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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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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투리에 대하여

2021. 1. 7. 06:5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621 )

 

제주도 사투리에 대하여

 

제가 제주도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나오는 반응 중의 한 가지가 제주도 말은 알아듣기 어렵다고 하던데, 제주도 말을 전혀 안 하네요.”입니다.

그럼 저는 제주도 말로 고르민 무시 거옌 고람신지 모르카 부덴 경 햄수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상대방이 그게 제주도 말이에요. 정말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위에 제가 말한 제주도 말의 의미는 제주도 말로 얘기하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를 것 같아서 그럽니다.”입니다.

그나마 제주도 말(이하 제주어)을 글로 쓰면 시간을 두고 분석해서 좀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빨리 말하면 전혀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합니다.

저도 제주도 출신이긴 하지만, 제주시에 살았기 때문에 제주 시골 할머니들이 하는 제주어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저도 제주도에 가서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제주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제가 서울 등 제주도를 벗어난 지역에서 제주어를 쓰지 않는 이유는 알아듣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경상도나 전라도 말을 하면 편을 들어줄 동향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많지만, 제주어를 하면 그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에도 함경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방 사투리가 있지만, 제주어는 좀 특별하긴 합니다.

유네스코에서도 제주어를 앞으로 사라질 염려가 커서 보존할 필요가 있는 언어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다른 지방 사투리도 보존할 가치가 있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제주어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경도, 경상도 등 지방 사투리가 한국 고대어에서 서울 표준어와 비슷한 경로로 변화해 온데 비해 제주어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제주어의 변천은 서울 표준어 또는 다른 지방 사투리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역적 고립이 심했기 때문에 비교적 고대어의 특성을 비교적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육지에서 관리들이 오고, 서울 양반들이 귀양 와서 살긴 했지만, 그들은 일반 제주인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일반 제주인들이 사용하는 제주어에는 아래아()를 비롯한 고대어의 흔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많다하다’, ‘빨리ᄒᆞᆫ저’(혜은이의 감수광에서 ᄒᆞᆫ저 옵서예혼자 오라는 뜻이 아니라 빨리 오라는 뜻임)라고 하는 등 고대어가 아직도 사용되는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제주도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언어가 바뀐 흔적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단어들이 짧아지고 된소리가 많이 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십니까?’감수꽈?’, ‘이렇게’, ‘그렇게으로 짧고 되게 발음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 제주도에서는 학교에서 표준어만 가르치고, 방송과 SNS 등 소통 수단으로 표준어를 사용하다 보니 젊은이들은 점차 제주어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 제주도민들이 나서서 제주어 사전을 편찬하는 등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주어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귀중한 언어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대학교 내에 제주어연구센터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연구센터를 넘어 제주대학교에라도 제주어학과가 설립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주 출신으로서 저는 제주어가 보존되어 한국어를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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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