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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보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숙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생의 3분의 1은 수면 속에서 보낸다. 수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씻어내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잠만 제대로 자도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잠을 제대로 자도 졸리고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3월 18일)’을 맞아 ‘건강한 잠’에 대해 알아본다.

◇남성 27%ㆍ여성 16%가 수면무호흡증



수면장애는 잠자는 시간뿐 아니라 잠자리에 들기 전부터 낮에 일상생활을 하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뜻한다. 수면장애로 인해 병원을 찾은 사람은 67만4,595명(2020년)이었다. 5년 전(45만6,124명)보다 47.9% 늘어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면장애에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불규칙한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 수면 도중 잠꼬대를 하면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행동장애’, 잠을 많이 자는 데도 잠이 계속 쏟아지는 과수면증이나 기면증(嗜眠症ㆍnarcolepsy)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잠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은 경우가 1시간에 다섯 번 이상일 때를 말한다. 숨이 막혀 컥컥대다가 ‘푸’하면서 숨을 몰아 내쉬게 된다. 잠잘 때 코골이를 하는 사람 가운데 70% 정도가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20년 기준 9만3,69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40~69세 인구 중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질병관리청).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을 함께 앓는 경우도 많다. 주은연ㆍ최수정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불면증을 호소한 성인 남성의 5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았다. 여성 불면증 환자의 35%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다.

수면장애를 피하려면 ‘수면 위생’을 적절히 지켜야 한다. 수면 위생은 잠을 적절히 자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행동을 일컫는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피하기, 잠자기 전 수분 과다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이 해당된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수면학회 회장)는 “이 같은 수면 위생만 잘 지켜도 수면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코골이가 심하거나 특히 나이가 많은데 혈압이 높고, 비만이라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원 다원 검사가 2018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면 다원 검사 비용은 10~15만 원 선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역류성식도염 있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야



평소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유삼 교수는 “술을 먹으면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은 오히려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잠들기 전에 과격한 운동도 피해야 한다. 운동하면 몸이 지치면서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여기지만 운동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신체를 흥분하게 만든다. 따라서 숙면하려면 잠들기 3~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도 숙면을 방해한다.

잠자는 자세도 ‘수면 질’에 영향을 준다. 코를 곤다면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눕는 게 좋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으로 입 안 구조물이 아래로 내려가고 목 안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위ㆍ식도 역류 질환이 있다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 위는 몸 왼쪽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한다. 반면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위산 역류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덧붙여 잠이 부족하면 뇌에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진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보통 6-9시간이다. 평일과 휴일에 잠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이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잠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잠자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판단력ㆍ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한 5가지 방법]



□잠자기 전 스마트폰ㆍTVㆍ노트북 등 밝은 빛이 나오는 기기를 오래 보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는다.

□늦게 잠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난다.

□잠자기 전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는 피한다.

□잠자기 전 과식, 수분 과다 섭취를 피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한국일보 2022년 3월 20일]

허리 통증(요통)은 허리와 허리 주변 부위가 아픈 증상을 말한다. 요통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흔한 증상으로 대부분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잠을 잘못 자도 허리가 아플 수 있고,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아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공: 코메디닷컴[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근육 염좌(삠, 접질림), 추간판(디스크) 탈출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저절로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나날이 심해진다면 이때는 병원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의사들도 환자들이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방문하면 절대적 휴식을 권장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의들도 “가벼운 요통의 경우 무조건 쉬는 것보다 간단히 움직이는 등 통증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브리데이헬스닷컴’과 ‘웹 엠디’ 등의 자료를 토대로, 허리 통증에 대처하는 운동법과 수면법에 대해 알아본다.

 
 
 

|운동법|

△가벼운 요통, 움직이는 게 도움

허리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근육통부터 뼈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심한 요통이 있거나 통증과 함께 배뇨 제어가 어렵거나 밤에만 통증이 나타나거나 골절 위험이 높은 상태라면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통증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가벼운 요통일 때는 무조건 쉬는 것보다 통증 부위를 계속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일상 속에서 허리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근육이 긴장하면 요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허리 통증이 있을 때는 허리가 앞쪽으로 볼록하게 들어가도록 C자 형 요추 전만이 이뤄지는 스트레칭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좋다.

△허리 건강에 좋은 유산소운동

척추를 건강하게 만들어 허리 통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꾸준한 운동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척추를 만드는 데는 걷기나 조깅 등의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

유산소운동은 전반적으로 다리와 허리 근력을 강화시켜주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 한 번에 15~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운동시간은 허리에 무리를 주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으므로 차차 늘려가는 것이 좋다.

|수면법|

허리가 아프다면 잠잘 때 자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은 보통 하루 7~8시간씩 잔다. 그런데 척추를 왜곡하는 자세로 그 긴 시간을 보낸다면 통증이 악화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을 덜 수 있는 수면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옆으로

가장 보편적인 수면 자세 중 하나는 옆으로 자는 것이다. 코를 고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세지만, 허리가 약한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척추가 한쪽 방향으로 처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옆으로 잘 때는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라”고 조언한다. 베개가 위쪽 다리를 받쳐서 골반이 자연스러운 위치에 놓이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태아 자세

척추 뼈 사이에는 뼈끼리의 충돌을 막아주는 젤리 같은 구조물이 있다. 바로 추간판이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랫동안 나쁜 자세를 취하면 디스크가 튀어나올 수 있다.

그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목이며 등, 다리를 아프고 저리게 만드는 게 추간판 탈출증이다. 추간판과 관련해 요통이 있는 경우라면, 옆으로 누운 뒤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자는 게 좋다. 이때도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는 게 도움이 된다.

△똑바로

허리가 아픈 사람은 엎드려 자는 것보다 등을 대고 바로 누워 자는 게 좋다. 이때 중요한 건 베개의 높이다. 너무 높으면 목의 곡선에 왜곡이 생기고 따라서 허리 통증도 심해질 수 있다. 똑바로 잘 때 역시 무릎 아래 작은 베개를 놓을 것. 그래야 골반이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베개

베개는 머리와 목, 등이 원래의 굴곡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 몸에 맞는 높이를 선택할 것. 전문가들은 “너무 푹신한 베개도 허리에는 나쁘다”고 말한다. 돌덩이처럼 딱딱해서는 곤란하지만 머리를 지탱할 정도로는 충분히 단단한 베개를 베야 한다.

△매트리스

베개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는 대개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자는 이들에게서 발생한다. 어떤 자세로 자든지 척추를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매트리스를 사용해야 한다.

 

권순일 기자

 

[코메디닷컴 2022년 3월 17일]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늘면서
4050 발병률, 3년새 20% 쑥
노안과 초기증상 거의 비슷
치료시기 놓치면 합병증까지

자외선 강한날 선글라스 필수
1시간 폰 사용후 10분 휴식을
체내 합성 안되는 항산화물질
루테인·지아잔틴 챙겨먹어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주로 후천성 백내장은 눈 노화가 원인으로 노인들에게 나타난다. 백내장은 발병률이 꽤 높은 편이며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 수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20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백내장 수술 건수는 1329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40·50대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보통 백내장은 60대 이상 노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데, 최근 3년 사이 40·50대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40·50대 백내장 진료 환자는 최근 3년 새 20.24%나 증가했다.

문제는 40·50대 환자의 경우 백내장과는 무관한 나이라고 생각해 안과를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백내장 초기 증상이 노안 초기 증상과 비슷해 백내장이 아닌 단순한 노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수술 후 시력 회복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 합병증 발병 위험, 심하면 실명까지

백내장이 흔히 발생하는 안질환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백내장은 치료 시기를 놓쳐 오래되면 수정체가 더욱 딱딱하게 굳고 팽창된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백내장 초기 단계보다 수술이 더 까다로워지고, 녹내장·포도막염 등 합병증이 발병할 위험도 높아진다. 정도가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최근에는 라식·라섹과 같은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 경우 일부는 백내장 수술 과정이 조금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대부분은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지만, 시력 교정 수술 후 난시·근시가 남아 있거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교정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백내장이 발생한 경우가 문제가 된다. 따라서 백내장은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백내장의 대표적인 증상은 시야 흐림, 시력 저하 등이며 사물의 색감이 떨어지거나 선명도가 저하되기도 하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본인의 나이가 백내장이 생기기에 이르다고 해도 안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스마트폰 사용 자제, 자외선 차단 등 생활습관 개선 통한 예방 중요

조기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생활에서 눈 건강 관리 수칙을 잘 지켜 백내장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내장의 위험 요소로 잦은 자외선과 블루라이트(청색광) 노출을 꼽는다.

이 때문에 외출 시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눈 속 수정체가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볼 때 노출될 수 있는 블루라이트(청색광)도 문제다. 따라서 스마트폰, TV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는 1시간 사용, 5~10분씩 휴식시간을 지켜야 한다. 또 멀리 있는 사물을 바라보고 장시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눈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관리를 해줘야 한다. 백내장 초기 발견 시에는 수술 치료가 아닌 약물 등의 치료를 시행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안과에 방문해야 한다.

◆ 루테인·지아잔틴 꾸준한 섭취 도움

이외에도 루테인·지아잔틴을 꾸준히 섭취하면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내장은 자외선, 노화 외에도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수정체가 하얗게 되며 생길 수 있다. 루테인·지아잔틴은 항산화 기능을 가진 색소물질로, 항산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정체에 변성을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해 백내장 예방을 돕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산화 스트레스란 자외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활성산소가 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 색소 물질이기도 하다. '황반'이란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의 중심이며,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황반은 루테인과 지아잔틴이라는 색소로 구성돼 있다. 주변부에는 루테인이, 중심부에는 지아잔틴이 밀집돼 있다. 이러한 황반의 색소 밀도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반면, 황반 색소를 구성하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외부로부터 섭취해 보충해줘야 하며, 꾸준한 섭취 시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999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따르면, 12년간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루테인·지아잔틴과 백내장 발병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그러지 않은 그룹보다 백내장 발생 위험이 무려 22%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녹황색 채소와 베리류, 해조류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따라서 당근과 케일, 시금치 등을 자주 섭취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을 통해 꾸준히 섭취가 힘든 경우, 루테인·지아잔틴이 함유된 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루테인·지아잔틴 제품을 고를 때 캡슐 기제도 확인해보면 좋다. 흔히 사용되는 동물성 젤라틴 캡슐은 소나 돼지의 가죽을 가공해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털을 제거하기 위해 화학약품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식물성 캡슐은 안전성이 높다. 이에 동물성 캡슐보다는 식물성 캡슐로 구입하는 것이 낫다.

유주연 기자

 

[매일경제 2022년 3월 16일]

美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 발표

'항산화 물질' 폴리페놀 성분 다량 함유
뼈 파괴 막고 염증 억제해 위험도 낮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50세 이상 여성 환자가 대부분이다. 폐경기에 이르게 되면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골다공증이 발생한 이후 약물이나 치료를 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하루에 자두 한 알을 먹는 습관이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뉴트리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총 26건의 설치류 동물모델에 대한 연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두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효소 발현을 증가시키고,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인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식습관, 생활방식 등에 의해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화 스트레스를 받아 손상된 세포는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뼈가 약해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항산화 물질은 뼈 조직을 파괴하고 흡수하는 데 기여하는 파골세포의 형성을 막는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건도 분석했다. 6~12개월간 하루 자두 한 개(50~100g)를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골밀도가 높았고, 골흡수 지표(TRAP-5b)는 더 낮았다. 골흡수 지표가 낮다는 것은 칼슘 등의 손실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특히 팔뚝과 척추 아래쪽 뼈의 골밀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으며, 골회전율도 낮았다. 골회전율은 우리 뼈가 얼마나 많이 파괴되고 다시 생겨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 몸에는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와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파골세포가 조골세포보다 더 활성화돼 뼈가 약해지는데, 이런 경우 골회전율이 높아진다. 코니 로저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자두의 항산화 물질이 뼈가 파괴되는 것을 줄이고, 염증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골다공증 위험을 낮춘다”고 했다.

연구팀은 자두가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이유로 장내미생물군의 변화를 꼽았다. 폴리페놀, 미네랄, 비타민K, 식이섬유 등 자두의 여러 영양분이 장 속에 이로운 미생물을 증가시켜 염증 반응을 낮췄다는 것이다. 로저스 교수는 “장내미생물군이 변하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이 줄고,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세포 손상의 지표가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향후 1년간 자두 섭취가 뼈를 형성하고 염증 경로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또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더 연구할 계획이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2020년 기준 104만 명이다. 세계적으로 골다공증을 앓는 50세 이상 여성은 2030년까지 13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골다공증 환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지원 기자

 

[한국경제 2022년 2월 25일] 

[사진 셔터스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완료율이 국내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25일), 접종 뒤 이상 반응 의심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의 '47주차 코로나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주간분석결과'(2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접수된 이상 반응 의심 신고건수는 44만623건(누적 접종 건수 1억1226만7383건 기준)으로 나타났다. 접종 10만건당 392.5건의 이상 반응 의심 신고가 이뤄지는 셈이다. 한 주 전 접종 10만건당 이상 반응 신고 건수(394.5건) 보다 소폭 줄었다.

접수된 이상 반응 의심 신고 중 접종부위 통증이나 두통·오한·근육통·발열 등 일반이상 반응은 96.2%였고, 아나필릭시스 등 중대 이상 반응을 보인 경우는 3.8%였다. 접종 차수별 이상 반응 의심 신고건수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차 접종자의 경우 일반이상 반응 95.8% 중대이상 반응 4.2%, 2차 접종자의 경우 일반 96.9% 중대 3.1%, 3차 접종자의 경우 일반 96.3% 중대 3.7% 등이었다.

보건당국은 접종부위 통증이나 두통 등 가벼운 이상 반응의 경우 정상적인 면역형성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3일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하버드대 의대팀 "부작용 3분의 2는 노세보"

이런 가운데 접종한 뒤 두통·피로 등 가벼운 부작용이 나타난 건 백신 자체의 부작용이 아닌 심리적 영향 탓이란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테드 캡트척(Ted Kaptchuk)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호소한 일반적인 부작용 중 3분의 2 이상은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내용은 지난 18일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게재됐다.

 

'노세보 효과'는 약효에 대한 불신, 부작용 우려 등 '부정적 믿음' 탓에 실제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역플라세보 효과'라고도 하는데, 가짜 약을 먹고도 좋아질 것이란 기대 덕에 진짜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의 반대개념이다. 캡트척 교수는 약효의 심리적 영향을 분석하는 '플라세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사진 셔터스톡]

1차 접종 76%, 2차 접종 52% '노세보' 나타나

연구팀은 미국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12건을 분석한 결과, 1차 접종 뒤 나타나는 일반적 부작용 중 76%와 2차 접종 후 부작용 중 52%가 '노세보 효과' 탓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선 혈전·심근염 등 물리적 변화가 나타나는 중증 부작용은 배제하고, 경증 부작용만 분석했다.

 

분석한 임상시험 12건에는 실제 백신 접종자 중 2만2802명, 가짜 백신 접종자(위약군) 중 2만2578명의 부작용 보고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실제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이 겪은 부작용 중 노세보 효과로 나타나는 비율을 추산했다.

1차 접종에서 위약군의 35%가 피로·두통 등 '전신부작용'을 보고했고, 16%는 주사부위가 붉게 변하거나 붓는 '국소부작용'이 나타났다. 진짜 백신 접종자는 46%가 한 가지 이상의 전신 부작용을 호소했고, 3분의 2에서 국소 부작용이 일어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백신 접종자에게서 나타나는 전신 부작용의 76%는 '노세보 효과'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2차 접종에선 위약군 중 전신부작용 32% 국소부작용 12%로 나타났고, 실제 백신 접종자의 경우 전신부작용 61% 국소부작용 73%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실제 백신 접종자의 부작용 중 52%가 노세보 효과로 추정됐다.

"접종 불안감이 신체 변화시킬 수 있어"

캡트척 교수는 "두통·통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며 "연구결과 이 이 같은 부작용은 일상적인 통증을 백신 부작용으로 오인하거나, 접종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학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며 "이번 연구가 '노세보 효과'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알려, 일반인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걱정과 백신 기피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석현기자
 
[중앙일보 2022년 1월 30일]

[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10)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Covid-19) 시국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모셔야 하는 가족 입장에서는 걱정과 불안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관련 시설이나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보도되면 죄책감까지 느껴진다.

요즘 홈케어가 가능한 맞춤 전문가 파견 서비스가 있어 집에서도 시설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어르신은 일상에서 서비스를 누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 [사진 pxhere]

어르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시설만 있는 것일까?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의 주거 공간이 혹시 ‘집’이 될 수는 없을까? 오늘은 코로나 상황이나 이슈들에 민감한 보호자를 위해 가정집을 요양 공간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가이드하고자 한다.

첫째, 건강 및 거동 상태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일반적으로 요양 시설에 어르신을 모시면 365일 24시간을 정해진 공간에서 토탈케어를 할 수 있다. 의료인이 상주하는 곳에선 필요하면 즉각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메리트다.

반대로 집은 어떨까. 우선 집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상주하게 되면 가족 구성원 중 일부는 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집 근처에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가능한 의료시설이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결국 보호자는 비용 대비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춘 시설을 찾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시설로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어르신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오히려 시설보다 집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귀향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어르신은 평소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지고 왕래하던 이웃과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 평생을 유지하던 습관이나 활동을 중단하면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감은 커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이는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또한 집과 달리 시설은 여러 사람과 보내는 공용공간이다 보니 규정과 규칙이 있다. 면회 시간부터 식사 시간, 식사 형태, 외출, 개인 활동, 내부 프로그램 등 생활에 제약이 따른다. 고가의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개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겠지만 평균적으로 비용이나 시설의 인원 제한 등으로 인해 모두가 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에 거동이 불편하지 않고, 건강이 위험하지 않다면 시설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인 집에서 관리를 받는 것이 어르신에게도 더 낫다.

집에서 하는 요양일수록 삶에 요양 관리가 스며들어야 하므로 더욱 개인의 상태와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사진 pxhere]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녀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시설의 전문적인 케어 없이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홈케어가 가능한 맞춤 전문가 파견 서비스가 있어 집에서도 시설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어르신은 일상에서 서비스를 누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이 예전처럼 일방적인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이로 인해 건강한 가족 관계 유지도 가능하다.

체계화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선호 요소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운동 및 재활 전문가가 방문하고, 또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외출이나 산책을 돕는 등 맞춤 케어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속된 케어 시간에는 전문가가 돌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소가 집이다 보니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요양 시설의 사건 사고에서도 조금은 멀어질 수 있어 안심이다.

 

둘째, 사소한 것도 전문가와 상담 후에 결정하라
어르신의 건강은 ‘근육 저금’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노화 방지와 기력 회복에도 도움이 되기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시설에서는 정기적인 활동 시간을 프로그램화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개인의 의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어르신의 근력이 감소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활동량을 관리해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시설처럼 영양사의 전문적인 식단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의 몸에 맞는 음식과 재료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양부족이나 잘못된 식단으로 인한 트러블을 막고 어르신이 음식을 거부하는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안의 위생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설거지, 화장실 청소, 바닥 청소, 먼지 제거 등은 오랜 시간 집에 머물러야 하는 어르신의 면역력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어르신만 계신 집에서는 이를 게을리하거나 놓치기에 십상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전문 영역이 대부분이기에 가족이나 개인이 모든 것들을 관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기를 권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일상적인 것이기에 가벼이 여겨질 수 있는데, 집에서 하는 요양일수록 삶에 요양 관리가 스며들어야 하므로 더욱 개인의 상태와 취향이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청소와 산책은 매일 하고 주 단위의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람에 따라 매일 청소를 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산책의 범위와 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식단 역시 컨디션에 맞춰 조율돼야 한다.

이처럼 집에서도 시설 수준의 개인 일과를 짜 맞추기 위해서는 어르신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최적화된 결론을 낼 수 있는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어르신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개인 맞춤의 요양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 준다면 집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돌봄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어르신은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면서 정서적 불안감은 커지고 결국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사진 pxhere]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2025년부터는 우리나라도 1000만 인구가 고령이 되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다고 예상한다. 생각보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최근 들어 요양을 위한 관련 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급속도로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과적으로 시설을 대신할 홈케어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변화인 셈이다.

반면에 가족 요양제도를 통해 홈케어 혜택을 보고 있는 인구는 고작 약 4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현실에 비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고령인구의 홈케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돌봄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부분은 확대해 나가는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기준처럼 노인 장기 요양 재가급여(방문 돌봄) 구간을 3~5등급에 한정하고 등급에 따라 별도의 차이 없이 월 100만 원 내외라는 한정된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2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지원이 다양한 재가급여 구간을 구성하거나, 획일화한 보조금 운영이 아닌 세분화하고 자유로운 재가급여 보조 운영 등으로 개편하는 등의 구체적인 변화가 고려되어야 한다.

더불어 돌봄 서비스(등급에 따라 월 100만 원 내외)와 복지 용구(1년간 150만 원 내외)의 지원 형태로 돌봄 산업에 대한 시선을 넓힌다면 홈케어를 위한 집수리 보조금이나 재활 운동 보조금 등의 지원까지 확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관련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를 목전에 둔 지금이라도 돌봄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시설의 부족함이 느껴졌을 때 준비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홈케어의 영역까지 철저하게 대비해 어르신은 집에서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성숙한 돌봄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2022년 1월 26일]

수면제 받으러 가기 전 ‘앱 처방’ 받으세요
디지틀로 잠을 관리하는 시대

밤에 잠 잘 자는 수면 위생 10가지

66세 여성 남모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정년 퇴임 후 동호회 활동, 외국어 공부 등을 하며 바쁘게 지냈다. 그런데 3년쯤 지나자 밤에 잠이 안 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해 뜰 때가 되어서 잠자게 되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수면클리닉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정년 퇴임 후 자유를 만끽한 것이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늦은 시간까지 모임을 하느라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졌고, 이에 따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매일 달랐다.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불규칙한 수면 스케줄을 일정하게 하자, 불면증이 점차 호전됐다. 요즘은 전날 무엇을 하든, 주말이나 휴일이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러자 밤 11시 정도가 되면 자연스레 졸음이 와서 잠에 잘 빠져든다.

◇불면증, 약 대신 인지행동치료

수면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밤에도 뭔가를 하는 일상 탓이다. 수면장애 환자는 2010 49만명이던 것이, 2020년에는 104만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10년 사이 두 배가 됐다.


잠의 시작 혹은 유지에 어려움이 있거나, 다시 잠들 수 없는 새벽 각성이 주 3일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일상이 힘들고, 학업, 직업 등에 기능 손실이 일어난다. 불면증은 우울증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 발병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심혈관계질환 유발 및 악화 요인이 되니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불면증은 잠을 유지하는 데 취약한 기질이나 성격이 원인을 제공하여 오거나 스트레스가 급성 불면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불면증이 장기간 지속되는 원인은 역설적으로 불면증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오늘은 잘 수 있을까?” “오늘 못 자면 내일 발표를 망칠 텐데” 등의 불안과 걱정, 그리고 잠이 안 오는데도 침대에서 계속 뒤척이는 식의 수면에 방해되는 행동 반복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배경 속에 수면에 대한 행동과 인식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불면증 주요 치료 수단으로 떠올랐다. 수면 스케줄을 짜고, 때로는 수면 시간을 제한하고, 잠에 들게 하는 수면 위생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치료가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와 비교해도 효과가 더 우수하거나 비슷하다.

◇디지털 앱으로 수면 관리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널리 파급되지 못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널리 쓰이면서 모바일 앱을 이용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활발하다. 약을 처방받듯, 모바일 앱을 통해 인지행동치료를 처방받는 세상이 온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0년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Somryst) 처방 및 사용을 승인했다.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영국은 국가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사용 비용을 지원한다. 다만 원격 진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의사 처방 없이 수면 건강 증진 목적의 모바일 앱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숲속 바람소리,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 등 백색 소음을 통해 수면을 유도하거나, 명상이나 간단한 스트레칭, 스트레스 대처 방안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앱으로는 캄(Calm), 슬립사이클(Sleep cycle), 슬립스코어(SleepScore), 헤드스페이스(Headspace), 필로(Pillow) 등이 있다. 대다수가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한다.

몇몇 앱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를 이용하여 수면을 분석하고 조언을 제공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모바일 앱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던 수면 건강 앱으로는 슬립 모니터(Sleep Monitor), 슬립 사이클(Sleep cycle), 베터 슬립(BetterSleep), 슬립 티오리(Sleep Theory) 등이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에임메드와 웰트가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수행 중에 있다. 한국형 인지행동 치료제가 우리나라 환자에게 쓰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상의 디지털로 잠을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건강센터 교수

 

[조선일보 2022년 2월 9일]

바로잡아야 할 비대칭 습관

한번 밴 습관은 우리 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가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부정적일 때가 많다. 차곡차곡 쌓이다 극심한 통증이나 변형, 각종 질환으로 표면화한다. 근골격계 문제가 대표적이다. 무심코, 편해서 취하는 안 좋은 자세와 행동이 은밀하게 지속해서 신체 곳곳의 밸런스를 깨뜨린다.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이 생활습관병으로 손꼽히는 배경이다. 특히 한쪽으로 치우치는 비대칭적인 자세와 행위는 어깨·척추·골반·치아 건강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비대칭 습관을 갖고 있다면 당장에라도 올바른 자세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사람의 몸은 대칭을 이루기 쉽지 않다.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등 평소에 주로 쓰는 손이 따로 있다. 손뿐 아니라 거의 신체 모든 관절과 부위의 움직임은 한쪽에 편중돼 있다. 이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자세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한쪽 부위와 관절에 하중이나 힘이 쏠리면서 관절에 부하가 과도하게 생기기 때문이다.

방치하면 변형·통증·악화 악순환
일상에서 통증과 질환을 유발·악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비대칭 습관은 앉아서 다리 꼬기다.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 위에 포개서 앉으면 당시에는 편하게 느껴지지만 골반과 척추에는 심한 부담을 준다. 다리를 꼬고 앉으면 골반이 한쪽으로 올라가면서 틀어진다. 골반이 틀어지면 몸이 상체를 바로 세우고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척추가 휘게 된다. 꼬아 올린 다리의 하중이 고스란히 골반과 척추에 전해지는 셈이다. 특히 다리를 꼰 상태에서 컴퓨터 작업 등을 위해 허리를 앞으로 당기거나 숙이면 이런 부담은 배가된다. 척추와 골반 건강을 망치는 가장 대표적인 자세다.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가방은 자신에게 편한 쪽 어깨로만 메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가방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가방을 멘 쪽의 어깨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틀어진 어깨를 보상하기 위해 가방을 멘 쪽으로 척추가 휘게 된다. 또 골반은 가방을 멘 쪽의 반대편으로 틀어진다. 가방이 무거워지고, 몸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척추와 골반의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한쪽으로만 가방을 메다 보면 한쪽 어깨가 올라오는 변형이 굳어지고 척추측만증과 허리 디스크가 생기거나 악화하기 쉽다.

한쪽으로 씹거나 한쪽 턱을 괴고, 엎드려 자는 습관은 턱관절과 안면 비대칭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한쪽으로 씹으면 저작 압력이 한쪽 치아에 편중되면서 치아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퇴행성 턱관절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턱을 괴거나 한쪽으로 엎드리는 자세 역시 턱관절에 측방압을 발생시켜 턱관절 통증과 염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기간 지속하면 한쪽 턱관절이 침식·흡수돼 얼굴이 틀어지는 안면 비대칭으로 이어진다. 고려대구로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임호경 교수는 “이런 안 좋은 습관으로 생긴 턱관절 통증을 방치하면 관절염으로 진행·악화하고 관절 흡수, 안면 비대칭, 한쪽 관절의 부하, 관절염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칭·운동 등 지속해야 개선
이런 비대칭 습관은 최대한 빨리 끊는 것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우선은 비대칭 요소를 최대한 없앤다. 앉아서 다리를 꼬지 않거나 가방은 백팩을 양쪽 어깨에 메는 것이 가장 좋다. 백팩은 끈을 조절해 허리에 백팩이 잘 붙어 있도록 해야 척추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잠을 잘 땐 바로 누워 자는 것이 이상적이다.

비대칭 요소를 없애는 것이 어렵다면 균형을 이루는 것도 방법이다. 양쪽으로 번갈아 다리를 꼬거나 양 어깨에 번갈아 메는 것이다. 음식을 씹을 땐 양쪽 치아를 고루 사용한다. 의식적으로 주로 쓰던 쪽의 반대쪽을 쓰려고 하는 편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될 수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는 “척추측만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휜 쪽의 반대쪽으로 운동을 시켜준다”며 “사용이 편중됐던 쪽의 반대편을 운동하다 보면 조금씩 바로잡아 가는 데 좋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스트레칭이다.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일시적인 행동으로 그 영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 다른 습관으로 고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하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는 것이 도움된다. 강 교수는 “이미 습관화된 것은 누군가 잔소리하거나 지적해도 다시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고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수시로, 반복·지속하기 쉬운 것이 스트레칭인 만큼 균형 잡힌 스트레칭은 비대칭 습관을 바로잡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운동이다. 자세가 중시되는 웨이트 트레이닝, 필라테스, 요가 등이 대표적이다. 정확한 자세를 배워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교수는 “자세를 배워서 하는 이런 운동들은 우선 스트레칭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데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도움된다”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 중에는 자세가 나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 좋은 습관을 바로잡는 데 벼락치기는 없다. 욕심을 버리고 꾸준히 오래 지속하는 게 핵심이다.

류장훈 기자

 

[중앙일보 2022년 1월 24일]

[행복한 노후 탐구]

휴대폰 알람 없는 평일 아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출근 시간이 사라지는 날이 언젠가는 닥친다. 치열한 사회 생활의 일단락을 의미하는 은퇴 얘기다.

그런데 은퇴는 충분한 노후 자금을 준비해 놓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은퇴 이후 40년 이상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에는 부부, 자녀 등 가족 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갈등 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정년(停年) 소설’ 내용을 토대로 예비 은퇴자들이 빠지기 쉬운 3가지 착각을 뽑아봤다.

노후에도 고정적으로 나가든 돈이 많아 생활비가 꽤 든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은 기본이고,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일러스트=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①“너희들이 내 재산이고 보험이지”

생업에서 물러나면 그때부터 자녀들에게 부양받다가 생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 혹시라도 하고 있었다면 버려야 한다. 은퇴 전문가들은 ‘자녀=노후 대책’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창희 트러스톤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자녀가 노후 대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100세 될 때까지 모실 자식도 드물고, 자식 세대도 자기 사는 문제로 허덕거리고 있다”면서 “자녀에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퍼줬으니 당연히 봉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들은 부모의 지원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싶지만 그럴 만한 경제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치솟은 집값, 높은 세금, 조기 퇴직 등으로 예전보다 생활 형편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은퇴한 부모님을 부양하고 있는 40~50대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황모씨는 “남편이 50을 넘어 곧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인데 시댁에서 세금 걷듯 매달 생활비를 받아가서 힘들다”면서 “20년 키워주고 30~40년 자녀를 힘들게 하는 것이 올바른 효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는 “애들 학원비로 돈이 많이 들어 힘들 테니 이번 설날엔 챙기지 말라고 부모님이 먼저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장남을 화수분으로 아시는 건지, 나중에 우리 노후는 도대체 누가 보살펴 줄 것인지 걱정된다”고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 이씨는 “만약 내 자녀의 예비 배우자가 부모 부양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혼을 결사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50대 회사원 최모씨는 “우리 부모 세대는 이렇게 오래 살게 될 지 몰랐고 자녀 부양이 당연한 시대였으니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순 있지만, 우리 세대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자식 세대는 우리보다 살기가 빡빡할 것을 뻔히 아는데, 짐이 되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은 “자녀가 괜찮은 일자리를 갖기 어렵고 부모보다 풍족하게 살 가능성도 낮은데 죽을 때까지 부양 받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내가 90살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자녀도 이미 60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치다테 마키코(內館牧子)의 소설 '끝난 사람'은 순식간에 노년의 삶으로 접어든 남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정년 퇴직 예정자와 가족 구성원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난 2018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영화 공식사이트
②“집사람이 같이 놀아주겠지”

과거엔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사는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00세 시대에는 노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시간이 최소 30년이다.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갔다가 자정에 귀가하고 주말도 없이 일했던 남편에겐 로망이 있다. 아내와 하루 3끼 식사를 같이 하고 주말엔 영화도 보러 나가고 마치 결혼 전 연애 시절처럼 살아 보길 원한다. 거주지도 전원 생활이 가능한 서울 근교로 옮기고 주말 농부로 살아보고 싶다. 당연히 아내도 본인과 같은 노후 생활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의 속마음은 다르다. “하루 온종일 같이 지내라고요? 애들 다 키웠는데 다 늙어서 남편까지 돌봐야 하나요. 밥도 점심, 저녁까지 신경 써서 차려줘야 하고, 놀아줘야 하고, 은퇴해서 위축된 남편 기분도 달래줘야 하고, 정말 너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요.” “혼자서 할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왜 하루 종일 저(아내)만 찾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한 용건도 없는데 괜히 찾고, 정말 답답해요.”

은퇴 노부부의 동상이몽(同牀異夢)은 일본의 베스트셀러인 ‘끝난 사람(終わった人)’에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형 은행 임원 자리까지 올랐지만 출세 코스에서 밀려나 정년 퇴직을 맞이한 63세 남자 주인공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같이 온천에 갈래? 세계문화유산을 함께 보러 가면 좋겠고 벚꽃 시즌이니까 드라이브도 하면 좋겠고...”

하지만 아내의 대답은 뜻밖이다. “1박 정도면 따라가 주겠지만 바빠서 그 이상은 안돼, 친구하고 같이 가.” 남자 주인공은 “아내의 답변을 들으면서 여생을 아내와 함께 즐기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꿈이었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비참해 한다.

은퇴는 삶의 터전이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일 중심으로 살아온 직장인이었어도 은퇴하면 관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김동엽 센터장은 “회사일만 해 왔던 남편은 아무래도 집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킹에 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내는 그 동안 지역에서 나름의 네트워킹을 만들어 활동을 해 왔는데 남편 때문에 개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순이가 되어야 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결국 부부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은퇴한 남성에게 필요한 것 다섯 가지는 아내·와이프·처·마누라·집사람이라고 하지만, 은퇴 가정 아내의 우선 순위에는 남편이 없다. 일본의 노후 전문가 오가와 유리(小川有里) 씨는 “일본에서 은퇴 후에 가장 사랑받는 남편은 노후 준비 잘해둔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아내 말 잘듣는 남편이 아닌,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노후 자금이 없습니다(老後の資金がありません)'는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딸의 결혼, 시아버지 장례식, 부부 동반 해고, 시어머니의 요양시설 입소 등 한꺼번에 몰아닥친 삶의 변화에 노후 파산을 걱정하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그렸다. /영화 공식사이트
일찍 죽으면 어떡하지”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연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일찍 죽으면 손해인데 왜 가입해야 하나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야말로 크나큰 착각이다. 현재 한국 남녀의 최빈 사망 연령은 평균 88세다.

강창희 대표는 “지금 세대의 노후 준비는 부모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운이 나쁘면 120세까지 산다라는 말이 있듯이 대책 없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엽 센터장도 “일찍 죽을까봐 걱정할 게 아니라, 오래 살 것을 걱정해야 한다”면서 “노후에는 의료비, 생활비 등 고정 지출이 많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반드시 필요하고, 연금을 통해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2022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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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팀(제1저자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훈지 전임의)이 리뷰 논문을 통해 비타민 D 결핍이 코로나19의 발병과 중증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구체적 기전을 밝혔다. 리뷰 논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최신 연구 성과를 총 정리해 발표하는 형태의 논문이다.

비타민 D는 신체 내의 다양한 면역 반응을 비롯해 선·후천 면역 체계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 팬데믹 초기부터 국내외 여러 연구진들이 비타민 D가 코로나19의 감염률 및 중증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보고해왔다. 이에 임 교수팀은 더 나아가 해당 연구들을 총 망라해 코로나19에 대한 비타민 D의 역할과 기전을 보다 명확히 밝혀내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혈중 비타민 D의 농도가 낮을수록 코로나19의 발생 위험 및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이를 보충할 시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의 양성률이 감소하고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서 중환자실 입원률과 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양상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면역 체계과 염증 반응 시스템의 이상을 지목했다. 비타민 D 부족 및 결핍은 ▲항균성 단백질인 ‘항균 펩타이드’ 생성 감소 ▲‘T 세포’의 면역반응 이상 ▲폐 상피세포의 자멸사 증가 ▲면역 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되며, 중증 환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의 위험성이 증대된다는 설명이다(그림1).

또한, 낮은 비타민 D 농도가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중증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의하면 비타민 D 결핍은 혈압조절 체계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과 포도당 대사 기능을 저하시켜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킴으로써 치명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연구팀은 비타민 D 부족이나 결핍이 있는 경우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일반적인 권장 범위(40~60 ng/mL)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30 ng/mL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시 코로나19의 감염률과 중증도 및 사망률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았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는 “비타민 D 부족, 결핍이 코로나19에 대한 감수성 및 중증도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비타민 D 부족 및 결핍 환자에게 비타민 D를 보충해 주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호흡기 감염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신저자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혈중 비타민 D 농도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비타민 D 결핍이 코로나19 경과에 좋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따라서 팬데믹 기간 동안 비타민 D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국제 진료지침의 권고사항에 따라 혈중 농도를 30 ng/mL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내분비·대사질환 리뷰(Reviews in Endocrine and Metabolic Disorders)’의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2022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