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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우울증 바로 알기

노년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겪는다. 직장에서의 지위 상실,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자녀의 독립, 체력 저하 등이다. 우울증에 노출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실제 노년기 우울증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정신 질환이다. 자칫하면 신체 질환을 악화하고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제때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저기 아픈데 이상 소견은 없어
우울증일 때는 기분이 축 처지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입맛이 없어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노년기 우울증 환자는 모호한 신체 증상도 자주 호소할 수 있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한 증상 등이다. 여러 병원을 거치며 검사를 반복해도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고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지 기능 문제도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증상이다. 기억력이 흐릿해져 중요한 일정을 까먹는가 하면 집중력도 뚝 떨어진다. 이로 인해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로 오해받기 쉽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인지 기능의 변화 양상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악화하는 게 특징이다. 반면에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특성상 노년기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설령 마음의 병을 인지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낙관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눈에 안 보이는 병이라 해서 대충 참고 넘어가려 하면 또 다른 문제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라면 평소 혈당 관리를 위해 식단 조절과 꾸준한 운동이 필수지만, 우울증이 지속하면 자기 관리에 소홀해져 종국에는 건강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우울증이 배우자에게 옮겨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 환자일 때 배우자도 우울증을 앓게 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약물 복용 땐 의사에게 알려야
노년기 우울증은 약물, 정신 치료 등을 진행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인 건 항우울제 복용 같은 약물치료다. 보통 약의 반응은 복용 후 2주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강 교수는 “약을 처방할 때는 저용량으로 시작해 천천히 그 양을 늘려나가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년기에는 각종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이 다양할 수 있다. 정신과를 비롯해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는 본인이 복용 중인 약을 의사에게 알려 약이 중복으로 처방되거나 약물 간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약 복용 시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있다면 다음 진료까지 기다리지 말고 미리 병원을 찾아 주치의와 약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인지 기능의 이상 여부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었을 때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에 우울증을 겪게 된 경우가 그렇다. 이때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우울 증상은 나아졌지만 기억력에 호전이 없는 경우,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이어나가는 게 좋다. 주 3회,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강 교수는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높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특징
● 신체적 불편감을 자주 호소한다

● 기억력 감퇴 등 인지 관련 증 상이 나타난다
● 불안 증 상이 동반되고 수면 장애를 보인다
● 무기력증, 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자료: 보건복지부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1월 25일]

[김용의 헬스앤]
늙고 병든 아내를 직접 간병하는 노인 얘기는 울림이 크다. 노년의 진정한 친구는 부부가 최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평생 지지고 볶아도 나이 들어 보니, 남편이 최고의 친구예요"

'진정한 친구는 누구?'를 묻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의 하나다. "친구의 최고는 부부다. 잘 지내봐라. 결국 좋아진다"는 댓글에 "우와, 정답이에요, 남편이 제일 좋아요. 무슨 말을 해도 내 맘을 알아주는 내 편, 서로에게 최고입니다"라는 답글도 달렸다. 가끔 나(아내)를 들볶아서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내 남편만한 평생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란 의미다.

중년 부부는 앞으로 20~30년을 둘이서 살아야

친구는 학교 동창이나 사회 친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부부처럼 중요한 관계도 없다.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을 말한다. 부부만큼 오랜 시간 같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 더 나아가 2/3를 같이 지내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자식을 출가시킨 중년 부부는 남은 20~30년을 둘이서 살아야 한다. 같이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놓고 볼 때 부부를 능가하는 친구는 없다.

부부만큼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다. 한 침대에서 잠을 자다 보니 맨 정신엔 공개하기 힘든 버릇도 알게 된다. 코골이, 방귀 소리는 기본이고 잠꼬대, 이를 가는 소리까지 참아내야 한다. 어떤 중년 아내는 '신비주의'를 위해 아직까지 남편과 방귀를 안 텄다는 말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자연스런 생리현상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에 '신비감'을 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싱글이 가장 '슬프고 힘들 때'는 몸이 아플 때

'자유'를 만끽하며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슬프고 힘들 때'가 병으로 몸져 누운 경우다. 건강할 땐 솔로가 좋아도 아프면 도와줄 사람이 간절하다. 특히 위중한 골절상을 당한 경우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조차 버겁다. 이럴 때 남편, 아내의 존재가 그립다. 나를 부축해줄 사람이 없어 왕래가 없던 친지나 전문 간병인을 부른다면 참담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간병하는 사람은 남편, 아내를 능가할 수 없다.

중년 부부는 서로를 보호하는 '건강 지킴이'가 될 수 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몸의 변화를 빨리 알 수 있다. 건강정보에 관심을 가지면 서로의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다. 위험한 심근경색증,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의 전조 증상을 빨리 알아채 119에 연락할 수 있다. 통증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혼자 있으면 전화할 엄두가 안 난다. 이럴 때 남편이나 아내의 존재가 소중하다.

건강정보를 보는 사람의 70% 이상이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다. 몸의 변화가 심한 갱년기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보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남자도 갱년기를 거치지만 여자처럼 심하지 않아 여전히 술, 담배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 것은 술, 담배의 영향이 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더 길다.

"늙고 병든 아내는 내가 직접 간병한다"

95세, 100세 시대가 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건강수명)이 최대 화두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의 마비, 언어 장애, 혈관성 치매를 겪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힘들다. 코로나19 유행 중 사망자의 절반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했다.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병실에선 위험도가 높은 각종 호흡기질환, 폐렴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

"아픈 아내를 위험한 요양병원에 안 보내고 내가 간병한다"는 90세 남성 노인의 얘기는 울림이 크다. 그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술, 담배를 안 하고 몸을 관리해 아직도 건강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병든 아내를 끝까지 내가 살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글 서두에 "지지고 볶아도 나이 들어 보니, 남편이 최고의 친구예요"라는 글을 소개했다. "(지금 사이가 나빠도) 잘 지내봐라. 결국 좋아진다"고 했다. 중년 부부는 길면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는 부부가 최고다. 늙고 병든 아내는 자신을 간병하는 늙은 남편을 보면서 가끔 눈물을 보인다고 했다. 부부는 그런 것이다.

김용 ecok@kormedi.com

 

[코메디닷컴 2023년 11월 21일]

무뎌진 미각·후각 되돌리기

 

미각·후각 장애 작년에만 3만 명
뇌와 연관성 커, 대부분 함께 와
증상 악화 땐 우울증, 사고 위험도

미각·후각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을 먹고 즐기는 즐거움을 잃는다. 상한 음식을 가려내거나 가스 누출, 화재를 감지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란 의미다. 미각·후각 장애는 생각보다 드문 질환이 아니다. 지난해 3만 명 이상이 미각·후각 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정확한 진단과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로 기능 회복률을 높여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미각과 후각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혀의 미뢰는 맛을 확인하고 코의 신경은 냄새를 맡는다. 두 감각은 모두 뇌로 소통하며 뇌는 정보를 통합해 맛을 인식한다. 맛을 느끼는 데엔 미각보다 후각이 좀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진다. 후각 기능이 떨어져 냄새를 잘 못 맡으면 맛 또한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로 인해 미각·후각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각·후각 장애는 양적, 질적 이상으로 구분한다. 양적인 변화로는 미각·후각이 정상보다 떨어진 감퇴, 미각·후각이 완전히 사라진 소실, 미각·후각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증가한 과민이 있다. 질적인 변화는 원래의 맛·냄새가 아닌 다른 맛·냄새를 인지하는 경우, 없는 맛·냄새를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로 구분한다.

후각장애,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동반

미각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면 맛을 느끼는 혀의 유두 개수와 기능이 50% 이상 감소한다. 특히 단맛과 짠맛을 담당하는 미뢰 숫자가 감소해 음식이 쓰게 느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오래 먹었거나 내분비계 장애가 있을 때, 아연·엽산 등의 필수 영양소가 부족할 때, 구강 질환이 있을 때, 악성 종양이나 외상이 있을 때도 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후각장애 역시 원인 질환이 몇 가지 있다. 부비동염(축농증)이 대표적이다. 후각장애 환자 4명 중 1명은 부비동염이란 통계가 있다. 콧속 염증과 물혹이 냄새 분자가 후각신경으로 도달하는 경로를 차단해 후각 기능을 저하한다. 감기 바이러스도 후각신경을 침범함으로써 신경을 손상해 후각장애를 유발한다. 머리 손상으로 후각신경이 끊어지거나 뒤틀릴 때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각장애는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 있을 때 종종 동반된다. 냄새를 주관하는 후각신경계와 기억에 관계하는 뇌의 영역이 가깝게 있어 뇌 신경 질환 초기에 후각장애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예전엔 미각·후각 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기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불편과 위험을 초래한다. 우울감 증가와 같은 정신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치료가 필수다. 병력을 청취하고 다양한 검사를 거쳐 감각 기능이 떨어진 정도와 위치를 파악하고 원인 질환을 찾아낸다.

치료는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미각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면 약을 교체하고 영양소 부족이 원인이면 글루콘산아연, 비타민A 등을 보충함으로써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은재 교수는 “첨가제를 사용해 음식 맛의 풍미를 높여주거나 전문의 상담 후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퇴한 미각을 보상하기 위해 특정 음식을 탐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허브나 향신료를 첨가해 후각을 강화하면 맛 민감도가 나아지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미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평소에 요리할 때 맛으로 간을 조절하지 말고 계량 도구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한 음식의 질감과 향기, 온도, 색을 적절히 조절해 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개선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함으로써 음식 맛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면 음식 섭취가 좀 더 용이해진다.

수시로 체중 점검하고 영양 상태 확인해야

후각장애도 원인에 따라 만성 부비동염일 경우 부비동 내시경 수술, 비중격 만곡에 의한 코막힘일 경우 비중격 성형술을 시행한다. 약물을 활용할 땐 주로 경구용·국소용 스테로이드 제제가 쓰인다. 이 밖에 필요할 경우 비타민 보충 약물요법이나 항히스타민제, 항생제로도 치료에 나선다. 이런 모든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후각 훈련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후각신경 계통 자체에 이상이 있을 때 시행하면 회복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씩 방법은 다르지만 대체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향으로 이뤄진 4가지 시약을 한 가지씩 10초간 맡은 후 1분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매일 아침저녁 시행한다. 이런 후각 훈련은 꾸준히 할수록 회복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다.

후각장애는 건강과 영양 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치료를 받는 동시에 평소 식사 요령을 실천하면 도움된다. 일단 맛 자체보다 식감·온도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먹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온도의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후각이 떨어져도 매운맛, 향긋한 맛은 느낄 수 있으므로 후추·고추·고추냉이 등을 곁들여 식사한다. 신맛을 첨가하면 보존된 미각을 자극해 음식 섭취에 도움된다. 무엇보다 가족 중 미각·후각장애 환자가 있다면 수시로 체중을 점검해 영양 상태가 불량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0월 22일]

넘어질 때 의심할 질환들

 

뇌에 물 차면 잘 못 걷고 급박뇨
한쪽으로 몸 쏠리면 뇌졸중 의심
근감소 문제도 원인, 운동 필요

평상시 자꾸만 넘어지거나 발을 삐끗한다면 조심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부는 ‘원래 잘 넘어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잦은 넘어짐에는 이유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거나 근골격계에 인지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가볍게 넘어져도 크게 다칠 수 있는 만큼 넘어짐의 주요 원인 질환과 동반 증상을 알아두는 게 좋다.

 

머리에 물 차는 정상압 수두증


뇌척수액은 외부 환경의 변화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뇌를 지켜주는 맑은 액체다. 매일 평균적으로 500cc 정도 만들어지고 배출을 통해 150cc가량 남게 된다.

정상압 수두증은 이러한 뇌척수액의 압력이 정상 범위에 속하나 그 양이 과다해져 뇌 조직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나쁜 단백질이 쌓이는 등의 이유로 순환로가 막히면서 뇌척수액이 배출되지 못하고, 결국 머릿속 물주머니인 뇌실의 부피가 커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이나 70세 이상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정상압 수두증에 걸리면 넓어진 뇌실이 뇌 앞쪽의 전두엽을 누르게 된다. 이로 인해 보행 장애와 비뇨기 증상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걸음을 잘 내딛지 못하고 앞으로 잘 넘어지며 소변을 참지 못하는 급박뇨를 겪을 수 있다”면서 “인지 기능 저하와 무기력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보다 확실히 진단하려면 병원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통해 뇌실이 넓어졌는지, 압력은 정상인지 등을 검사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뇌실에 관을 삽입해 뇌척수액의 우회로를 만들어 빼주는 수술이 있다. 김 교수는 “수술이 완치법이지만 약물과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상당 부분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뇌혈관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뇌졸중도 넘어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세계뇌졸중기구에서 발행한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2위 질환으로 뇌의 어떤 부위가 손상됐는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걸을 때 자꾸 한쪽으로 쏠려 넘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걷기가 불편해지고 손발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통 뇌졸중일 땐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양쪽 다리 혹은 팔에만 마비가 온다면 뇌졸중에 의한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또 뇌졸중 환자는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 등을 겪을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에 대해 원인을 들여다보면 결코 느닷없이 생기는 병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쌓인 문제로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한 원인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염분 섭취 줄이기 등을 통해 혈압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다른 뇌졸중의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마요네즈, 명란젓 등을 줄이고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먹도록 한다. 튀김보다는 구이·조림·찜 등의 조리법을 택하고 동물성 기름보다는 식물성 기름을 쓰길 권한다.

 

발목에 경고등 켜진 발목불안정증


누구나 한 번쯤 다리를 접질리는 경험을 한다. 만약 발목을 접질리고 나서 6개월이 넘은 뒤에도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 발목에 힘이 빠지거나 발목이 자주 꺾인다면 만성 발목불안정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발목을 상하좌우로 돌릴 때 시큰하거나 뻐근하고, 삐었던 발만으로는 땅바닥을 딛고 서 있기 어려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발목불안정증은 손상된 발목 인대를 내버려 둬 발목 염좌(발목을 구성하는 인대가 늘어났거나 찢어져 손상된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자칫하면 수술이 불가피해 증상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며 발목 염좌 치료를 제때 해야 한다. 발목 염좌 치료 방법은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발목 인대를 구성하는 섬유의 일부가 늘어나거나 미세하게 찢어진 1도 염좌는 하루 정도 지나면 부기가 가라앉고 대개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최기원 교수는 “이때는 과격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발목 보호대를 2주 정도 착용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목 외측 인대가 부분적으로 찢어진 상태인 2도 염좌일 때는 발목이 붓고 피멍이 생기며 통증을 동반한다. 발목 탄력보호대나 보조기를 착용하고 균형감각 회복 운동, 발목 근력 강화 운동 등의 기능적 운동 치료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인대 재건술 등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발목 염좌의 재발을 막으려면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활동에 적합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며 “꾸준한 발목 근력 강화 운동과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운동 전 준비운동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근육 지나치게 줄어든 근감소증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감소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근육량과 근력이 지나치게 감소해 생기는 근감소증이라는 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근감소증을 앓으면 평상시 잘 넘어지고 일어날 때 다리에 힘이 모자라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만 불편함을 초래하는 건 아니다. 원 교수는 “근감소증은 치매와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건강을 악화하는 도미노 현상의 첫 번째 블록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근감소증을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환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골밀도 측정 기계 등으로 근육량과 근력을 파악해 진단을 내린다. 다만 아직 근감소증의 치료제는 없다.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근력 운동과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가운데 하나는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에서 추천한 이 운동을 하려면 먼저 바퀴가 없는 의자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 걸터앉는다. 이어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뻗고 허리와 등을 곧게 편 다음 숨을 내쉬면서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일어난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자세를 10~15회 반복하면 된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큰다는데…

아이들은 뛰놀고 넘어지면서 자란다. 그러나 성인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유난히 잘 넘어진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어 부모가 동반 증상까지 유심히 살피는 게 좋다. 특히 아이들은 몸에 이상이 생겨도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관찰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이 잘 넘어질 때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사시와 약시다. 약시의 경우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나 시력이 나쁘고 안경을 착용해도 정상적인 교정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다. 양쪽 눈이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사시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약시는 아이가 잘 넘어지고 눈을 잘 맞추지 못할 때, 눈을 찌푸리면서 사물을 볼 때 등에 의심할 수 있다. 시력이 완성되는 시기는 보통 8세. 그 전에 정기적으로 안 검진을 받으며 문제를 교정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0월 22일]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머리를 감는 자세는 척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과 눈의 안압을 높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끔 샤워하기 귀찮을 때가 있다. 머리라도 감으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샤워기로 머리카락에 물을 적시게 된다. 이어 샴푸질을 하고 거품을 헹구는 내내 고개와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자세는 허리, 목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머리 무게는 성인 기준 4~5kg이다. 목을 앞으로 많이 기울일수록 목뼈가 견뎌야 하는 하중도 증가한다. 이 상태에서 허리까지 과도하게 숙이면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허리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허리를 구부린 탓에 척추뼈와 뼈 사이가 압박돼 디스크가 받는 압력이 증가할 경우, 급성 디스크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게다가 기상 직후엔 근육과 인대가 평소보다 굳은 상태다.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가 펴면 근육 경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척추질환이 있는 사람은 허리를 구부린 채 머리를 감지 않는 게 좋다.

심장이 약하거나 이미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특히 이 자세를 피해야 한다. 고개를 숙이면 피가 머리로 쏠리고, 심장으로 돌아와야 할 혈액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고개를 앞으로 많이, 오래 숙이고 있을수록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기 어려워진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던 중, 얼굴이 붉어지거나 숨이 차고 어지럽다면 즉시 휴식을 취한다.

눈에도 좋지 않다. 정상 안압은 21㎜Hg 이하지만, 머리와 허리를 오랫동안 숙이고 있으면 30~40㎜Hg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녹내장 환자는 안압이 오르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선 머리를 감을 때도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선 채로 샤워하면서, 고개만 뒤로 살짝 젖혀 머리를 감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머리만 따로 감아야 할 경우라면,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무릎을 살짝 굽혀 허리가 최대한 구부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같은 원리로, 세면대에서 세수할 때에도 허리 대신 무릎을 굽혀 높이를 맞추는 편이 좋다. 씻기 전엔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해서 자는 동안 경직된 몸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머리를 감는 도중에 허리 통증을 느꼈다면 즉시 안정을 취하고, 통증이 나아진 후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본다.


이해림 기자 lhr@chosun.com

[헬스조선 2023년 10월 2일]

 

살을 빼려는 마음을 먹을 때, 식단과 운동 루틴을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만성 염증의 잠재적인 영향이다. 연구에 따르면 염증이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체내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가 배고픔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체내염증을 줄이고 체중 감량을 쉽게 할 수 있는 5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1) 첨가당 섭취를 줄이거나 줄인다.

식단에서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섭취하는 첨가당의 양을 제한하는 것이다. 가급적 자연그대로의 식품을 자주 먹고 설탕이 첨가된 필수 단 음식은 적당히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無)’는 오히려 지속가능한 체중 감량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

2)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로 내장 건강을 유지하라

행복한 내장이 건강한 내장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최적의 기능을 하기 위한 내장 환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돕는 좋은 박테리아다. 요거트, 코티지 치즈와 같은 음식, 김치‧콤부차‧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에 많다. 

3) 프리바이오틱스에 대해 잊지 마세요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프리바이오틱스를 식단에 활용하는 것도 잊지 말자. 프리바이오틱스는 장 내 유익한 박테리아의 생장을 돕는 난소화성 성분으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영양원이 되어 장 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염증을 줄이고, 내장 건강을 증진시키며, 혈당을 조절하고, 면역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역, 아스파라거스, 치커리 뿌리, 양파, 마늘, 사과, 귀리, 아마씨 등에 풍부하다. 

4) 술을 멀리하라

알코올은 내장에 염증을 촉진하고 중요한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다. 설탕이 든 알코올 음료 대신 건강에 좋은 대체품을 마시는 것이 좋다. 탄산수나 생과일주스, 미네랄워터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5)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충분한 휴식을 확실히 취하도록 하라. 매일 밤 7시간에서 9시간 숙면을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 부족한 수면은 몸속에 존재하는 염증을 악화시키고 새로운 염증을 일으키는데 기여한다. 캐모마일 차나 허브 차, 생강, 강황과 같은 소염증 향신료 차 등을 마시는 것도 좋다. 

 

김경민 기자

출처 : 주간조선 2023년 9월 30일(http://weekly.chosun.com)

심혈관 질환과 우울증 완화에 효과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살랑이며 걷기에 최적화된 계절이 도래했다. 최근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맨발 걷기' 열풍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신발을 벗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과 자연을 온전히 접하며 느끼는 편안함은 맨발 걷기의 최대 매력 포인트다.

무엇보다 맨발 걷기로 암, 뇌졸중, 고혈압 등 다양한 중증질환에서 회복됐다는 경험담이 최근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맨발 걷기 운동에 나서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


맨발 걷기 열풍에 맨발로 걸으며 운동을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어싱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연합뉴스


맨발로 자연을 느끼며 운동을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어싱족(접지를 뜻하는 earthing과 집단을 뜻하는 족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가운데, 맨발 걷기가 건강에 불러오는 효과와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우울증 완화에도 도움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다. 운동 전문가에 따르면 "맨발로 걸으면 발의 뼈, 근육, 인대가 골고루 강화되고 발의 곳곳에 자극이 가해져 전신의 감각과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라고 밝혔다.

매일 꾸준히 맨발로 걸으면 체중이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떨어뜨려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맨발걷기 효능 중 중요한 포인트는 혈액을 묽게 만든다는 것이다. 혈액이 묽게 된다면 심혈관 질환이 예방, 완화되며 혈액이 뭉치지 않아서 혈액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말초신경이 모여있는 발바닥을 자극해 면역기능이 강화된다. 발은 몸의 신경이 모여있는 곳으로 노면에 의해 발이 더 움직이고, 비틀리면서 발바닥을 자극한다. 또한 맨땅에는 작은 돌멩이나 나무뿌리 등 자연 지압 효과로 뭉친 근육을 풀어지고 근막을 이완시켜주는 효과도 크다.

그리고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숲의 풍경을 보면서 흙의 냄새를 맡고 흙과 작은 자갈 위를 맨발로 걸으며 다양한 감각 기관이 자극받아 불안감과 우울감 등이 완화된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햇볕을 쬐면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의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이 계절을 만끽하자. ⓒ원주시

 

맨발걷기 부작용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장점이 많은 맨발 걷기라도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바로 관절이나 인대, 힘줄 등 근골격계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화와 같은 신발을 신으면 걷거나 달릴 때 관절이 받는 압력이 분산되지만 맨발로 걸으면 체중 부하가 고스란히 발목과 무릎 관절에 집중돼 통증이 생기거간 연골·인대 등이 손상 당할 수 있다.

평소 근육이 빠지고 관절염을 앓는다면 산보다는 평지의 숲길이나 공원을 천천히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령층은 발바닥 지방층이 얇아진 상태여서 자극을 가하면 족저 신경이 눌리면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발의 작은 상처 나 물집이 궤양으로 번지고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뇨병 환자 역시 맨발 걷기를 할 때 신중해야 한다. 평발이거나 발에 습진, 무좀이 있는 사람도 자칫 통증 등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맨발 걷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맨발 걷기는 건강에 좋지만 부상 위험도 있으므로 숲길이나 공원에 조성된 흙길을 걷는 게 좋다. 다칠 위험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며, 못이나 쇳조각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릴 수 있으므로 미리 예방 주사를 맞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주의해야 할 사항

첫째, 임산부는 피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발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임산부의 발뒤꿈치는 태아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맨발 걷기로 인해 자극이 계속적으로 온다면 좋지 않을 수 있다.

둘째, 바닥 온도를 주의해야

한 여름낮에 바닥의 온도는 생각보다 많이 높다. 땅이 많이 뜨거우므로 너무 더운 날에는 화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한 겨울에는 동상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당뇨병·족저근막염 환자는 자제해야

당뇨병과 족저근막염, 관절염 환자 등 또한 맨발걷기를 피해야 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발에 난 작은 상처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염증과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출처 : 시사오늘(시사ON)(http://www.sisaon.co.kr)

2023년 9월 17일

걸을 때 속도와 보폭만 조금 더해줘도 걷기 운동 효과를 배로 올릴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다만, 다른 운동보다 동작이 적다 보니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걸을 때의 속도와 보폭만 조금 더해져도 운동 효과를 배로 올릴 수 있다.

◇속도 높여 걷기
빨리 걷기만 해도 근육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빨리 걸으면 근육이 빠르게 이완, 수축해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로 인해 혈관 벽 탄력이 향상된다. 또 더 많은 근육을 이용하는 만큼 심박수가 올라가 열량도 더 잘 태울 수 있다. 빠르게 걷되 뛰지 말아야 하며, 숨이 조금 가쁜 정도로 걸으면 된다. 걸으면서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기 어려운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평지를 걷는 게 좋다.

속도를 높여 걷는 것은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걷는 속도가 빨라지면 산소 소비량과 당을 대사하는 양이 많아져 혈액순환이 잘되면서 혈관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압을 높이는 카테콜아민 호르몬이 감소하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활성화돼 혈관 탄성도가 높아진다. 걷는 속도가 빠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11~21% 낮았다는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연구 결과도 있다.

 

◇보폭 10cm 넓히기
보폭을 10cm만 넓혀 걷는 것도 운동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보폭이 넓어지면 허벅지, 골반 안정화 근육 등까지도 넓게 사용된다. 이와 동시에 동시에 다리 근육에 자극도 더해진다. 우리 몸은 안정적으로 서 있으려면 몸의 중심선과 중력이 가해지는 방향이 일직선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보폭을 넓게 걸으면 몸의 중심선이 중력이 가해지는 방향과 일직선을 이루지 못하고 크게 기울어져 균형을 잡기 위한 근 긴장도도 더 커지게 된다.

넓게 걸으면 학습력, 기억력, 언어 능력 등 인지 능력도 올라간다. 한 연구에서 실험대상자의 보폭을 넓히며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기(fNIRS)로 뇌 활성도를 측정했는데, 보통 걸음으로 걸을 때보다 보폭을 10cm 늘였을 때 뇌 혈류가 증가하고 산소 포화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원활하게 전달돼 뇌 작용이 활성화되면서 인지 기능도 올라간다.

 

◇중장년층, 보폭보단 속도 더 신경 써야
운동기능에 이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보폭을 평소보다 10cm 정도 넓히면서 동시에 걷는 속도를 올리면 된다. 하지만 중장년층부터는 보폭을 넓히기보단 빠르게 걷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중장년층부터는 골반 근육이 약해져 걸을 때 지면반발력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게 관절에는 안 좋을 수 있다. 보폭이 넓어질 때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걸어야 하는데, 골반 근육이 약한 사람은 무게 중심이 왔다 갔다 해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걸을 땐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몸은 꼿꼿하게 세우며, 팔은 자연스럽게 흔들고 발은 뒤꿈치에서 발바닥 그리고 앞꿈치 순서대로 디디면서 걷는다.

 

[헬스조선 2023년 9월 1일]

클립아트코리아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동네 주변이든 직장 출퇴근, 학교 등하교 시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신체에 여러 가지 건강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헬스라인(Healthline)이 걷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9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1. 에너지 증진
걷기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 종일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야외에서 걷는다면 더욱 그렇다.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20분 동안 걸은 성인은 실내에서 20분 동안 걸은 사람보다 활력과 에너지를 더 많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수면 부족을 느끼는 18명의 여성에게 10분간 계단을 걷는 것이 커피 한 잔보다 더 활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기분 개선
아침에 걷는 것은 생리적 이점도 있다. 자존감 향상, 기분 향상, 스트레스 감소, 불안감 감소, 피로 감소, 우울증 증상 완화 또는 우울증 위험 감소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려면 일주일에 5일 이상 20~30분간 걷는 게 좋다.

3. 신체 활동량 완료
아침에 걷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하루 신체 활동을 미리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을 위한 신체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300분 동안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려면 일주일에 5일 정도 아침에 30분간 걷기를 해야 한다.

4. 체중 감량
아침에 걷는 것은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0분 동안 적당한 속도로 걸으면 최대 15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건강한 식단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더 도움이 된다.

5. 면역력 향상
걷기는 면역력을 높이고 다양한 질환 예방 및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30분씩 걸으면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19%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수명 연장 및 심혈관 질환, 특정 암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6. 근육 강화
걷기는 다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보통에서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좋고 계단 오르기, 언덕 오르내리기, 러닝머신에서 경사로 걷기 등을 시도해 보자. 일주일에 여러 번 스쿼트나 런지와 같은 다리 강화 운동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7. 정신 기능 향상
아침 산책은 정신이 맑아지고 하루 종일 집중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노년층 중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은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걷는 것은 자유로은 아이디어의 흐름을 열어 앉아있을 때보다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야외에서 걷는 것이 더 그렇다.

8. 숙면
아침에 걷는 것은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2017년 발표된 한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가벼운 불면증을 앓고 있는 55세~65세 사이의 노인을 대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아침에 운동한 사람보다 저녁에 운동한 사람이 밤에 더 나은 수면의 질을 경험했다.

9. 더 건강한 선택
걷기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 종일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걷기 후에는 활력이 넘치고 수면 부족을 덜 느낄 수 있다. 기운이 떨어지거나 피곤할 때 간식이나 에너지 부스터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 걸으면 오후에 건강한 점심과 간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임혜정 기자 press@healthinnews.co.kr

출처 : 헬스인뉴스 2023년 8월 23일(http://www.healthinnews.co.kr)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치 염색, 컬러 염색 등 염색이 일상이 된 사람이 많지만, 가끔 암 위험 등이 거론되곤 해 걱정이 된다. 염색, 자주 해도 괜찮은 걸까?

염색약에는 수천 개의 화학성분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성분은 파라페닐렌디아민(PPD) 성분이다. 이 성분은 두피나 손을 통해 들어가 몸속 장기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암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공기 중에 미세하게 떠다니면서 눈을 자극할 수 있다.

눈 등 점막 자극
염색을 할 때 눈이 시리거나 따끔한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증상은 염색약 성분에 의해 각막이 자극을 받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각막 상피가 약해져 있는 당뇨병 환자나 헤르페스 각막염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시력이 나빠지진 않을까? 안과 전문의들은 염색약이 각막을 자극하여 시력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머리 염색을 한다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 그렇지만 각막 손상을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안경이나 고글로 눈을 가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PPD는 점막 자극과 함께, 알레르기도 유발한다. 두피뿐 아니라 얼굴에도 가려움증, 두드러기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처음 염색을 하거나 염색약을 바꿨다면 사용 전에 피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보통 염색 48시간 전에 팔의 안쪽이나 귀 뒤쪽에 염색약을 동전 크기만큼 바른 뒤 반응을 확인한다. 두드러기나 발진이 보인다면 해당 약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방광암·유방암 관련성 연구 나오기도
염색약과 암과의 관련성은 잊을만하면 제기된다. 방광암은 일찌감치 역학연구를 통해서 염색약과의 관련성이 나타났다. 2001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연구에서는 1514명의 방광암 환자와 1514명의 일반인을 조사한 결과, 염색약을 한 달에 한 번 일 년 이상 사용하는 여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2배 높았다. 15년 이상을 같은 빈도로 사용한 여성은 3배 높았다.

학계는 염색약 속 PPD 성분이 대사되면서 방광에 머물며 방광세포에 변이를 유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광암의 가장 확실한 원인은 흡연인데, 흡연자는 염색을 자제하고 염색을 해야 한다면 PPD 성분이 없는 염색약을 쓰는 것이 좋다.

유방암·난소암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0년 오스트리아 빈 의대 연구팀은 미국인 약 11만72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암 발생·사망 여부와 염색약에 노출된 상태·기간·빈도를 36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염색약을 사용한 기간과 횟수가 많으면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난소암은 발병할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팀은 염색약의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분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색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지만 현재로선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PPD 성분이 없거나 저농도로 들어있는 염색약을 골라, 띄엄띄엄 쓰는 것이 좋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1년에 6회 이상 염색을 하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3~4개월 이상 간격을 두고 염색을 하는 것이 좋다.


이금숙 기자 lks@chosun.com

[헬스조선 2023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