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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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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100살 시대를 맞아 중장년층의 50 이후의 삶이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지난해 50플러스 세대의 제2인생을 돕는 50플러스재단을 만들고 캠퍼스와 센터를 잇따라 열고 있다. 사진은 4일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인생 재설계 학부 입문 과정인 ‘인생학교’ 입학식에 참여한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바보처럼 살아왔던 것 같아 인생을 다시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알아내고, 여럿이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지난달 갑작스레 퇴직한 뒤 막막했는데, ‘인생학교’ 플래카드를 보고 눈앞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50을 코앞에 두고 보니 나와 내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사는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정년퇴직 뒤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인생학교 문을 두드렸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고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지난 4일 오후 마포구 백범로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에서 50플러스 인생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 행사로 치러진 ‘마음 열기 워크숍’에서 40대 후반~60대 초반의 신입생 49명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 공무원, 음악가, 비영리 활동가, 사회적기업가, 주부 등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인생학교를 찾은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50플러스 인생학교는 삶을 바꾸는 제2의 배움학교다. 3개월간 주 1회 교육에 참가비는 10만원이다. 마음준비서와 신청서를 내면 학교가 다양한 경험자들을 섞어 선발한다. 인생학교는 50플러스캠퍼스의 인생 재설계 학부의 입문 과정으로, 새로운 체험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지향한다. 강의식의 기존 노후 대비 교육과는 달리 참여형 활동으로 이뤄진다. 연극 <나무꾼과 선녀> 역할놀이,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본 뒤 생각 나누기 등 프로그램 내용을 살짝만 들춰봐도 인생학교의 특징이 드러난다.

“새로운 일을 하든, 재취업을 하든, 여가를 즐기든,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용기를 더하고 열정을 살릴 수 있도록 학교는 톡톡 쳐주는 일을 한다”고 정광필 학장은 말한다. 정 학장은 도심형 대안학교 이우학교 교장을 지낸 교육운동가이다.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인생학교 수강생들이 빼고 더해야 할 것을 조언했다. “인생 전반전의 틀과 형식은 걷어내고 서로 빈구석을 보여주며 앞으로 하고 싶은 걸 함께 할 동료들을 찾자.”


현재 서울 시민 5명 중 1명은 청년과 노인 사이의 중장년(50~64살), 50플러스 세대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띄우고, 50플러스 세대 종합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평균수명 100살 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전 50 이후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서울시에도 큰 고민거리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불안하다, 일하고 싶다’ 막막해하는 이들의 제2 인생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 전역에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를 잇달아 열어 교육과 상담, 일자리,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캠퍼스는 2곳(은평구 서부캠퍼스, 마포구 중부캠퍼스), 센터는 4곳(노원, 도심권, 동작, 영등포)이 운영되고 있다.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50플러스캠퍼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은평구 서부캠퍼스에서는 6만여명이 교육과 상담, 사회참여 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서부와 중부캠퍼스의 올해 1학기 교육 수강생 모집은 3000명 정원이 열흘 만에 거의 다 찼다.

50플러스 인생학교는 지난해 서부캠퍼스에서 시작해 올해 중부캠퍼스에서도 시작되었다. 이날 입학식을 맞아 서부캠퍼스 인생학교 1기 수료생들이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입학식 행사를 끝내고 1층 로비로 내려오는 신입 후배들을 선배들이 힘찬 박수로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며 몇몇은 하이파이브를 청하기도 했다.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저녁 식사와 공연을 직접 준비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파란 나비넥타이와 분홍 리본 머리띠도 했다. 1기 수료생들의 각종 커뮤니티 모임을 소개하고 노래와 악기 연주, 탱고 춤 공연을 이어갔다.

환영행사 준비를 이끈 최경용(57) 자치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보다는, 마음껏 즐기며 새로운 희망을 갖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1년 전 인생학교 문을 두드릴 때와 지금의 자신은 참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기업체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인생학교에서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보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60명의 인생 스승을 만난 것 같았다”며 최 회장은 여럿이 같이 해내는 것의 가치도 깨달았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용기, 열정, 자신감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어둠이 내린 중부캠퍼스를 나가는 후배들을 최 회장과 1기 선배들은 일일이 배웅했다. “인생학교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뭐든지 같이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과, 든든한 친구들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는 최 회장의 얼굴에 50 이후의 삶에서 무엇을 더하고 빼고 나눠야 하는지를 깨달은 듯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서울앤 2017년 4월 21일]

도라지 비슷한 자리공 뿌리, 산마늘 모양의 박새, 원추리 닮은 여로…
가장 확실한 중독 예방법은 '산야초는 모두 독초' '마트 판매는 모두 나물'

봄숲.jpg » 기지개 켜는 봄숲. 산나물을 많이 캐는 시기이지만 중독사고도 빈발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숲에서 생명의 시작은 나무들이 맨 처음 알려준다. 봄기운을 받은 나무들이 맛있는 새싹을 내밀면 곤충들의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 새싹을 먹고 오동통 살이 찌고 새들은 애벌레를 물어 아기 새들을 먹이기 위해 분주하게 둥지로 나른다. 그 무렵 새와 작은 동물들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들이 차례로 알에서 깨어나게 된다. 

사람들도 긴 겨울 동안 보릿고개를 지내면 몸속의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봄나물의 맛과 향을 갈망한다.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도 봄나물을 찾아 산과 들로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독초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많이 발표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독초를 나물로 잘못 알아 중독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나물 중독사고 소식이 안타깝다. 누구나 쉽게 산나물과 독초를 구별하는 법을  정리해 본다.

식물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면서 자신을 섭취하는 동물들을 가해할 목적으로 방어물질 생성해 몸에 축척하게 되었다. 처음엔 자기 몸에 유해성분을 축척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지만 동물도 오랜 시간 독성물질을 섭취하면서 내성이 생기게 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오랜 시간 독성이 있는 식물을 조금씩 섭취하면서 내성을 키워 많은 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숲에는 아직도 먹었을 때 치명적인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독초가 많다.

곰취.jpg » 봄나물의 대명사 곰취. 습지에서 나는 동의나물과 유사해 조심해야 한다.

곰취는 향이 좋고 쌉싸름한 맛이 좋아 봄에 가장 많이 즐겨 먹는 산나물이다. 곰취는 그냥 쌈으로 먹어도 좋고 장아찌를 담아 먹어도 좋다. 그런데 봄철 독초 중독 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동이나물이 곰취와 똑같이 생겼다.

동의나물.jpg » 곰취와 비슷하지만 독성이 있는 동의나물.

전문가들도 동의나물과 곰취의 잎을 눈앞에 두고 서로 구별해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매우 똑 같이 생겼다. 잎 모양이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이고 잎 가장자리의 거치의 모양도 똑같이 생겼다. 

다만 동의나물은 잎 표면에 털이 없고 향긋한 향이 없이 광택이 있고 습지 주변에 살아가는 반면 곰취는 잎에 잔털이 있고 잎을 찢으면 향긋한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곰취는 숲 어디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동의나물 자생지와 중복될 수도 있어 일반인은 동의나물과 곰취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동의나물의 함유된 아네모닌은 중독의 원인이 되는 유해성분이다. 동의나물을 섭취하면 오심, 구토 및 설사를 유발하고 신장을 자극하여 단백뇨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유독한 식물이지만 ‘동의나물’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순은 특별한 독성 정제과정을 거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천지에 널린 세상인데 나물 하나 맛보자고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은 하지 말자.  

자리공.jpg » 자리공 1년생 뿌리. 산삼으로 착각해 먹었다간 큰일 난다.

독초 중에서 동의나물과 더불어 아주 많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중독피해를 입히는 식물이 자리공이다. 자리공은 뿌리가 산삼이나 도라지와 아주 비슷해 이를 섭취한 사람에게 중독 피해를 입힌다.  

자리공 뿌리에 함유된 피톨락신 성분은 오심, 구토, 복통, 설사를 일으키고 중독이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된다. 실제 필자의 지인 한 분은 자리공을 먹고 의식을 잃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풍을 맞은 사람처럼 중추신경이 손상되어 아직도 행동이 어색하고 말을 어눌하게 한다. 

미국자리공.jpg » 미국자리공. 외래종으로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요즘 인기를 끄는 종편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출연진들이 가끔 자리공의 잎을 뜯어 물에 끓인 후 1시간 정도 찬 물에 다시 우려 쌈으로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반인들은 절대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리공은 우리나라에 3종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인가 주변에서 보는 자리공은 미국자리공(붉은대자리공)이고 꽃이 곧게 서는 그냥 자리공과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자리공이 있는데 독성은 모두 위험하다.

울릉산마늘.jpg » 울릉산마늘. 뿌리에서 잎이 하나씩 돋는다.

박새.jpg » 독초인 박새는 잎이 어긋나게 여러개 나온다.

향긋하고 귀한 산나물인 산마늘과 독초인 박새는 사람들이 흔히 혼돈할 만큼 생김새가 비슷하다. 산나물과 박새를 구별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여러 가지 나와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박새는 원줄기에 잎이 어긋나고 산마늘은 땅속뿌리에서 각각의 잎이 나는 게  다르다.

그런데 우리가 나물이나 명이장아찌로 먹는 산마늘은 거의 100% 울릉도에 자생하는 울릉산마늘이다. 그냥 산마늘이라 부르는 종은 설악산 등 아주 높은 곳에만 자생하는 종으로 일반인은 만나기 쉽지 않은 종이다. 

울릉도에는 다행히 산마늘과 비슷한 박새가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울릉도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중독 걱정 없이 식용할 수 있다. 설악산에 자생하는 산마늘을 찾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된다.

우산나물.jpg » 나물로 먹는 우산나물.

삿갓나물.jpg » 우산나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독이 있는 삿갓나물.

우산과 삿갓을 닮아 이름이 붙여진 식물이 우산나물과 삿갓나물이다. 둘 다 이름에 ‘나물’이 붙어 있지만 우산나물은 중독 걱정 없이 삶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반면 삿갓나물은 독성이 있는 식물이라 바로 먹을 수 없다. 우산나물과 삿갓나물이 서로 다른 점은 우산나물은 작은 잎이 가운데로 깊게 갈라져 두 장처럼 보이고 식물체 전체에 솜털이 가득 나지만 삿갓나물은 광택이 있고 매끈한 잎이 6~8장 돌려나는 게 특징이다. 삿갓나물은 주로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원추리.jpg » 이른봄 나물로 먹는 원추리 어린싹.

여로.jpg » 독초인 여로. 잎에 주름이 났다.

원추리는 ‘넘나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나물이지만 약간의 독성이 있어 어린순을 채취해 뜨거운 물에 익힌 뒤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 봄나물이다. 그런데 원추리와 비슷하게 생긴 독초가 있는데 바로 ‘여로’이다. 

원추리와 여로가 크게 다른 점은 원추리는 잎이 나면 산에 우뚝 솟은 고압 철탑처럼 양쪽으로 잎이 납작하게 어긋나 주맥만 뚜렷하게 살짝 V자로 접혀있고 잎에 주름과 털이 없다. 여로는 잎이 사방으로 어긋나고 잎에 솜털이 뽀송하게 많이 나고 넓게 펴진 잎에 나란히 맥을 따라 주름이 져 있는 게 특징이다.

앉은부채꽃.jpg » 잎보다 먼저 이른봄 피는 앉은부채꽃.

앉은부채잎.jpg » 꽃이 핀 뒤 잎이 돋아난 앉은부채. 쌈으로 먹으면 안 된다.

다음 봄에 조심할 식물이 천남성과 앉은부채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에 먼저 꽃을 피우고 나중에 퍼진 배추 잎처럼 펼쳐진다. 대부분의 천남성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앉은부채에도 독이 있다. 

요즘 숲에 들어서면 산자락 그늘지고 습한 곳에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잎의 생김새가 뜯어서 쌈 싸먹기에 딱 좋게 생겼다. 무심코 산나물이어서 몸에 좋겠다고 삼겹살에 싸 먹었다가는 귀한 목숨을 단축시킬 수 있다.

진달래.jpg » 진달래 꽃은 달콤쌉쌀한 맛에 즐겨 먹어 참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산철쭉.jpg » 잎이 꽃이 함께 나는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 개꽃으로 불렸다.

요즘 산에서 흔하게 보는 진달래는 생으로 먹거나 찹쌀가루와 반죽에 넣어 화전으로도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른다. 그러나 조금 뒤에 피는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해 개꽃이라 부른다. 

산철쭉보다 일찍 피는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게 특징이다. 독성이 있는 산철쭉은 잎과 함께 피는데 꽃봉오리가 벌레잡이 식물처럼 끈적끈적한 게 특징이다. 필자도 어렸을 때 뒷동산에 친구들과 올라 산철쭉 꽃을 배불리 따먹고 중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아픈 추억이 있다. 

이렇게 독초를 나물인줄 알고 섭취하여 중독되었을 때에는 설사나 복통, 구토, 어지러움, 경련, 호흡곤란 등 중독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의식을 잃기 전에 바로 119에 신고해 자신이 있는 위치와 중독 증상을 정확이 설명한 다음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 먹은 내용물을 토해내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구급차를 기다려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 받는 게 좋다. 의식이 있는 동안에 먹다 남은 독초가 있으면 챙겨 놓거나 병원에 이동 중에 독초의 생김새를 구급대원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게 빠른 치료와 해독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독초를 잘 구분해서 처음부터 섭취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독초 중독 예방법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은 의녀가 되기 위해 신익필(박은수) 의학 교수로부터 약초에 관한 시험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다양한 약재를 늘어놓고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는 시험인데, 장금은 공부한 대로 아주 정확하게 양초와 독초를 구별해 답안지를 작성하지만 결과는 최하위 점수를 받게 된다. 

이 시험의 정답은 약재란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약초가 될 수도 있고 독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 나열된 독초들도 사람의 병이나 체질에 따라 독초가 될 수도 있지만 의사의 처방을 받아 유용한 약재로 사용될 수 있다. 작년 봄에 고향에서 가져온 옻순을 아내와 같이 먹고 나는 항문에 옻이 올라 가려움으로 일주일 넘게 큰 고생을 했지만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대장금2.jpg

결론이다. 앞에서 사진과 글로 산나물과 독초의 구별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지만, 일반인 가운데 숲에서 이 글을 참고해 산나물과 독초를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산야초 공부에 타고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산나물과 독초를 구분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들 들여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지금까지 산나물과 독초에 대해 길게 설명했지만 다 잊어도 된다. 다가오는 수명 100세 시대에 독초에 중독되지 않고 맛있는 산나물을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아래 두 가지는 꼭 명심하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첫째,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산나물은 다 먹을 수 있다.

둘째, 산과 들에서 나는 산야초는 모두 독초라 먹을 수 없다.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한겨레 2017년 4월 14일] 

무병 첫걸음 구강 관리
건강한 사람의 입속에도 1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어둡고 습한 환경에 수시로 먹이까지 공급되는 입속은 세균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입속이 세균 천지지만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중 1%의 세균이다. 비중은 작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들 유해균이 유발하는 질환은 충치와 잇몸병 등 구강질환에 그치지 않는다. 심장병·당뇨병·암 위험까지 높인다. 입속 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다. 입속 세균의 위험성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충치·잇몸병 일으키는 세균

혈관 타고 온몸으로 퍼져

각종 질환 발병 위험성 높여


입속 세균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70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유해균은 5~7종이다. 다른 균과 상호 작용해 유해균으로 돌변하는 준(俊)유해균까지 포함하면 30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것은 뮤탄스와 진지발리스다. 각각 충치와 잇몸병을 일으킨다. 뮤탄스는 강한 산성 물질을 생성해 치아를 녹인다. 이렇게 부식된 부분이 충치다. 진지발리스는 이와 잇몸 사이의 아주 작은 틈으로 파고든다. 세균이 모이면 덩어리(치석)가 되고 염증을 일으킨다. 진지발리스가 많아지면 평소에는 별 탈 없이 지내던 다른 세균까지 말썽을 부린다. 이 과정에서 염증은 점점 심해진다. 잇몸이 붓거나 시린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피가 나거나 잇몸 뼈까지 손상된다.

진지발리스는 잇몸뿐 아니라 인체 곳곳에 문제를 일으킨다. 염증으로 손상된 혈관에 들어가 온몸에 퍼진다.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혈관 내벽,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염증 부위에서 발견된다. 보고에 따르면 잇몸병이 있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1.14배, 뇌졸중 위험이 2.11배, 폐질환 위험이 1.75배, 만성 신장질환 위험이 1.6배 높다.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숙아 출생 가능성이 무려 7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구강암 발생 위험도 1.14배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모두 입속 세균이 원인이다.
 
유해균 막는 유익균·프로폴리스
건강에 이로운 세균도 있다. 장에 유익균이 있는 것처럼 입에도 유익균이 산다. 다만 장에 사는 균과는 종류가 다르다. 유익균은 유해균보다 먼저 치아·잇몸에 달라붙어 유해균의 자리를 뺏는다. 자리가 없어진 유해균은 음식물과 함께 삼켜져 대변으로 배출된다. 다른 세균을 직접 공격하기도 한다. 일례로 유익균 중 하나인 락티스는 니신이라는 무기를 만들어내 유해균을 제압한다. 니신은 항생제와 달리 내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입속 유익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꾸준히 보고된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제품화되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익균처럼 입속 유해균을 없애는 데 효과적인 물질이 있다. 프로폴리스다. 꿀벌이 뱉어낸 천연 항균·항염제다.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유해균 3종의 성장을 강력하게 방해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 효과는 현재 치과 치료에 사용되는 소독약(클로로헥시딘)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충치·구내염·점막염증·점막궤양·캔디다증·구취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루 1회라도 구석구석 닦아야
입속 세균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꼼꼼한 양치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다. 유해균의 영향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진지발리스 같은 유해균은 적정 수준 이상 모여야만 문제를 일으킨다. 양치질로 전체 세균 수를 적게 유지하면 유해균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양치질에서 중요한 것은 빈도가 아닌 방법이다.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건 의외로 어렵다. 치약을 묻혀 거품을 내고 빡빡 닦는다고 세균이 없어지지 않는다. 강 교수는 “대충 여러 번 닦는 것보다는 하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구석구석 닦는 칫솔질이 낫다”고 말했다.

이와 이 사이, 이와 잇몸 사이가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와 이 사이의 세균은 치간칫솔로 없앤다. 치실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는 데 좋지만 세균까지 털어내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와 잇몸의 틈은 어금니칫솔로 불리는 첨단(尖端)칫솔로 닦는 게 좋다. 칫솔모가 얇고 끝이 뾰족해 일반 칫솔이 닿기 힘든 부위에 쉽게 닿는다. 치아가 고르지 않거나 교정장치를 착용 중일 때도 이 칫솔을 사용하면 깨끗이 닦을 수 있다.

‘바스법’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칫솔모를 45도 기울여 이와 잇몸 사이에 두고 앞뒤로 2~3㎜를 왕복하며 10초간 가볍게 닦는 양치법이다.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은 “식후 3분 안에 3분 이상, 하루 세 번 닦아야 한다는 ‘3·3·3’ 원칙을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며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닦는지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양치질도 진화할 때”라며 “좌우 대신 위아래로 닦는 게 상식이 된 것처럼 치간칫솔, 첨단칫솔의 사용도 보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구 기자

[출처: 중앙일보2017년 3월 27일] [건강한 가족] 입속 세균 잡는 올바른 양치질, 심장병·당뇨·암 예방 도와

배가 좀 고파야 행복하다

 

최고의 도(道中道)는 식도(食道)다. 어떻게 잘 먹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 먹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흔히 먹는다고 하면 입으로 먹는 음식만 생각한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은 입으로는 음식(地氣)을 먹고, 코와 피부로 우주의 에너지(天氣)를 먹는 것을 말한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은 오장육부를 거쳐 몸의 에너지가 된다. 반면에 호흡과 피부를 통해서 들어오는 천기는 오장육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무수한 구멍(穴)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고 한다. 땅에서 생긴 음식은 입으로 먹으면 몸속에서 반드시 썩어야만 에너지로 바뀐다. 그러나 대우주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는 우리 몸을 깨끗하게 해 주면서, 죽지 않고 살아서 무한한 힘을 갖게 해 준다.

 

 현대인은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으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호흡은 소홀히 한다.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호흡이다. 몸을 호흡에 맡기고 대우주 에너지를 마시면 행복이 온다. 음식이, 식욕이, 혀끝이 즐겁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행복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생활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먹거리만 있으면 된다. 개는 지치면 주둥이를 땅에 박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기운을 회복한다. 짐승은 배가 아주 고프면 오히려 조금씩 먹는다. 배탈이 나면 아예 굶는다. 그것이 몸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몸이 터득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짐승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나야 기분 좋게 움직인다. 위에 부담이 없어야 몸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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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인간은 지치거나 허기가 지면 허겁지겁 마구 먹어댄다. 그러나 이렇게 먹으면 에너지를 더 빼앗기게 된다. 위장을 버리는 지름길이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장으로 오장육부의 기운이 다 가고 몸은 피곤해져 손상을 입는다. 식사 후 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과식하면 심지어 죽기도 한다. 6.25 전쟁 때 며칠을 굶은 사람이 밥을 허겁지겁 먹은 뒤 죽은 일이 다반사였다. 배가 터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혈 순환이 안 돼 죽은 것이다. 짐승도 아는 식사법을 인간만 모르는 것이다. 사람이 지혜로운 것 같아도 아주 멍청하다. 자연의 동식물보다 못하다. 먹는 법을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먹는다고 힘이 생기는 게 아니다. 힘이 없으면 호흡을 제대로 한 다음에야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 기력이 없을 때는 많이 먹지 말고 조금만 먹거나 물을 마셔야 한다. 기력이 있을 때나 많이 먹는 것이다. 곰은 가을에 많이 먹고 나무에서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정도가 돼야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만큼 몸에 힘을 뺐다는 뜻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아프면 다시 계속 더 많이 먹기만 한다. 곰은 움직임 없이 미세한 호흡만 하면서 겨울잠을 잔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3개월 겨울잠 자는 동안 굶어 죽는다. 
 배가 고프면 물만 한 잔 마시고, 기력이 생기면 그때 조금 먹는 것이 가장 몸에 이롭다. 밥 먹고 나서 물을 한 컵 마셔 배꼽에 기운이 오면 배가 부른 것이다. 그 이상은 안 먹는 게 좋다. 배가 많이 고프면 부드러운 음식으로 허기를 면하게 해서 기력이 생기게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언제 기분이 좋을까? 배가 약간 고파서 머리에선 좋은 상상력이 생길 때다. 배가 약간 고픈 것을 즐기고, 음식보다 물을 가까이할 때 몸이 좋아진다. 생각을 바꿔야 몸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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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에는 좋은 것을 많이 먹으려는 생각이 박여 있다. 많이 먹으면 기운이 뭉친다. 현대인은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 성인병, 현대병은 필요 이상 많이 먹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호흡을 하지 않아 온몸에 객기가 뭉친 데서 비롯된다.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연과 순환관계를 유지하면서 살라는 대우주 섭리를 어겨 발생한 것들이다. 인간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위(胃)는 상당히 예민하다. 앉아서 배부르게 먹으면 과식이다. 위가 느낄 정도면 이미 배가 부른 거다. 속이 더부룩하면 더 먹지 않으면 된다. 속이 좋으면 얼굴이 맑다. 속이 안 좋으면 얼굴에 바로 표가 난다. 위가 배부르다고 하는데도 혀에서 느끼는 맛 때문에 어리석게 과식을 해서 병을 불러온다. 현대인은 영양과잉과 운동 부족, 그러면서도 욕망으로 각종 스트레스를 쌓고 그 짐을 지고 가느라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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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걸 즐기고 많이 먹으면 노화가 빨리 온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뻑적지근한 것은 어제 먹은 것을 소화하느라 세포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세포는 워낙 수가 많아서 수십만, 수백만 개가 죽어도 당장은 표가 안 난다. 그러나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 몸이 망가진다. 
 많이 먹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 음식을 에너지로 만들려면 썩어야 한다. 썩는 것은 몸에 해를 끼친다. 에너지가 남으면 살이 찌고 남은 에너지가 썩으면 병이 된다. 특히 육식은 사람을 포악하게 만든다. 몸에 가장 해로운 것이 뱃살이다. 가슴보다 불룩한 배는 치명적이다. 척추를 유지할 정도의 에너지가 최적이다. 지금 먹는 양의 4분의 1만 먹어도 충분하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은 몸에서, 삶에서 오는 진정한 환희와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음식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을 위함이다. 먹기 위해 살면 썩고 부패하게 된다. 부가 쌓여도 먹기 위해 살면 안 된다. 자신과 지구를 위해서도 그렇다.
 우주의 생명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산다. 신선은 이슬조차도 자연과 나눠 먹었다. 덜 먹으면 이슬이 떨어져 땅이 젖고 초목에게 물이 간다. 신선은 풀잎 하나도 나와 같은 생명으로 생각했다. 신선이 되면 먹는 것으로부터 벗어난다.
 
산에서는 솔잎이나 소나무 속껍질을 먹어서 위를 줄인다. 신선이 왜 신선이겠나? 몸에서 신선한 기운과 향내가 나니까 신선이다. 신선은 야생초만으로 적게 먹거나 이슬만 먹었다.
 나의 하루 식사는 보잘것없다. 요즘에는 쌀밥을 먹긴 하지만 몇 술이면 배가 불러 많이 먹을 수도 없다. 두부와 생야채 위주로 먹는다. 끼니 개념 없이 배가 고플 때 조금씩 먹는다. 조금만 먹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자연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먹지 않기 때문이다. 약간 모자란듯하면 물 한잔으로 보충해도 된다. 부족한 듯 먹고, 머리를 비우며, 몸을 많이 사용해야 객기가 몸에 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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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0년을 건강하게 더 사는 일은 정말 간단하다. 지금 먹는 양을 3분의 1만 줄이면 된다. 위장의 60~70%만 채워주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불가피하게 많이 먹었으면 그다음 끼에는 먹는 양을 줄이거나 먹지 않으면 된다. 자기 전에는 물을 먹어 배를 부르게 하는 게 좋다. 모자라는 듯 먹어야 건강하다.
 지구에서 얻은 몸은 적게 먹어 가능한 한 가볍게 해야 한다. 많이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욕심이 생기게 된다. 음식을 줄이면 기분이 좋고, 썩는 것이 줄어들면 호흡이 잘 되고 세포가 가벼워진다. 특히 나이 들어 식욕을 부리면 추하다. 나이 들수록 위장 크기를 줄여 나가고 적게 먹어야 한다. 소식을 습관화하면 위장 크기가 줄어들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게 된다.


 호흡을 제대로 하면 뭐가 달라지나? 무엇보다 몸이 편안해진다. 위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문이 열려 땀이 나고 변이 달라진다. 변의 굵기, 냄새, 모양, 색깔이 다 달라진다. 천기를 많이 마시면 몸과 마음에 해로운 과다한 음식과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행공한 날과 안 한 날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우선 행공을 안 하면 배가 고프다. 생활에 빠지면 지기를 열심히 먹어야 한다.
 그런데 초보 수련자는 행공 후 밥을 많이 먹게 된다. 왜 그럴까? 굳은 몸을 다 놓느라 에너지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앉아있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행공하고 배가 고파진다면 폐가 아직 정상적으로 안 되었기 때문이다. 물을 주지 않으면 폐는 마른다. 사람은 숨을 못 쉬면 죽는다. 폐는 나뭇잎과 같다. 내 몸이 젖어 있어야 마른 천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물과 천기만 잘 먹으면 지기는 몸에 많이 필요치 않다. 특히 밤에는 음식을 절대 먹지 말고 배고프면 물만 마셔라.

글 우혈

 

[한겨레 2017년 3월 10일]

주말농장

2017. 4. 6.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작년까지는 광교산 근처에서 주말농장을 했는데, 올해는 집 근처에서 주말농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3월 29일에 분양을 했는데, 다른 밭들은 아직 아무 것도 심지 않았는데, 저희만 상추와 감자를 심었습니다.

 

 

히말라야 설산 아래 불교 문화와 신화가 현실로 실재하는 곳, 부탄.  

히말라야 설산 아래 불교 문화와 신화가 현실로 실재하는 곳, 부탄.

부탄관광위원회 초청으로 1주일간 부탄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다녀왔습니다. 히말라야 동쪽의 작은 나라 부탄은 8세기 당나라에서 활동하던 신라 고승 혜초(704~787)가 지났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혜초는 구법승으로 구도의 길을 따라 걷고 『왕오천축국전』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시 인도 북부의 활기 넘치는 사원을 찾아 붓다의 기록을 모으고 현지 스님과 교우했습니다.  


'행복하냐' 물으니 '왜 행복하지 않냐' 되물었다

그런데 솔직히 부탄의 역사보다 현재의 부탄에 더 호감이 갔습니다. ‘은둔의 왕국’ ‘지구 상의 마지막 샹그릴라’ ‘행복지수 1위의 나라’ 아닙니까. 1인당 GNP가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인 2500달러에 불과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 하루 7시간 노동이 철저히 지켜지는 나라. GNP보다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총행복)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바로 부탄입니다.
 
부탄의 서민, 농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했습니다. 1월에 한국을 방문한 레케이 도르지 부탄 경제 장관은 “부탄도 빈부 격차가 있으며, 특히 도시와 농촌 간 삶의 질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가기 전부터 작정하고 물어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은 지금 행복하다고 느낍니까?’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나요?’ 라는 질문은 억지스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이 질문에 ‘당신은 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나요?’ 반문했습니다. 



여고생 넷 “대학 입시 두렵지 않아요”
부탄의 수도 팀푸 시내에는 시계탑이 하나 있습니다. 콘크리트 바닥 광장에 먼지 쌓인 시계탑이 서 있고 주변으로 호텔과 카페,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작은 읍 정도 되는 규모의 거리지만 부탄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입니다. 간혹 손을 잡고 데이트 중인 커플도 보이는데, 가이드는 ‘아마도 결혼한 커플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탄에서 가장 개방적인 곳이지만, 길거리에서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 미혼남녀 커플은 많지 않습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공개 연애를 꺼린다고 하네요.    
부탄 수도 팀푸 시계탑에서 만난 네 소녀. 왼쪽부터 남겔 라마, 텐데이 양촘, 페마 라덴, 삼펠마 양게. 대입을 앞두고 있지만 근심 없는 표정이다. 

부탄 수도 팀푸 시계탑에서 만난 네 소녀. 왼쪽부터 남겔 라마, 텐데이 양촘, 페마 라덴, 삼펠마 양게. 대입을 앞두고 있지만 근심 없는 표정이다.

벤치에 앉아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네 명의 ‘여고생’을 만났습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입니다. 남겔 라마, 텐데이 양촘, 페마 라덴, 삼펠마 양게. 나이는 17~18세. 말 한 마디 뱉고 까르르 웃는 양이 딱 ‘열여덟 처녀’입니다. 
 
부탄은 교육열이 높습니다. 고3 수험생의 6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합니다. 우리처럼 입시를 치르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지원합니다. 더러 대학에 따라 따로 시험을 치르는 곳도 있고, 2차로 면접을 보는 것도 우리와 유사합니다.
 
넷은 고향은 다르지만 고등학교 동문으로 팀푸의 도서관에서 대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학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듯,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또 모두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우리는 남자를 만나기엔 너무 어리다”고 답했습니다. 더러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도 있지만 “부모님 몰래 만난다”고 합니다.  
 
열여덟 청춘들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평소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지, 아니면 질문이 뜬금없었는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아무 말 않다가 넷 중 가장 활달한 페마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 남자를 만나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지상욱같은 잘 생긴 남자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까르르 웃었습니다. 부탄의 젊은이에게도 K-POP을 비롯해 드라마·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는 인기입니다. 드라마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 드는 비용은 35눌트룸(Nu·약 500원). 소득이 없는 학생들에겐 부담되는 돈이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받아 본다고 합니다.     
나중에 SNS 친구맺기를 통해 더 알고보니이들은 부탄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싸고 명문이라 알려진 푸나카(Punakha)의 한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부탄에 사는 한국인 학생도 이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부탄은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사립학교는 등록금을 내야 합니다. 이들에게 굳이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부탄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소녀들이었습니다. 
 
대학 2학년 "한달 용돈 8000원 뿐이지만…"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Dzong) 중 하나인 파루 종(Paro Dzong)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님 도르지(21)를 만났습니다. 종은 불교 사원과 행정 관청, 적 방어 3가지 목표를 위해 건설한 요새입니다. 지금도 사원과 관청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사원이자 성) 중 하나인 파로 종에서 만난 님 도르지.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사원이자 성) 중 하나인 파로 종에서 만난 님 도르지.

님이 먼저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해질녘의 종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낭만 청년’은 파루 국립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졸업 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부탄 말로 ‘님(Nim)’은 태양(Sun)을 뜻합니다. 하지만 님의 인생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님이 태어나기 전에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님을 가진 채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보내진 님은 이후로 한 번도 부모님과 같이 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친아버지는 술에 취해 어머니를 많이 때렸다고 해요. 의붓아버지와는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고, 현재는 어머니와도 연이 닿지 않습니다.” 
드라마 소재로 어울릴 법한 슬픈 개인사를 지닌 님은 그러나 의연했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한 적이 없다”며 “부모 없이도 잘 성장했고, 학교에 들어간 이후로는 기숙사에서 지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나를 낳아준 것만도 감사하다. 두 분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는 학교 근방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자취를 합니다. 한 달 임대료는 2500Nu(약 4만원). 관리비를 포함해 1인당 1000Nu(1만5000원)씩 내고 있습니다. 부탄은 국공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한 달에 1500Nu(2만5000원)을 지원해줍니다. 집값으로 1000Nu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500Nu(약 8000원). 그는 이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년의 눈빛과 말투는 당당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부탄서 만난 젊은이 중 가장 진취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었습니다. 부탄은 ‘용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툭 불거진 광대뼈와 눈두덩이 잔 근육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용의 기상’을 엿보는 듯 했습니다.   
 
스무살 취준생 “취직보다 가족이 더 소중”
남겔 람(20)은 취준생입니다. 부탄도 우리처럼 구직난, 측히 젊은 층의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시골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 팀푸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예전의 중국처럼 말이죠. 
부탄의 성지 탁상 곰파에서 만난 남겔 람. 

부탄의 성지 탁상 곰파에서 만난 남겔 람.

푸나카의 한 고교를 졸업하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남겔은 취업시험을 치르기 위해 하루 전날 파루(Poro)에 왔습니다. 인구 4만의 푸나카는 부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파루는 여섯 번째 도시지만 국제공항이 있어서 일자리는 더 많습니다. 파루에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리조트가 40여개 있습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겔은 수능 영어시험에서 44점을 받았습니다. 55점 이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점수라고 합니다. 대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시험을 치렀지만 떨어졌고, 다시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겔은 “취준생으로서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그는 부모와 오빠, 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겔은 “돈은 중요하지 않다. 돈이 필요하면 일을 하고 있는 언니가 조금씩 도와준다”며 “부모님과 형제들이 한데 모여 사는 게 더 큰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1주일 후면 스물한 살이 되는 남겔은 아직까지 한 번도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결혼할 남자가 아니면 만나지 말라’고 했다”며 본인도 그럴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남겔을 만난 장소는 부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는 탁상 곰파(Taksang Gompa·곰파는 사원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남겔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해 달라’가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빌었습니다.
 
스물셋 가장 “한국 음식 배워 레스토랑 내는 게 꿈”
탁상 곰파에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필수로 들르는 관광지 중 하나가 푸나카의 치미 라캉(Chime Lhakang) 사원입니다. 이 마을엔 부탄 사람들이 붓다 다음으로 존경하는 드룩파 쿤리(Drukpa Kunley·1455~1529) 스님에 관한 전설이 내려 옵니다. 드룩파 쿤리는 라마(스님을 통칭하는 말)로서 계율을 벗어던지고 기행을 일삼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중 하나가 거대한 남근을 버젓이 내놓고 다니는 곳마다 아녀자들을 농락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시 히말라야 인근 불교 사원에 만연해 있는 라마의 권위주의를 꾸짖기 위해서였습니다. 드룩파 쿤리는 악마를 제압해 치미 라캉 사원에 가둔 성자이기도 합니다. 기행을 일삼았던 미친 성자(Divine Madman)’이지만, 부탄 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님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드룩파 쿤리의 기행적인 전설 때문에 치미 라캉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부탄의 신혼부부는 누구나 한 번쯤 이 곳에 와서 ‘아들딸을 점지해 달라’고 빕니다. 절 아래 사하촌에는 드룩파 쿤리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거대한 남근을 그려놓았습니다. 남근 벽화 마을입니다. 너무 거대해 민망할 정도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수치심보다 자부심이 더 강했습니다. 드룩파 쿤리가 이 마을에 온 16세기 이래 지금까지 부탄은 농경사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산은 곧 노동력을 상징하죠. 드룩파 쿤리의 상징인 남근은 다산을 기원하는 뜻과 함께 나쁜 기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토속 신앙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괴승 두룩파 쿤리의 전설을 간직한 치미 라캉 사원 아래서 만난 도르지와 샹게 그리고 딸 킬레초키. 이 마을에서 남근 벽화는 거의 벽지와 같다. 집집마다 남근을 그린 벽화와 남근석, 나무로 만든 남근상이 있다. 

괴승 두룩파 쿤리의 전설을 간직한 치미 라캉 사원 아래서 만난 도르지와 샹게 그리고 딸 킬레초키. 이 마을에서 남근 벽화는 거의 벽지와 같다. 집집마다 남근을 그린 벽화와 남근석, 나무로 만든 남근상이 있다.

도르지(23)와 샹게(23) 부부는 이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도르지가 이곳 리조트의 주방에 취직하면서 치미 라캉 사원 아래 마을로 이사 왔습니다. 남편은 조리사로 일하며 한 달에 1만5000Nu(약 25만원)을 벌고, 아내는 탕카(불교 미술) 갤러리 점원으로 일하며 5000Nu(약 8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18개월 된 딸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기엔 결코 많은 돈이 아니지만, 도르지는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음식을 내는 도르지는 “지금은 중국 음식밖에 못하지만 조만간 한국 음식을 배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열심히 돈을 모으는 이유도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입니다. 부탄 사람이 한국으로 직업 연수를 떠나려면 큰 돈이 필요합니다. 비자 등 서류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배우고 돌아와 이곳에서 나의 레스토랑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아내 샹게는 “아들을 하나 더 낳는 것이 소원”이라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고 합니다. 사원에 가서 ‘아들을 낳게 해 달라’ 빌면 생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전에 다시 절에 찾아가 스님에게 아이의 이름을 받으면 된답니다. 지금 딸의 이름인 ‘킬레초키’도 치미 라캉의 주지 스님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가이드는 “얼마 전 아이를 낳지 못 하는 일본인 부부가 치미 라캉에 다녀간 후 아이가 생겼다고 들었다”며 전설에 소문을 하나 더 얹었습니다. 비록 우연의 일치라고는 하지만, 흥미진진한 마을입니다.  
 
히말라야 소국의 강인한 여성들
부탄은 아주 작은 나라지만 제법 괜찮은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관광호텔 정도 되는 2~4성급 호텔이 수백 여 개 됩니다. 호텔 인력은 거의 여성이 점하고 있습니다. 조리는 물론 객실 청소, 웬만한 수리도 여직원이 담당 합니다. 릴라(25)과 릴라(26) 그리고 리첸(25)은 푸나카의 3성급 호텔인 푸나샹추 코티지(Punatsangchu Cottage)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두 명의 릴라는 ‘릴라1’ ‘릴라2’로 불립니다. 
푸나강이 내려다보이는 푸나샹츄 코티지에서 일하는 '릴라1'과 '릴라2' 그리고 리첸(사진 왼쪽부터). 보다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푸나강이 내려다보이는 푸나샹츄 코티지에서 일하는 '릴라1'과 '릴라2' 그리고 리첸(사진 왼쪽부터). 보다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경력 4년 차인 세 여성의 한 달 월급은 4500Nu(약 7만원). 첫 월급은 3500Nu(약 6만원)이었다고 합니다. 1주일간 부탄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적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 여성 중 아리안 계통의 얼굴을 한 '릴라2'만 기혼 여성입니다. 소방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은 3만5000Nu(약 55만원). 공무원 치고도 꽤 높은 월급이라는데 "푸나강 댐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수당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성급 호텔의 월급은 대략 5000Nu(약 8만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금은 적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장래엔 돈을 많이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충분치 않은 월급에 대해선 “앞으로 좋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낙천적이라고 해야 할지 순종적이라고 해야 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수도 팀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샹게 하든(왼쪽)과 예시 하든. 히말라야 설산을 닮은 강인한 여성들이었다. 

수도 팀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샹게 하든(왼쪽)과 예시 하든. 히말라야 설산을 닮은 강인한 여성들이었다.

샹게 하든(26)과 예시 하든(28)도 수도 팀푸의 한 관광호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샹게는 주방, 예시는 객실을 담당합니다. 손가락에 반지를 여러 개 하고 있어 ‘교제 중인 사람이 있느냐’ 물었더니 이내 “이혼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두 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탄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나라입니다. 거의 모든 여성이 직업을 갖기를 원하며 적극적으로 일을 찾습니다. 모계사회였던 티베트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큽니다. 지금도 부모가 사망하면 아들이 아닌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예시는 각각 여섯 살, 두 살 짜리 딸이 있습니다. 그는 5개월 전까지 산악 지역 공립학교 병설 유치원 선생님이었습니다. 큰 딸이 올해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아이의 교육을 위해 큰 도시로 나왔습니다. ‘맹모삼천지교’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은 5000Nu(약 8만원). 선생님 월급보다 적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선생님에서 호텔 하우스키퍼(Housekeeper)로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시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일단 팀푸가 산악 지역보다 따뜻하고,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탄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게 되면 우리처럼 조부모가 육아를 돕습니다. 그는 오전에 출근해 3시간 근무 후 퇴근하고, 저녁에 다시 나와 4시간을 일합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집이 있어 쉬는 시간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부탄은 하루 7시간 노동을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거의 법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만원 버는 팀푸의 택시운전사 
팀푸의 택시운전사 킨장 도르지(38)는 부탄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하고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서점에 가기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자 5분도 되지 않아 그가 달려왔습니다. 호텔 매니저는 그와 몇 마디 한 뒤 “시내 왕복 택시비는 300Nu(약 5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부탄에서 만난 '가장 친절한 사람' 킨장 도르지. 팀푸의 택시운전사. 

부탄에서 만난 '가장 친절한 사람' 킨장 도르지. 팀푸의 택시운전사.

킨장 도르지는 낮에는 공무원입니다. 팀푸의 유네스코 사무실에서 운전기사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7시간 일합니다. 오후 5시가 되면 자신의 택시를 몰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택시를 부른 시간은 오후 6시. 오늘의 두 번째 손님을 태운 겁니다. 서점에 가기 전 “책을 사야 하는데 부탄 돈이 없다”고 하자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신발가게로 데려갔습니다. 킨장은 “시내 환전소보다 좋은 환율로 돈을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3월 현재 팀푸 시내에서 달러와 부탄 화폐(Nu) 간 환율은 1달러 60~69Nu입니다. 그의 친구 가게에서 1달러 68Nu에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시내에 택시를 세워두고 서점 투어에 나섰습니다. 부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코스인 스노우맨트렉(Snowman Trek) 지도를 사려 했지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 헛걸음만 했습니다. 
 
킨장이 나를 태우고 호텔을 나선 지 1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시계탑 근방에서 그의 큰딸을 만났습니다. 킨장은 이제 서른여덟 살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이 있습니다. 그는 “올해 대학에 가야 하는데 점수가 50점을 간신히 넘는다"며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크게 근심하는 눈빛은 아니었습니다. “돈이 있는 집은 국공립대학에 못 가면 인도로 유학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어 그렇게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큰 걱정은 안한다. 대학에 못 가면 직장을 구하면 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집안 일을 하면 된다. 동생들을 돌보거나….”


그는 5년 전 은행에서 3만Nu(약 500만원)을 대출받아 택시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고 합니다. 그는 “부탄의 택시 번호판 중 P가 들어간 차는 프라이비트(Private)을 뜻한다며 이 차는 이제 내 차”라고 했습니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호텔로 돌아와 원래의 택시비보다 200Nu을 얹어 500Nu을 주었습니다. 그는 “땡큐 선생님(Thank you Sir)"을 연발하며 차를 돌렸습니다. 아마도 그는 그 시간 이후 1명의 손님을 더 태우거나 아니면 그대로 퇴근했을 겁니다. 손님을 더 찾지 못했다면 그는 800Nu(1만2000원)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부탄의 과일값은 아주 비쌉니다. 치킨 값도 비쌉니다. 가족을 위해 과일 한 봉지도 치킨 한 마리도 선뜻 사지 못할 금액입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인심은 없는 사람에게서 난다’
감자 심는 농부들. 새참은 버터로 만는 솔티와 튀긴 쌀이 전부다. 

감자 심는 농부들. 새참은 버터로 만는 솔티와 튀긴 쌀이 전부다.

일정 중 하루는 부탄 중부에 위치한 고원마을 포지카(Phobjikha)에서 묵었습니다.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곳입니다. 전 세계 어느 고원마을이나 주식은 감자와 밀·메밀입니다. 이 마을도 봄을 맞아 감자심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공동농장은 마을 사람이 한 데 모여 울력을 하고, 개개인이 경작하는 밭은 가족 노동이 주를 이룹니다. 
부탄의 고산마을 포지카에서 감자 심는 농부. 그들의 주식이자 귀한 음식을 여행자에게 건넸다. 

부탄의 고산마을 포지카에서 감자 심는 농부. 그들의 주식이자 귀한 음식을 여행자에게 건넸다.

마을 입구에서 새참을 하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울력을 참여한 열에 여덟은 여성입니다. 우리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따뜻한 차를 대접했습니다. 티베탄(티벳인)들이 즐겨 마시는 수유차와 비슷한 솔트티(Salt Tea)입니다. 보통 ‘솔티’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외모 또한 티베탄과 유사합니다. 아마도 이들의 조상은 히말라야 북쪽에서 넘어왔을 겁니다. 솔티는 찻잎을 끊인 물에 버터와 소금을 넣고 만든 차입니다. 소나 야크의 젖이 원료라 처음 마시는 사람은 약간 비릿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예쁜 찬합에 가득 담긴 튀긴 쌀을 내놓았습니다. 찬합에 담긴 튀긴 쌀은 이들이 손님을 접대할 때 내놓은 최고의 성의라고 합니다.  
부탄 고산마을 포지카에서 감자 심는 아낙과 그의 아들딸. 

부탄 고산마을 포지카에서 감자 심는 아낙과 그의 아들딸.

포지카를 비롯해 부탄의 시골마을에는 팜스테이(Farm Stay)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부탄 전통 스타일의 민가에 머물며, 이들의 전통 부엌에서 밥을 먹고, 이들이 수 천 년 동안 잠자리로 삼은 방에서 잠을 잡니다. 자는 게 부담된다면 점심이나 저녁 식사 정도도 좋습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예전 모습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

 
이들이 오늘 심은 감자를 모두 수확해서 판다 해도 외국인 여행자의 하루 경비도 되지 않을 겁니다. 부탄을 하루 여행하려면 외국인 여행자는 1일 200~250달러의 체제비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가진 것 많은 나는 이들을 위해 해줄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인심은 없는 사람에게서 난다’더니 딱 그 꼴이었습니다. 부탄 시골마을에서 느낀 행복의 모습이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이들 말고도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모두 ‘나는 행복하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평범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탄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그들을 만난 1주일은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행복은 늘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글과 사진=팀푸(부탄) 김영주 기자

[출처: 중앙일보2017년 3월 21일] '행복지수 1위 나라' 부탄 사람들 직접 만나 보니

새벽 6시 발우 들고 마을 순례

 스님들 탁발 음식으로 식탁 차리면

 공동부엌에서 만든 음식 더해 뷔페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고

 독거노인, 점심과 저녁까지 싸가

 거동 힘든 이들에겐 호박죽 배달

 

 아속 레스토랑 6곳서도 나눔

 1천원 내면 1만원짜리 채식요리

 식당·슈퍼 옆 제일 목좋은 곳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노점상 내줘

 조건 없는 베풂이 그곳을 명소로

 

 아속을 떠나던 날

 ‘공밥’ 미안해 기부하려니 사양

 일곱 번 방문 전까진 안된다며...


20170207_1.jpg » 시사아속공동체마을에서 탁발하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사람들.

 

어릴 적 가장 아련하지만 따스한 기억 중 하나가 사랑방이다. 그닥 오래지 않은 30~40년 전만해도 우리 농촌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였다. 일할 때도 두레로 함께 했고, 내 집 일도 나 혼자 하기보다는 품앗이로 함께 했다. 농한기가 되면, 동네 여자들은 안방에 모여 바느질이나 마늘을 까며 수다를 떨고, 남자들은 사랑방에 모였다. 함께 하는 게 재미없고 피곤하기만 하다면 그렇게 할리 없는 일이다.


한국인들은 종교의 공동체성도 유별나다. 절이나 교회, 성당에서 모여 점심을 함께 먹는 곳이 적지않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해외로 나간 교회나 성당도 신앙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교민들이 함께 먹고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돕는 사랑방 구실을 한다. 


한국의 종교 공동체는 이상이나 가치, 신앙만이 아니라 서로 희노애락을 나눈다. 어우러지는 이런 공동체문화는 갈등하고 상처를 헤집어 아프게 할 위험성도 내포하지만, 사는 재미와 의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한다. 공동체의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조직의 쓴맛’을 느끼느냐, ‘조직의 단맛’을 느끼느냐다. 


아속공동체 하모니의 비결도 독특한 ‘식사나눔’이다. 아속은 포틸락을 비롯한 출가자들이 모태가 된 공동체다. 타이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불교국가들에선 아직도 스님들이 새벽에 탁발하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탁발하는 문화는 아속에서도 같지만, 그 탁발음식을 스님들끼리만 나누는 바깥과 아속의 나눔 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속에서도 스님들이 새벽 6시쯤 온 마을을 돌며 탁발한다. 공동체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나 과일, 빵 등을 가지고 길가에 나온다. 사람들은 스님들이 기러기처럼 줄지어 가면, 바루에 공양물을 담아준다. 스님들은 공양받은 음식을 마을 한가운데 담마홀로 가져와 식탁 위에 뷔페처럼 차려놓는다. 


<조현의 아속공동체마을 체험 사진 슬라이드>


 20170207_2.jpg » 시사아속 담마홀에서 스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마을사람들.

 20170207_3.jpg » 아속의 음식.

 

식탁엔 스님들이 탁발해온 음식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어른 학생 너나할 것 없이 공동부엌에 우르르 몰려가 누구는 야채를 썰거나 다듬고, 다른 누군가는 양념을 빻고 밥을 해 뚝딱 부페식을 늘여놓는다. 쌀국수와 숙주나물이 곁들어진 팟타이, 빨간 국물의 툼얌쿵,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 외에도 밭에서 방금 솎아서 삶아 낸 야채들로 푸짐하다.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맛갈스런 음식을 먹는 재미가 보통 쏠쏠한 게 아니다.


스님들이 먼저 음식을 바루에 담아가도 90%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면 누구나 와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기 어려운 노인들은 도시락통을 가져와 점심과 저녁까지 싸간다. 개개인은 몇스님에게 공양을 올렸을 뿐인데, 그 공양물이 공동체 전체를 먹이는 잔치가 된다.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공양을 올리는 사람들도 그런 배려를 하는듯 누구나 가져가기 쉽게 1인분식 아예 비닐봉지에 담아 공양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시사아속에선또 더 푸짐한 음식을 마련해 빈민가에 가서 잔치를 베풀곤 한다. 스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게 결국 모든이와 나누며 공덕을 베푸는 자선이 되는 것이다.


아속다운 것은 어찌보면 먹는 것보다 잘 비운다는데 있다. 시사아속은 병든 몸을 디톡스(해독)하는 관장으로 유명하다. 시사아속의 공동화장실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다. 변기 말고, 벽쪽에 콘크리트침대가 있다. 화장실 밖 빨래줄엔 디톡스통 수백개가 널려있다. 패트병 밑동을 잘라내고, 뚜껑에 얇은 고무호스가 달린 통이다. 시사아속 사람들은 화장실 침대에 누워 혼자서 항문관장을 한다. 정제수를 이 통에 담아 미니호스를 항문에 넣어 물이 장에 흘러들어가게 한 다음 변을 눈다. 아속사람들의 얼굴이 그처럼 맑은 것은 채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톡스 덕인 듯도 하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관장을 했다.


내가 시사아속을 간 것도 공동체 체험보다 병 치료를 위한 디톡스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아속에서 사나흘이 지나자 디톡스에 들어갔다. 시사아속의 촌장격인 수녀 아뻠이 디톡스 전문가다. 보통 4~5일간 단식과 동시에 하는 디톡스의 전과정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 새벽에 코코넛 오일을 한입 가득 머금고 20분간 있다가 뱉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세번 ‘리턱’이란 노란가루를 효소에 타마시고 저녁엔 레몬즙 등을 마신다.


단식과 함께 매일 관장을 하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면 변의 양은 현저히 줄고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변이나 기름이나 거품과 같은 독소들이 배출된다. 그러면 아뻠이 그 변을 막대기로 저어보고 몸 상태에 대해 얘기해준다. 단식과 관장 후 변을 보면 그동안 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술담배를 어느 정도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디가 안좋은지를 알수 있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가난한 할머니도 나와 함께 디톡스를 했다. 그 때 게스트하우스엔 중국 광저우에서 온 밍웬이라는 30대 여성이 머물고 있었다. 그는 발에 습진이 심해 아시아 전역으로 용하다는 곳들을 찾아다니다, 방콕의 디톡스센터에서 50만원 정도를 주고 디톡스를 했다고 한다. 원조인 이곳에서 무료로 디톡스 해주자 그는 “여기서 할 걸”하며 아쉬워했다. 최근 시사아속을 다녀온 산청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에 따르면, 타이에서 의료법이 강화돼 시사아속에서는 디톡스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한다. 대신 아뻠에게 배운 이가 인근에 치유센터를 만들어, 우리돈 10여만원으로 4박5일 디톡스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한다고 했다.


5일간의 단식과 디톡스를 끝내니, 뱃살도 들어가고, 날아갈듯 가뿐했다. 단식 후 최초로 먹은 게 호박죽이다. 피줌이라는 수녀가 만든 것이었다. 피줌도 아뻠처럼 방콕에서 대학에 다니다 포틸락에 귀의해 아속공동체에 합류했다. 정치학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명문가의 딸이 세속적 삶을 포기하고 출가자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하자, 부모 형제들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방콕의 산티아속에서 30여년간 활동하며 포틸락을 보좌해온 피줌은 몇년전 실무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이곳 시사아속공동체에 내려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냥 쉴 피줌이 아니었다.

피줌은 새벽이면 죽을 쒀 보온병에 담아 공동체 안에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노인집에 돌린다. 그 호박죽은 천상의 맛이었다.


아속의 나눔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아속은 우본라차타니아속과 치앙마이, 바톰, 방콕 등 6곳에 아속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치앙마이 아속레스토랑은 시내에서 차로 30분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외국인들까지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우리 돈으로 1천원 정도면 다른 식당에선 1만원을 내고도 먹기 어려운 뷔페식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대신 음식은 자기가 담아와야하고, 먹은 식기도 직접 씻어야한다. 아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가 먹은 식기를 직접 씻는 것처럼 손님들도 그래야한다.

 

20170207_4.jpg » 바톰아속에서 꺄오스님(오른쪽)과 함께 거름으로 만들 바나나나무를 썰고 있는 조현 기자.

  

20170207_5.jpg » 아속은 불교공동체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 마을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 루돌프사슴으로 분장한 독일인 장기 방문자들과 아속사람들.
 

시사아속을 나오는 날이었다. 이른바 선진국의 손님이 후진국에 와 거저 얻어먹는 게 좋아보이지 않아, 기부금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뻠이 돈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가 일곱번 방문하기 전엔 기부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아속의 규정이 있다는 이유였다. 아속에선 손님들이 기부보다 함께 노동하며 참여하는 삶을 더 원한다고 했다. 


방콕에서 차로 1시간반 거리인 바톰아속공동체에 가자 공동체가 텅 비다시피했다. 연말이 되면 타이 전역의 아속공동체 사람들이 1백여만평이 되는 우본라차타이아속공동체에 모여 함께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과 학생들은 모두 그곳에 가고, 주로 노인들과 승려, 수녀 몇 명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옆엔 수녀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그는 낮엔 이 공동체 정문 옆에 있는 아속레스토랑에서 봉사했다. 새벽부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는 나를 불렀다. 음식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정성스런 음식을 매일 매일 할머니에게 받아먹자니 송구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톰아속 정문 앞엔 아속슈퍼가 있고,  그 건너편엔 아속이 운영하는 초대형마트도 있다. 그런데 호수가 있어 가장 경치가 좋은 정문 옆 땅엔 과일이나 커피 채소 등을 파는 다양한 노점상들이 있었다. 아속 땅인 그곳을 아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무료로 내준 것이다. 그래서 쇼핑이나 식사, 군것질을 하고 호수 가에서 쉬기도 할 겸 먼곳에서 차를 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아속의 베품으로 젼형적인 시골거리가 고을의 명소가 된 것이다.


바톰아속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이는 비구니인 꺄오스님이다. 아침이면 그와 함께 출가자들의 오두막인 쿠티 구역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쓸었다. 식사 이후엔 바나나 나무를 잘라 거름으로 만들기 위해 토막내는 작업을 함께 했다. 조그만 몸집의 꺄오스님은 갸냘프기 그지없었다. 하루 한끼만 먹으니 힘도 없어보였다. 그와 바나나나무를 썰면서 오래도록 함께 머물렀다. 스님의 쿠티엔 살림살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나 싶을 정도로 단촐했다. 한끼만 먹고 참새처럼 야윈 몸으로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저토록 평화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일까. 그의 평화와 헌신에 아무것도 보답할 게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렸다.


바톰아속을 떠나던 날. 꺄오 스님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는 단풍잎 모양의 편지지에 ‘나의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를 주었다. 그가 내 나이를 알지 못해서든, 종교적인 수사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는 아무리보아도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심성을 가졌기에 ‘아들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편지엔 아인쉬타인의 말이 적혀있었다.


“참된 종교는 일상의 삶을 떠나있지 않습니다. 선량함과 정의를 가지고, 한 사람의 완전한 영혼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한겨레 휴심정 2017년 2월 7일 조현 기자]

커피, 누명을 벗나?
 
도심에는 한집건너 커피집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커피 좋아하는 DNA가 있나보다. 최근에 커피만큼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진 제품은 없다. 업계가 추산하는 우리의 커피관련 시장 규모는 년 약 5조3000억원(2014년 소비자가격 기준)이라한다. 실로 놀랄만한 규모다. 주식인 쌀값보다 많다.
 
그런데 커피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드물다. 언젠가는 나쁘다고 했다가 또 이제는 좋다하니 전문가들의 무책임함과 식언에 할 말을 잊을 정도다. 한때는 카페인이 독성이 있는 향정신성 물질로 취급되면서 커피에 대한 유해론이 많았다. LD50을 들먹이는 독성이야기, 향정신성물질로, 혹은 발암물질로 거론되며 그 유해성 주장 때문에 커피를 극도로 기피하는 부류마저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커피의 좋은 면이 부각되고 믿기 어려운 효능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만병통치급으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좋고 나쁨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다보니 그 결과를 소비자가 공신력 있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커피의 맛 성분에 특별히 매력적인 것은 없다. 독특한 것이라면 향이다. 원두를 높은 온도에서 볶으면 갈변현상과 동시에 각종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수십 종류의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면서 향기성분이 나온다. 이런 고소한 로스팅 향이 커피의 기본적인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미국의 커피마케팅 회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를 심층조사해 보니 60%는 맛과 향 때문에, 20%는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기능 때문에, 20%는 만남과 대화를 위해서 라고 답했다. 여기서 이유 중 비율은 높지 않지만 피로를 풀어준다는 각성효과가 커피의 기호성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 그런데 이 물질이 바로 커피 속 카페인으로서 한때는 중독성 혹은 향정신성이라 하여 커피를 폄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 성분이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피로신호물질인 아데노신과 비슷한 것에 기인한다. 과다한 에너지의 소모에 의해 생기는 아데노신은 뇌의 수용부위에 결합하여 피로를 느끼게 한다. 이 부위에 카페인이 대신 결합하여 아데노신의 결합을 방해해 일시적으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게 해 준다는 게 그 원리이다.
 
아래에 종래 나쁘다는 쪽의 주장과 최근 좋다는 쪽의 주장을 나열해 보고 필자의 코멘트를 적는 순으로 진행한다.

커피의 나쁜 점
- 카페인의 독성은 식물에게도 치명적이라 이런 식물 주변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기가 어렵다. 카페인이 농축된 토양에는 자신도 성장이 어려워 커피농장은 10~25년마다 자리를 옮길 정도다.
- 카페인은 위벽을 자극해 위산분비를 촉진하며 위산의 역류로 속 쓰림이 심해진다.
- 커피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군 발암물질이다.
- 카페인은 칼슘의 흡수를 막고 몸속 칼슘을 빠져나가게 해 골다공증의 원인이 된다.
- 방광근육을 자극해 소변을 더 마렵게 한다. 방광염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 혈압을 상승시킨다. 심장 근육을 자극해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 하루 7잔 이상의 커피는 저체중 출산, 조산의 위험성을 높인다.
- 시력이 손상될 수 있으며, 심지어 시력을 아예 잃을 수도 있다.
- 비만의 원인이다.
- 로스팅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와 4-methylimidazole은 각각 1군과 2군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ARC)는 1991년 커피자체를 발암물질 2B군(인체발암가능물질)으로 분류했다가 최근 발암성을 의심할 근거가 없다면서 3군으로 재분류했다. 작년에는 미국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도 적당한 양의 커피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도 밝혔다.
 
커피의 좋은 점

- 미 국립보건원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 경도인지장애노인에 치매예방효과가 있다.
-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피부암, 전립샘암의 위험을 줄여준다.
-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하루에 한잔 이상의 커피는 뇌졸중 확률을 22 ~ 25% 낮춘다.
- 하루 2,3잔을 매일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간 섬유화를 덜 하게 한다.
- 당뇨병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4잔 이상은 통풍 발생을 평균 57% 낮춘다.
- 매일 4잔을 마시면 담석증의 발생률이 25-45% 줄어든다.
- 하루 1-2잔의 커피가 혈관의 신축성을 25% 높인다. 
이 외에도 ‘숙취해소, 우울증 감소, 지방 분해, 다이어트 효과, 두뇌 보호, 파킨슨병의 예방’ 등 그 효과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는 셈이다. 왜 이런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모두 쟁쟁한 연구자 혹은 연구기관이 내 놓은 결과라 믿지 않을 수도 없지만 언 듯 믿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소비자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할까 실로 헷갈리기만 한다. 과학이 첨단을 달리는 작금에 와서도 커피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유행 따라 효능을 과장하거나 위험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작태가 한심하기조차 하다. 명심할 것은 이렇게 커피가 건강에 좋다한 사람과 이전에 커피를 폄하하던 사람이 모두 같은 부류(연구자)라는 사실이다.

커피는 약이 아니라 하나의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품에 저런 만병통치의 효과가 있다면 왜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이를 아직 약으로 개발하지 않았는가가 궁금하다. 이에도 쇼닥터들이 단골로 주장하는 여느 건강식품처럼 침소봉대, 허위선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원래 커피에 있던 혹은 로스팅에의해 새로 생겨난 물질 중 어떤 성분이 각각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실험 설계가 허술하면 시험할 때 마다 그 결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효과가 너무나 다양하고 같은 자료에 상반된 약효가 나오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이는 모두 커피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신뢰성 떨어지는 결과를 어중이떠중이들이 경쟁적으로 많이도 양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논문이라는 것이 그렇다.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의 능력, 장비, 기계, 시약, 데이타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적에 따라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금전에 의해 양심을 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정확한 효능은 반복되는 연구에 의해 신뢰성 있는 데이타가 쌓이고 과거의 결과에 재현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결국은 교과서에도 실려야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위의 여러 주장은 아직 결론이 난 공인학설이 아니다. 대개는 믿거나 말거나 한 가설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자칫 이를 믿고서 커피를 과잉섭취 하는 것은 득보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식품이든 약이든 관련인의 음모와 술수가 과거에도 심심찮게 있어왔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 하버드대학교수의 폭로

- 의과대학의 2/3, 의대교수의 3/5는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긴다.
- 임상시험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지 않는다.
-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는 은폐한다.
- 우울증 치료제는 실제 효과가 없다. 플라시보다.
- 콜레스테롤의 기준치를 새로 마련한 9명 중 8명이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았다(주 ; 낮은 기준치로 환자를 늘려 잦은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중앙일보 2017년 20월 4일 이태호]

엔진이 고장나면 잡음이 심해진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을 땐 오장육부가 부지런히 움직여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반면, 어딘가가 고장나면 작은 움직임에도 크고 작은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진기가 의사의 상징인 이유다. ‘몸의 소리’는 몸의 이상을 살피고 질병을 예측하는 주요 수단이다. 몸의 소리 중에는 무심코 지나쳐선 안 되는 소리가 있다. 몸이 내는 다양한 소리와 심각성을 정리했다.
 
병원 가야 하는 소리 따로 있다
무릎을 굽힐 때 나는 ‘뚝’ 소리, 스트레칭을 할 때 허리에서 나는 ‘우두둑’ 소리는 나이 들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나이 들어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리만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절 속 ‘관절액’에서 순간적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다. 관절액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줄어든 공간에 공기가 들어차면 소리가 잦아진다. 관절액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문제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심각한 수준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귀 기울여야 할 몸의 소리


예외도 있다. 크게 네 가지다. 첫째로 통증을 동반할 때다. 연골이나 힘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퇴행성관절염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소리가 난 뒤 관절에서 열이 나거나 부어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흔히 ‘삐었다’고 표현되는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파열된 상태다.

둘째로 같은 관절에서 소리가 반복될 때다. 한번 소리가 나면 관절액에 공기가 다시 찰 때까지 5~10분 정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매번 소리가 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런 증상은 손가락 마디에서 흔히 나타난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딸깍’ 소리가 난다. 컴퓨터 작업과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20, 30대 젊은층에서 최근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셋째로 걸리거나 덜컥대는 느낌이 들 때다. 주로 어깨나 고관절같이 회전운동을 하는 관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절을 한 바퀴 서서히 돌릴 때 특정 자세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십중팔구 힘줄 때문이다. 힘줄이 관절 사이에 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덜컥거리는 느낌이 드는 건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량이 줄어서다. 탈구(관절이 빠지는 현상)로 이어지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소리를 반복해 내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손가락을 자주 비틀어 꺾으면 마디가 굵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이다. 인대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두꺼워진 인대는 탄성이 떨어져 쉽게 상처를 입고 회복이 더디다. 목과 허리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칭할 때 의도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경추나 척추 관절에 불필요한 마찰만 일으키는 행동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아주 작은 자극이라도 반복되면 퇴행성 변화가 빨리 진행된다”며 “지속적인 마찰로 연골이 남들보다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딱' '바스락' '삐'…원인은 달라
같은 관절이지만 소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곳도 있다. 턱관절이다. 고막 바로 안쪽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귀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보통은 다른 관절처럼 입을 벌릴 때 ‘딱’ 소리가 나지만 종종 ‘바스락’ ‘드르륵’ 소리로 들릴 때도 있다. 고막이 손상됐거나 중이염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다. 이명으로 오인해 방치하면 병을 키우기 쉽다. 소리와 함께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거나 통증이 동반되면 구강내과(치과)를 찾는 게 좋다.

통증이나 기능적 이상 없이 소리만 들린다면 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 높은 음으로 ‘삐’ 소리가 길게 들린다. 라디오 잡음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 낮게 ‘웅’ 하고 울리는 소리, 매미 소리나 풀벌레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도 있다. 이명에 해당하는 증상이다. 조용한 곳에서 집중할수록 소리가 또렷해진다.

이명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흔한 원인은 소음이다. 밝은 빛을 본 후에 잔상이 남듯 큰 소리는 일시적으로 귀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난청과 함께 나타난다. 중이염,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같은 질환이 이명을 유발한다. 노화로 청력이 손실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명이 나타나기도 한다. 귀에 독성이 있는 몇몇 항생제·항암제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머리·목에 있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소음에 의한 이명은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잠시 쉬면 이내 사라진다”며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이명이 생겼거나 소음에 의한 이명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지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꼬르륵' 단순 허기 vs 대장암
배에서 이따금 나는 ‘꼬르륵’ 소리는 대부분 배가 고파서 나는 소리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면 순간적으로 장 운동이 활발해지는데 이때 소리가 난다. 사실 꼬르륵 소리는 작지만 평소에도 나는 소리다. 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배에 귀를 대고 자세히 들으면 5~10초에 한 번씩 들린다. 공복일 때도 장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소리가 크게 들린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만하다. 장이 쓸데없이 과하게 움직이는 질환이다. 꼬르륵 소리나 물이 흐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설사·변비·복통·복부팽만감을 동반한다. 심각하면 장폐색일 수도 있다. 장폐색이란 장이 아주 좁아진 상태를 뜻한다. 좁아진 틈으로 음식물을 보내기 힘들면 장은 더 강하게 움직이는데, 이때 밖에서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 장폐색은 다양한 질환에서 동반되는 증상이다. 장이 꼬이거나(장중첩증) 만성염증이 생겼을 때(크론병) 장이 좁아질 수 있다. 대장암이 원인일 수도 있다.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수환 교수는 “대장암 조직이 커지면 장을 막게 되는데, 50대 이상이면서 혈변까지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대장암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기침소리도 자세히 들으면 제각각
10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의 숨소리와 기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 천식이 있으면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폐렴이 있을 땐 눈을 밟을 때 들리는 ‘뽀드득’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기침소리도 질환에 따라 다르다. 천식과 모세기관지염은 쇳소리가 섞인 기침을 한다. 기침이 심하고 숨을 가쁘게 쉰다. 개가 짖는 것과 같이 ‘컹컹’대는 기침소리는 후두염 때문이다.

성대가 부어 숨 쉴 때 ‘그르렁’ 소리가 들린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하기수 교수는 “같은 기침이라도 소리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며 “아이들은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침소리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김진구 기자

[출처: 중앙일보 2017년 2월 6일] [건강한 당신] 무릎 굽힐 때 '뚝', 배 안 고픈데 '꼬르륵' 관절염·암 징조일 수도

만 40세·66세, C형 간염 시범 검진 실시

폐 엑스레이 사진 들고 있는 모습
올해부터 C형 간염과 폐암의 시범 검진 사업이 실시된다/사진=헬스조선 DB

신년이 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설날을 맞이하며 건강 관리 계획을 다시 세운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 목표가 다양한데 규칙적인 '건강검진'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건강검진을 거르지 않아야 질환을 초기에 발견, 완치율이 높아진다. 2017년부터 달라지는 건강검진 제도를 확인하고, 새해 건강 관리 계획을 꼼꼼히 세워보자.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 만 40세·66세, C형 간염 검진 받을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한 해 동안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에 해당하는 만 40세와 만 60세에게 C형 간염 검진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지난해 생긴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의 일환이다. 지난해 서울 다나의원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의 의료기관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감염 사태가 벌여졌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고, 초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기관 포털 사이트(sis.nhis.or.kr)에서 자신이 검진 대상자인지 아닌지 조회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시범 사업 건강진단 대상자가 아니어도 C형 간염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만성 C형 간염의 30%는 20년 이내에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C형 간염은 치료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회복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C형 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만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어렵지만, 초기 증상이 경미해 스스로 감염을 의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주로 쓰이던 C형 간염 치료제인 페그인터페론은 완치율이 60% 정도였으나, 최근 출시된 치료제들은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완치율 100%의 C형 간염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완치율 낮은 폐암, 시범 검진 사업 실시하고 금연 교육도 진행

보건복지부는 2017년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의 일환으로 폐암 시범 검진 사업을 실시한다. 이번 사업은 30갑년(30년 동안 하루에 한 갑을 흡연)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75세 고위험 흡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거나 기침, 가래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때문에 폐암 환자 대부분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암을 발견한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폐암 검진 시범사업은 8개 지역 암센터를 기반으로 8000명에게 저선량 CT를 통한 검진을 실시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검진 결과 통보를 할 때 금연 교육을 병행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2018년부터는 폐암검진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2019년 이후부터는 5대암 검진에 폐암 검진을 더해 6대암 검진 실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료 건강검진 토요일 확대 실시, 결과 모바일로 받을 수 있어

보건복지부는 일요일, 국경일, 선거일 등 공휴일 건강검진 검진료에 가산율 30% 적용하던 기존 정책을 올해부터 토요일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로 인해 토요일에도 건강검진 실시하는 병원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검진 결과를 우편뿐 아니라 이메일과 모바일로도 통보받을 수 있게 됐다.

 

[헬스조선 2017년 2월 4일 이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