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까지 함께 자는 ‘그룹홈’
낮엔 함께 밥먹고 각자 텃밭농사
밤엔 도란도란 잠자니 고독감 뚝 “늙으면 사람이 귀하잖아
혼자는 이로운디 여기선 재밌어”
눈뜨면 옆사람 온기에 생동감 느껴 서울 답십리 ‘개방형 경로당’
한귀퉁이 어린이책 꾸미니
어린이들 시시때때 찾아와
책읽어주며 교감 “활력 넘쳐” 낮 한때만 나누는 사랑방을 넘어
밥만 같이 먹는 급식소를 넘어
공익·나눔형 공간으로 진화 서계경로당의 다음날 아침은 조용한 가운데 바빴다. 이불을 개는 할머니, 바닥을 닦는 할머니, 쌀을 씻는 할머니, 국을 올리는 할머니, 마당을 쓰는 할머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구나 솔선수범 한다. 대부분은 일반 경로당에서 그룹홈으로 바뀐 2007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솔선수범은 할머니들이 터득한 공동생활의 지혜다. 내복 바람으로 안방에서 걸레질하던 이아무개(89) 할머니가 말했다. “처음에는 여기도 갈등이 있었어. 밥하고 청소를 하는 사람만 계속하다 보니 불만이 쌓이는 거제. 그래도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누가 군소리 안 해도 스스로 일을 찾아 한당께. 가끔 티격태격은 해도 크게 싸우진 않어.” 이 곳과 달리 상당수 그룹홈에서는 가사 분담 등을 이유로 회원들 사이가 틀어지곤 한다. 나이 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생활 방식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그룹홈의 과제다. 할머니들은 1주일 가운데 수·목·금 세 차례 점심은 근처 금구교회에 단체로 가서 무료급식을 먹고 온다. 다른 날은 하루 세끼를 모두 경로당에서 먹는다. 아침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끼니를 챙기게 된다. 경로당에 가면 항상 밥이 있으니 그룹홈에 살지 않는 다른 경로당 회원들도 아침·점심·저녁 아무 때고 찾아와 밥을 먹는다. ‘김제시 공동생활가정 개선 및 발전방안 연구’ 결과에서도 “그룹홈 이용 뒤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었다”는 응답이 전체 이용 노인의 80.8%였다. 함께 삼시 세끼를 챙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룹홈에서는 개인이 냉·난방비를 내지 않는다. 서계경로당엔 김제시와 나라에서 1년에 경로당 운영비로 300만원, 그룹홈 지원금으로 300만원이 나오는데 대부분 냉난방비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식재료비나 간식비는 쪼들리는 형편이다. 경로당 총무를 맡은 유아무개 할머니(76)가 말했다. “시에서 주는 거로는 조금 부족하제. 여기저기서 쌀도 주고, 회원들이 돈 걷어서 팔아먹기도 하고, 자식들이 이것저것 보내기도 하고 그럭저럭 살고 있어.” 밥을 먹은 뒤 할머니들은 각자의 바구니에서 약봉지를 몇 개씩 꺼내 든다. 고혈압, 무릎, 허리, 당뇨, 심장 등을 치료하려 먹는 약이 한번에 너댓알에 이른다. 그래도 서계경로당 그룹홈 할머니들은 서로가 서로의 힘을 솟게 하는 엔도르핀이다. 일주일에 두 번 보건소 직원과 함께 건강체조를 할 때도 낑낑대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기 바쁘다. 점심 식사 뒤 경로당 거실에 둘러앉아 마시는 커피는 할머니들의 또 다른 낙이다. 당뇨가 있는 이 할머니(87)는 매일 한 잔 마시던 커피마저도 끊어보겠다며 내내 침만 삼킨다. 때마침 커피 마시는 걸 놓고 즉석 논쟁이 벌어진다. “요즘 커피 마시면 속이 아파. 안 좋아.” “워매 커피 먹고 죽었다는 사람 못 봤구먼. 얼마나 산다고 그걸 참어. 커피는 뜨건 맛으로 먹제.” “커피 너무 뜨거우면 내장 삶아져유.” “개, 돼지여? 내장이 삶아지게?” 개, 돼지 소리에 할머니들은 깔깔거리며 배꼽을 잡는다.
김제/최예린 기자, 원낙연 기자
[한겨레신문 2016년 12월 22일 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75662.html?_fr=mb2#csidxbd49e0776a19b4d86d6b91d1885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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