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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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및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든 수퍼 곡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주로 먹는 쌀이나 밀 등에 비해 단백질·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어서 노화 방지·피로 회복 등에 도움이 된다. 대표 수퍼 곡물에 대해 알아본다.
◇귀리 면역력 증진이나 다이어트에 좋다. 몸에 활력을 주고,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돕는 비타민B2가 100g당 0.1㎎ 들었는데, 백미의 세 배 정도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은 각각 11g·14.3g으로, 백미의 11배·2 배 수준이다. 귀리를 익혀서 납작하게 누른 '오트밀(oat meal)'은 간식으로 만들어 먹기에 좋다.
◇퀴노아 노인이 먹으면 좋다.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E가 100g 당 2.4㎎ 들었는데, 이는 백미(0.4㎎)의 6배이다. 뼈 건강에 좋은 칼슘 함량은 47㎎으로, 백미(14㎎)보다 세 배 많다. 검은색·붉은색·흰색 등으로 다양한데, 맛이나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다.
◇렌틸콩 임신부가 먹으면 좋다. 렌틸콩 100g에는 단백질 25.8g, 철분 7.5㎎, 엽산 479mcg이 함유돼 있다. 이는 각각 백미의 약 4배, 6배, 133배 수준이다. 색깔이 갈색·주황색 등 도정한 정도에 따라 다르다. 주황색 렌틸콩은 갈색 렌틸콩을 도정한 것이다.
◇아마시드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 리그난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하나다. 아마시드가 골다공증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날 것으로 먹으면 두통이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물에 한 시간 이상 담가두거나, 볶아서 먹어야 한다.
◇치아시드 치아시드 한 큰술을 먹으면 우유 한 잔을 마실 때만큼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치아시드 100g 속 칼슘 함량은 631㎎).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은 각각 38g·16g으로, 백미의 39배·2.6배다. 혈행개선에 좋은 오메가3가 17.5g, 아연이 3.5㎎ 들어 있다. 생으로 먹을 때는 한 번에 두 큰술 이상 먹지 않도록 한다.
◇과다 섭취 시 소화불량 다만 유아·노인이나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이 수퍼 곡물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 올 수 있다. 식이섬유 역시 아연이나 철분 같은 미네랄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많이 먹으면 안 좋다. 밥을 지을 때 백미 대신 넣거나, 빵·과자 같은 간식을 수퍼 곡물 샐러드 등으로 대체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1995년 출간 ‘망치…’ 손봐 재출간 중2때 톨스토이 소설로 책에 빠져 1960년대 美하버드대 연구교수땐 ‘벽돌책’ 몇권씩 읽는 문화에 놀라 “청년들, 독서로 나만의 생각 쌓아야”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그는 “요즘도 글을 쓰다 막히면 고전을 읽으며 답을 찾는다”며 “젊은이들이 숲 속에서 길을 찾듯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독서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30여 년 전 교수님 말씀이 옳았습니다. 젊은 시절 일에 쫓겨 독서를 게을리했는데 임원이 되고 보니 ‘정신적 빈곤’이 몰려오네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1)는 최근 만난 삼성그룹 임원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김 명예교수가1980년대 후반 삼성 신입사원 연수에 강연자로 초빙됐을 때 “학교 공부만 하고 책을 안 읽으면 자신만의 사상을 쌓지 못한다. 과장까지는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지만 부장 이상으로 승진해 결정을 내리는 직책을 맡으면 그땐 다르다”고 말했다는 것. 김 명예교수에 따르면 당시 강의를 들은 약130명의 신입사원 중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고전 5권을 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회사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독서”라고 강조했다.
그가 약90년에 이르는 자신의 독서 경험을 담은 에세이 ‘백년의 독서’(비전과리더십·사진)를 최근 펴냈다.1995년 출간 후 절판된 ‘망치 들고 철학하는 사람들’(범우사)을 손봐 재출간했다.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김 명예교수는 “출판사의 재출간 요청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수락했다”며 “초기 반응이 좋은 걸 보면 아직 책 읽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책은 출간20일 만에 초판3000권이 모두 판매됐다.
그가 책에 처음 빠진 때는 중학교 2학년. 학교 도서관에서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를 우연히 보고 꼭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당시는 일제강점기여서 전쟁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를 회고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철없던 시절이라 그 책이 소설인지도 몰랐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 됐어요. 톨스토이가 말한 휴머니즘은 나를 철학의 길로 안내했죠. 고전은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로 있을 때 미국의 독서문화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미국 학생들은 한 강의를 들을 때마다10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을 최소 3권씩 읽었다. 오전 5시까지 책을 읽다가 잠드는 학생들을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 그는 “학교 공부 못지않게 독서가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성장시킨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며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나TV보다 책 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문학고전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전기와 자서전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객관적 정보를 얻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결한 문장과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필력으로 유명하다. 에세이 ‘백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쓰고 여전히 현역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글쓰기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 독서였다.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더군요.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자연히 쓰고 싶어지고, 또 잘 써집니다. 독서가10년 정도 쌓이면 인생이 달라지니까 책을 꼭 읽으세요. 그럼 언젠가 저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쓰게 될 겁니다. 허허.”
주연서INWA코리아 사무국장(49)은 모델 출신 노르딕워킹 전도사다. 어려서부터 모델 활동을 했고, 사업을 하다 몸 상태가 나빠졌다. 노르딕워킹을 알게 되면서 푹 빠져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7년 전이었어요. 모델 에이전시 사업을 하는데 한 노르딕워킹 브랜드에 모델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일하다 노르딕워킹을 접했어요.30대 전후 직장인들을 포커스해서 마케팅 기획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배 모델들을 소개시켜주고 빠지려고 하는데 저도 배워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배웠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도 운동을 좋아했는데 활동량도 많고 야외를 걷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배우자마자 강사로 나섰다.
“제가 모델을 해서인지 저를 지도해주신 분이 바로 강의를 하라고 했습니다. 당시 전북 전주 공무원연수원에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주연서 국장이 북한산 둘레길에서 노르딕워킹의 바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측면 모습. 이훈구 기자ufo@donga.com
주연서 국장이 북한산 둘레길에서 노르딕워킹의 바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정면 모습. 이훈구 기자ufo@donga.com 배우며 강의하고를 반복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르딕워킹을 생활화했다. 몸도 바뀌었다.
“제가 당시까지10년 넘게 사업상 출장을 많이 다니다보니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했는데도 몸이 자주 피곤했어요.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항진증이라고 하더군요. 약을 먹었죠. 허리에 통증도 왔어요. 그런데 노르딕워킹을 하고 1년 뒤 병원에 갔더니 말끔하게 나았다는 겁니다. 저도 놀랐고 의사도 놀랐습니다. 자연 속에서 걷다보니 효과가 배가 된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약을 끊었습니다.”
체력, 특히 심폐지구력도 좋아졌다. 평소 요가와 수영, 골프, 사이클,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던 주 국장은 사업을 하면서는 주로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었다. 노르딕워킹을 접한 뒤엔 노르딕워킹에 집중하고 있다.2016년부턴 모든 사업을 접고INWA코리아에서 전문 강사로 활약하게 됐다.INWA(InternationalNordicWalkingFederation)는 핀란드에 본부가 있는 국제노르딕워킹협회이다.INWA코리아는 체계적인INWA교육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주 국장은 네덜란드와 핀란드에 가서 전문 강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주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탓에 실내 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체중이 느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속칭 ‘확찐자’라고…. 그래서 지난해12월 말 자연 속을 걷고 싶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효과적이라 저도 놀랐습니다.”
주 4회 매회 2시간 정도 함께 노르딕워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2시간 함께 걸으면10km를 넘게 걷는다. 나머지 요일엔 개인적으로 1만보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면 된다. 노르딕워킹 1만보도 2시간가량 해야 한다.
“104kg의 한 남자분은 이번 달로 7개월째 인데25kg이 빠졌어요. 첫 3개월에14kg감량했죠.79kg의 여자분은 이제 4개월 차인데65kg으로14kg이나 줄었어요.”
주 국장은 “회원들 모두 제대로 잘 먹고 뺀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주로 복부 내장지방, 그리고 피하 지방이 빠진다. 상체의 목, 등, 팔에도 지방이 많은데 노르딕워킹을 하면 그 부분 지방도 잘 빠진다”고 말했다.25kg을 감량한 남자 회원의 경우 턱선이 두터워 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보인다고 했다.
주연서 국장이 북한산 둘레길에서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ufo@donga.com
“그동안은 노르딕워킹의 기본인 바르게 걷기에 집중했었어요. 이렇게 다이어트에 포커스를 두고 하진 않았는데 이번에 노르딕워킹의 다이어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지는 알프스 산악지방의 가파른 지형과는 달리 대부분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스키가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는 운동이 됐다. 최근 바른 자세와 다이어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연서 국장(왼쪽)이 회원에게 노르딕워킹을 지도하고 있다.INWA코리아 제공.“노르딕워킹의 장점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게 해준다는 겁니다. 폴을 활용해 걷기 위해서는 상체에서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상체는 어깨가 운동의 시작입니다. 발이 나갈 때 어깨도 함께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땅에 짚은 뒤 폴을 끝까지 밀어줘야 보폭이 커지고 운동량도 배가 됩니다.”
주 국장은INWA의10단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바른 자세와 바른 보행, 바른 폴 사용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폴을 잡고 걸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펴진다. 가슴을 펴지 않으면 폴을 잘 사용할 수 없다. 자세교정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북목, 굽어진 등 등도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걸으면서 지도한다. 북한산성INWA코리아 옥상이나 주변에서 기본 교육을 한 뒤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소 3주 이상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합니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집니다. 일종의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요.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최소 하루60~90분은 해야 합니다.”
주연서 국장이 단체 회원들에게 노르딕워킹을 지도하고 있다.INWA코리아 제공.주 국장은 노르딕워킹 3개월로10kg을 감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솔직히 젊은 사람들은 맘만 먹으면 바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지만 갱년기가 지난 여성들은 다이어트가 쉽지 않아요. 호르몬의 영향도 있고, 골격근을 유지하면서 체지방만 빼줘야 합니다. 노르딕워킹이 딱 좋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 교사로 정년퇴직을 한60대 후반 여성의 경우 노르딕워킹 4개월째인데63kg에서56kg으로7kg을 감량했어요.”
주 국장은 어떨까? 주 5일 이상, 많게는 하루 4시간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그래도 체중 변화는 없다고 했다.
“전 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진 않았어요. 오히려 노르딕워킹을 한 뒤1~2kg이 증가했죠. 체지방이 빠지고 코어 근육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노르딕워킹으로 몸매가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아요. 남자나 여자나 노르딕워킹으로 자세를 바르게 잡고 살이 빠지고 몸이 건강해지면 몸매가 정말 아름다워져요.”
주 국장은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노르딕워킹은 잘못된 자세로 몸이 틀어진 학생들을 잡아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세를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노르딕워킹을 하면 통증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주연서 국장(왼쪽)이 북한산 들레길을 함께 걸으며 회원들에게 노르딕워킹을 지도하고 있다.INWA코리아 제공. “걸을 때 무릎, 허리, 고관절 등에 통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폴을 집고 걸으면 통증완화를 할 수 있습니다. 폴로 지면을 압박하기 때문에 무게를 분산시켜 줍니다. 자세 고정에 따른 통증완화도 됩니다. 특히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물론 아프지 않는 분들은 바른 자세로 쉽게 걸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려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운동효과를 높이는 노르딕워킹이 최고입니다.”
주 국장은 “유럽에서는 노르딕워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치매와 파킨슨병 등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주 국장은 국민대에서 운동처방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체형과 걷는 스타일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정보를 주려면 더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모델과 패션사업은 접었지만 그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즐겁게 살고 있어 삶의 만족도는 훨씬 크다”고 했다. 그는 “100세 시대 이렇게 자연 속에서 노르딕워킹하며 건강하게 살면 이보다 행복한 삶이 어디있나”라며 활짝 웃었다.
만성 췌장염20~30% 암 발병 가능성 췌장염 발생 주요원인은 담석과 알코올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음주도 삼가해야 환자는 꾸준한 관리, 정기적 검사 중요
[서울경제]
‘축구 영웅’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7일 췌장암으로 별세하면서 췌장암으로 진행할 여지가 있는 췌장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인 췌장염은 양상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을 합병증으로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만성 췌장염의 발병 원인80%가 술인 만큼 금주 또는 절주가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췌장염20~30%가 췌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성 췌장염 환자의 경우 췌장암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를 위해 6개월~1년 마다 정기적으로 컴퓨터단층(CT) 촬영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내시경 등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외에도 가성 낭종·담관 협착· 십이지장 협착·당뇨 등의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염이 발생하는 흔한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담낭(쓸개)에서 나온 담즙이 딱딱하게 굳어 만들어지는 담석이 담관(담즙 통로)를 통해 췌장에 이르러 담관과 췌관을 막게 되면 역류 담즙과 췌장액의 역류로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술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술을 마시면 췌장액 안의 단백질이 양이 많아지고 끈적끈적하게 돼 이것이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해 염증을 유발한다고 본다.
만성 췌장염의 대표적 증상은 상복부 통증이다. 단 통증의 정도와 주기는 개인차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심화하는 탓에 체중 감소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황달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당뇨를 유발할 수 있으며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그대로 대변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췌장이 소화 효소인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배출해 소화를 돕고 인슐린 등을 만들어 혈당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금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통증 조절 및 소화 효소 및 인슐린 보충 등을 위한 약물 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합병증에 따라서는 내시경 및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급성과 달리 만성 췌장염의 경우 한번 훼손된 췌장의 기능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장재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은 술이 주된 발병 원인이므로 무엇보다 금주, 과음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며 “만성 췌장염의 경우 2차적으로 당뇨 발생은 물론 췌장암 유병률 증가를 초래할 수 있어 평상 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리가 아프면 흔히 디스크 등 척추질환을 의심한다. 그러나 허리 통증과 함께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혈뇨, 발열이 동반된다면 정형외과가 아닌 비뇨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소변은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남성), 요도를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소변 흐름에 방해를 받으면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신장 질환은 신우신염, 신장결석, 신장암, 요관결석, 요 폐색을 동반한 전립선비대증, 방광요관역류 등 매우 다양한데 이 중 신우신염과 요로결석이 가장 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최태수 교수의 도움말로 비뇨의학과를 찾아야 하는 허리통증에 대해 알아봤다.
전신 발열 동반하는 신우신염, 여성이 남성보다 약 6배 많아
전에 없던 잔뇨감, 빈뇨(잦은 소변)와 절박뇨(갑작스러운 요의), 배뇨통이 나타나고 치골상부 통증이 나타나면서 좌측 혹은 우측으로 묵직한 허리 통증이 동반된다면 신우신염을 의심할 수 있다. 전신 증상으로 발열이나 무력감, 근육통이 동반될 수도 있다.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2020년 급성 신우신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17만6179명 중 여성 환자는15만720명으로 남성에 비해5.9배 가량 많았다. 최태수 교수는 “해부학적 구조상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요도가 짧고 질 혹은 항문과 가까워 세균에 의한 하부요로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혈뇨를 동반하는 요로결석
신우신염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는 요로결석은 좌측 혹은 우측으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그리고 허리가 끊어질 듯한 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하부 요관에 결석이 위치하면 요로감염과 비슷하게 전에 없던 빈뇨, 절박뇨, 잔뇨감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날카로운 결석이 요관 상피를 긁으며 내려오기 때문에 혈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결석으로 소변이 정체돼 신우신염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요로결석은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심평원 통계를 보면2019년 요로결석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남성20만4621명, 여성10만3317명으로 남성 환자가 2배 가량 많았다.
등 두드릴 때 통증 느껴지면 빨리 병원 방문해야
만약 등 뒤 늑골 밑부분을 손으로 툭툭 쳐보았을 때 움찔할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신장의 염증이 동반됐을 수 있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요로결석은 대사질환을 포함한 기저질환이 있을 때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드물지만 허리 통증 없이 복부 불편감만 있거나, 통증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요로결석과 신우신염은 우선 면밀한 문진과 신체검진을 통해 특징적인 증상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후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시행하는데, 혈액검사에서는 전신의 염증 정도, 신장기능, 전해질, 간기능 수치를 확인하고 빈혈 수치나 출혈 성향 등을 확인한다. 소변검사에서는 혈뇨와 농뇨의 정도 및 원인균을 파악한다.
이어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경정맥 신우조영술 등 영상학적 검사까지 시행해 온전한 진단을 내린다.CT검사는 요로결석 진단율이95~98%에 이를 정도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임산부의 경우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는CT검사 대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게 된다. 신장 및 요관, 방광에 염증으로 인한 변화가 관찰되는지 확인하여, 신우신염을 진단하게 되고 결석이 동반되었는지 판단하여 추가적인 시술 혹은 수술 치료의 필요성을 결정한다.
염증 치료와 결석 제거로 재발 방지
요로결석은 염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통증 조절 후 자연배출이나 체외충격파쇄석술, 요관내시경을 통한 결석제거술을 한다. 결석의 크기나 위치, 개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신우신염의 경우 항생제 및 수액 투여를 통해 염증을 조절하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온전히 염증에서 회복된 후에는 적극적인 결석치료를 통해 신우신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염분 섭취 줄이는 것 필요
신우신염 등 요로감염과 결석을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요도를 통해 원인균이 유입돼 방광, 요관을 거쳐 신장까지 침입해 신우신염을 일으키는데, 충분한 수분섭취로 소변을 통해 균이 씻겨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나 예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요로결석도 신장에서 배설되는 소변의 미세한 찌꺼기들이 어느 순간 결정이 이뤄지고, 크기가 커지고 결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변을 충분히 배출해 그 성분들을 희석하고 결정이 만들어지기 전 씻어내면 결석이 생길 위험성이 줄어들게 된다.
올바른 식단도 중요하다. 육류, 가공육, 생선 등 지나친 고지방식은 피하고, 짜게 먹는 습관(하루1500㎎ 이하 나트륨 섭취 권장)도 고쳐야 결석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결석이 무섭다고 우유나 멸치 등 칼슘이 포함된 음식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은 장기적인 결석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므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은퇴 전부터 가까운 주변 돌아보며 소중한 관계 속에서 자아 성장 추구 저항보다 변화 수용하며 의미 찾길
은퇴 후의 삶에서는 특히 사적 자아의 성숙도가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 정년퇴직을 꼭 1년 남겨두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일자리 구하기 힘들 때 60살 정년퇴직을 한다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제 마음은 복잡합니다. 무사히 인생을 마무리한 안도감도 있지만 아직 일할 수 있는데도 쫓겨나는 것 같은 허전함도 있습니다. 은퇴 후 삶,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앞으로 1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상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저는 퇴임 2~3년 전부터 마음으로는 은퇴를 대비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 은퇴 시점은 내가 정한다, 연연하지 않겠다, 밀려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 등이었지요. 그러면서, 퇴임 후의 자유로운 생활, 또 공적인 영역에서의 기여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의욕이 솟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60살 정년을 1년 넘기고 2016년에 저는 회사에서 퇴임했습니다. 회사 생활 21년,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적인 끝맺음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은퇴 전에 저는 시민단체의 추천과 회사의 승인을 받아 대기업 사장으로서는 드물게 한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퇴임한 뒤에도 이 일은 계속할 수밖에 없었지요. 저를 추천한 해외연기금의 요청은 단 하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나 홀로 반대 표결을 몇차례 하기도 했고 그 회사 내부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자원해서 맡기도 했습니다. 퇴임 시점에서 한 대학으로부터 초빙교수직을 제안받아서 경제대학원 석사과정, 경영대학 학부과정 강의를 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기업의 후원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퇴임 후 그렇게 사외이사 3년, 초빙교수 2년의 생활을 하고 나서 강하게 든 생각은 내가 할 바를 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요청된 공적 미션을 다 수행했으니 이젠 물러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에 두 직책을 동시에 사임했습니다.
퇴직 뒤 허전함 예상보다 훨씬 커정해진 것 없는 다른 세계 가는 일상실감과 공허함에 시달리는 일상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던 것과 막상 닥친 은퇴 후의 삶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은퇴 뒤에 삶이 편안하고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가와 휴식이 전처럼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상이 어색하고, 바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불안했습니다. 상실감과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늘 측근에서 나의 일상을 도와주던 비서도, 운전기사도, 매일매일을 같이하던 부하직원들도 하룻밤 사이에 없어지니 마치 엄마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아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사외이사와 초빙교수 사임은 나 스스로 결정하고 내 손으로 끊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후회감까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습니다. ‘과연 나의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즈음 두세곳에서 최고경영자(CEO), 기관장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뭔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흔들림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왠지 과거와 같은 삶의 패턴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더라도 길어야 3년일 텐데 그럼 그 다음엔? 또 다른 자리 3년? 그게 영원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 진정한 은퇴 후의 삶을 사는 걸 배우는 시간을 자꾸 미루어도 되는 걸까? 미룰수록 배우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정신이 번쩍 들어서 결국 제안들을 고사했습니다.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삶의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우선 시간을 벌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과거와 유사한 사회적 역할을 다 내려놓고 시간을 두고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제 무의식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온 듯도 합니다.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과거의 생활 방식을 연장해 나갈 거니?’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노년
21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헌신적으로 치열하고 치밀하게 일해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고 또 예우받는 삶이었습니다. 분명히 보람 있는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받은 예우는 일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일에서 따라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일을 그만두면 그 예우가 없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21년간의 그 예우가 내 몸에 배어서, 그것이 없으니 불편하고 이상했던 것입니다.하지만 예우는 스트레스를 수반합니다. 예우를 받은 만큼 긴장하게 되고 그것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었을 때, 기운이 넘칠 때는 그 스트레스가 별문제가 안 될 수 있지요. 성취와 보람이 그걸 상쇄하고도 남으니까요. 그러나 노화의 단계에 들어서면 그 스트레스가 심신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스위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폴 투르니에는 그의 저서 <노년의 의미>에서 권력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삶을 권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나에게 조언을 구해오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말라고 전합니다. 사회적 지위 모드에서 벗어나 인간적 모습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새롭게 찾으라는 것이지요. 젊음을 한없이 연장하지 말고 계급도 지위도 정해진 역할도 없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라는 조언입니다.주변을 보면 간혹 70대, 80대의 연령인데도 활력이 넘치고 여전히 직책을 맡아 권한을 행사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아,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분명히 심신의 건강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에너지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또 달리 생각해보면, 여전히 직책을 맡고 공적 삶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혹시 그의 사적 자아가 제대로 성숙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공적 자아만 커져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남들의 인정과 주목, 그것에서만 충만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전에도 한번 얘기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공적 자아가 불균형적으로 비대해져 있으면 그 공적 자아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한번에 무너질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공적 자아를 도와 부축해서 일으켜줄 만큼 사적 자아가 힘이 없기 때문이지요.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 것
은퇴 후의 삶에서는 특히 사적 자아의 성숙도가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충만감과 안정감을 느낄 때 사적 자아는 성숙합니다. 만약 은퇴 전에 사적 자아를 잘 돌보고 키우지 않았다면, 은퇴 후에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은퇴 전에는 공적 자아의 성장이 주무대이고 사적 자아의 성장은 부수적이었다면 은퇴 후에는 그 반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은퇴 후에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가족 관계가 그렇습니다.
노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에너지언젠가는 고갈되고 반드시 무너져공적 자아 아닌 사적자아 돌볼 때
오랜 조직 생활을 끝내고 은퇴를 1년 앞두고 있다면 자신과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나 홀로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은 은퇴 후에는 더욱 소중한 치유와 쉼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동안 가족 한사람 한사람과 얼마나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왔는지를 점검해보고 ‘존중하는 애정’의 관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회사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주로 일과 관련해서 상사, 동료, 후배들과 관계들을 이어왔을 텐데 이제는 그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 이루려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내가 무엇을 나누어 주고 떠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젊었을 때는 일을 통해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도움이 되는 일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회사 직위, 직책, 권력관계 속에서 직업으로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인간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에 초점을 맞춰 보십시오.이를 위해선 은퇴 전에 자신이 일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지 않나 살펴봐야 합니다. 은퇴 전과 은퇴 후는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많이 달라지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만약 은퇴 전에 사적인 관계에 너무 소홀했다면 은퇴 후에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원하지만 이미 그들은 돌아서버렸기 때문이지요. 가족이라고 해도 남남이 되는 일은 흔합니다.이런 말이 있지요.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가끔씩 뒤돌아본다고요. 내 영혼이 날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너무 늦지 않게 내 사적 자아가 함께 성장하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과 상관없이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삶을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노년은 다른 차원의 성장
은퇴 전후 저는 몸의 변화를 발견했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산이 좋아서 오랫동안 등산한 것 외에 따로 한 것이 없었는데 발목 관절염이 생겨서 등산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심적으로는 엄청난 장애 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눈이 뿌예져서 신문을 읽기도 불편하고 스크린을 보는 것도 힘든 지경이 되어서 결국은 양쪽 눈 모두 백내장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등산 대신 수영을 시작했다가 목과 어깨 통증으로 중단하고 시술을 받기도 했고 현직에 있을 때 종종 했던 골프도 팔꿈치와 목 통증으로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육체적 한계를 분명히 느끼기 시작하면서 ‘아, 이것이 노화구나’라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은 인간은,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의 법칙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영성가 토머스 키팅 신부는 노화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함으로써 의식의 전환을 통해 무아의 관상적 삶으로 넘어갈 수 있는 너무나 감사한 기회라고 말합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나의 몸은 현직에 있을 때와 달리 여유로운 일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삶의 리듬이 달라져야 하는 때가 왔음이 분명해지자 노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은퇴와 노화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를 찾는 변화를 꾀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생명체의 본질은 변화입니다. 살아 있는 것치고 가만히 고정돼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체적 변화 못지않은 정신적 변화도 있습니다. 은퇴와 노화를 겪고 체감하면서 결국 노년의 의미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성장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홀로 앉아서 명상을 통해서 내적 성장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더 많이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는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거기서 변화의 동력, 바로 마중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봉사하겠다는 것, 젊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것에 앞서 은퇴 후에도 여전히 나의 성장에 주목합니다. 저에게는 이 칼럼을 쓰고 그에 대한 반응을 받는 것, 그것이 성장을 위한 가장 큰 자극이랍니다!
중국 연구팀 “‘델타 변이’ 감염자 체내 바이러스, 이전 감염자의 1200배↑” 이전 바이러스보다 감염자 몸 안에서 더 빨리 증식…전염력 더욱 강해져 델타 변이, 인체 잠복기 짧아…체내에서 이전보다 1천배 이상 많이 증식 ‘인체 면역반응 회피’ 능력도 발전…유전자를 감싸는 단백질도 ‘돌연변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변이의 위협.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돼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델타형’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그런데 델타 변이가 내뿜는 바이러스 양이 기존 코로나19보다 1200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는 인체 잠복기가 짧아 사람 몸에서 이전보다 1000배 이상 많이 증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가 많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는 21일(현지 시각) “중국 광둥성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루 징 박사 연구진이 델타 변이 감염자는 몸 안에 바이러스 입자가 이전 감염자보다 최대 1200배나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 징 박사 연구진은 지난 12일 의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전 바이러스보다 감염자 몸 안에서 더 빨리 증식해 전염력이 세진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5월 21일 중국에서 첫 델타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이들과 접촉해 격리 중인 감염자 62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량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이를 지난해 처음 출현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63명의 기록과 대조했다.
그 결과, 델타 변이 감염자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4일이 지나자 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전 코로나 감염자는 6일이 지나야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바이러스가 빨리 증식한 덕분에 델타 변이 감염자는 원래 코로나 감염자보다 바이러스 양이 최대 1260배 많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델타 변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 델타 변이가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감염 증상이 더 심한지, 면역반응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혀야 한다.
과학자들은 먼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서 표면의 돌기인 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자에 9가지 돌연변이가 생겼음을 확인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벽돌로 쌓은 집과 같다. 복제 과정에서 벽돌 종류가 바뀌면 단백질이라는 집도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P681R이다. 이 돌연변이는 스파이크를 이루는 681번째 아미노산 벽돌의 종류가 프롤린(P)에서 아르기닌(R)으로 바뀐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자를 더 쉽게 인체 세포 안으로 주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감염이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는 인체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도 발전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셀’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의 말단 부위가 바뀌면서 면역단백질인 항체의 공격을 무력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에도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은 스파이크와 달리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아 백신의 또 다른 공략 대상이었는데, 델타는 그마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을 쓴 옛 시인이다. 나이 들어서 그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썼다. 이때 욕심 많은 아들들이 소포클레스의 재산을 탐냈다. ‘아버지가 치매인 것 같다, 아버지의 재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며 그를 법정에 세웠다. 늙은 시인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원고를 들고 나가 배심원들 앞에서 소리 내 읽고는 “이것이 치매에 걸린 사람의 작품이라 생각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소포클레스는 재판에서 이겼다. 키케로의 책 〈노년에 대하여〉에 소개된 이야기다.이야기의 주제는 뚜렷하다. 창의력은 나이가 들어도 쇠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마 사람 키케로는 정치인으로는 실패했고 철학자로는 그저 그랬지만 작가로서 오래 기억되는 인물인데, 〈노년에 대하여〉에서 ‘나이가 들어도 창조력을 잃지 않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노익장의 기나긴 명단’을 나열한다. 이런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차고 넘치게 많다.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기법을 널리 알린 미국의 알렉스 오스번 역시 “독창적 상상력은 연령과 관계가 없다”며, 나이 들어 창조력을 과시한 현대 미국 사람의 이름을 늘어놓는다.나도 여기에 작가들의 이름 목록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 더 좋은 작품을 내놓은 대가들의 사례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려니, 창의력에 대해 쓰는 글이 썩 창의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나이 지긋한 위대한 작가들의 이름을 대는 일 대신 나는 질문을 던진다. 나이 든 사람의 창조성이 가지는 특징은 어떠한 것일까?“좋은 아이디어란 오래된 요소의 새로운 결합.” 우리가 즐겨 인용하는 웹 영의 금언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짜내는 작업이란 속이 안 보이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구슬을 두어 개 집어내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든다고 창의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터이다. 나이 든 사람의 구슬 주머니에 젊은 사람의 주머니보다 더 많은 구슬, 즉 낱말과 사연이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슬이 많을수록 조합할 수 있는 결합의 가짓수는 많아진다.그런데도 젊은 사람의 아이디어는 참신한데 나이 든 사람은 그렇지 않은 듯 종종 느끼는 이유는 뭘까? 여러 설명 가운데 오스번의 지적이 내 눈길을 끈다. “사람은 높은 지위와 충분한 보수로 마음을 놓게 되면 과거와 같은 노력은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주장이 흥미로운 이유는 오스번이 “나이 들고 성공한 사람은 ‘노오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동안 ‘나이 들고 성공한 사람’이 젊은 사람을 향해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큰소리치는 일을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노오력’이라는 오래된 요소를 반대 방향으로 결합한 오스번의 지적이 신선해 보이는 것이다. 정작 오스번은 우리보다 두어 세대 앞서 활동하던 사람인데 말이다. 다만 젊은 사람이 ‘노오력 타령’을 들으며 억울함을 느끼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이 든 사람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을 터이다.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의 창조성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보면 나이 든 영웅이 마침내 신성함과 해답을 얻은 것으로 나온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글이다. 평론가이자 사상가로 유명한 사이드는 예술가의 말년작에 대한 글을 자신의 말년에 썼다. 사이드가 관심을 기울이는 쪽은 소포클레스와 반대되는 쪽의 창조성이다. “베토벤의 말년의 작품들은 미완성이라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는 “조화와 성숙함, 평온함”이 깃든 반면, 베토벤의 말기 현악사중주와 피아노 소나타에는 “조화롭지 못하고 평온하지 않은 긴장”이 드러났다고 했다. 소포클레스나 베토벤이나 양쪽 모두, 젊은 나이에 쓰기 어려운 위대한 말년작을 남겼다.
사별 경험 책으로 낸 4인 권오균·이정숙·김민경·임규홍씨 정신적 스트레스 1위 배우자 사망…배우자 먼저 보내고 마주한 삶 “네가 복이 없어서” 편견·무시…홀로 자녀 키우는 어려움 이중고 상실 후 깨달은 것들 “이토록 가버릴 줄 알았다면 더 행복하게 살걸”
사별자들이 생전의 배우자와 사진을 찍을 때 자주 하던 포즈를 각자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균·이정숙·김민경·임규홍씨. 조현 기자
살다 보면 원치 않은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 시험에 낙방하거나 해고·실직을 당할 수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상해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의대의 토머스 홈스와 리처드 라헤 교수가 정신적 충격에 따른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적이 있다. 해고 47점, 질병 53점, 감옥 수감 63점, 이혼 73점 등이다. 최고의 스트레스 점수인 100점은 배우자의 죽음이다.특히 노화로 인한 자연사가 아니라 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레 사별한 이들은 배우자의 육체적 죽음과는 다른 정신적인 극심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런 비극적 아픔의 사례는 희귀병처럼 드문 게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늘 발생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음을 입 밖으로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충격에 따른 여러 후유증에다 사회적 편견에까지 맞서야 하는 사별자들은 감당해내기 어려운 고통에 ‘또 다른 죽음’을 경험한다.그런 사별자들이 그 아픔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인터넷 사별 카페에서 만나 아픔을 나누다가 의기투합한 4명이 <나는 사별하였다>(꽃자리 펴냄)를 출간했다. 결혼 32년 만에 암으로 아내를 잃은 임규홍(65) 교수, 결혼 22년 만에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약사 이정숙(49)씨, 결혼 17년 만에 간암으로 남편을 보낸 초등학교 영어 전담 강사 김민경(50)씨, 결혼 16년 만에 난소암에 걸린 아내와 사별한 어학원 연구개발팀장 권오균(49)씨다. 최근 경기도 의왕시의 한 교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
암으로 배우자를 잃은 세 사별자는 암 투병 중인 배우자가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미 파김치가 됐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도 기적을 고대했으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당하는 고통까지 가중됐다. 권오균씨는 “간증치유집회에서 무조건 믿음으로 간증해야 병이 낫는다고 해서 아내는 ‘하나님께서 낫게 해주시겠다고 했다’고 간증을 한 뒤 죽어갔다”고 안타까워했다.그나마 사투를 벌일 때는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지만, 배우자가 떠난 뒤 그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민경씨는 “유일하게 잠을 잘 때만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잔 것 같아 깨어나 보면 30분밖에 지나 있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사별 뒤 명절 때 시가에 갔다가 남편을 닮은 형제들은 있는데 정작 남편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방 한구석에서 남몰래 통곡하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켰다. 집에 돌아온 그는 ‘슬픔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아 다음 명절부터는 아이들만 보내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시어머니도 이해해주었다. 그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서 마치 남편과 마주 앉은 것처럼 한 그릇을 앞에 두거나 소주를 두 잔 따라 놓고 홀로 건배를 하며 상실감을 달래곤 했다.임 교수는 “멀리 특강을 갈 때도 운전을 해주는 등 늘 엄마처럼 돌봐주던 아내가 사라지고 나니 내가 마치 고장난 차처럼 변해버린 것 같았고, 죄인이 된 것 같아 사람들도 만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별동기는 함께 비를 맞고 아픔을 나누면서 강한 유대감으로 서로를 치유한다. 조현 기자
사회적 편견까지 이중고
사별자들은 상실의 고통에다 사회적 편견에까지 맞서야 한다는 게 그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임 교수는 “여성 사별자들이 시집에서 ‘네가 복이 없어서 내 아들이 죽었다’는 어른들의 악담으로 또 한번 충격을 받곤 한다”고 전했다.사별 뒤 2주 만에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은 김민경씨가 동료 교사들에게 사별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도 편견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는 교사들 사이에서 가족에 관한 대화가 나올 때마다 움츠러들었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하느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이정숙씨는 41살에 과부가 된 엄마가 홀로되어 겪는 일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남편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남편에 대해 묻자 “외국에 장기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후회하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 아는 언니와 왈츠학원에 갔을 때 다른 수강생이 “왜 남편과 함께 오지 않느냐”고 묻자 “사별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에 너무도 당혹해하는 그 수강생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삶이 왜 이렇게 거지 같은 거야?”라며 엉엉 울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그는 사별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태에선 사별을 딛고 일어서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동 필자들에게 “나는 사별하였다”라고 당당히 고백하는 선언을 책 제목으로 삼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정숙씨의 남편 1주기 추모제. 이정숙씨 제공
한줄기 빛이 된 사별 카페
사별자들은 집중력 장애, 몸살, 불면증, 대상포진 등 온갖 후유증을 앓았다. 그런 이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은 한줄기 빛이 바로 인터넷 사별 카페였다. 김민경씨는 “불면증으로 잠 못 들 때 사별 카페에 들어가면 한밤중에도 글이 올라온다. 같은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며 아픔을 나눴다”고 했다.비슷한 시기에 사별한 이들을 카페에선 ‘사별동기’라고 부른다. 사별동기들끼리는 더 강한 유대감이 있다. 사별동기들은 등산이나 독서 모임, 하루 만보 걷기 등을 하며 무너진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갔다. 자녀가 없는 권오균씨는 휴일에 집에 홀로 있을 때 특히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어느 날 밤 극심한 우울감을 느낀 그는 이를 사별동기 단체 대화방에 고백했다. 그러자 그들이 밤 10시에 모두 나와 외로움을 달래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별 카페에선 ‘슬기로운 과부생활’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조금씩 치유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민경씨가 카페지기로 있는 사별 카페.
또 하나의 아픔, 사별자 자녀
사별자들은 양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나 아빠를 잃은 아이의 상실감 또한 심각하다. 아빠를 잃은 아이는 잠자는 엄마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경우가있다고 한다. 고아가 될까 두려워하며 남은 부모의 생존을 확인한다는 것이다.아이도 사회적 편견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정숙씨는 10살 때 아빠의 죽음을, 20살 때 엄마와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는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를 듣지 않게 행동하라는 엄마의 말을 따르느라 ‘바른 생활 어린이’로 행동하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빠가 죽은 게 아이 잘못도 아닌데, 세상의 편견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충고보다는 한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특히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죽음을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거나 ‘아빠가 외국에 출장 갔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상처가 더 깊어진다고 한다. 따뜻하고 솔직하게 말해주고, 부모 중 누군가가 죽어도 아이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야 한다는 게 사별 선배들의 조언이다.내미는 손, 받아주는 손사별자들은 스스로 슬픔에 빠져 부모·형제도 상실의 슬픔을 겪는다는 것을 간과할 때가 많다. 이정숙씨는 “10살에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너무 어려서 뭘 몰랐다 쳐도, 20살에 엄마와 할머니를 동시에 잃었을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했는데도 언니들이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 괜찮은 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47살에 남편과 사별했을 때는 다르게 행동했다. 살아야겠기에 자신을 위로하는 이들을 거절하지 않고, 슬픔을 감추지도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그래서 힘들 때마다 사별 15년차인 지인을 찾아가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또 이웃 부부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받아들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밥을 삼켰다. 매일 안부를 묻는 언니들의 전화를 받고, 친구들과 여행도 갔다. 그는 “사별자의 형제자매와 이웃들은 사별자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여러 차례 반복해서 구체적으로 묻고, 사별자들도 이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받아주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권오균씨는 요즘도 아내와 찍은 사진을 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권오균씨 제공
상실 후 깨달은 것들
사별자들은 “이토록 빨리 가버릴 줄 알았다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민경씨는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힘들면 언제든 사표 써’라고 말해주는 내 편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버려진 느낌”이라며 “그때는 그걸 당연하게만 생각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교수는 “이렇게 일찍 갈 줄 알았다면 돈 한푼 쓰는 데 벌벌 떨지 말고 더 충분히 즐길 걸 그랬다”며 “이제 하고 싶은 건 미루지 않고 당장 한다. 얼마 전 제주 한달 살이도 했다”고 했다.
이정숙씨는 “남편이 남긴 메모를 보니 할 필요 없는 고민의 흔적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떠날 줄 알았더라면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시간도, 통장 잔고도 있었는데, 가지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느라 가진 것들을 놓쳐버렸다”며 “남편도 나도 부족함 많은 사람이지만,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누리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함께 있음을 소중히 여기고 더 행복하게 누리라는 게 이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