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두바이에서의 사막여행

2022. 12. 1.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20 호)

 

【 두바이에서의 사막여행 】

 

사막여행은 오후 2시경에 호텔에서 나를 태우고 40분 정도 걸려 사막으로 간 다음에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한 시각이 대략 9시 반이니 사막여행을 시작하기까지는 4시간 이상의 여유 시간이 있는 셈이었다. 두바이에 아침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아침식사도 하지 못하고 비행기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 쉬면서 사막여행 준비를 하기로 했다. 우선 호텔에 체크인 한 다음 방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해온 컵라면을 먹고 반욕을 하고 나서 휴식을 취했다.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긴 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깼다.

사막여행 팀으로부터 12시 반쯤 전화가 왔는데, 2시 15분경에 나를 태우러 가니까 호텔 로비에서 기다려달라고 얘기를 했다. 남은 시간 동안 쉬면서 사막여행에 필요한 선글라스, 모자, 잠바 등을 챙기고 썬블럭 크림도 충분히 발랐다. 배낭은 가져갈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차를 타고 움직이니까 물이랑 밤에 혹시 쌀쌀해지면 입게 될지도 모를 잠바를 넣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져가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나눠줬지만 먹지 않고 있던 초콜릿도 혹시 몰라서 챙겼다. 물은 거기서 주겠지만, 그래도 배낭에 한 병을 챙겨 넣었다.

 

2시가 되어 로비에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서 “Mr. Kim?”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으니까 나가자고 했다. 밖으로 나오니 랜드로버(Land Rover)가 대기하고 있었다. ‘럭셔리 사막(heritage desert safari) 투어라고 하더니 차까지 럭셔리하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올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랜드로버가 사막에서 달리기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사막 투어에 동원된 차들은 모두 랜드로버였다. 나를 태운 차는 버즈 알 아랍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독일인 부부를 태우고 사막을 향해 달렸다.

시내에 있을 때는 그나마 촘촘하게 늘어선 고층 빌딩 때문에 여기가 사막지대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지만,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곧바로 사막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운전기사 겸 가이드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사막 위 벌판에 세우다 만 건축물들이 많은데,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에서 건설을 시작했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중단된 채 현재까지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 자신은 모로코에서 왔는데, 두바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이며,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정도 밖에 안 되는 현지인들은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또 80퍼센트에 달하는 외국인들은 아무리 오래 두바이에 거주해도 두바이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만약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주게 되면 20퍼센트에 불과한 두바이 현지인들이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외국인들은 취업이 안 되면 바로 두바이를 떠나야 하는데, 이 때문에는 두바이에는 거지가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차가 어느새 고속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막 한복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일부 구간은 포장이 안 된 구간도 있어서 천천히 달리다가, 울타리가 둘러쳐진 곳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작은 움막이 있었고, 랜드로버 오픈카가 여러 대 서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머리에 아랍인들처럼 케피예(keffiyeh)를 씌워주고 여러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관광지에서 흔히 하듯이 사진을 찍어주고 나중에 그 사진을 사도록 하는 상술이라고 짐작됐지만, 그때 가서 싫으면 안 산다고 하면 되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다른 팀들도 합류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였다.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가 탔던 차에 다시 타라고 하더니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고, 차의 어떤 스위치를 누르니 차 높이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사막의 모래에 빠지지 않고 달리기 위해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차는 사막 한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달렸다. 그러면서 가이드의 여러 설명이 이어졌다. 사막의 모래 색깔이 산에 가까운 쪽은 붉은 색을, 바다에 가까운 쪽은 하얀색을 띠는데, 그 이유는 산에 있던 산화철 성분이 많은 모래들이 바람에 실려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막에는 데저트 피쉬(desert fish)라는 물고기처럼 생긴 동물이 사는데, 모래 속에 주로 살지만 가끔 지상으로 나온다면서 차를 세우고 데저트 피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신들이 사막 위로 올라가지 않고,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이유도 데저트 피쉬 같은 사막 생명체에게 해를 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 말고도 다른 팀들도 있었는데, 같은 동선을 따라 차례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사막을 잘 볼 수 있는 약간 높은 언덕에 올라 멀리 보이는 사막 풍경을 감상하고, 사막 중간에 만들어진 저수지도 들렀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지점에 우리를 촬영하는 카메라맨들이 있었듯이, 우리가 방문하는 곳곳에 카메라맨들이 있다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드론을 동원해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은 예상했듯이 나중에 우리에게 보여주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사진과 동영상 모두를 사면 600디르함, 둘 중 한 가지만 사면 300디르함이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300디르함을 주고 동영상만 구입했다.

차량을 이용한 사막투어가 끝나자, 원래 출발했던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아랍의 매인 팔콘의 묘기를 감상했다. 관광객들에게 팔콘을 팔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도록 하기도 했다. 팔콘에 대한 긴 설명과 함께 사냥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팔콘의 묘기가 끝나고 해가 거의 질 무렵이 되자 한 무리의 낙타들이 나타났다. 낙타 옆에서 사진도 찍고, 낙타를 타고 저녁을 먹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낙타는 물론 말도 한 번 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겁이 나긴 했지만, 타고 내릴 때 낙타 등 위에서 균형을 잡기 힘들었던 것 외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낙타가 높낮이가 있는 사막 위를 걸을 때 꿀렁거려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 사막투어는 저녁식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낙타를 10여 분 타고 도착한 곳은 여러 개의 오픈 방갈로가 있고 가운데 작은 저수지가 있는 곳이었다. 저녁식사는 각 팀별로 개인 방갈로 안에서 하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혼자 참가했기 때문에 혼자서 방갈로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녁식사 메뉴는 차를 타고 오면서 미리 주문했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자 나오기 시작했다. 발이 빠져 걷기 힘든 모래 위를 걸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낙타를 타고 오면서 소화가 돼서 그런 건지 좀 지나치게 많이 시켰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을 거의 먹어치웠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중앙에 있는 오픈 거실에 모이라는 안내를 했다. 디저트를 먹으면서 짧은 불꽃 공연도 보고, 그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태블릿으로 보여주면서 구입 여부를 묻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사막여행에 참여한 일행들은 거의 가족으로 2명 이상 참여했고,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어리고 젊은 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사막 썰매 타기라든가, 사륜 구동 오토바이를 타는 등 액티비티가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액티비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막여행이 좋았지만, 젊은 층이라면 이런 정적인 사막여행이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사막여행 프로그램은 두바이에서도 부자로 알려진 사람이 운영하고 있고, 그의 철학이 사막 생태계에 해를 주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어서 액티비티가 관광 여정이 포함되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매(팔콘) 사냥 시연이라든가, 불꽃 공연 등이 포함된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차라리 베두인들의 삶의 체험 등 사막과 관련된 일정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던 사막여행이었지만, 뭔가 너무 판에 박힌 상품이 되어 버려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는 게 이번 여행을 마치고 드는 느낌이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두바이 사막투어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