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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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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시티투어(2)

2022. 12. 15.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22 호)

 

【 두바이 시티투어(2) 】

 

전통 시장은 기대했던 것만큼 볼거리도 별로 없는데다가 야외라 엄청 더웠다. 뜨거운 날씨에 얼른 모여서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어디 앉아 쉴 곳도 없고 주위 가게를 보려니 호객꾼이 몰려들어 그늘이 있는 곳에서 엉거주춤하게 기다렸다. 마침내 모두 모여서 아브라에서 내렸던 곳으로 갔더니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가이드도 지쳤는지 인원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버스가 떠났는데, 조금 있다가 두 명이 안탔다는 것을 확인하고 누가 안탔는지 확인하려고 출석을 불렀다. 버스에 안 탄 사람들이 그 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탄 버스는 오전 일정의 마지막인 두바이 몰로 향했다.

1시쯤 두바이 몰 주차장에 도착해서 몰 쪽으로 걸어가니 갑자가 에어컨 바람이 나오면서 서늘해졌다. 가이드는 오전 투어만 신청한 사람들은 여기까지라면서, 온종일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은 2시 반까지 맥도널드 가게 앞에서 모이면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을 통해서 부르주 할리파 전망대에 관람하겠다고 신청했던 사람들은 별도로 안내할 테니 시간 조절을 잘 해서 점심식사를 하고 마찬가지로 2시 반까지 모이라고 했다. 나는 다음 날 아침 부르주 할리파 전망대 예약을 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중국식 식당에서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좀 쉬다가 모임 장소로 갔다. 만약 나도 이 시티투어 프로그램에서 전망대 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여기서 구입해도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일부러 아침에 호텔에서 여기까지 다시 올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오전 투어만 참석하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오후 투어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채워졌다. 오전 투어에 비해 오후 투어는 프로그램이 좀 빈약한 것 같았는데, 오후 투어만 참석한 사람들은 그걸 감안하고 참석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후 첫 방문지는 팜 아일랜드(Atlantis Palm)였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 팜 아일랜드의 전체 형태를 조망하기 좋다고 하여 버스에서 내려서 모노레일 정류장으로 향했다. 모노레일 비용은 포함되어 있는지 가이드가 표를 샀는데, 특이한 것은 모노레일을 타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바이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모노레일에서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검표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마스크를 나누어 주었는데, 마스크 비용을 별도로 받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나는 모노레일 안에 서서 팜 아일랜드를 봤지만, 이미 TV 영상이나 사진에서 많이 봐서 그런 건지 별로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가이드는 유명하다는 호텔에 대해서 설명하고, 새로 신축되는 호텔에 대해서도 설명했지만,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이런 호텔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모노레일 마지막 정거장에 모두 내려서 걸어가는데, 우리가 탔던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일부 승객들이 앞에 있는 방파제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우겨서 땡볕 아래 걸어서 그곳으로 이동했다. 결국 별로 구경할 곳도 없는 곳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중간에 예정되어 있던 에미리트 몰(Mall of Emirates)에는 가지 못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몰에 가는 것보다는 야외가 낫기 때문에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곳들을 빨리빨리 둘러봐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한계를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팜 아일랜드를 둘러보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보다는 흡사 인간의 욕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바벨탑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의 생존이나 행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는 일에 그토록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자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더 나아가 바다를 메우느라 돌과 흙을 파내고 운반하느라 환경을 파괴하고, 그 결과가 바다의 환경에도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이렇게 환경을 파괴하고 건설한 것들이 결국 호텔 정도라니. 호텔이야 저 넓은 사막 위에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었을 텐데, 차별화된 아이디어라는 걸 보여주려고 이런 무지막지할 일을 벌이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지혜 덕분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내 불편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를 태운 버스는 팜 아일랜드를 빠져 나와 마리나에 도착했다. 마리나는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게끔 수로를 파서 만든 곳으로 주위에 럭셔리한 주택 지역이 위치해 있고, 마리나 수로를 따라 마리나 워크라는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다. 부자들이 많이 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고급 식당도 많이 있는 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이곳 마리나까지 10분 정도만 걸으면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날 저녁과 다음날 저녁에도 마리나 워크를 걸으면서 산책을 했다. 더욱이 다음날 저녁에는 설비 검수를 같이 했던 스위스 기술 제공회사 직원이 안내해서 마리나 워크에 위치한 고급 식당에서 스시를 먹을 수 있었다. 두바이에서 스시라니. 하긴 그렇게 저녁을 먹기 전에 점심때에는 설비 제작회사에서 마리나 근처의 동양식 식당에서 동양 각국(인도네시아 음식이 포함됐지만, 한국 음식은 없었다)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두바이에는 각국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각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는 것도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나에 도착한 시각이 거의 5시가 다 되어서였다. 가이드는 우리를 내려놓으면서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다가 20분 정도 후에 모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 빙 둘러 서 있는 건물과 호수 같은 바다 선착장에 나란히 서 있는 요트 외에 크게 볼 것이 없어서 입구에서 사진 몇 장 찍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가격을 물으니 35디르함이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앞에서 산 꼬마들에게는 10디르함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열심히 장사를 하는 것 같아 그냥 돈을 주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시간이 되자 가이드가 모이라고 한 다음에 에미리트 몰에는 들르지 못하니 양해바란다면서 바로 두바이 몰로 갔다. 두바이 몰에 도착하니 6시 10분 전이었다. 마침 6시부터 분수 쇼가 시작된다고 해서 부지런히 분수 쇼를 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분수 쇼를 하는 공간에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가까이서 분수 쇼를 보기 위해 인파를 뚫고 가까이 갔다. 6시가 되었지만, 분수 쇼는 시작되지 않다가 6시 10분이 넘어서야 분수 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분수 쇼가 영 기대했던 것만큼 화려하지가 않았다. 아직 날이 어둡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더 화려한 분수 쇼를 봤었기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져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황당한 것은 시리즈로 지속되었던 라스베이거스의 분수 쇼와 달리 두바이 분수 쇼는 한 번 보여주고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30분마다 반복된다고 하여 좀 더 기다릴까 하다가 더 실망하게 될까봐 그냥 호텔로 가기로 했다.

 

호텔로 갈 때는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그 다음날 부르주 할리파 빌딩 전망대에 아침 일찍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전철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혹시 아침에 전철을 타고와도 되겠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수 쇼를 보던 장소에서 전철역까지 가는 데에서 벌써 문제가 생겼다. 분수 쇼를 봤던 곳이 지상층(한국으로 보면 1층)이었는데, 전철역으로 가려면 지상 2층(한국으로 보면 3층)으로 올라가서 20분 넘게 걸어가야만 했다. 아마도 더운 날씨 때문에 전철역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두바이 몰 사이에 연결 통로를 설치한 것 같았는데, 그 길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길었다. 20분 정도 전철을 타고 가서 호텔 근처 전철역에서 내린 다음에 모노레일로 환승할 수 있는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전철에서 호텔까지도 10분 정도 다시 걸어야 했다. 그러니까 호텔에서 부르주 칼리파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전철을 이용해서 가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결국 아침 7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전철을 타고 부지런히 이동하면 예약된 시각인 8시 30분까지 갈 수는 있겠지만, 무리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결국 택시를 타고 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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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두바이 시티투어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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