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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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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약은 보약이란 인식이 강했다. 병을 치료하는 건 양약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한약도 치료 약으로 쓰이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화학적 조합으로만 만든 양약은 강한 독성을 띨 수밖에 없다. 반면 한약은 생약 성분으로 이루어져 몸에 이롭다. 한약이 치료 약으로 사용된다면 양약이 쳐놓은 울타리를 허물어 의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전문 한의사가 진단체계를 상세하게 소개한 '상한론'을 바탕으로 치료 약으로서의 한약을 풀어낸다. <편집자>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6년 기준 82.1세다. 머지않아 100세를 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될 것이다. 100세 시대엔 삶을 길게 연장하느냐 보다 길어진 노년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각종 운동과 식단관리로 자기 관리를 하며 웰빙을 추구하는 건강법이 유행하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와 관련이 깊은 현상이다.

정신 건강은 노화 아닌 사회적 관계가 좌우
퇴직 후 여유시간 많아질 때가 우울증 위험
고대 한의학 서적 『상한론』처방 효험

 
정신건강은 노화와 별개   
 
정신 건강의 문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권혁재기자

정신 건강의 문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권혁재기자

 
하지만 자기관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정신 건강이다. 영양 상태를 좋게 하고 근력을 키우는 등 아무리 신체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도 정신 건강과는 별 상관이 없다. 정신 관련 질환은 신체의 노화와는 관계 없이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수명이 늘어난 현대인들에게 사회적 관계는 정년퇴직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진다.
 
퇴직 후 우울증
 
현대사회에서 퇴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갑자기 내던져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 결혼 등으로 경제적 부담은 여전해 쉬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요즘 반퇴 세대의 초상이다. 하지만 정신과적 문제는 이처럼 몸과 마음이 바쁜 사람에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할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퇴직자에게 나타난다. 바로 퇴직 우울증이다. 
 
퇴직 우울증. [일러스트 강일구]

퇴직 우울증. [일러스트 강일구]

 
이런 사람들은 가족 부양의 의무가 없어지면서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고 행동 반경을 최소한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움직이는 큰 이유였던 직장과 가족부양의 의무가 없어지면서 공허함과 무료함을 느끼고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움직임이 적어지면 상대적으로 생각이 더 많아지고, 보다 쉽게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 과로하지 말고 쉬어야 건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쉬면서 병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퇴직 전에는 달콤했던 휴식이 퇴직 후에는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상한론傷寒論』 정신과 치료
 
고대 임상의학 서적인 『상한론傷寒論』에서는 사람의 움직임을 ‘대(大)’와 ‘소(少)’로 구별해 치료법을 달리하고 있다. 움직임을 크고 과하게 가져가는 상황, 즉 무리하게 되면서 몸이 악화되는 경향은 大에서 그 병의 원인을 찾는다. 반대로 움직임이 적은 대신 생각이 많아지고 신체가 연약해지며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少에서 그 병의 원인을 찾는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 [중앙포토]

중년 남성의 우울증. [중앙포토]

 
실제로 퇴직 등의 이유로 행동이 적고 고민이 많아지면서 우울증이 온 환자들이 『상한론傷寒論』의 처방을 통해 낫는 경우가 많다. 퇴직으로 인해 움직임을 적게 가져가는 少에도 두가지 증세가 있다. 몸이 마치 물에 가라앉는 듯 무겁고 열감을 느끼거나(發熱, 脉沈) 서글프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심한(或悸) 경우가 그것이다. 같은 少의 상황이지만 처방을 달리해야 몸의 증상과 마음의 상태가 함께 호전 된다.
 
정신과 환자는 속된 말로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사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가 되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가서 진단을 받듯이, 마음이 아픈 부분은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스스로 이해하며 능동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
 
노영범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출처: 중앙일보 2017년 7월 30일] [더,오래] 노영범의 소울루션(2) 반퇴세대의 덫, 퇴직 우울증

스트레스 받으면 왜 배탈이 날까
 

장-뇌 사이를 이어주는
장내 미생물·세포가 원인일 수도
단맛에 기분 좋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호르몬 분비량과 관련성 드러나
왜 이런 연결 축이 생긴 것일까
상호작용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힘들 때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에 탈이 나기도 한다.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장과 뇌가 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들이 최근 몇 년 새 잇따르고 있다. 전문 용어도 생겼다.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장과 뇌 사이에 생체신호를 주고받는 ‘정보 고속도로’가 존재함을 말해준다.

산모의 장내 미생물과 태아의 신경망 발달을 연구해온 허준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세균)이 장 신경망 또는 뇌에 영향을 주는 과정, 또는 뇌 활성이 직접 또는 면역세포를 통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과 세포들이 장과 뇌의 소통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 주는 경로

장과 뇌의 소통이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주요한 관심 대상이 된 건 최근이다. 2011년 장내 미생물 종 구성의 차이에 따라 실험 쥐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보고가 나온 이래 이런 주제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장내 미생물을 없앤 이른바 ‘무균’ 쥐와 장내 미생물을 지닌 보통 쥐 사이에 나타나는 행동이나 질환 차이를 관찰해, 특정 장내 미생물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주로 연구돼왔다. 그러면서 장내 미생물이 뇌 기능에 관여하는 매개 과정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장과 뇌의 소통을 이어주는 매개물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 몸에서 세로토닌의 90%가량은 장내에 1% 정도로 드물게 분포하는 특정 내분비 세포(‘EC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도 세로토닌 분비량에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들이 최근 나왔다. 2015년 미국 칼텍 연구진은 ‘무균’ 쥐에서는 세로토닌 생산이 뚜렷이 줄어들었으며, 특정 미생물을 무균 쥐의 장에 넣으니 세로토닌 분비가 다시 늘고, 보통 쥐에서 장내 미생물을 모두 없앴더니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물학술지 <셀>에 발표된 이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이 장내 내분비 세포에 작용해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고, 그럼으로써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다양한 미생물 종들의 장내 분포를 보여주는 그림과 여러 장내 미생물 종의 현미경 영상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장내 미생물의 분비물(대사산물)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뇌에 영향을 주는 신호분자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도록 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장내 환경이 우울, 불안, 자폐증상 같은 정신건강 상태와 연관된다는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동물 생장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원재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결국 어떤 생화학 물질을 통해 장에서 뇌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인데, 그 신호의 정체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장내 미생물이 직접 만들거나 장내 세포와 대사물질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내는 물질이 알츠하이머나 퇴행성 뇌질환과도 깊이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동물실험 결과들”이라고 전했다.

‘소통 역할’ 세포들 메커니즘에 주목

장내 특정 세포들이 주변 신경세포와 소통해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과학 연구진은 최근 <셀>에 낸 논문에서,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내분비 세포들이 장내에서 특정 물질을 감지하면 그 정보를 주변 신경세포에 직접 전달해 뇌에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허준렬 교수는 “장내 세포가 음식이나 장내 미생물의 자극을 감지해 이를 신경세포에 전달하고 결국에 뇌에도 알려줄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세포 수준에서 밝혀낸 연구”로 평하면서 “장내 세포와 면역 세포들이 함께 작용해 여러 신호를 신경 세포에 전해준다는 연구들이 최근 여러 실험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과 뇌 사이엔 왜 연결축이 생겼을까?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물을 다루는 소화기관의 정보라면 뇌가 어떤 식으로건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일까? 캐나다 과학잡지 <더 사이언티스트>는 “연결망 덕분에 장내 정보는 몇분이 아니라 몇밀리초 만에 뇌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며, 예컨대 독을 먹었을 때 장 세포들이 이에 반응하고, 뇌가 곧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연결 덕분일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의 영향에 관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장내 미생물과 뇌 건강의 선후 관계와 관련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란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영향이 실험동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 몸에선 어떻게, 얼마나 나타나는지도 더 밝혀져야 하는 문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이언 캐럴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91명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감 등 정신건강 척도를 서로 비교해보니 둘 간에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볼 수 없었다는 결과를 1월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연구가 주로 실험용 무균 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과 뇌의 연결축은 점점 자세히 밝혀지고 있지만,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는 후속 연구들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오철우 선임기자

 

[한겨레 2017년 7월 3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01179.html#csidx39a70cbf92ed403964cf005b36c4a7d

텃밭

2017. 7. 24. 22:3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전반기 막바지 텃밭 모습

 

 

지난해 <네이처> 논문, “115살로 한계에 도달”
20세기 수명 데이터 분석해 ‘확대 불가’ 결론
다른 과학자들 “근거 박약하다” 반박 쏟아내
“120살 이상”, “나중에는 150살 도달할 것”
122살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1997년 사망한 프랑스인 진 칼망. 1875년생이다.
122살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1997년 사망한 프랑스인 진 칼망. 1875년생이다.
현재 100m 달리기 세계 기록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세운 9.58초다. 지금까지 그랬기 때문에, 이 기록도 언젠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 가장 빠른 사람은 9초 벽도 깨고, 세월이 얼마나 걸리든 8초, 7초, 6초 벽도 깰 수 있을까?

20세기 들어 영양과 의료 환경의 개선으로 인류의 수명은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어디까지 늘 수 있을지를 두고 100m 달리기 기록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논쟁에 불이 붙었다.

먼저 불을 댕긴 것은 지난해 <네이처>에 인간 수명의 한계는 115살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실은 얀 페이흐 등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41개국의 수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세기 내내 인류의 수명이 연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장 수명의 연장을 보여주는 곡선의 평탄화다. 인간 수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따질 때 중요한 것은 평균 수명보다는 초고령 인구의 추세다. 70살 이상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계속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100살 이상 산 사람들의 비율 증가세는 브레이크가 걸려 갈수록 떨어진다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의 110살 이상 생존자들을 별도로 심층 분석한 이들의 논문은 1970년부터 90년대 초까지는 최고령 사망자의 나이가 매년 0.15년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에 이 상승곡선이 정점에 이르렀으며, 인간 수명의 한계는 114.9살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평균 수명 연장에는 계속 희망을 걸 수 있지만, 수명의 한계는 뻔하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교훈을 주는 연구 결과다.

초고령자의 생존 기간 확대가 정체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 네이처
초고령자의 생존 기간 확대가 정체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 네이처
이는 115살을 넘겨 사는 사람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진 칼망은 122살까지 살아,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페이흐 교수는 “데이터에 기초해 볼 때, 125살까지 사는 사람을 볼 수 있는 확률은 1만분의 1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노령자의 특정한 병을 치유하면 수명이 늘테지만, 100살을 넘기면 여러 질병이 함께 발생하는 데다 전반적으로 쇠약해지기 때문에 수명 연장이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유전학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단정적이다”, “‘생체 시계’의 절대적 수치가 있단 말이냐”라는 등의 반론이 제기됐다. <네이처>는 28일 인간 수명의 한계는 115살이라는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다섯 개 연구팀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 중 한 연구를 이끈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학연구소의 짐 바우펠 교수는 “자료로 판단하건대 (인간 수명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현재로서는 여러 자료를 균형 있게 판단한다면 그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120살 이상이며, 아마 그런 한계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15살설’을 부인하는 학자들이 비판 지점으로 삼은 것 중 하나는 최고령 수명 곡선의 평탄화 문제다. 이들은 시점 구분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곡선의 기울기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세계 높이뛰기 기록이 20~30년간 정체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뛰는 것 같은 도약 현상이 인간의 한계 수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맥길대의 지그프리드 헤키미 교수는 인간 수명의 한계는 계속 확장될 것이며 2300년이 될 때까지 가장 길게는 150살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평균 수명의 확대는 115살 벽에서 갑자기 막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95년 이후 최고령 사망자의 나이 곡선이 평탄해진 것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곡선의 변화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마르텐 로징 교수는 사람의 절대적 수명 한계를 정한 ‘생체 시계’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15살설’의 주창자인 페이흐 교수는 이런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는 이론을 제기한 학자들에 대해 “아주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실제로 줄고 있다는 주장을 하려고 복잡한 모델을 고안해냈다”며 “이런 행위는 사이언스 픽션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한겨레 2017년 6월 30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00784.html#csidx2b7ea43c9ce584c98ef0ec33fdfa992

양재천 산책길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입니다.

 

 

 

[중앙일보 J플러스 2017년 6월 15일] 

원장 진료 모습

임플란트 시술 후 환자의 관리 여부에 따라 인공 치아의 수명이 결정된다/사진=라이브치과병원 제공

치아는 건강한 식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체 일부이자 외적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실제 치아가 한 개라도 부족하면 음식을 마음껏 먹기 어렵고 정확한 발음마저 어려워진다. 이에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 시술이 인기를 얻는 중이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의 모양은 물론 저작력까지 90% 이상 복원해주는 시술이다. 치아가 손실된 잇몸뼈에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장치를 직접 식립하기 때문에 주변 치아를 거의 손상시키지 않고, 튼튼하고 강한 유지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사후관리가 잘 이루어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임플란트는 전문의의 숙련도에 따른 시술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관리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치아인 임플란트에는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염증이 생겨도 통증을 못 느낄 수 있어서 임플란트 주위염 같은 부작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원그래프
그래픽=라이브치과병원 제공

임플란트 주위염은 임플란트 주변에 쌓인 치태나 치석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 재수술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통계에 따르면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인한 재수술 케이스 중 37.1%가 임플란트 주위염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브치과병원 김태경 원장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많은 환자가 치료가 끝나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플란트 치아는 자연 치아보다 관리가 까다로우므로 6개월에 한 번은 시술받은 병원을 찾아 사후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임플란트를 오래 유지하려면 식후 꼼꼼한 양치습관을 들이고 치실, 치간칫솔 등을 사용하여 주변을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며 “지나친 음주와 흡연,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의 무리한 섭취는 임플란트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2017년 6월 6일]

올바른 걷기 자세 TIP

한강 옆에서 걷는 여성
관절 건강을 유지하려면 바른 걷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사진=헬스조선 DB

40~50대부터는 관절 노화가 시작돼 자연스럽게 관절과 관절 주위의 근육이 약해진다. 조금만 운동해도 쉽게 지치고 통증과 뻐근함을 느낀다. 이때 퇴행성관절염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퇴행성관절염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여성호르몬이 줄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고, 지방분해 능력이 떨어져 살이 쉽게 찌기 때문이다. 체중이 1kg 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3kg 이상 늘어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가볍게 걷는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세바른병원 강지호 원장은 “중장년층은 관절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의 연령대에 생길 수 있는 관절 질환을 숙지하고 관리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바른병원 하동원 원장은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자세만 바로 잡아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며 "먼저 자신의 걸음걸이와 자세,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지속적으로 교정해나가고 습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황별 바른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걷는 자세 코칭받는 모습
사진=연세바른병원 제공

◇상황별 올바른 자세
▷걷는 자세=
팔자걸음을 피한다. 양발이 15도 이상 벌어지면(양발 끝이 부채꼴 모양으로) 팔자걸음이다. 다리가 계속 바깥을 향해 걷기 때문에 무릎에 힘이 가중돼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발이 안쪽으로 15도 정도 오므려진 상태로 걷는 것은 안짱걸음이다. 안짱걸음 역시 무릎 안쪽 연골에 무리를 줘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가슴, 등, 어깨를 곧게 펴 몸과 바닥이 수직을 이루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선은 턱을 당기는 느낌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팔 움직임도 중요하다. 팔의 각을 L자 또는 V자로 만들어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며 걸어야 팔 앞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는다. 무게중심은 발뒤꿈치에서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이동시켜야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제대로 수축·이완한다. 보폭은 보통 자신의 키에서 100cm를 뺀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앉는 자세=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척추에 무리를 준다. 골반과 요추를 무리하게 회전시켜 허리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다리도 휜다. 예를 들어 오른쪽 다리를 꼬면 우측 골반이 올라가면서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기울며 척추와 다리가 휘게 된다. 귓바퀴를 기준으로 어깨와 어깨뼈가 일직선을 이루게 해야 한다. 등을 자연스럽게 펴면서 목을 뒤로 당겨야 귓바퀴 중심으로 직선을 그릴 수 있다. 되도록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선택하고 엉덩이를 깊숙이 넣어 등받이에 붙도록 앉는다. 책상에서 작업할 때는 의자를 바싹 당겨 배가 책상에 붙게한다.

▷​서 있는 자세=짝다리를 짚으면 안 된다. 골반의 좌우 불균형을 유발해 요통과 관절통이 생길 수 있다. 머리, 가슴, 엉덩이가 일직선을 이루어 몸의 중심이 기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야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는 척추의 부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장시간 서 있을 경우 30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 주는 것이 좋다. 발 받침대를 준비해 한발씩 교대로 올려놓고 무게 중심을 계속 이동시켜야 척추나 무릎 등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바른 자세 위한 근육강화 운동법
바른 자세로 걷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관련 근육들을 강화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근육강화 운동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다리 및 엉덩이 근육 강화 운동법=양쪽 골반 위치가 달라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 발을 들고 선다. 이때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의 엉덩이에 힘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한다. 어렵다면 한 손으로 벽을 잡고 실시하는 것도 좋다.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고 신체 밸런스 능력을 향상시킨다. ​

▷​척추 및 하체 근육 강화 운동법=스쿼트 자세가 도움이 된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들숨을 쉬며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도록 다리를 서서히 굽힌다. 이때 엉덩이가 최대한 늘어난다는 느낌으로 앉고 손은 눈높이 정도로 곧게 뻗어준다. 무엇보다 허리와 복부에 힘을 줘 척추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립근을 강화하며 하체 근육을 단련한다.

 

[조선일보 2017년 6월 3일 이해나 헬스조선]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
대장에서 비타민 K2 등을 생산하며 병원균의 증식을 막아주는 대장균. 일부 변종은 식중독을 일으킨다. 막대 모양이다. [사진 픽사베이]

대장에서 비타민 K2 등을 생산하며 병원균의 증식을 막아주는 대장균. 일부 변종은 식중독을 일으킨다. 막대 모양이다. [사진 픽사베이]

인간의 세포는 모두 30조 개 정도지만 인체에 기생하는 미생물은 39조 마리에 이른다. 이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박테리아, 즉 세균이다. 이들은 사람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먹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에 들어 있는 단백질·지질·탄수화물 중 많은 부분을 분해한 다음에야 인체는 이들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우리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또한 미생물은 비타민K와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신체 미생물을 ‘제2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체에 없는 비타민K 등 만들며
1500만년 동거, 생존·건강에 필수
박테리아 종류가 비만에 영향
스트레스 견디는 능력과도 관계
생균 요구르트 심리 안정시켜

건강한 사람은 거의 모두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병원균이 발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익한 미생물 덕분이다. 실제로 여성의 질내 박테리아 구성비는 출산을 앞두고 극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이는 태아가 처음으로 미생물을 접하게 되는 산도를 좀 더 적절하게 정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아는 거의 무균상태지만 출산 과정에서 엄마의 질에 있는 박테리아를 얻게 된다.
 
 

출산과정에서 유익한 미생물 물려받아

출생 후 2, 3년간 아기의 미생물 군집이 성숙해 가는 동안 면역계도 이와 조화를 이루고 함께 발달하면서 이들이 적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오히려 인간의 친구라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다. 예컨대 모유에는 아기가 소화할 수 없는 올리고당이 풍부하다. 모유의 고형물 중 지방, 유당에 이어 셋째로 많다. ‘인간모유올리고당’은 아기의 대장에 살고 있는 유익균인 비피더스의 먹이가 되며 장 점막에 병원균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원래 아기의 면역력이 약한 것도 유익한 박테리아를 체내에 정착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11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을 보자. 이에 따르면 생후 6일된 쥐의 적혈구에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특정 단백질(CD71+)이 성체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하자 정상적인 장내 박테리아에 전에 없던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문제의 단백질은 사람의 탯줄 혈액에도 성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내 미생물이 건강에 필수라는 사실은 과학 실험실의 무균 생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으며 뼈가 허약하고 면역계가 손상됐으며 행태도 정상적이지 않다.
 
인간의 체내·외에 사는 대부분의 미생물은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장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한다. 2011년 뉴욕의 몬테피오르 의료센터 연구팀이 난치성 장염(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77명을 치료한 사례를 보자. 그 전 3개월 동안 5곳 이상의 병원을 전전했던 환자들이었다. 이들의 대장에 내시경을 넣고 건강한 친척의 대변을 한 차례 투입하자 91%가 며칠 내로 완치됐다. 이 치료법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비만자에게는 피르미쿠테스 더 많아

다양한 박테리아를 배양해 군체를 이룬 모습. 염색한 결과다.

다양한 박테리아를 배양해 군체를 이룬 모습. 염색한 결과다.

체내 미생물은 비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6년 12월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을 보자. 미국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연구팀은 비만자 12명과 날씬한 사람 5명의 대변 내 박테리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주류를 이루는 특정 종의 비율이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비만자는 피르미쿠테스(P)가 20% 더 많았고 박테로이디테스(B)는 90% 가까이 적었다.
 
비만자들은 이후 1년간 다이어트를 했다. 그러자 체중이 25% 줄면서 P의 비율은 떨어졌고 B의 비율은 높아졌다. 하지만 애초에 날씬했던 그룹의 수준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 이로써 양자의 연관성은 드러났다. 하지만 박테리아 구성비는 비만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비만의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비만 생쥐와 날씬한 생쥐의 장내 박테리아 샘플을 각각 추출한 뒤, 장내 세균이 없는 무균 생쥐들에 주입했다. 2주가 지나자 비만 박테리아를 주입받은 생쥐들은 날씬 박테리아를 주입받은 개체들에 비해 체지방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47% 대 27%).
 
세계의 언론이 이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비만? 장내 미생물 책임’ 같은 제목이 주류였다. 하지만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사실이 2013년 다른 팀의 연구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에게서 채취한 미생물을 두 그룹의 무균 생쥐에게 각각 투여했다. 다음으로 이들을 한 우리에 넣었다. 생쥐는 서로의 배설물을 먹기 때문에 상대의 미생물을 계속 복용하는 셈이다. 그 결과 비만 미생물이 이미 자리 잡은 곳에 날씬한 미생물이 침입하자 숙주의 체중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날씬한 미생물이 자리 잡은 곳에 침입한 비만 미생물은 제대로 번식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운동장이 애초에 기울어져 있었던 데 있었다. 모든 생쥐가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성 사료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사료를 지방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것으로 바꾸자 상황은 역전됐다. 날씬한 미생물 군집은 번성하지 못했고 생쥐의 체중 증가를 막지 못했다. 건강식을 하는 경우에만 좋은 군집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후속 연구도 있다. 2014년 다른 팀의 연구결과 앞서의 두 박테리아 비율(P/B)은 사람의 비만과 일관된 관련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정한 계통을 콕 집어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미생물 교체하면 회춘도 가능하다?

지난달 독일 막스플랑크 노화생물학 연구소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한 내용을 보자. 연구는 아프리카의 민물고기인 ‘청록색 킬리피시’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3주 만에 성체가 되고 몇 개월 만에 늙어 죽는다. 출생 후 12주가 되면 선명하던 색소를 잃고 운동능력과 정신능력이 퇴화하기 시작하며 암에 걸린다.
 
연구팀은 생후 9.5주된 늙은 개체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 미생물을 청소한 다음 중년에 해당하는 6주짜리 개체의 장내 미생물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이들 물고기는 16주가 된 다음에도 중년처럼 팔팔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명도 상당히 늘었다.
 
체내 미생물은 뇌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4년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연구팀은 불안증 환자의 장내 박테리아를 무균 생쥐에게 이식했다. 생쥐들은 더욱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미생물은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5년 5월 옥스퍼드대 신경생물학자팀이 ‘정신약리학(Psychopharmacology )’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건강한 자원자 45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한 연구다. 한 그룹에는 좋은 박테리아(락토바실러스와 비피더스)의 양분이 되는 갈락토올리고당 5.5g을, 다른 집단에는 플라시보(위약)를 제공했다. 그러자 올리고당 그룹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면에 잠깐 떴다 사라지는 단어들을 파악하는 실험에서도 부정적 정보보다 긍정적 정보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환자들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했을 때 나타내는 변화와 유사했다.
 
심지어 요구르트도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 UCLA 연구팀이  2014년 6월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건강한 여성 25명을 모집해 이중 12명에게만 시판 중인 요구르트 한 컵씩을 하루 두 차례 4주간 먹게 했다. 요구르트에는 생균 4종이 포함돼 있었다 (비피더스, 스트렙토코커스, 락토코커스, 락토바실러스). 연구팀은 복용 기간 전후에 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행복·슬픔·분노 등의 표정을 담은 이미지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요구르트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평온한 반응을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연구팀의 추론에 따르면 요구르트의 박테리아가 장내 박테리아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생성된 물질이 뇌의 화학적 반응을 바꾼 것이다.
 
이에 앞서 장내 박테리아가 세로토닌·도파민·가바(GABA) 등의 신경전달 물질을 생산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PLOS pathogens’  2013년 11월호). 모두가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많은 항우울제가 이들의 체내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일부 미생물은 이들 물질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뇌와 혈액 속의 농도를 조절한다.
 

신경전달 물질 생산도 확인

장내 박테리아는 낙산염을 포함한 다른 신경 전달물질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낙산염은 불안과 우울의 감소와 연관이 있다. 일부 미생물은 장기와 뇌 사이의 주된 신경통로인 미주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럴듯한 일이다. 사람의 장내 박테리아 중 일부는 1500만 년 전 여러 유인원의 공통조상이 살던 시절부터 장내에서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테로이데스(Bacteroidaceae)와 비피더스 계통은 야생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7월 ‘사이언스’). 이렇게 공존해 온 박테리아 중 몇몇이 숙주인 인간의 행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종하는 방법을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복한 사람들은 사회성이 높으며 우리의 사회성이 높을수록 미생물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퍼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미생물이 프로작이나 발륨 같은 정신과 치료약 비슷하게 사용되는 날이 도래할 수도 있다. 뇌 기능을 조절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중앙선데이 2017년 5월 7일]

평균수명 100살 시대를 맞아 중장년층의 50 이후의 삶이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지난해 50플러스 세대의 제2인생을 돕는 50플러스재단을 만들고 캠퍼스와 센터를 잇따라 열고 있다. 사진은 4일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인생 재설계 학부 입문 과정인 ‘인생학교’ 입학식에 참여한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바보처럼 살아왔던 것 같아 인생을 다시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알아내고, 여럿이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지난달 갑작스레 퇴직한 뒤 막막했는데, ‘인생학교’ 플래카드를 보고 눈앞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50을 코앞에 두고 보니 나와 내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사는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정년퇴직 뒤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인생학교 문을 두드렸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고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지난 4일 오후 마포구 백범로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에서 50플러스 인생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 행사로 치러진 ‘마음 열기 워크숍’에서 40대 후반~60대 초반의 신입생 49명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 공무원, 음악가, 비영리 활동가, 사회적기업가, 주부 등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인생학교를 찾은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50플러스 인생학교는 삶을 바꾸는 제2의 배움학교다. 3개월간 주 1회 교육에 참가비는 10만원이다. 마음준비서와 신청서를 내면 학교가 다양한 경험자들을 섞어 선발한다. 인생학교는 50플러스캠퍼스의 인생 재설계 학부의 입문 과정으로, 새로운 체험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지향한다. 강의식의 기존 노후 대비 교육과는 달리 참여형 활동으로 이뤄진다. 연극 <나무꾼과 선녀> 역할놀이,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본 뒤 생각 나누기 등 프로그램 내용을 살짝만 들춰봐도 인생학교의 특징이 드러난다.

“새로운 일을 하든, 재취업을 하든, 여가를 즐기든,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용기를 더하고 열정을 살릴 수 있도록 학교는 톡톡 쳐주는 일을 한다”고 정광필 학장은 말한다. 정 학장은 도심형 대안학교 이우학교 교장을 지낸 교육운동가이다.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인생학교 수강생들이 빼고 더해야 할 것을 조언했다. “인생 전반전의 틀과 형식은 걷어내고 서로 빈구석을 보여주며 앞으로 하고 싶은 걸 함께 할 동료들을 찾자.”


현재 서울 시민 5명 중 1명은 청년과 노인 사이의 중장년(50~64살), 50플러스 세대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띄우고, 50플러스 세대 종합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평균수명 100살 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전 50 이후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서울시에도 큰 고민거리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불안하다, 일하고 싶다’ 막막해하는 이들의 제2 인생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 전역에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를 잇달아 열어 교육과 상담, 일자리,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캠퍼스는 2곳(은평구 서부캠퍼스, 마포구 중부캠퍼스), 센터는 4곳(노원, 도심권, 동작, 영등포)이 운영되고 있다.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50플러스캠퍼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은평구 서부캠퍼스에서는 6만여명이 교육과 상담, 사회참여 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서부와 중부캠퍼스의 올해 1학기 교육 수강생 모집은 3000명 정원이 열흘 만에 거의 다 찼다.

50플러스 인생학교는 지난해 서부캠퍼스에서 시작해 올해 중부캠퍼스에서도 시작되었다. 이날 입학식을 맞아 서부캠퍼스 인생학교 1기 수료생들이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입학식 행사를 끝내고 1층 로비로 내려오는 신입 후배들을 선배들이 힘찬 박수로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며 몇몇은 하이파이브를 청하기도 했다.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저녁 식사와 공연을 직접 준비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파란 나비넥타이와 분홍 리본 머리띠도 했다. 1기 수료생들의 각종 커뮤니티 모임을 소개하고 노래와 악기 연주, 탱고 춤 공연을 이어갔다.

환영행사 준비를 이끈 최경용(57) 자치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보다는, 마음껏 즐기며 새로운 희망을 갖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1년 전 인생학교 문을 두드릴 때와 지금의 자신은 참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기업체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인생학교에서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보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60명의 인생 스승을 만난 것 같았다”며 최 회장은 여럿이 같이 해내는 것의 가치도 깨달았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용기, 열정, 자신감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어둠이 내린 중부캠퍼스를 나가는 후배들을 최 회장과 1기 선배들은 일일이 배웅했다. “인생학교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뭐든지 같이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과, 든든한 친구들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는 최 회장의 얼굴에 50 이후의 삶에서 무엇을 더하고 빼고 나눠야 하는지를 깨달은 듯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서울앤 2017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