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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기상 직후 ‘모닝커피’ 등 차(茶)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같은 습관이 건강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공복 상태에서 차를 마시면 위산 분비가 유발되고 소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6일(현지시간)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포함한 차보다는 ‘물’을 마실 것을 권고했다. 영양학자 카리슈마 샤 박사는 “일어나자마자 차를 마시면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소화불량과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카페인은 이뇨제이기 때문에 탈수를 유발한다. 이에 커피 등을 마시기 전에는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영양사 가리마 고얄 박사도 ‘물’부터 마실 것을 추천했다. “차와 커피 산미의 PH 농도는 약 4~5로 산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차를 마시기 전에 실온에 보관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산 생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 없이 차·커피부터 마시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궤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나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물을 마시는 습관은 건강에 이롭다. 포티스 병원 루치카 자인 박사는 “잠을 자는 동안 몸은 탈수 상태가 돼 있기 때문에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며 “일어난 후 물 한 잔을 마시면 몸에 수분이 공급돼 속쓰림과 두통의 가능성을 줄인다. 배변을 도와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동아일보 2022년 10월 8일]

"가족이 부양해야" 27%뿐…3명 중 2명 "생활비 직접 마련"
2019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 43%…OECD 주요국 중 1위
1인가구 187만명…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이혼·재혼 증가


고령인구 900만명 첫 돌파…절반 이상 "더 일하고 싶다" (CG)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은 생활비 마련 등의 목적으로 일을 더 하고 싶어한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22년 고령자 통계를 29일 발표했다.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천명이어서 사상 처음으로 9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인구 중 17.5%가 고령자라는 의미다.


통계청은 3년 뒤인 2025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 연수는 7년으로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519만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24.1%다. 고령자 가구의 ⅓을 넘는 187만5천가구가 1인 가구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황혼 이혼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4.5%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남자와 여자의 이혼은 각각 13.4%, 17.5% 증가했다. 재혼 역시 전체 연령층에선 감소했지만 65세 이상에선 증가세가 감지됐다.

(통계청 제공)

 
가족과 노후준비 등에 대한 고령자의 의식은 점차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38.3%에서 27.3%로 감소했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8%에서 49.9%로 높아졌다.

자식이 부양해주길 기대하는 고령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고령자 비중은 65.0%였다. 3명 중 2명이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한다.

이 때문에 65~79세 고령자 54.7%가 취업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취업을 원하는 사유는 생활비에 보탠다는 응답이 53.3%로 가장 많았다.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자는 56.7%였다. 43.3%는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고령자 가구 순자산은 4억1천48만원, 고용률은 34.9%였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소득 분배지표는 2016년 이후 개선되고 있으나 빈곤율은 높다.

2019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제공)

speed@yna.co.kr

박용주

 

[연합뉴스 2022년 9월 29일]

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 1만 보 정도 걸으면 암ㆍ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는 ‘하루 걸음 수에 따른 암ㆍ심혈관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 모든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 간 상관 관계’라는 제목으로 미국의사협회 내과 저널(JAMA Internal Medicine)과 미국의사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에 최근 실렸다.

연구는 2013~2015년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7만8,500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7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로,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1세(40~79세), 여성이 55%(4만3,418명)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하루 걸음 수와 강도에 따라 암 발생 예방이나 심혈관 질환 발병률 및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평가했다. 변수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All-Cause Mortality)과 심혈관계 질환 및 암 사망률(CVD and Cancer incidents)을 측정했다.

다만 암일 때는 신체 활동 감소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13개 부위의 암으로 제한했다. 해당 암종은 식도암, 간암, 폐암, 콩팥암, 위암, 자궁암, 골수성 백혈병, 골수종, 대장암, 두경부암, 직장암, 방광암, 유방암 등이었다.

분석 방법은 콕스 회귀 모형(Cox restricted cubic spline regression models)이 사용됐다. 해당 모델은 사망이나 질병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아내는 분석 방법으로,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자를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손목에 착용한 가속도계를 이용해 설정된 케이던스(Cadenceㆍ걸음과 걸음 사이의 시간)를 기반으로 걸음 강도(걸음/분)를 측정했다.

걸음은 부수적인 걸음(Incidental stepsㆍ분당 40걸음 미만)과 의도적인 걸음(Purposeful stepsㆍ분당 40걸음 이상)으로 구분했다.

관찰 기간에 2,179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1,325명이 암으로 인해 사망했고 664명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자였다. 또한 1만245명에서 심혈관계 질환 발병이 보고됐고 2,813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할수록 모든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과 암 및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줄었다는 점이다. 또한 걷기 운동을 많이 할수록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졌다.

하루에 9,800보를 걸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50% 감소했으며 하루에 3,800보를 걸을 때부터 25% 정도 발병 위험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면 추가적으로 건강에 혜택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활동을 하는 참가자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하루에 30분 정도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은 비슷한 걸음 수를 걷는 것보다 심장 질환, 암, 치매 및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하루에 2,000보 더 걸으면 조기 사망, 심장병 및 암 발생 위험이 10% 줄어들었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평균 속도가 느린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5% 낮고 심장 질환이나 암 발병 위험이 25%, 치매 발병 위험이 30% 줄었다.

 

이 밖에 하루에 2,400~3,000보를 걷기만 해도 심장병ㆍ암ㆍ치매에 걸릴 위험이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호주 시드니대 연구원 매튜 아마디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에서 가장 큰 인구 표본을 바탕으로 진행된 분석 결과”라며 “결론적으로 하루 1만보를 걸으면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암 발생 및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아마디는 “특히 하루 걸음 수가 많을수록(최대 1만 보) 모든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망률이 줄고 암 발생 및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며 “또한 이보다 강도 높게 걷기를 시행한다면 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한국일보 2022년 9월 24일]

60대 황반변성, 2017 4.3만명→작년 12만명
황반변성은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데,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노안으로 착각하기 쉽다. 황반에 이상이 생기면 사물의 가운데가 검게 보이거나 건물·타일의 선 등이 찌그러져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노인 시력 저하와 실명의 주요 원인인 ‘황반변성’ 환자가 최근 4년 사이 2.3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황반변성 환자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로 시력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황반 내 시세포·시신경이 죽어 시력 장애로 이어진다.

세계 망막의 날(9월 24일)을 맞아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황반변성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황반변성 진료 인원은 2017 166007명에서 2021 381854명으로 130% 늘었다.

지난해 남성 환자는 161894명, 여성은 219960명으로, 2017년 대비 각각 106%, 152%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 인원도 2017 326명에서 지난해 743명으로 128% 증가했다. 환자 증가로 황반변성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7 1095억원에서 지난해 3170억원으로 약 3배가 됐다.

황반변성의 원인으로는 가족력, 흡연, 잦은 자외선 노출, 비만 등이 꼽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황반 부위가 소실·퇴화돼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황반변성은 가까운 곳의 작은 글자를 보기 힘든 ‘노안’과 달리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먼 곳을 보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조금 휘어 보이다가, 나중엔 그림의 특정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지난해 황반변성 진료 환자는 70대가 33%로 가장 많았고, 60 32%, 80세 이상 19%, 50 12%, 40대 3% 순이었다. 전체 환자 중 60세 이상 환자가 83%를 차지했다. 4년 사이 증가율에선 60대(175% 증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4만3851명에서 2021 12576명으로 급증했다.

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주로 50대 이후 발병하며, 선진국에서 60세 이상 인구 실명의 주요 원인”이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반변성은 완치는 어렵지만 일찍 발견해 잘 관리하면 시력 저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함께 생활 속 금연, 자외선 노출 최소화, 적정 체중 유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채소 섭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준용 기자

 

[조선일보 2022년 9월 22일]

건강기능식품을 먹기 전에는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의약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사람이 많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의회 '2020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건기식을 구매한 적이 있을 정도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과 달리, 크게 아프지 않아도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싶을 때 먹는 식품이라 더 편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함께 먹을 수 있는 약과 아닌 약을 잘 확인하고 복용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켜 장 건강과 배변 활동 등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나 고혈압 치료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저해제' 등과는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먹으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으며, 고혈압 환자가 유산균을 함유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먹으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저해제 작용이 증가해 혈압을 과도하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 성분 약물 복용도 주의해야 한다. 유산균이 장내 세균총 환경을 바꾸면, 소화관에서 대사율이 달라지면서 한방 성분 약물의 약효가 떨어지거나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이는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은 아스피린 등 혈액응고억제제와 함께 복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전(피떡)을 푸는 작용을 해, 피를 멈추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홍삼·인삼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진에 좋은 홍삼과 인삼도 혈액응고억제제나 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와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홍삼과 인삼에는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간혹 홍삼과 인삼은 혈압을 높이기도 하므로,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한 후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알로에
 
장 건강, 면역력 증진, 피부 건강 등에 효과적인 알로에는 강심제, 이뇨제, 부정맥 치료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 등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몸속 전해질 균형이 무너져 칼륨이 결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알로에가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은 과하게 섭취하면 약 효과가 증대돼 심장 기능이나 근육이 약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밀크씨슬은 약의 분해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의약품과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건기식은 면역억제제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마테, 녹차 등을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건기식 섭취 전에는 반드시 주의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안전하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2022년 9월 17일]

[편집자주] 잘 만든 차트 하나는 열 기사보다 낫습니다. 알차고 유익한 차트 뉴스, [더차트]입니다.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대한민국이 은퇴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중위권에 자리했으나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최상위 순위에 올랐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13일 투자관리사 네티식스(Natixis)의 '연례 세계 은퇴 지수'를 인용해 은퇴자가 살기 좋은 국가 순위를 매겼다. 이 순위는 44개국을 대상으로 18개 항목(재정, 의료 접근성, 의료비, 기후, 기대수명)의 분석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17위에 자리, 지난해 조사(23위)보다 6계단 상승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순위로, 한국을 제외하면 20위 이내 포함된 아시아 국가는 없다.

1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2~5위에 각각 스위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호주가 위치해 전체 순위의 최상위권에서는 유럽 국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국가의 경우 독일이 11위에 올랐고, 중국과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G2' 미국이 18위에 자리했다. 미국은 고용 불안정, 소득 불평등, 세금 압박 등 요인으로 전년 대비 순위가 1계단 하락했다. 이어 영국 19위, 일본 22위, 프랑스 24위 등으로 조사됐다.

채태병 기자

 

[머니투데이 2022년 9월 18일]

속도에 상관없이 하루 약 9800보를 걷는 사람들은 치매 발생 위험이 약 50%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숨쉬기 운동’ 다음으로 쉬운 게 바로 ‘걷기 운동’이다. 가벼운 운동이지만 꾸준히 하기만 하면 그 효과는 크다. 최근 하루 약 3800~6800보 걷는 사람들은 향후 7년간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적어진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하루 총 도보 수와 성인의 치매 발생 위험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40~79세 남녀 7만 8430명에게서 수집한 자료를 활용했다. 참여자들을 평균 6.9년간 추적 조사하며, 가속도계로 ▲하루 걸음 수 ▲걷는 속도를 측정한 값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 결과, 하루에 걷는 총 걸음 수와 치매 발생 위험 간 반비례관계가 관찰됐다. 어떤 속도로든 하루에 약 9800보 걸을 경우 향후 7년간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약 50% 낮게 나타났다. 속도에 상관없이 하루에 3800보를 걷는 사람들은 치매 발생 위험이 최대 25%까지 낮아졌다.

운동은 치매 발생을 예방하는 데 이롭다. 몸을 움직이면 뇌에 혈액과 산소, 영양분이 원활하게 공급될 뿐 아니라, 신경인자가 자극돼 신경의 보존과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하루 15~60분가량 주 3~5회, 총 6~12주간 걷기를 비롯한 운동을 수행한 후 전반적 인지기능이 향상됐단 실험 결과도 있다.

이 연구는 지난 6일 ‘‘미국의학협회 저널-신경학(JAMA Neurology)’에 게재됐다.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2022년 9월 7일]

헤어지면 연금도 반으로 분할해야
‘七거지惡 탈출’ 3편
#내돈부탁해

③三惡:황혼이혼

“늘그막엔 아내의 잔소리와 바가지도 고마워하자. 이혼당해서 혼자 살면 단명한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장년 남성들이 주고 받는 말이다. 아내와 함께 살면 혼자 살 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같지만 실제 통계로도 증명된다. 일본 주간지 ‘더 프레지던트’는 지난 2월 배우자 유무에 따른 남성의 수명을 조사해 소개했다. 50세 이상 남녀의 사망 연령(중간값)을 미혼, 이혼, 기혼, 사별 등 4가지 경우로 나눴다.

긴 세월 자식만 키우며 앞만 보고 살아왔던 노부부들이 결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황혼기의 이혼은 남성에겐 악재다./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은 사망 연령이 가장 빠른 ‘단명(短命) 위험군’이었다.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81.6세)보다 13년이나 빠른 68.5세에 사망했다. 현역 시절에 뼈 빠지게 일했는데 연금은 고작 3년만 받고 삶을 마친 것이다(65세부터 연금 수령). 이혼 남성의 사망 연령도 72.2세로, 역시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81.6세)에 못 미쳤다.

반면 평균수명을 훌쩍 넘기며 장수한 그룹은 아내와 사별한 남성(87.8세)이었고, 아내가 살아 있으면 81.2세까지 살았다. ‘초솔로사회’의 저자인 아라카와가즈히사(荒川和久)씨는 “미혼·이혼 등 독신 상태의 남성들은 평균수명까지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생활 습관과 외로움 등이 질병을 부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영화 '록키'와 '람보'로 인기를 모았던 76세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도 최근 결혼 생활 25년 만에 결별했다. 아내(재니퍼 플래빈)는 22살 연하로 모델 출신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스탤론 부부./조선DB
수십년 함께 살았던 부부의 이혼은 남녀 모두에게 상처가 되지만, 특히 남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경제적으로는 평생 일해서 모아왔던 연금이 반토막난다. 이혼하면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부부가 연금을 나눠야 한다.

일본은 2020년 기준 황혼이혼 비율이 21.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90년(13.9%)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났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5일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2008년부터 시작된 연금분할 제도를 꼽았다.

일본 서점가에 나와 있는 황혼이혼 관련서에는 연금분할 내용이 반드시 들어간다. 노후에 대비해 충분히 연금을 쌓았다고 자신했어도, 생각지도 못한 이혼 변수가 발생하면 인생 말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평생 월 250만원씩 연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70대 남성이 아내와 황혼이혼하면서 연금을 쪼갰고, 결국 반쪽연금으로 혼자 살게 됐다는 사례들이 넘쳐 난다.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씨는 “이혼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긍정적이며, 실제로 이혼을 준비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쪽도 아내가 대부분”이라며 “황혼이혼의 주도권은 여성이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라카와씨는 이어 “남성은 결혼을 애정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로맨틱한 환상을 품지만 아내는 현실을 냉정하게 본다”면서 “정년이 되어 일을 관둔 고령 남편은 객관적으로 보면 나이든 무직 남성일 뿐이며, 언제까지나 아내가 남편을 대우할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료=국민연금, 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사랑이 식어 옥신각신 다투는 노부부의 종착역은 황혼이혼이다. 황혼이혼이 일본처럼 늘어나면 이혼한 배우자와 연금을 나눠 갖는 ‘분할연금’도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할연금은 헤어진 배우자와 혼인을 5년 이상 유지하고, 전 배우자와 본인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61~65세)을 갖추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2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입한 사람의 월평균 연금액은 4월 기준 98만원인데, 분할연금 상황이 발생하면 아내는 본인 명의로 1년에 최대 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오래 살다가 헤어져 연금을 나누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혼 후에 부부가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이른바 ‘분할연금’ 건수는 지난 2022년 4월 기준 5만8702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만 해도 2만8000명 정도였는데, 4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올해도 4월까지 4000명 넘게 늘어났는데, 이런 속도라면 연말에 6만명은 가볍게 넘길 전망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됐는데 현 시점에서 황혼이혼을 하는 경우엔 부부의 혼인기간과 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겹치게 된다”면서 “꾹 참고 살던 아내가 남편의 퇴직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이혼한다면, 남편이 65세가 되어 받을 연금의 절반 가까이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늘어날수록 일본처럼 황혼이혼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편이 20년 동안 연금을 부었고 같이 산 기간도 20년인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남편이 받을 예상 연금액이 100만원이라면, 같이 산 기간이 분할 대상(100만원)이고, 아내는 그 절반인 50만원을 국민연금공단에 청구해서 받을 수 있다. 아내가 자격을 갖춘 뒤 5년 이내에 연금 수급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된다.

참고로 연금분할은 부부가 비율을 정할 수 있는데, 맞벌이의 경우엔 서로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하기도 한다. 재혼한 경우엔 남편이 같이 산 기간만큼 전·현 부인이 연금을 나눠 받는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2022년 8월 31일]

말기환자 등에 의료수단 계속 동원…생존만 연장하는 '나쁜 죽음'
"'의학적 최선'은 산 사람 죄책감 때문…죽는 이에 대한 존중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평소 다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좋아하는데, 특별히 어떠한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다.

생각의 흐름을 거쳐 도달한 결론 중 하나는 '인간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연법칙을 거스르며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길 거부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맞이하게 되는 것이 죽음이고, 인간도 동물의 한 종으로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한 사람 혹은 인간들은 자기 죽음을 지금보다 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의연하게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법칙에 의한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하다. 유독 인간만이 이를 거부한다. 질병에 걸리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질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인간도 지구상의 한 생명체로서 죽음과 탄생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죽음이 슬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앞서 말한 연유들로 나 자신은 죽음에 좀 더 의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언제 어디서 죽고자 함은 없으나 죽음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체의 연명치료 같은 것 없이 여유롭게 대처하고 싶다."

<#. 회사원 김용대(가명·41)씨가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내온 글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 연명의료에 대한 입장 등 일부 내용을 반영해 달라고 미리 요청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TV 제공]


'의학적 최선'이 간과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 출생 당시 체중이 1㎏ 수준이었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길지 않았던 아이의 생은 온갖 수술의 연속이었다. 머리, 눈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문제가 발견될 때마다 아이는 수술대에 올랐다.

아프다는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이는 병상에서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부모는 인공호흡기에 기대 생명을 이어가는 아이의 병원비를 계속 댈 여력이 없었다. 추가로 시도해볼 만한 의료적 수단도 딱히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병원 측은 호흡기를 떼기로 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병원은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수술을 비롯한 각종 의료조치를 부모에게 권하고, 전문가인 의사의 설명을 들은 부모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조치에 동의한다. 이런 상황이 아이에게 오랫동안 반복된 셈이다.

한 의료인은 이 사례를 두고 "환자가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지 수많은 수술을 거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라며 "의사는 환자 보호자에게 희망을 줘서는 안 될 때는 주지 말아야 하고, 인공호흡기 제거 결정을 하려 했다면 훨씬 일찍 해야 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 1만97명을 설문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애 말 '좋은 죽음'의 조건(복수응답)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 90.6%, 신체·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이 90.5%를 차지했다.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89.0%), '가족과 함께 맞는 임종'(86.9%)도 비율이 높았다.

[정한솔 제작]

나이가 들어 생을 마감하는 노인은 아니었지만, 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앞선 사례 속 미숙아의 죽음을 '좋은 죽음' 또는 '자연스러운 죽음'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신체 활동이 멈추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의학이 개입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죽음을 '의학적 실패'로 보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좋은 죽음은 쉽지 않다.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편히 죽고 싶어도 강제로 병원으로 옮겨지고, 죽을 때도 산 사람들을 위해 죽음의 선언이 미뤄지는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건 산 사람들의 죄책감에 관한 문제인데, 결국 여기에는 죽는 사람에 대한 존중은 없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서 연명의료 받다 임종, '최악의 죽음'"

 

전통사회에서는 집에서 가족에게 둘러싸여 맞는 죽음을 바람직한 죽음으로 봤다. 집 밖에서 죽는 '객사'(客死)는 나쁜 죽음의 한 유형으로 여겼다. 오늘날에는 집이 아닌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워낙 높아 오히려 객사가 일반적인 죽음의 유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병원 내 사망 중에서도 중환자실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다 맞이하는 죽음은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는 게 여러 의료인의 견해다.

중환자실의 본질적 기능은 '소생 가능성이 있는' 급성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것이다. 대한간호학회가 펴낸 『간호학대사전』은 중환자실을 이렇게 정의한다.

"외과계, 내과계 환자를 불문하고 중증환자를 한곳에 모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국소적 치료보다도 오히려 전신관리가 주체가 되는 환자가 대상이고, 급성 증상에서 강력하고도 집중적인 치료에 의해 회복의 가망이 있는 환자를 수용하는 곳이며 만성질환으로 증상이 진전되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들여보내는 곳은 아니다."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언제부터인가는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노인이나 말기 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가 중환자실로 옮겨져 각종 의료기구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생명만 유지하다 사망하는 일이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 건강보험 진료 통계를 보면, 2020년 중환자실 입원환자 중 65세 이상이 56.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입원자의 40.6%는 80대 이상이었다.

중환자실 입원 경험자들은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긴 뒤에도 우울증 등을 동반한 '중환자실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만큼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이다.

중환자실을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인공호흡기는 사실 환자를 매우 괴롭게 하는 연명의료 장치다. 호스가 목구멍을 타고 기도까지 삽입된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데다, 기계가 숨을 불어넣고 빨아들이는 일방적 패턴에 환자가 맞추지 못하면 심한 기침으로 기관지에 상처가 나는 등 속칭 '뒤집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인공호흡기 착용 환자에게는 진정제를 투여해 자발호흡을 억제한다.

그러나 병실에서 24시간 울리는 기계음, 늘 켜져 있는 조명 등 외부 자극이 많아 숙면하지 못하고 악몽을 꾼다. 호흡기를 달아도 때때로 호흡곤란이 오고,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환청을 듣거나 헛것을 보는 '섬망'을 겪기도 한다.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 결국 상태가 호전되는 환자들도 있겠지만, 애초에 말기 질환 등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까지 이같은 환경에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명예교수는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인공호흡기 등에 매달려 매우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고, 외부와 격리된 채 의식도 없는 상태로 죽게 되면 가족과 차분히 대화하면서 죽음을 맞는 과정도 없다"며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으면서 임종하는 것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숨만 붙여놓는' 의료조치…"환자 본인이 너무 힘들 듯"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CPR)도 연명의료가 되면 오히려 품위 있는 죽음을 가로막기도 한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더라도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의료진은 CPR을 하게 된다. 흉부에 강한 힘과 체중이 계속 실리면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손상될 수도 있다. 맥이 돌아온다 해도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고, 그대로 사망한다면 마지막 모습은 처참해진다.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저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신체 기능이 소진된 환자를 상대로 한 심폐소생술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큰 장애 없이 삶을 이어갈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요행히 일시적으로 심폐기능이 돌아오더라도 환자는 바로 연명치료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경우 환자는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중환자실에서의 삶을 기약도 없이 이어나가야 한다."

요양병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TV 제공]


오늘날 자녀들이 생업 등 이유로 간병을 책임지기 어려울 때 부모를 입원시키는 요양병원도 자칫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이뤄지기 쉬운 공간이다. 알츠하이머 등 회복 가능성이 없는 질병을 앓거나 말기질환 등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기본적인 의료조치만 받으며 머무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의견이 맞아 연명의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심폐소생술이나 수혈 등 조치로 생명만 유지하기도 한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환자는 대개 상급병원으로 옮겨지고,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또다른 연명의료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음식물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길 우려가 있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콧줄'로 불리는 튜브를 위까지 삽입해 유동식으로 식사를 한다. 의식조차 없이 누워만 있는 환자도 이런 식으로 영양을 투여받으며 생명을 이어간다. 기력이 남은 이들은 답답하다며 튜브를 뽑아대다 침상에 결박되기 일쑤다.

요양병원에서 6년째 요양보호사로 근무 중인 최모(67)씨는 "먹지도 못하고 소화도 못 시킬 수준이면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지만 병원에서는 '할일은 해야 한다'며 콧줄을 끼우고 연명의료도 한다"며 "'저렇게까지 해서 숨을 붙여놓으면 본인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했다.

박중철 교수는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이고 의사가 있으니 그곳에서 임종하게 해도 되는데 먹지 못한다면 일단 콧줄을 넣고, 상태가 악화하거나 악화 징후가 보이면 일단 상급병원으로 보내고 본다"며 "'어떻게든 생존시키는' 쪽으로만 우리 사회의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14일]

 
노후 위협하는 3대 가족리스크〈上〉
자녀-간병 리스크
늘어나는 캥거루족 고령화 추세
효자가 부모살해범 되는 비극
노후를 향해 돈 건강 행복을 챙기며 열심히 달려온 5060세대 앞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복병이 있다.
독립하지 못하는 성인 자녀, 갑자기 닥쳐오는 부모의 간병, 황혼이혼 리스크가 그것들로, 모두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다. 인생의 함정과도 같은 이 위기를 잘 극복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부모 노후 갉아먹는 자녀 리스크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성인 자녀,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고, 고령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6월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 중이다. 미혼 자녀의 64.1%, 미취업 자녀의 43.6%가 캥거루였고, 40대라 해도 미혼자는 48.8%가 부모와 함께 산다. 만혼(晩婚)과 비혼(非婚) 풍조가 퍼지고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이 겹치면서 자녀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캥거루족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고도경제성장에 편승해 사회적 입지를 굳히고 자산을 축적한 반면, 그 2세들은 산업이 성숙화하면서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사회에 진출했다. 고용과 자산 축적에서 애초에 불리하다. 그래서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 불린다.

국가마다 호칭도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이라는 뜻의 ‘파라사이트 싱글’, 미국에서는 ‘키덜트’(Kid+Adult),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왔다고 ‘부메랑 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금을 축낸다는 의미에서 ‘키퍼스’, 여기에 일단 결혼하고 독립했다가 주거비와 육아 등의 이유로 돌아온 ‘리터루’(return+kangaroo)족까지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캥거루의 극단적 형태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고령화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취직 빙하기’에 캥거루족이 된 ‘잃어버린 세대’(19751984년생)가 그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 부담을 예고하고 있는 것. 그들의 부모인 7080세대가 언젠가 고령으로 사망하면 그들의 연금에 기대던 4050 자녀 캥거루들은 생계가 끊기게 된다. 두 세대에 걸친 이런 고민을 ‘4070’ 또는 ‘5080문제’라 부른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이 문제가 된다. 많은 교육비를 투여한 것도 모자라 자녀가 결혼하면 집 팔고 대출받아 지원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더 심각한 것은 결혼 후에도 사업자금이나 생활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노후 계획을 탄탄하게 세웠다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 자녀들 등쌀에 부모의 노후 계획이 흔들리는 슬픈 이야기들은 도처에 넘쳐난다. ‘유전유효 무전무효’라거나 “(미리 재산을) 안 주면 시달려서 죽고, 찔끔찔끔 주면 졸려서 죽고, 다 주면 굶어죽는다”는 우스개마저 나돈다. 평소 ‘자녀 리스크’에 대비할 것을 누누이 강조해온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노후 자산을 너무 쉽게 내어주다가는 자칫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 금융교육부터
자녀 리스크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보자.

첫째,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심을 갖게 해주고 금융(재테크) 교육을 하는 것이 명문대 졸업장보다 훨씬 중요하다.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려면 부모 스스로도 자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 대표는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여건에 맞게 소비를 조절하고 ‘절약’하는 능력이 절실해진다고 강조한다.

둘째, ‘연금박사’로 알려진 이영주 CFP(재무설계사)는 목돈은 가능하면 현금 흐름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그는 “노인의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은 도처에 있다”며 “목돈 그 자체가 폭탄 같은 위험물”이라고 말한다. 목돈을 연금이나 배당수익이 나오는 형태로 묶어놓으면 자녀건 사기꾼이건 손댈 수 없고 노인은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셋째, 부모의 자산 상태와 노후 계획에 대해 자녀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주고 부모의 노후도 소중하다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부모 재산 소유권은 부모에게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해둔다.
○효도하는 자녀가 부모를 죽인다?
2020년생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5세(남성 80.5세, 여성 86.5세)지만, 건강수명(유병기간 제외 기대여명)은 66.3세에 불과하다. 인생 막바지 17.2년을 시름시름 아픈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5060은 자녀교육에 다걸기(올인)하는 동시에 부모 봉양 부담도 짊어진 세대다. 부모세대가 80세를 넘어서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보살핌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의 노후 준비도 안 돼 있건만 간병(돌봄 포함) 부담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독박 간병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특히 노인의 정신적 퇴행을 가져오는 인지증(치매)은 자녀의 심신을 갉아먹는 재앙에 가깝다.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 2013년 한류스타의 아버지가 이런 유서를 남기고 부모님과 함께 세상을 뜬 사건이 일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평소 극진한 효자였던 아버지는 연예인인 자녀들을 배려해 혼자 간병 부담을 짊어졌고, 우울증에 걸렸을지언정 힘들다는 내색조차 없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간병에 몸바쳐온 효자가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가 돼 버린 것이다.

고령자 간병 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에서는 노후의 가장 큰 리스크로 ‘간병 파산’을 들고 있다. 돈 문제뿐 아니라 간병 탓에 직장을 포기하거나 이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병퇴직’이 신조어가 됐을 정도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 병자가 병자를 간병하다가 한계에 이른 듯 간병살인이나 동반자살이 자주 벌어졌다. 유하라 에쓰코 일본복지대 교수의 2016년 집계에 따르면 과거 18년간 일본 언론에 한 줄이라도 보도된 간병살인과 동반자살은 716건에 이른다.

부모 간병을 둘러싼 잔혹사는 각종 드라마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이제는 부모를 버려야 한다’(시마다 히로미·지식의 날개)는 다소 섬뜩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종교학자이자 교육자인 작가는 “고령화시대에도 과거처럼 자녀와 부모에 대한 유교적 관념에 집착하다가는 다 함께 쓰러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책 앞머리에 소개된 2016년 도네가와강 동반자살 미수사건이 그런 예다. 직장도 그만두고 10여 년간 노부모를 간병하던 40대 딸이 차에 부모를 태운 채 도네가와강에 뛰어들었다가 딸만 구조됐다. 피로와 비관에 찌든 아버지가 ‘다 함께 죽자’고 제의했고 딸이 동의했다.

작가는 이런 사건이 워낙 흔하다 보니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다며 “딸이 부모를 일찌감치 버렸다면 이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만약 딸이라는 희생을 자처한 ‘보호자’가 없었다면 노부부는 더 일찍 지역사회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고 ‘부모살해’라는 가족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 내 간병, 자식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노인 간병은 길게는 10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 간병 때문에 직장이나 결혼 등 자신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독박간병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쉽다. 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 요양병원, 요양원, 간병인 등 동원 가능한 사회적 지원을 모두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다른 가족의 관심과 도움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

세월이 흘러 현재의 5060세대가 간병이 필요해진다면 어떨까. 5060세대는 형제가 대체로 여럿이어서 부담을 나눌 수 있었지만 자녀세대는 1, 2명에 불과하다. 자녀가 결혼을 해도 각자 자기 부모의 간병조차 감당하기 힘들 터. 결국 5060세대는 자녀에게 간병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간병을 필요로 하기 전, 사회에 여력이 있을 때 간병의 사회적 지원 방식과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후를 살아갈 다양한 공간과 방식에 대한 연구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5060세대는 마구잡이로 교육비를 쓰는 대신 훗날 사랑하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간병을 준비한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노후 리스크인 황혼이혼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다루고자 한다.

서영아 기자

[동아일보 2022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