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만쿠소 외(양병찬), “매혹하는 식물의 뇌,” 행성비, 2016년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식물의 뇌’라는 용어가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그건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에도 뇌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뇌는 동물들의 특성이며, 특히 인간이 다른 동물(생물?)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아메바 등 하등동물들이 뇌가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식물이 뇌가 있다니? 이동할 필요가 없는 식물들은 뇌가 필요 없다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 이 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의 저자인 스테파노 만쿠소와 알렉산드라 비올라는 ‘식물에도 뇌가 있다’고 주장한다. 식물들은 외부 자극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도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초식동물들이나 곤충들이 자신의 잎을 손상시키면, 식물들은 잎에 독성 물질 내지 기피 물질을 내보낼 뿐만 아니라, 이웃의 동료 식물들에게도 경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곤충들이 괴롭힐 경우에는 그 곤충들의 천적을 불러들이는 반응까지 보이는데, 그런 행동이 어찌 뇌가 없이 가능하겠느냐고 항변한다.
이처럼 식물이 뇌가 없다는 편견은 식물과 동물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게 이들 저자들의 주장이다. “동물이 두뇌, 심장, 폐 등 핵심적인 장기들이 뚜렷하게 구별되어 있는 반면에, 식물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듈들은 상호작용하며, 심지어 어떤 상황에서는 자율적으로 생존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특징 때문에 식물은 동물과 매우 다르며, 하나의 ‘개체’보다는 ‘군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이 이처럼 모듈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초식동물 또는 곤충이 자신의 일부를 손상시키더라도 생존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만약 식물이 동물처럼 뚜렷한 개별 장기를 갖고 있다면,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식물의 일부를 손상시켰을 때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물을 대할 때 ‘옳고 틀림’의 관점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진화가 인간을 진화의 정점에 있도록 진화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다보니 이런 편견이 생긴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식물이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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