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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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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서 영업이나 마케팅에 대해서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다. 이 경영전략은 고객을 왕처럼 모셔서 고객을 감동시키고, 더 나아가 ‘고객 졸도’까지 시켜야만 영업이나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들이 팔지도 않은 타이어를 환불해 주어 고객을 감동시킨 어느 백화점의 일화는 진부한 예화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고객 감동 내지 고객 졸도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이런 친절과 배려를 해도 고객들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 그런다는 사실을 이젠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제 거의 모든 기업들이 그런 친절을 베풀기 때문에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에 고객들은 더 이상 감동하지도 않는다. 기업들이 명목상으로만 ‘고객은 왕이다’라고 할 뿐, 실제로는 ‘고객은 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고객들이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제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을 넘어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의 허점은 고객과 기업을 이원적으로 구분한다는 점이다. 이런 구별은 어차피 기업이 어떤 친절을 베풀어도 고객의 돈을 빼내기 위해 수단일 뿐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은 고객이 곧 기업과 같은 위치에 서게 만들어서 고객이 돈을 지불하면서도 전혀 반감이 가지 않도록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의 앱 스토어는 이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앱 스토어에 콘텐츠를 올리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사용자, 즉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다. 그럼 그 콘텐츠는 누가 사용하는가? 바로 사용자, 즉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다. 그러니까 앱 스토어의 공급자도 소비자이고, 수요자도 소비자다.
다시 말해 애플은 앱 스토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의 파트너이면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파트너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즉 애플은 고객들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장터를 마련해 주고 있는 동시에, 고객들이 그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애플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폰의 사용자들은 애플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이 나오면 밤을 새우면서 줄을 서서 애플 제품을 구입하는 마니아층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런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애플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애플이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을 많이 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자신들의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왜냐하면 애플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애플과 경쟁할 때 미래 경쟁력에서 뒤질까 염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애플보다 스마트폰 매출액에서는 앞서지만, ‘파트너’, 즉 마니아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 입장에서는 애플이 갖지 못한 강점, 즉 제조업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경영 전략의 적극적인 도입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이 이 정도면 한국의 다른 기업들의 실상은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고객을 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조차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 한미 FTA 체결 등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이하여 한국 기업들도 하루 빨리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을 구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뉴스(http://smenews.kbiz.or.kr/) 2011년 12월 5일 CEO칼럼에 투고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