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너무 자주 감으면 두피의 정상 세균총이 손상돼 세균이 증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적시고 샴푸는 500원짜리 동전 1~2개 정도 짜서 충분히 거품을 낸 후에 손톱보다는 지문으로 문질러 마사지하듯 감는다. 미리 거품을 낸 뒤 문질러야 모발 전체에 고르게 도포되고 두피를 자극하지 않는다. 비누로 감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강알카리성인데다 유분 밸런스를 깨뜨린다.

모발 건조는 감은 후에 바로

머리를 감은 뒤에는 바로 말리는 것이 좋다. 습기가 많은 상태에서는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 두피염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드는 건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다.

수건으로 모발과 두피까지 박박 비비면서 건조하면 세정으로 약해진 모발뿐 아니라 두피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건으로 닦아주되 눌러가며 말리는 게 좋다. 드라이어는 뜨거운 바람보다는 찬 바람으로 20~30㎝의 간격을 두고 말린다. 겉 모발뿐 아니라 속 모발까지 잘 건조됐는지 잘 체크해 가면서 말려야 한다.

스타일링 제품 두피 접촉 최소화

왁스·스프레이·젤 등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 제품은 두피를 자극하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거나 최소화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품 사용 시 제품이 직접 두피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과도하게 많은 양을 사용하거나 두피에 묻으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머리를 감을 땐 제품이 모낭을 막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적시고 제품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린스나 컨디셔너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발 위주로 사용하되 잘 씻겨 나가도록 충분히 헹궈야 한다. 반면에 두피 관리 제품 사용 시에는 지성 두피의 경우 두피 스케일링제나 세정 후 영양 공급을 위한 앰플을, 건성 두피는 보습력을 제공할 수 있는 트리트먼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수분 섭취

두피·모발 건강에서 영양분과 수분은 중요한 요소다. 급격하게 다이어트를 했을 때 모발이 푸석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무리하게 식단 조절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철분, 아연, 비타민 A·B·E, 셀레늄 등이 부족한 영양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영양실조성 탈모로도 이어진다. 하루 세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면 나아진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달걀, 콩으로 만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견과류, 연어, 생선 섭취도 도움된다. 김·미역 등의 해조류는 새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 수분 섭취가 부족한 편이라면 신경 써서 물을 마셔주는 것도 필요하다.

양산 쓰고 모자는 넉넉하게

여름이 되면 자외선이 강해진다. 자외선은 모발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 구조를 약화하고 수분을 부족하게 만들 뿐 아니라 모발의 탄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특히 검은색 모발은 밝은색의 모발보다 자외선 흡수량이 많은 편이다. 두피에도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화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두피와 모발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은 양산이나 모자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모자를 장시간 착용하거나 꽉 끼는 모자를 쓰면 탈모를 유발하기도 하고 두피에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쓰면 모낭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넉넉한 사이즈의 모자를 쓰되 자주 벗어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또 모발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에센스를 발라주는 것도 모발 손상을 줄여준다.

새치, 하나하나 뽑기보단 염색을

새치가 생기면 눈에 띄는 것부터 하나씩 뽑는 사람이 많다. 근데 이렇게 뽑다 보면 모낭을 자극해 견인성 탈모가 생길 수 있다. 견인성 탈모는 머리를 세게 묶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물리적인 힘에 의해 생기는 탈모를 말한다. 새치를 뽑아 모낭을 자극하면 모근이 약해져 새로운 머리카락이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새치를 뽑는다고 그 자리에 꼭 새치가 다시 안 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새치는 뽑는 것보다는 잘라주거나 염색을 하는 게 낫다. 새치를 계속 뽑게 되면 전반적으로 머리카락이 더 이상 나지 않거나 자라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머리카락은 있을 때 한올 한올 소중히 지켜야 한다.

글=류장훈 기자, 도움말=김혜성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백진옥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6월 4일]

수분 섭취 오해와 진실

갈증의 계절이 다가왔다. 여름철은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땀을 많이 흘리면서 갈증을 느끼기 쉬운 시기다. 인체는 체내 수분 섭취와 배출이 균형을 이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을 채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을 마시면 된다. 하지만 물도 ‘잘’ 마셔야 한다. ‘단숨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과 ‘운동 후 무조건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물을 하루에 2L 이상 마셔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여름철 수분 섭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X 물은 하루 2L 이상 마셔야 한다

대표적인 오해다. 신체 기능 유지를 위해선 하루 2.5L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모두 물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음식을 통해 보충하는 수분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이 많은 편이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이 1L 이상이다. 따라서 물은 하루 6잔(1.2L) 정도만 섭취해도 충분하다. 다만 땀을 많이 흘린 경우라면 손실된 수분량을 고려해 의식적으로 물을 더 마시는 게 좋다. 양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갑자기 마실 경우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감해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물은 한두 모금씩 나눠서 씹어 먹듯 천천히 마시는 게 안전하다.

 목 마르지 않아도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물을 자주 마셔서 나쁠 건 없다. 특히 노년층은 규칙적으로 물 마시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수분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탈수증이 생기는 일이 흔하다. 같은 양의 물을 나눠서 수시로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X 식사 도중 물을 마시면 안 된다

개인적 경험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면 소화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물을 마실 때 소화가 더 잘 된다면 식사 도중 물을 섭취해도 괜찮다. 소화가 편할 정도의 적정한 양을 마시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식후에 바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실 경우 소화액이 희석돼 소화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식후보단 식전이나 식사 중에 물을 섭취하는 게 낫다.

X 물 대신 커피나 음료를 마셔도 괜찮다

수분 섭취를 위해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차(茶)는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 많이 마실수록 체내 많은 수분을 배설한다는 얘기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한 잔 마실 경우 섭취한 양의 2~3배 물을 더 보충해 줘야 한다. 커피나 녹차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연한 커피라도 물 대신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이롭지 않다. 당분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도 주의해야 한다. 갈증 해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당뇨병과 비만, 고지혈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지름길일 뿐이다. 수분 보충을 통해 건강을 지키려면 탄산음료를 멀리하는 게 현명하다.

O 아침 공복 상태에 마시는 물은 보약이다

아침 공복 상태에 물을 마시면 이로운 점이 많다. 첫째는 노폐물 배출 효과다. 수면 중 소실되는 체내 수분량은 500mL 이상이다. 그런데 아침 공복에 물을 섭취하면 수분을 효과적으로 보충하면서 밤새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는 끈적이는 혈액을 묽게 만든다. 자는 도중 점성이 높아진 혈액을 묽게 만들면서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의 위험을 줄여준다. 셋째는 변비 완화다. 아침 공복의 물 한 잔은 장(腸)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을 돕는다.

 운동 후엔 물보다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면 몸에서 수분과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간다. 이때 이온음료를 마시면 땀으로 배출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다. 이온음료에는 수분과 전해질, 에너지원인 당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도움되는 건 아니다. 격렬한 운동을 마치고 탈수 증상이 나타날 땐 이온음료가 빠른 회복을 돕지만, 일반적인 경우 물만 마셔도 충분하다. 전해질을 보충할 만큼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다면 이온음료 섭취는 득보다 실이 크다. 당분이 첨가된 이온음료를 과하게 마실 경우 비만의 원인이 되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체내 수분 부족을 알리는 신호

·피로감이 느껴지면서 갈증이 난다
· 소변 횟수가 줄고 색이 진해진다
·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푸석푸석해진다
· 침 분비가 줄면서 입 냄새가 난다
· 몸은 뜨거운데 땀이 잘 안 난다

도움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6월 3일]

[왕개미연구소]

요즘 카카오톡 단톡방 유행어 중에 ‘100세 시대엔 9988231’이란 게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다시 벌떡 1어나서’ 100세까지 살자는 의미다.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는 축복이니까 충분히 누려보자는 소망이 담겨 있다.

1일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성인 남녀 5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기대감이 뚜렷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로 주요국 중 최악 수준이지만,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00살까지 살고 싶다’고 희망하고 있었다. ‘100살까지 살고 싶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2%에 불과한 일본의 조사 결과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한일(韓日) 양국의 ‘100세 시대’ 인생관은 어떻게 다를까. 본지 설문 조사와 일본 호스피스재단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를 토대로 비교해 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한국은 2명 중 1명 “백살까지 살고 싶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오래 사는 시대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이 얼마나 늙었는지 나타내는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작년 말 17.5%로, 일본(29.9%)보다는 아직 낮다. 하지만 2045년엔 일본을 추월해 전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런 정해진 미래를 앞두고,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본지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50.1%가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조금이라도 더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가 31.9%로 가장 많았고, 후손이 크는 걸 보고 싶어서(24.3%), 세상이 발전하는 걸 보려고(22.1%) 등이 뒤를 이었다.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자들은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49.8%), 몸이 약해질까봐(47.9%), 경제적 불안감(36.1%)’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일본은 응답자의 22%만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78%는 ‘100세까지 살기 싫다’고 답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59%), 몸이 약해질까봐(48.2%), 경제적 불안감(36.7%) 등이 이유였다.

연령별 데이터도 의미있다. 한국에서 ‘100세까지 살고 싶다’는 응답한 비율이 75%로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였다. 반면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 비율이 66%로 가장 높은 세대는 50대였다. 이런 결과는 일본도 유사하다. 일본의 50~60대도 19%만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답했는데, 이는 20~30대의 응답 비율(25%)보다 낮다.

한국과 일본의 생각차가 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오래 살게 되면 결국 남에게 돌봄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면서 “100세 장수에 대해 양국의 생각이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한국도 일본처럼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기준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약 9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10배쯤 많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100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주변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면서 “무전·무위·무연의 삶을 리얼하게 지켜봤던 일본에선 100세 삶을 마냥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는 것이다.


✅“노후 대비 탄탄할수록 장수 희망”

“경제력과 활동 능력이 없는 노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고통의 세월이 길어진다면, 그게 바로 생지옥 아닌가요.”(50대 회사원 이모씨)

노년을 고통이 아니라 행복으로 채우려면, 돈과 건강이 필요하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노후 준비 정도에 따라 장수 기대감에 차이가 났다. ‘노후 준비가 보통 이상 되어 있다’는 사람들은 10명 중 6명 꼴로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노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람들은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 비율이 75%로 높았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은 “재무 상태와 건강은 통상 오래 살고 싶은 욕구와 양(+)의 상관 관계가 있다”면서 “노후에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필요한 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0명 중 7명 “자다가 죽고 싶다”

일본 고령자들 사이에선 ‘PPK’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일본어 ‘핀핀코로리(ピンピンコロリ)’의 영어 표기 앞 글자에서 따왔는데, 팔팔하게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생 없이 죽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뜻대로 죽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쌩쌩→비실비실→보살핌’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다. 몸이 점점 쇠약해져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엔 다른 사람(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이런 냉혹한 현실이 반영됐다. 한일 양국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 등으로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59%, 70.6%로, ‘병들어 침대에 누운 채라도 좋으니 서서히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더 높았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갑자기 죽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훨씬 앞서 경험한 일본인들은 부모나 조부모가 나이 들면서 간병 등 주변 도움이 많이 필요해지고 삶의 질이 훼손당하는 모습을 봤죠. 그래서 반사적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다거나 돌연사를 원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고 보여집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게 익숙한 일본의 민족성도 조사 결과에 일부 반영된 것 같고요.”(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

사토신이치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노후엔 부부 둘만 남게 되는데,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나홀로 노년’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일본에는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보호자가 없어 고생하는 독거노인도 많은데,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큰 과제”라고 말했다.


“부부 중 어느 쪽이 먼저 떠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한일 양국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배우자보다 먼저 세상을 뜨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58.3%, 68.5%였다. ‘배우자보다 늦게 죽고 싶다’는 응답한 비율은 41.7%, 31.5%였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일반인들이 장수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간병치레 때문”이라며 “본인 병치레만큼 힘든 게 배우자 병치레여서 배우자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조선일보 2023년 6월 1일]

어깨 통증 감별하기

회전근개 파열, 힘줄 찢어져 발생
50세 전후로 어깨 굳으면 오십견
극심한 통증 땐 석회성 건염 의심

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이다. 가동 범위는 넓지만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어깨 통증은 일상 속 사소한 손상이 누적돼 생긴다. 평생 팔을 흔들며 걷고, 물건을 들어 올리고, 팔을 휘두르는 운동을 하면서 반복해서 어깨를 쓴다. 증상이 비슷한 어깨 통증은 원인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진다. 착각하기 쉬운 주요 어깨 질환과 대처법을 살펴봤다.

▶ 테니스·야구로 어깨 힘줄 끊어지는 회전근개 파열

어깨 통증 1순위는 의외로 회전근개 파열이다. 어깨를 움직이는 근육인 회전근개의 힘줄 부위가 찢어진 것이 원인이다. 퇴행성 변화로 어깨와 팔을 이어주는 힘줄이 조금씩 끊어진다. 굵고 튼튼한 밧줄도 시간이 지나면 삭는 것과 비슷하다. 주로 테니스·수영·야구 등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다가 회전근개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생긴다.

회전근개 파열 초기에는 팔을 들어 올려 어깨를 움직일 때만 아프다. 어깨가 삐걱거리거나 뚜둑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윤승현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로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이 약해져 팔을 스스로 들어 올리기 어려워지고 어깨 근력이 떨어져 들어 올린 팔을 유지하지 못하고 툭 떨어진다”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적극적 치료가 중요하다. 한 번 손상된 힘줄은 저절로 붙지 않는다. 대처가 늦어지면 힘줄이 어깨 관절 안쪽으로 점점 말려 들어가 치료가 어려워진다. 회전근개 파열을 방치하면 1년에 4㎜씩 파열이 커진다는 보고도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찢어진 범위에 따라 치료 방식이 달라진다.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 관절센터 정성훈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 범위가 3㎝ 이상으로 넓다면 찢어진 파열 부위를 직접 연결하는 봉합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남이 팔 들어줘도 머리 위로 못 올리는 동결견

어깨가 돌처럼 굳은 듯 움직이기 어렵다면 동결견(유착관절낭염)을 의심한다. 보통 50세를 전후로 나타난다고 해 오십견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깨 관절 주변의 점액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겨 서서히 어깨가 굳는 증상이 특징이다. 당뇨병, 뇌혈관 질환, 갑상샘 질환 등을 앓고 있으면 동결견 발생 위험이 더 크다.

동결견 증상은 수개월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된다. 동결견 초기인 통증기(0~3개월)에는 통증이 점점 심해져 스스로 어깨를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든다. 어깨가 점진적으로 굳는 동결기인 발병 4~12개월까지는 어깨 가동 범위가 줄어든다.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이 도와줘도 어깨 위로 팔을 올리는 행동이 어렵다. 세수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목덜미를 씻기 어렵고, 팔을 들어 머리를 빗고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기 힘들어한다.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현윤석 교수는 “동결견 단계가 진행하면서 어깨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제한된다”고 말했다.

어깨가 굳는 동결견 증상을 완화하려면 어깨 스트레칭이 필수다. 약물치료 등으로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은 줄여줄 수 있지만, 어깨 운동 범위는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성민 교수는 “아파도 집에서 매일 꾸준히 능동적으로 어깨를 움직이는 스트레칭으로 운동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깨 스트레칭은 관절을 좁은 범위에서 천천히 움직여 관절 주변 근육을 이완한다. 어깨 스트레칭은 아프지만 참을 만한 정도의 강도로 10초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운동 전에 따뜻하게 온찜질을 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스트레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어깨 근육이 뭉치듯 아픈 근막동통 증후군

무거운 가방을 멘 것처럼 어깨가 뻐근하듯 아프기도 하다. 바로 근막동통 증후군이다. 컴퓨터·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목을 앞으로 내민 구부정한 상태로 지내고 불안·스트레스 등으로 뒷목부터 어깨·날개뼈 주변을 지탱하는 승모근이 뭉친 것이 원인이다. 엄지손가락으로 승모근을 꾹꾹 누르면 깊은 곳에서 단단한 띠가 뭉쳐진 통증 유발점(트리거 포인트)이 느껴진다. 뒷목부터 날개뼈가 있는 어깻죽지까지 결리듯 광범위한 통증이 느껴진다. 특히 일직선으로 수평을 이뤄야 할 어깨가 둥글게 말리면서 라운드 숄더(어좁이)가 된다.

치료는 소염진통제 등으로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 이후 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밀착시키고 양쪽 어깨를 벽에 붙여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을 이완하면서 마사지한다. 그래도 어깨 통증이 심하다면 단단하게 뭉친 통증 유발점을 찾아 없애는 주사 치료, 몸 밖에서 충격파를 전달해 통증을 완화하는 체외충격파 치료 등을 고려한다.

▶ 갑자기 응급실 찾는 석회성 건염

매우 극심한 어깨 통증이 갑자기 생겼다면 석회성 건염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정규학 교수는 “급성기 석회성 건염은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가벼운 충격에도 통증으로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리거나 옆으로 움직이기 힘들어한다. 석회성 건염은 칼슘 퇴적물이 단단한 석회로 어깨 힘줄 부위에 생기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힘줄의 퇴행성 변화, 미세혈류 감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석회성 건염은 힘줄 내부에 수년에 걸쳐 서서히 석회가 쌓이면서 병변이 커지다가 갑작스러운 염증 반응으로 석회가 흡수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어깨 부위를 X선으로 촬영하면 하얗게 석회화된 조직을 관찰할 수 있다. 석회성 건염의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해 어깨 통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석회성 건염은 대개 석회가 체내에흡수되면서 서서히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석회성 건염 부위가 클수록 체내 흡수로 완전히 낫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증·염증으로 일상 유지가 어렵다. 통증이 심한 급성기 석회성 건염이라면 우선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치료한다. 또 미세 주삿바늘로 석회를 잘게 부숴 체내 흡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5월 13일]

망막전막증 바로 알기

망막에 막 조직 생기며 시력 저하
노화 원인, 60~80대에 주로 발생
환자 시력 보존이 수술 주목적 

질환 진행에 따른 중심 시야 비교

흐릿한 경한 증상

변형된 심한 증상

왼눈의 시야가 흐릿해지고 붓는 느낌으로 불편했던 이모(66)씨는 이달 초 병원에서 망막전막(앞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안구의 가장 깊숙한 부위에 위치한 망막 앞에 불투명한 막 조직이 생겨 시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이씨의 좌안 시력은 지난 2년간 0.6에서 0.4로 떨어졌다. 이씨는 “전막을 제거하는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시간도 1~2시간이라고 해 고민된다”며 “하지만 수술을 안 하면 시력을 잃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망막전막증으로 고민인 사람이 적지 않다. 노화가 주원인인 망막전막증은 60~80대에 주로 발생한다.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한가운데이면서 시각세포가 집중된 황반 표면에 비정상적인 전막이 생긴다.
전막이 황반을 잡아당겨 황반에 주름이 생기고 중심 두께가 두꺼워지면 시력 저하, 변형시(사물이 휘어져 보임), 부종을 유발한다. 기계적인 힘이 황반을 변형시킨 것이라 약물로는 치료가 안 된다. 망막 앞에 위치한 유리체를 먼저 제거한 뒤 전막에 접근해 황반이 손상되지 않도록 막을 벗겨내야 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노영정(안과 병원장) 교수는 “망막 위에 껌처럼 유착된 전막을 떼는 난도 높은 수술이라 1시간 이상 수술 시간이 소요되고, 고령 환자에게는 대부분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질환에서 중요한 점은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시력을 보존하는 것이 수술의 주목적인데, 증상이 가벼울 땐 정기 검진을 하며 수술을 연기해도 된다. 하지만 시력이 너무 낮을 때 수술하면 수술 후 최종 시력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시력 변화 적으면 수술 불필요

일반적으로 망막전막증 환자의 5명 중 4명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노 교수는 “망막전막 때문에 황반 주름이 심해도 시각세포는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기도 해 시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간 시력이 안정적이면 수술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술은 변시증이 심하거나 시력이 0.5 이하로 지속해서 떨어지는 시기에 권한다.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지와 시력 저하 속도, 본인이 생활할 때 얼마만큼의 시력이 필요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여부·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

망막 전막 제거 수술의 목표는 시력이 더 떨어지는 걸 막는 것이다. 단기간에 예전의 시력으로 되돌아가는 수술은 아니다. 노 교수는 “시력이 떨어지다가 수술 후엔 시력 저하를 막는 엘(L)자형 시력을 유지하고, 시력이 개선되는 경우도 장기간에 걸쳐 회복된다. 변형시도 완벽히 교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전보다 완화되는 정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술 전 시력이 높으면 최종 시력이 높고, 너무 낮으면 시력 회복이 더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수술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과거엔 80세 이상이면 망막 수술을 대부분 포기했지만 지금은 고령이어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전막 때문에 한 눈의 시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는데도 일부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시안(주로 사용하는 눈)이 아닌 비주시안에 전막이 생겨서다. 질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오래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 노 교수는 “평상시에 자주 한 눈씩 번갈아 가리면서 일정한 거리의 목표를 설정해 스스로 시력을 점검하면 심각한 시력 저하는 쉽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로 인해 건강한 눈에도 언제든 다양한 황반 질환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한 눈의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시력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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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황반 질환과 감별 필요

백내장과 망막전막증이 함께 있으면 국소마취 수술인 백내장 수술을 먼저 하고 전막 제거 수술은 미루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노 교수는 “50세 이상인 경우 백내장 수술과 망막 전막 제거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추세다. 그러나 망막 전막이 경하면 시력 저하의 주원인이 백내장일 수 있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먼저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망막전막증을 진단하는 검사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이다. 여러 황반 질환을 함께 찾아낼 수 있다. 노 교수는 “증상이 심한 전막이 아니면 초기에는 진행 속도를 보기 위해 3~4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고, 경하거나 진행이 더디면 이후엔 6개월~1년 주기로 추적 관찰한다”며 “환자 스스로 평소 건강한 눈을 가리면서 망막 전막이 있는 눈으로 글자나 암슬러 격자를 보고, 변형시가 악화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형시는 망막전막증뿐만이 아닌 다양한 황반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노 교수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황반변성 등 때문에 시력 저하와 변형시가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망막 전문의에게 가급적 신속히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망막전막증

▶주요 증상

-중심 시야가 흐리다
-시력이 떨어졌다
-기둥이 휘어 보인다

▶추적 관찰
-빛간섭단층촬영(OCT)으로
-진행 속도 따라 3개월~1년 간격

▶적정 수술 시기
시력이 높지만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
시력이 0.4~0.5 이하로 지속해서
저하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5월 12일]

건강 밥상 ‘지중해식 식단’ 비결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여름에 부쩍 가까워진 날씨로 다이어트가 고민된다. 겨우내 두꺼운 옷으로 덮어뒀던 볼록한 배를 보며 ‘과연 나는 건강한가’ 자문도 하게 된다. 새삼 건강한 식이요법을 찾게 되는 때 ‘지중해 식단’이 눈에 들어왔다. 구릿빛 몸으로 와인과 더불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사는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건강 비법이라는데, 과연 이 비법의 핵심은 뭘까. 그들의 대표 식품인 올리브유가 일상적이지 않은 한국인의 밥상에도 적용할 만한가.

 

6년 연속 ‘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 선정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로, 올바른 식습관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5~17년 195개국 대상 조사에서 조기 사망 원인 1위는 ‘잘못된 식습관(1100만명)’으로 꼽혔다. 2위가 고혈압(1040만명), 3위가 흡연(800만명)이다.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지중해식 식단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선정하는 건강에 도움 되는 ‘세계 최고의 식단’에서 올해까지 6년 연속 1위로 꼽혔다. 2위는 저염식 위주의 대시(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 3위는 채식을 중심으로 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용어 그대로 지중해 연안 지역(키프로스·크로아티아·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모로코·포르투갈)의 식단을 일컫는 지중해식 식단은 식물성 식품과 올리브유·생선·견과류 섭취를 강조하고 붉은색 고기와 가공식품을 제한하는 식사법이다. 혈관 건강을 돕고,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의사·영양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지중해식 식단의 주요 음식들에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과 곡물빵, 콩류, 올리브유를 포함한 건강한 지방, 견과류와 씨앗, 생선과 해산물, 허브가 있다. 반대로 가급적 멀리 할 음식도 있다.

 

▶지중해식 식단의 권장 식품

 

●채소: 아티초크·브로콜리·케일·양배추·시금치·당근·셀러리·오이·피망·감자·고구마·토마토·호박

●과일: 사과·멜론·살구·딸기·무화과·오렌지·복숭아·포도·배·대추·석류

●통곡물: 보리·메밀·옥수수·귀리·호밀·보리·통밀

●견과류: 아몬드·호두·캐슈·피스타치오·해바라기씨·호박씨·헤이즐넛·올리브

●콩류: 병아리콩·카넬리콩·신장콩·렌틸콩·완두콩

●생선&해산물: 조개·게·청어·로브스터·고등어·홍합·굴·연어·정어리·농어·새우·참치·문어·송어

●허브&향신료: 바질·커민·마늘·라벤더·로즈마리·세이지·민트·오레가노·파슬리·후추·계피

▶지중해식 식단의 제한해야 할 식품

●정제곡물 식품: 흰 빵·흰쌀·감자칩·크래커

●트랜스 지방: 마가린·가공 치즈·마가린이 첨가된 식품

●설탕 첨가 식품: 소다 등의 음료수·아이스크림·설탕

●정제된 기름: 콩기름·캐놀라유·면실유·포도씨유·해바라기씨유 등

지중해식 식단이 세계 최고의 건강한 식단으로 꼽히는 이유는 특정한 음식만을 먹거나, 완전히 끊어야 하는 음식 없이 ‘균형의 원칙’을 지키는 일상 식사만으로 심혈관 계통 질병을 예방하고 현대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다이어트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식’이라는 단어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중해 연안 지역의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예를 찾아보면 호두를 곁들인 비트 샐러드, 채소 스튜, 해산물 리소토, 호밀빵 토스트, 올리브유 드레싱을 얹은 그릭 샐러드 등을 제안하는데 평범한 한국인의 밥상을 과연 매일 이런 음식들로 대체할 수 있을까.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의 개념을 정의하면 첫째, 지방을 많이 섭취하되 나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피하고 좋은 지방을 먹는다는 것. 둘째, 탄수화물은 먹되 단순 당(흰빵·흰쌀)은 피하고 섬유질·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전곡류(보리·메밀·옥수수·수수·기장·귀리·통밀·현미 등) 계통을 선호한다는 것. 셋째, 항산화물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 좋다고 해도 우리에게 안 맞으면 꼭 좋은 건 아니다. 한국 사람에게 잘 맞아야 하고 우리 문화에도 맞아야 한다”며 “지중해식의 핵심 개념을 염두에 두면 지중해에 가지 않아도 한국형 건강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른바 ‘한국식 지중해 식이(KMD·Korean style Mediterranean Diet)’다.

 

하루 섭취 열량 300㎉ 정도 낮추는 게 좋아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선보이는 메디쏠라의 밀키트. [사진 메디쏠라]

이지원 교수팀이 한국의 식품업체 메디쏠라와 공동으로 연구해 2021년 발표한 KMD의 특징은 기존 한국 식단에 비해 1일 섭취열량을 약 300㎉ 정도 낮추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5:2:3,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1:8 이하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메디쏠라 연구소의 김형미 소장은 “지중해 식단의 경우 탄:단:지 비율이 4:2:4이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지속성과 규칙성을 높일 수 있는 5:2:3의 비율이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는 또 “기초대사율이 떨어지는 40대부터는 칼로리를 낮춰야 한다(1일 권장 칼로리 40대 여성 1400㎉, 40대 남성 1800㎉)”며 “삼시세끼로 배분해 한 끼에 400㎉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나머지 칼로리는 간식으로 충당)”고 했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선보이는 메디쏠라의 밀키트. [사진 메디쏠라]

KMD는 지중해식 식단처럼 붉은색 고기를 피하진 않는다.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1:1로 하되, 동물성 단백질은 포화지방산이 적은 해산물과 가금류에서 충족할 것을 제안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잘 몰랐던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다. 원래 우리 몸은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1로 태어나는데, 몸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해줘야 한다. 하지만 튀기고 기름에 볶는 음식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면서 미국의 경우 섭취비율이 1:16으로 달라졌다. 일본에선 1:4, 캐나다는 1:6으로 낮춰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졌지만, 우리의 경우 미국만큼 비율의 차가 커서 1:8 이하 정도까지 맞추자는 게 KMD의 연구 결과다.

그렇다면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어떤 음식에 많을까. 오메가3는 고등어·임연수어 등의 등푸른 생선과 해산물, 호두 등의 견과류, 들기름·캐놀라유, 푸른잎 채소에 많다. 오메가6는 옥수수기름·해바라기씨유·포도씨유 등의 식용유와 참기름에 많다. 오메가6도 먹어줘야 하는 영양소지만 좀 더 건강한 몸을 원한다면 오메가3는 섭취량을 늘이고, 오메가6는 줄이는 게 좋다. 튀김류·전류 등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서 오메가6 섭취 비율이 과다해지면 몸에서 염증 반응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KMD를 근거로 개발한 메디쏠라 밀키트의 21가지 메뉴들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중해식, 즉 양식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소불고기해물덮밥·임연수구이덮밥·두부새우덮밥 등의 한식도 포함돼 있다. 매일 올리브유와 그릭 샐러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한 끼에 먹는 식사가 밥·국·반찬으로 구성돼 있지 않고 ‘원 플레이트 밀(한 그릇에 담긴)’로 만들어졌다. 김 소장은 “탄·단·지 비율 5:2:3,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1:8 이하로 구성하고 소금 섭취율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원칙을 지키고 반찬 중 특정 음식의 편식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어떤 식재료를, 어느 정도 먹는 게 좋을지 영양 비율을 참고하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서 영양 비율만 잘 지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건강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원 교수는 “약보다 먹는 게 훨씬 중요한데, 핵심은 양보다는 밸런스”라며 “한국식 지중해 식이란 한국인에 필요한 영양 비율을 잘 맞추자는 것, 즉 어떤 것은 먹고 어떤 것은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좋은 품질의 식품으로 영양소 비율의 균형을 잘 맞춰 먹자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 잘 실천된다면 ‘한국식 지중해 식이’라는 이름에서 지중해라는 단어를 빼고 한국의 대표 건강식으로 전 세계에 소개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오랫동안 지중해 요리와 문화를 연구해 온 강지영 음식칼럼니스트는 “지중해식 식단은 결론적으로 지중해식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라며 “와인 한 잔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식사를 하고, 좋은 사람들과 교우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이야말로 진짜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마인드”라고 했다.

씹힐 듯 ‘꾸덕한’ 그릭 요거트, MZ세대 식사 대용으로 인기

그릭 요커트에 그래놀라·과일 등을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사진 달그릭]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1조8015억원이었던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원대로 성장했고, 2025년까지 2조1152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통 발효유는 마시는 타입과 떠먹는 타입으로 나뉘는데 떠먹는 발효유를 ‘요거트’라고 부른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그릭 요거트’가 인기다. 그릭 요거트란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인공 첨가물 없이 원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거트를 말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대표 음식이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장수식품이다.

MZ세대가 그릭 요거트를 선호하는 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2022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한 헬시 플레저는 ‘건강하다(Healthy)’와 ‘기쁨(Pleasure)’을 합친 신조어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조절을 하는 MZ세대가 늘면서 식사대용 한 끼로 충분한 음식을 찾게 됐고, 맛과 영양 면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릭 요거트가 대두됐다. 샐러드나· 그래놀라·과일 등과 곁들이면 식사가 더욱 풍성해진다.

일반 요거트에 비해 열량 자체는 다소 높지만, 그릭 요거트에 든 단백질과 지방은 탄수화물에 비해 천천히 소화되기 때문에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는 것도 그릭 요거트의 장점이다. 그릭 요거트의 또 다른 특징은 특유의 ‘꾸덕함’인데 이는 유청을 최대한 빼서 더 많은 우유를 압축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당불내증(유당을 분해·소화 못 하는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도 좋다. 입안에서 씹힐 듯 ‘꾸덕꾸덕’ 독특한 식감이 바로 MZ세대가 그릭 요거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꾸덕하다 못해 바늘로 쪼개 먹을 수 있을 만큼 유청을 분리하는 ‘요즘(YOZM)’ 그릭 요거트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카페를 운영했는데, 당초 4월 30일까지만 운영할 계획을 연장하며 총 누적 방문객 1만5000명을 기록했다. 3.3배 농축을 특징으로 하는 ‘달그릭’ 그릭 요거트는 “샐러드보다 간편하게, 단백질은 채워주는” “닭가슴살, 채소 샐러드, 단백질 쉐이크가 지겨울 때” “비건까지는 아니어도 베지테리언이 먹을 수 있는 음식” 등의 소비자 욕구를 적극 반영한 제품으로 인기다.

이외에도 MZ세대에서 인기가 좋은 마켓컬리에서 ‘그릭데이’ ‘룩트’ 등의  그릭 요거트들이 꾸덕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5월 13일]

최근 콩이 식물성 단백질의 역할을 넘어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효능이 알려지며 콩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대두에서 유래된 플라보노이드계 물질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에 생물학적 작용이 유사해 식물성 호르몬으로 불린다. 콩의 이소플라본이 주름개선, 인지개선, 갱년기 증상완화,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식물성 호르몬’이라는 콩의 별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대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신개념 단백질로 부각되고 있는 콩의 효능을 자세히 알아보자.

다이어트에 도움

단백질 지렛대 가설(protein leverage hypothesis)에 의하면 사람은 다른 식이 구성 요소보다 식품 단백질 소비를 우선시하고 단백질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섭취를 계속해 단백질 함량이 낮을 때 식품의 섭취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몸에 단백질이 충분히 채워질 때까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2005년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주간의 임상실험 결과 단백질 섭취를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15%에서 30%로 증가시키고, 탄수화물의 섭취를 50% 수준으로 줄인 경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증가시키면서 체중과 체지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콩으로 채우면 어떨까. 그 결과는 보다 드라마틱하다. 2003년 유럽에서 35~65세 사이의 비만인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콩 중심의 저칼로리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12주간 진행한 결과 콩을 섭취한 실험군이 총 7kg을 감소하고 총콜레스테롤, LDL-콜레테롤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늙어서 고생 안 하려면 콩 먹어라

1999년 미국 FDA가 콩 단백질의 섭취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 강조 표시(유용성 표시)를 승인한 이래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11개 나라에서 유사한 건강 강조 표시가 허용됐다. 실제로 콩에 존재하는 각각의 성분들이 혈관기능장애와 관련이 있는 혈압 감소, 염증 억제, LDL-콜레스테롤 감소, 혈당 조절 등에 개별적 효과를 나타내며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한 다양한 실험들이 있다.

콩은 인지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콩의 이소플라본 섭취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10개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소플라본 섭취는 폐경기 여성의 단어 기억, 시각적 기억, 언어 기능, 작업 처리 속도 등 전반적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최근 중국 연구진들이 노인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콩 식품 섭취와 우울증 발병 위험과의 상관성을 6년간 추적 조사해 분석한 결과 콩 식품 섭취 빈도가 높을수록 노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성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콩은 심장과 인지기능 개선, 우울증 발병율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콩 섭취가 더욱 요구되는 대목이다.

 
남녀노소 모두 콩

콩에 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는 콩의 이소플라본이 여성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콩은 전립선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콩을 섭취하고 채식을 하는 집단에서는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전립선암 발병률 역시 낮게 관찰된 여러 실험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콩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은 남성 10만 명을 기준으로 26.6 명 정도가 전립선 암이 발생했다면 미국은 흑인의 경우 178.8명, 백인의 경우 112.3명으로 보고된 바 있다.

콩의 효능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갱년기 증상을 완와한다는 것이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천연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체 역할을 한다. 오사카에서 2018년 진행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콩에 포함된 인지질 성분인 레시틴을 하루에 1200 mg씩 8주간 섭취한 그룹 갱년기 여성 96명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피로감이 줄고 이완기 혈압이 감소하는 등 갱년기와 관련한 다양한 증상이 완화됐다.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에도 콩은 효과적이다. 콩의 이소플라본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유도, 이소플라본의 섭취가 폐경기 에스트로겐 감소에 의한 골 흡수 증가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콩은 피부 노화도 늦춘다. 일본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루에 콩 이소플라본 40mg을 12주간 섭취하고 눈가주름과 볼 주위의 피부 탄력 변화를 비교한 결과 섭취 8주 후부터 이소플라본 섭취 그룹의 피부 탄력성이 향상됐고 눈가의 주름은 12주 경과 후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어린이에게도 영양 만점  

어린이에게 콩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조제분유 시장의 약 20~25%가 콩 유아식으로 2000만 명 이상의 영유아들이 태어난 첫해 콩 조제분유를 섭취했다. 혹시나 모를 알레르기나 설사 등의 문제를 고민한다면 2008년 우리나라 어린이 15만384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주목하자. 2017년까지 9년간 추적 조사해 분석한 결과 콩 조제분유와 다른 조제분유를 섭취한 두 그룹 간에는 성조숙 개시 시기 등 모든 항목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콩식품이 어린이의 성장 발달을 안전하게 돕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콩은 남녀노소에 걸쳐 모든 세대에 훌륭한 영양학적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다.

서명수 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5월 10일]

[Dr. 이은봉의 의학연구 다이제스트]

클리닉에서 허리둘레를 재는 여성./게티이미지 뱅크

비만은 심장 질환, 암 등 다양한 병을 유발할 수 있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건강 관리에 중요하다. 체중이 적게 나가도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도 많다. 어느 수준이 최적일까.

최근 영국의 학술지 랜싯 당뇨대사질환 편에 체질량지수와 질환별 사망률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실렸다. 체질량지수(BMI)는 비만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연구는 16세 이상 건강한 영국인 364만2674명을 대상으로 했다. 체질량지수를 측정하고, 10년 이상을 추적 관찰하면서 전체 사망률과 질환별 사망률을 조사했다. 관찰 기간에 총 36만7512명이 사망했다. 체질량지수와 사망률의 관계는 알파벳 J 모양 패턴을 보였다. 체질량지수가 25(kg/㎡)일 때 전체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전체적으로 그보다 뚱뚱해도, 그보다 말라도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체질량지수 25는 한국인에게 비만은 아니지만 과체중 정도에 해당한다.

/픽사베이
 

한편 고령일수록 체중이 적으면 사망률이 더 높아졌다.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체질량지수 25, 암은 21, 호흡기 질환은 25일 때 가장 낮았다. 치매나 신경학적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체질량지수가 낮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적정 체질량지수 21~25가 되려면, 키 170cm일 경우 체중은 61~72kg이 적당하다. 체중에 살짝 여유가 있을 때 사망률이 가장 낮다. 너무 뚱뚱해도 문제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로 체질량지수가 지나치게 낮은 여성이나 깡말라 보이는 고령자도 사망 위험이 높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조선일보 2023년 4월 19일]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 뼈 튼튼해지고 혈당도 뚝

 

나가노현이 건강 수명 일등이 된 데는 3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식생활 개선이다. 칼슘이나 비타민 D를 많이 포함한 우유나 유제품, 해산물, 콩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했다. 둘째는 운동의 습관화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산책과 스트레칭, 체조, 근육 트레이닝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했다. 셋째로는 나가노현이 튼튼한 뼈 만들기에 집중 투자한 점이 꼽힌다. 뼈를 건강하게 하면, 건강 수명이 3년 연장되는 연구 결과에 주목한 것이다.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 시설,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하여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골다골증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골 강화 운동을 집중적으로 보급했다. 칼슘이 많은 유제품을 많이 먹도록 한 것도 뼈 건강 증진 일환이다.

나가노현 뼈 건강 사업에 대대적으로 활용된 것이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양발의 뒤꿈치를 위로 올렸다가 ‘쿵!’ 하고 내려 놓는 체조를 하루 50회 하도록 독려했다.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는 나가고현에 있는 신슈대학 의학부 운동기능학교실 정형외과 교수팀이 골다공증 예방 체조로 쓰자고 제창하여 훗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체조다. 발뒤꿈치를 떨어뜨리는 자극으로 뼈를 강하게 하면, 활력도 늘어나고, 노쇠도 적고, 노년기에 많은 낙상 골절도 줄인다. 그래서 발뛰꿈치 떨어뜨림 체조 보급이 나가노현을 건강 수명 1위 지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발뒤꿈치를 위로 올렸다가 내려놓는 충격과 자극은 위로 올라가 척추에도 전달된다. 발바닥뼈인 종골에서 시작된 자극이 중력 방향으로 연결되는 종아리뼈, 넓적다리뼈, 골반뼈, 척추뼈에도 이어진다. 뼈는 물리적 자극을 받아야,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가 늘어나 뼈가 두꺼워진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 테니스 선수는 오른팔에 지속적인 물리적 힘과 자극이 가해져 오른쪽 팔 뼈가 왼쪽 뼈보다 두껍다.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가 척추와 대퇴골 골밀도도 올리는 원리다.

 

발뒤꿈치를 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도 단련된다. 종아리 근육이 약하면 발이 제때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끌려서 뭔가에 걸려 넘어지는 낙상 사고 원인이 된다. 체조를 통한 종아리 근육 강화로 낙상 예방 효과도 얻고 하체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한다. 식후에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를 하면, 췌장 분비 기능도 자극되어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조 방법은 간단하다. 양발을 어깨 넓이로 두고 선다. 발뒤꿈치를 최대한 들어올리고 3초간 유지했다가 발뒤꿈치를 자연스레 중력에 따라 쿵 하고 떨어뜨린다. 전신 근육이 약해 넘어질 우려가 있다면 손으로 의자나 책상을 잡고 해도 된다. 발뒤꿈치를 떨어뜨린 후에는 앞꿈치를 위로 올려서 발바닥을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내려놓는다. 다시 발뒤꿈치를 올려서 떨어뜨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하루에 30~50회 실시하도록 권한다.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할 수 있다. TV를 보면서, 설거지나 집안일 하면서도 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23년 4월 20일]

[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삶의 경험치 쌓여 갈수록 새 정보 기억 힘들어

 

면역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둡니다. 기억 B, T 림프구가 그 기능을 담당하지요. 침입자의 항원을 기억해 두면 추후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방 접종을 받는 이유입니다.

노년층이 걱정하는 치매와 면역 노화는 기억 저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침입자의 노출로 인해 그 항원을 기억한 림프구의 수가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새로운 항원을 기억할 림프구 수는 줄어들겠지요. 노년층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노화로 인해 림프구의 수명을 의미하는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서 재생이 덜 되는 것도 예방 접종 효과를 낮춥니다.

나이가 들수록 해마에 기억한 정보가 늘어납니다. 반면 새로운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나 능력은 젊은 때만 못하지요. 해마 신경세포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것도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합니다.

우리 먼 조상들은 큰 뇌를 위해 양질의 먹이를 찾아 헤맸고 최적의 방법과 장소를 기억해야 했습니다. 노출 증가로 다양한 항원을 접하게 되어 적절한 면역 시스템도 필요했지요.

최근 들어 치매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늘어난 수명과 함께 운동 부족의 영향이 큽니다. 운동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해주기 때문입니다. 면역 노화도 치매와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운동이 림프구와 해마 신경의 재생을 도와 우리를 젊게 만들어줄까요? 논란이 있지만, 조상들의 삶에 힌트가 있을 듯합니다.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걷고 달렸던 유산소 운동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2023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