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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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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기본소득 사회실험 의미 등 짚어

인도 기본소득 사회실험 설계자
“창업·경제활동 늘고 취학률도 상승
효과 검증 넘어 공론화 작업 큰 의미”

충남 장고도·제주 행원리 등
공유자산 활용 수익배분 눈길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실험 때
지역 공동체 미치는 영향 살필 것”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복합문화공간 ‘채비’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등이 주최한 제1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토론 좌장을 맡은 이원재 랩2050 대표, 발제자인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기조 발제자인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의장을 비롯해 나머지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줌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이주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경기도가 올해 하반기에 실시할 계획인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와 쟁점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공동체 중심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와 쟁점'이란 주제로 지난 29일 개최된 제1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에서 인도의 기본소득 실험, 국내 장고도(충남 보령)와 제주도에서의 공유자산 수익 분배 등의 사례가 소개되고 시사점이 논의됐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주관하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민간 정책연구소 랩2050,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지역재단과 함께 마련했다. 일부 발제자와 토론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인도 기본소득 실험의 교훈>

 

이날 기조 발제자로 나선 사라트 다발라는 인도의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설계자이자, 전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인도와 나미비아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실험의 시사점을 전했다. 나미비아는 2008년부터, 인도는 2011년부터 12개월간 2천명에게 각각 월 12달러와 4달러씩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게을러지지 않았다. 창업과 경제활동이 늘었고, 새로운 교통시설이 생겨났으며 취학률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감소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특히 나미비아에선 알코올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사라트 다발라는 기본소득 사회실험에 이은 정책의 변화도 소개했다. 그는 “사회실험 이후에 실제 인도의 지방정부가 2018년부터 모든 농민에게 농지 면적에 비례한 현금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 정책으로 해당 정당이 지방 의회의 4분의 3을 석권했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 땅의 소유주들에게만 지급이 되면서 소작농들과 농민이 아닌 자들이 배제됐고, 기본소득 논의가 주로 ‘배제된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며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진행할 때 개별성 원칙이 잘 지켜질 필요가 있고, 지역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인도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라고 밝혔다.사라트 다발라는 증거 수집을 넘어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사회실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노예제 폐지나 여성 참정권을 쟁취할 때엔 미리 소규모로 사회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은 가치와 철학, 인권을 기반으로 실시됐다. 분명 정책 효과라는 근거는 중요하지만, 증거만 가지고 정책이 실시되진 않는다. 인도에선 사회실험 이후에 정치적 운동이 일어났고, 무엇이 나은 방안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강조하는 사회실험의 또 다른 역할은 대중과 언론, 전문가, 정당 간에 어떤 대안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하는 대화를 촉발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지난 5년간 성남시의 청년배당,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코로나 사태 속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실험적 사례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소수의 학자들만 논의하던 기본소득이 정치권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의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해삼 씨앗이 섬 주민 기본소득이 되기까지>

 

이날 토론회에선 지역 공동체가 공유한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분배하는 사례들도 소개됐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은 장고도에서 해산물 채취로 얻는 수익을 섬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사례를 설명했다. 장고도는 81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으로 1993년부터 해삼 어장의 수익을 배당해 2019년엔 가구당 연간 1100만원이 지급됐다. 강 소장은 “해삼은 다른 어류 양식과는 달리 씨앗만 뿌리면 알아서 해초를 먹고 자란다. 성체가 될 때까지 주민이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고, 다 자란 것을 채취만 하면 된다. 장고도 주민들은 거의 노동을 투입하지 않는 해삼 양식으로 기본소득을 받고, 두달간 열차례 바지락을 채취하는 노동소득으로도 동일한 금액을 배당받는다. 기본소득과 노동소득을 합쳐 마을 공동체로부터 받는 배당액이 가구당 연 200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양식업을 하느냐에 따라 소득 격차가 큰 다른 섬들과는 달리 장고도 주민들은 균등하고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장고도에서는 해산물 채취로 얻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 중이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제공

 

하지만 장고도 주민들이 균등한 배당액을 받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애초 장고도의 어장은 양식업자에게 임대를 주고, 마을 공동체인 어촌계가임대료를 받는 구조였다. 강 소장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어장을 임대해주는 것이 불법인데다, 임대료가 1983년 당시로서도 터무니없는 가격인 연 50만원이었다”며 “1983년 양식업자가 임대료를 내리려고 시도하자, 새로 부임한 청년 이장이 주민들을 설득해 어장을 되찾았고, 10년간은 어장에서 나온 수익을 마을 재산으로 관리하며 대부업 등에 사용했다. 논란 끝에 1993년에 처음 배당이 시작되자 더 이상 어장 수익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사라졌고, 어장이 공동의 관심으로 잘 관리되면서 매년 배당액이 커졌다”고 전했다. 공정한 분배체계가 공유자산의 관리에 도움이 된 것이다.장고도와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 공유자산을 통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발표한 김자경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제주도는 목장과 어장의 수익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배분한 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해초류인) 톳과 우뭇가사리는 공동 작업해 배분하고, 미역은 개인이 채취한 만큼 가져가는 등 101개의 어촌계가 각기 나름의 관습과 질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최근 제주에서 새로운 공유자산으로 주목받는 것은 풍력발전의 원동력인 ‘바람’이다. 김 교수는 제주도 동쪽 지역의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 단지를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행원리의 6개 마을이 풍력발전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고,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며 “마을 내 갈등과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이로 인해 마을의 의사결정 권한을 특정인이 독단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롭게 등장한 공유자산의 수익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제주 행원리에서는 풍력발전 수익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김자경 제주대 교수 제공

 

<분배체계가 지역 주민에 미치는 영향 고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설계한 지역재단의 이창한 이사는 기본소득이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실험의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촌기본소득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분들이 농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냐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농촌 지역에도 농업인의 비중은 전체의 16% 정도에 불과하다”며 “농업인과 비농업인이 농촌이라는 같은 생활공간에서 서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장고도처럼 분배체계가 주민들의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부터 여러 지자체에서 농민수당을 도입하고 있고, 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농촌에는 농민이 아닌 주민들도 농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고, 함께 지역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선 모든 농촌 주민에게 지급 대상을 확대하자는 개념이 농촌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이지은 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대표는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은 분배 정의를 넘어 기후정의 측면에서 재평가될 수 있다”며 “농촌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이 실험으로 커먼스(공유자산)를 재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작은 경제 모델을 발굴하며 생태적인 페미니즘을 활성화하는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원재 랩2050 대표는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은 핀란드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실험과 함께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핀란드에서도 집권한 총리가 정책실험을 실시한 것이었고,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주요 의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사회실험의 결과에 따라 국가 전체의 정책이 좌우될 수 있는 환경이란 의미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한겨레 2021년 2월 1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1229.html#csidx461cbeac0d5de0abab2249097903716

면목동에 이달 7개동 38호 준공

 

이달 말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들어서는 공동체 주택 마을 1호 ‘도서당’의 지원센터인 집집마당. 서울시 제공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면접을 봐야 입주가 가능한 ‘공동체 마을’이 생겨난다.서울시는 이달 말 중랑구 면목동 중랑천 겸재교 인근에 ‘공동체 주택 마을’ 1호가 7개 동 38호 규모로 준공된다고 16일 밝혔다.공동체 주택은 서울시가 시유지를 빌려주고 민간사업자가 설계·시공·운영하는 주거시설로, 마을 형태로 조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동체 주택은 ‘책’을 콘셉트로 해 ‘도서당’으로 이름 지어졌다. 1층에는 서점·식당·카페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7개 동 사이사이에는 의자와 꽃·나무가 어우러진 ‘책 읽는 거리’가 조성된다. 입주는 다음달 중순부터다.

 

시는 지난 11월부터 인문학, 문화예술, 요리·여행, 어린이, 아이티(IT)·영상, 문학창작,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입주자 15가구를 선정했고, 이달 15일부터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만, 입주자는 20살 이상 무주택자여야 하며, 이 주택 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인터뷰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공동체 규약 등에 대한 동의와 이해 등이 선발 포인트라고 한다.시는 지원센터인 ‘집집마당’도 설치해 내년 2월부터 운영한다. 1층은 서재와 마당 정원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고, 2층은 주민들이 모여 교육·상담·회의를 할 수 있는 교육실, 3층은 직원 사무실, 4층은 옥상 텃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집집마당에서는 공동체 주택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상담도 이뤄진다. 또 집집마당 옆에는 ‘앞마당 숲’을 설치해 주민들이 동네캠핑 등 소규모 야외모임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동체 주택 마을 조성을 계기로 노후주택이 밀집한 저층 주거지로 인식됐던 동네가 활기찬 동네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양진 기자

 

[한겨레 2020년 12월 17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74629.html#csidx8421b0613ca9941ba9185739865dfde

도시내기들이 알려준 오지생활 정보들

산골에 달랑 집 두 채. 경북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 가족과 지인 가족의 집. 사진 이지은(에른)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비 오는 날, 오래된 집에 하루 만에 피어올라 온 곰팡이를 박멸하느라 골몰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전북 김제의 115년 된 시골집을 사 고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오느른’ 채널을 운영하는 <문화방송>(MBC) 최별(31) 피디의 사연이다. 유유자적 부러워 보이기만 하는 ‘프로시골러’들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도시의 쫓기는 삶이 싫어서, 코로나19 이후 북적이는 도시를 피하고 싶어서, 천정부지 치솟기만 하는 집값에 인생이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서 시골 혹은 오지로 스며들고 싶다면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마음은 먹었지만 집이나 땅 구하기부터, 가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연한 꿈을 꾸지만 어디서부터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꿀팁을 전한다.최별 피디(시골 생활 4개월차), 경북 문경 외딴 산골 생활을 웹툰과 책 <도시 소녀 귀농기>를 펴낸 작가 이지은(필명 에른, 시골 생활 5년차), 경북 봉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진·송태훈 부부(시골 생활 7년차), 시골집 소개 유튜브 ‘오지는 오진다’ 채널 운영자인 정태준씨(전북 나주 출신)에게 좌충우돌 상황을 줄일, 시골살이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최별 피디가 고쳐 가며 사는 115년 된 시골집. 사진 최별 제공

 

Q 시골이나 오지도 가지각색, 너무 광범위한데 나에게 맞는 지역 어떻게 찾나?

A 도시와 왕래가 잦은 이는 도시로부터의 거리를 따져라. 경제적인 요건이 중요하다면 부동산 가격을 우선순위에 두자. 자연적인 환경이 중요한 이라면 산과 들, 바다 중 어디를 고를 것인가 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살 지역의 범위를 좁혀보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싼데, 그렇다고 도시로부터 실제 이동 시간도 짧아지는 건 아니다. 최별 피디는 직장이 있는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가 집값 등의 이유로 수도권에서 먼 지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터전을 잡은 김제 집은 강화도 집값의 절반 가격이었다. 그런데 차량 이동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강화도는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실제 이동 시간은 김제와 비슷하게 약 3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흔히 교통 오지로 불리는 경북 봉화, 강원 태백 등도 의외로 서울에서 3시간 안팎이면 도착한다.

 

Q 살고 싶은 지역을 정했다면, 집은 어떻게 구하나? 온라인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믿을만한가?

A 시골집이나 오지 땅 시세는 도시에서 아파트 매매가를 알아보듯 손쉽게 알아보기가 어렵다. 온라인상 정보로는 시골 빈집, 농가, 폐가 등을 싼값으로 소개하는 블로그, 유튜브 게시물 등이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저렴한 매물 가운데 일부는 미끼 상품일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물로 올라온 집을 보러 갔는데 정작 가면 이미 팔렸거나 없는 매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집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또한 중요하다. 인근에서 비료나 축사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집 근처가 모두 폐가라서 안전이 걱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정보는 직접 눈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귀농귀촌종합센터(returnfarm.com)에서는 “농가 주택의 경우 대지가 아닌 농지에 지은 집일 수 있고, 땅 주인과 건물주가 다르거나 무허가 건물인 경우도 있으므로 토지대장, 건물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고 싶은 지역의 농촌 빈집 정비 담당자(건축과 등)에게 문의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내가 살 집이기에, 전국구 발품을 피할 순 없다. 다만 집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헤매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최별 피디는 주변의 간섭이 적고 채광이 좋은 집을 조건으로 삼았다. 그가 구한 집은 양지바른 논 한가운데 있는 집이다. 해가 잘 드는 집, 이웃과 떨어져 있는 집, 논밭을 끼고 있는 집, 산에 있는 집 등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해보자. 봉화에 사는 송태훈씨의 조언도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임대로 집을 먼저 구해 지역이 자신과 잘 맞는지 살아보면서 알아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 시골살이도 적응이 된다. 지역에서 정보를 얻어 살 집이나 땅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농촌체험 등을 원하는 귀농 희망자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기도 하니 이를 활용해도 좋다.

최별 피디의 집에서 보이는 시골집 풍경. 사진 최별 제공

 

Q 살고 싶은 지역에 연고도 없고, 지역 공동체에 낄 자신은 더 없다면? 이럴 땐 지역 정보를 어디서 얻나?

A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는 “헤매지 않으려면 지자체 농촌개발과 등 관련 부서에 가보라”고 권했다. 각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년에 서너번씩 열리는 귀농·귀촌 박람회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별로 상담 부스가 있어 지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지은 작가는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갖고 문의하면 어디든 엄청 환영해줄 것”이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Q 오래된 시골집 고치기와 내 집 짓기, 어느 쪽이 더 좋을까?

A 오래되거나 비어 있어 관리가 되지 않았던 빈집의 경우, 비용이나 투입하는 노동력 등이 집 짓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전남 나주에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시골집을 고치기 시작한 정태준씨는 끝없이 들어가는 수리비에 잠시 수리를 중단했다. 최별 피디의 경우 집수리비가 집값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굵직한 수리비가 5100만원이었다.(집 구매 비용은 4500만원) 시골집이라 완벽하게 보수가 안 되고 살면서 계속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집을 짓는 게 더 쉬울 수는 있었겠지만, 지붕 아래 서까래 등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재밌고, 이제는 집이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전했다.

 

반듯하진

않지만 정취 있는 전남 나주 시골집 풍경. 사진 정태준 제공

 

Q 전화와 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곳, 어떻게 해결하나?

A 인터넷 연결은 어디든 가능하지만, 한편으론 도시에서처럼 콜센터에 전화해 주소만 불러주면 금방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지은 작가의 경우 산골에 집을 지으며 인터넷 선을 연결하기 위해 집 옆에 전봇대를 새로 세워야 했다. 계약 조건도 도시에서와 달리 복잡했다. 봉화의 이유진씨도 회선 설치를 하는데 시일이 한참 걸려 한동안 전화도, 인터넷도 연결 안 된 상태로 살았다. 잠시 단절된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괜찮지만, 집을 얻는 순간 인터넷 설치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Q 시골살이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라고 하더라. A 대부분의 정보가 알음알음 유통된다. 농사를 기반으로 오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을 내놓을 때도 “우리 집 팔려는데 누구 살 사람 없냐”며 부동산이 아닌 옆집에 물어보는 식이다. 외지인에게는 알짜배기 정보가 닿지 않기도 한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는 않지만, 협소한 공동체인 만큼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조용히 지내고 싶어 시골에 왔는데, 온갖 마을 행사에 동원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집을 마을과 적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으로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래된 시골집을 고치는 데는 비용과 노동력이 새로 집을 짓는 이상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사진 정태준 제공

 

Q 하던 일을 정리하고 왔는데,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나?

A 군청 누리집을 공략하라. 등잔 밑이 어둡다. 지역에 있으면 지인이 많아야 알음알음 정보를 얻을 것 같지만 사실 웬만한 정보는 군청 누리집에 있다. 송태훈씨는 “직업에 대해 발상을 전환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다. 도시에서 했던 일을 고집하지 않고, 생계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아주 넓다. 컴퓨터를 만지는 일부터 농사일까지, 특히 젊은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Q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지살이 왜 좋은가?

A 이지은 작가는 “산책할 때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곳에는 이 작가의 가족을 포함해 단 두 가구만 산다. 그는 “도시는 집에 혼자 있어도 창밖의 사람, 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있지 않나. 여기서는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을 때 그게 가능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별 피디도 말했다. “풍경이 주는 힘이 아주 큰 것 같다. 일을 놓지 않았으니 밤새는 일상은 똑같고, 집안일에 텃밭 농사까지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그런데 잠깐 넓은 평야 보면서 쉬거나 텃밭에 작물 자라는 것을 들여다보는, 하루 고작 20~30분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의 힘이 엄청 크다.”

 

신소윤 기자

 

[한겨레 2020년 11월 5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68809.html#csidx8c87b85f7b52b65b7f2a7c3e75ef40a

살아보는 거야 | 지역 한달 살기 프로그램

 

‘제주맥주’ 한달살기 지원 이벤트에서 제공하는 숙소. 사진 제주맥주 제공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다면, 살아보고 싶었던 곳에서 일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평소와 똑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업무에 집중하고, 출퇴근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는 것 대신 자연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겠는가.코로나19 이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한달살기’, ‘일주일살기’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졌다. 지자체 제공 프로그램 대부분은 이용객에게 지역 편의 시설을 제공하거나 비용 등을 지원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경남 산청, 하동, 통영, 전남 강진, 광양, 강원 고성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지자체 대부분이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마감했으니 내년 초 ‘찜’해 둔 시·도군청 누리집을 부지런히 살펴보자.

 

미스터멘션 한달살기 지원 이벤트에서 제공하는 숙소. 사진 미스터멘션 제공

 

지자체 한달살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설 업체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미스터멘션은 한달살기 숙소 예약에 특화한 숙박 플랫폼이다. 1주일, 보름, 한달 단위로 숙박 예약할 수 있고, 미스터멘션 인증 숙박 업소의 경우 방역 수준 등도 확인된 시설이라고 한다. 미스터멘션에서는 현재 한달살기 무료 제공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누리집을 통해 지원자 가능하다. 총 4개 팀을 선정해 내년 1월 제주 한달살기를 지원한다. 숙박, 렌터카 혹은 개인 차량 탁송, 항공권 등을 제공한다. 혼자, 친구, 가족, 부부 한달살기 등 테마에 맞춰 지원할 수 있다. 미스터멘션 관계자는 “최근 원격 근무 관련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경주 블루원리조트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제공하는 스튜디오. 사진 블루원리조트 제공

 

또다른 제주 한달살기 지원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맥주 생산업체 ‘제주맥주’가 이달 20일까지 지원자를 받는 한달살기의 경우 ‘내 생애 커다란 쉼표’란 콘셉트로 숙소, 항공권, 렌터카, 방역용품 등 한달살기에 필요한 대부분을 제공한다. 신청은 12월20일까지 제주맥주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선정된 인원은 내년 1월11일부터 2월10일까지 제주에서 생활하게 된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쉼에 방점이 찍힌 캠페인이지만 그동안 한달살기 등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직장인, 프리랜서 등의 참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원자 가운데 총 3팀이 선정될 예정이다.경주 블루원 리조트는 ‘경주 일주일살기’와 ‘한달살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11일까지 신청자를 받아 총 3팀(동반 4인까지 가능)을 선정한다. 두팀을 뽑는 일주일살기의 경우 투숙 기간 동안 소독 및 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달살기의 경우, 투숙 서비스를 포함해 리조트 내 공유 오피스인 위드림 시설과 사진 촬영 및 영상 편집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다.

 

신소윤 기자

 

* 본 기사는 <‘달방’ 있나요?…코로나 시대 오피스?!>[한겨레 2020년 12월 3일] 의 일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72790.html#csidx2f59b617bfc30bf98c7eb38e2dfbcf7

[초고령 대한민국 : 신중년 시대]
1부 ③풍요로운 노인의 나라

스웨덴·독일 ‘노인 빈곤율 10%’

스웨덴, 낸 만큼 받는 ‘NDC 연금’
‘선별 보충급여’로 기초소득선 채워
큰 재정부담 없이 빈곤율도 개선
독일선 기대수명·생산인구 반영
연금액 조정·보장형 사적연금 병행

덜 풍요롭더라도 노후 걱정 없어야
한국 65살 이상 빈곤율 ‘절반 육박’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여력 감안
독일·스웨덴처럼 제도 합리화하고
연령별 최저임금 차등 등 취업 유인
기초생보·기초연금 통합도 고민을

 

게티이미지뱅크.

▶노후 불안 없는 삶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서구 복지국가는 풍요로운 노인의 나라가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가능할까? 양재진 연세대 교수가 스웨덴과 독일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글을 보내왔다.

 

기고 ┃노인 빈곤과 소득불안 해소풍요로운 노인의 나라가 가능할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서구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출할 당시 선진국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높은 경제성장률에 노인 수가 많지 않아 연금도 후하고 의료보장도 튼실했다. 은퇴 이후에도 노후 걱정 없는 복지국가의 절정기였다.

 

하지만 1980년대 서구 복지국가들은 경기침체와 고령화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다. 이 나라들이 재정 위기에 맞서 우선적으로 취한 정책들은 노인 관련 복지제도를 수술대에 올리는 것이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은 줄이고, 연금 개시 연령도 뒤로 늦추었다. 요양서비스를 강화해 의료수요는 줄여나갔다. 과거보다 건강해진 중고령자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고, 직업역량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스웨덴이 앞서갔고, 독일도 그 뒤를 따랐다. 과감한 개혁을 통해 이들 국가는 노인들도 큰 걱정 없이 안정을 누리면서 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 스웨덴의 노인빈곤율(65살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50% 이하 소득자의 비중)은 10.9%, 독일은 10.4%이다. 두 나라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를 크게 밑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5.7%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스웨덴과 독일 노인들의 형편이 한국보다 크게 나은 이유는 우리보다 오래 소득활동을 할 수 있고, 노후소득보장제도도 재정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도록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스웨덴의 중고령자(55~64살) 고용률은 77.7%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독일도 72.7%로 우리나라의 66.9%보다 한참 높다. 정년을 없애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인 덕이다. 또한 이들 나라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급이 아닌 직무급이 정착되어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도 직무에 부합하는 임금을 받아 일정 수준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연금제도 합리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웨덴의 경우, 1999년에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그 전까지 노후소득 보장 체제는 지금의 우리 사회와 유사했다.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소득연금(ATP)이 있었고, 이에 더해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었다. 개혁을 단행한 이유는 30년 후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연금개혁위원회가 가동된 1990년대 초 소득연금기금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까지 축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금 고갈이 불가피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급여(소득대체율)를 지키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해야만 했다.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웠다. 또한 일반재정에서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전 노인에게 지급하다 보니 재정압박이 심해져 기초연금액을 인상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소득연금을 못 받거나 받더라도 급여가 적은 저소득 노인들의 기초소득보장에 적신호가 켜졌다.해법은 구조적인 연금개혁이었다. 한국처럼 확정급여형으로 운영되던 소득연금을 명목확정기여(NDC) 연금으로 바꾸었다. 확정급여형 연금은 미래의 연금 수령액이 정해져 있고,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을 조정해 재정을 맞추는 방식이다. 반면 명목확정기여 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총액에 법정이자를 더해 연금자산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수명(잔여여명)에 따라 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국가는 보험료를 강제로 거두어 개인 계좌에 넣어줄 뿐, 연금액 결정은 가입자가 한다. 연금을 일찍 받기 시작하면 금액이 줄고, 늦게 받으면 연금액이 늘어나는 식이다. 또한 일을 오랫동안 해서 보험료 납부 기간이 늘어나면 연금액도 오른다. 근로소득이 일부 발생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연금의 2분의 1이든 3분의 1이든 선택해서 부분연금식으로 받을 수도 있다.그리고 프리미엄 연금이라는 강제가입 방식의 사적연금이 새로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보다 규모는 작으나, 법정 사적연금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프리미엄 연금은 명목확정기여 연금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중산층의 연금액을 보완해준다. 총연금보험료율은 소득의 18.5%로 제한했는데, 이 중 16%는 명목확정기여 연금에, 나머지 2.5%는 프리미엄 연금에 넣어둔다.또한 저소득 노인의 기초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선별주의적인 기초보장연금(Guarantee Pension)을 도입했다. 개혁 전에는 1인당 월 50만원 수준이었는데, 1인당 약 100만원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물론 모든 저소득 노인이 100만원을 다 받는 건 아니다. 만약 명목확정기여 연금과 프리미엄 연금액을 합쳐 70만원이라면 기초보장선 100만원과의 차액인 30만원을 받는 보충급여 방식이다. 연금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엔 1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 50만원씩 줄 때보다 재정부담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월평균 소득 100만원 이하의 빈곤층이 사라져 노인빈곤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독일도 스웨덴과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2004년 소득비례형 공적연금의 외양은 그대로 두되, 기대수명과 생산인구 수를 고려해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이른바 지속성계수(Nachhaltigkeitsfaktor)를 연금계산식에 집어넣었다. 매번 법을 통과시키지 않아도 연금액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장치를 장착한 것이다. 연금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22%를 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였다. 그리고 공적연금의 지급액 삭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리스터 연금’이라 불리는 사적연금을 도입하였다. 스웨덴의 프리미엄 연금처럼 의무가입은 아니지만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정액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을 유인하고 있다. 2007년에는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5살에서 2029년까지 67살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기초연금이 따로 없는 독일은 스웨덴의 기초보장연금처럼 보충급여형의 사회부조를 통해 저소득 노인의 최저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의 은퇴자는 과거보다 덜 ‘풍요’로울지는 몰라도 노인빈곤율이라는 측면에서 양호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중산층은 공적연금액이 낮아졌지만, 전보다 오래 일하고 사적연금을 통해 부족함을 메우고 있다.우리도 개혁 전 스웨덴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민연기금은 국내총생산의 30% 정도에 이를 만큼 천문학적인 수준이지만 35년 후면 고갈된다. 전체 노인의 70%에게 지급되는 준보편주의적인 기초연금이 있지만 저소득 노인의 빈곤 해결에는 부족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도 짧은 가입연수 때문에 실제 연금액은 기대만큼 높지 못하다. 좀 더 오래 일하고 싶어도 법정 퇴직연령인 60살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다.해답은 무엇일까? 먼저 스웨덴과 독일처럼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임금 연공급성을 완화해 해고 유인은 낮추고, 연령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등 중고령자 취업 유인을 높여야 할 것이다. 노후소득보장에 투입하는 비용도 한계를 둬야 할 것이다. 소득의 20% 정도로 설정하고, 비용부담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현재 법정 퇴직(연)금의 사용자 부담분 8.33%에 국민연금 보험료율 9%를 더하면 총 17.33%를 노후소득보장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3% 정도 인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019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에만 34조1천억원의 보험료가 납부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퇴직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다. 무늬만 퇴직‘연금’인 셈이다. 이를 진짜 연금화해 국민연금을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저소득 노인을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을 통합해 스웨덴처럼 기초보장연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풍요롭지는 못해도 빈곤과 소득불안을 해소해 좀 더 안정적인 노후가 가능해질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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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2011.html#csidx1e8ed98c256f9cbbb0a6c1baaf782d9

 

금빛까진 아니어도, 모두가 은빛 노후 누리려면

[초고령 대한민국 : 신중년 시대] 1부 ③풍요로운 노인의 나라스웨덴·독일 ‘노인 빈곤율 10%’스웨덴, 낸 만큼 받는 ‘NDC 연금’‘선별 보충급여’로 기초소득선 채워큰 재정부담 없이 빈곤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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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9월 14일]

'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
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
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
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법정 노인에 진입하는 해다. 고령화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노인부양비 급증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보면,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는 2017년에는 18.8명에 그쳤지만 2027년 33.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2067년에는 102.4명으로 5.4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해야 할 인구보다 부양을 받아야 할 노인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재정적·사회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고령화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고려하는 등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인구사회학자인 계봉오 국민대 교수는 “노인부양비 등 기존 지표로 고령화 상황을 보면 부정적 측면이 과도하게 강조된다”며 고령화를 분석하는 새로운 분석틀과 지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은 건강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대학 졸업 등 교육수준이 높은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안정된 직업, 높은 소득은 물론 건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인부양비를 대신해 계 교수가 주목한 것은 ‘대안적 부양비’인데, 연령만으로 부양비를 산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교육수준, 건강, 경제적 여력 등 노인들의 역량을 고려해 새로운 지표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은퇴가 본격화한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높은 교육수준, 노후 준비,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세대의 노인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다고 해서 공적 지출이 그만큼 비례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계 교수의 진단이다.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해 요구되는 공적 지원의 양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스웨덴에서도 대학 졸업 등 교육수준이 높은 고령층이 많아질수록 증증질환과 장애를 겪는 고령층은 줄어들어 사회적 부담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계 교수는 “현재 고령화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인 노인부양비에 따를 경우 인구의 역량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인구수만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즉 청장년층의 수를 늘리는 정책으로 빠지기 쉬운데,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출산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이 노인은 물론 인구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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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61293.html#csidxf50053ed5721df3abe403f9298267f3

 

고령화는 부양비 부담만 늘린다? “높은 교육·건강 수준 반영해야”

‘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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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9월 8일]

고령자 일자리 확대 정책 많지만
실직 때 아무런 버팀목 없어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대안 모색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직이나 고용 위기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령자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이다.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있지만 55살 이상 고령자는 예외다. 사업주가 고령자를 2년 이상 고용해도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고령자에 대한 채용 부담을 덜어 고용을 촉진시키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셈인데, 이에 대해 상당수의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기준 60살 이상 고용률은 41.5%에 이른다.이 법은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를 지속적 업무에 고용하는 편법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과거 한 지방공공기관은 환경미화원을 직접고용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채용조건을 55살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용역업체에 속해 간접고용 형태로 일해오던 55살 미만 노동자가 아예 응시 자격도 얻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었다. 55살 미만 응시자가 채용될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 여지가 있어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입법기관도 이미 이와 같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 예외조항에서 고령자를 삭제하거나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했을 때 오히려 고령자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일자리 상실’ 상황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이에 고령자들의 일자리와 고용 형태를 좀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기간제 계약직 일자리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단순노무 또는 서비스, 판매 형태의 일자리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 지형에서는 막상 능력과 의지를 갖춘 고령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경제사회적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고령자 고용에만 정책적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일자리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다. 고용 촉진과 일자리 수에 집중되는 노력들을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고령자가 실직했을 때 이를 보완해줄 안전망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버팀목은 실업급여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고령자 상당수는 일용직이나 초단시간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 신분인 특수고용형태다. 대체로 불안정 고용에다 실직 등 위기 시 기댈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고령자들의 사회안전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내실화와 실업부조 같은 정공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고용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가 고령자는 물론 저소득층, 여성 등 여러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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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1013.html#csidx2531ef2f8592691abddbc6d60bf9518

 

일하는 고령층, 뒤받쳐줄 사회안전망 있나

고령자 일자리 확대 정책 많지만실직 때 아무런 버팀목 없어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대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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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9월 7일]

돌봄위원회, 막걸리학교…‘백개의 학교’가 있는 ‘동네살이’

공동체 아파트에 살아보니

협동조합 조합원이 거주민 되고
커뮤니티 주민이 운영하는 단지
아파트 공동체 가능할까 싶었지만
“우리 주민 훌륭한 것 같아” 감탄

이웃인 돌봄교사가 우리 집에 오고
어머니는 ‘시니어 모임’ 나가며 활기
보컬 테크닉, 심유학당, 인형 만들기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백개의 학교’

 

단지 한가운데 펼쳐진 잔디밭. 아이들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불암산 자락에 ‘아파트 공동체’가 생겼다.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는 생기기 전부터 새로운 공동체 실험으로 주목을 끌었다. 건설사 대신 협동조합과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아파트 단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같지만 과연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수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이 이곳에 석달째 살아본 경험을 전한다.“언제 또 이렇게 많이 올라왔지? 카페 글 읽다 하루가 다 가겠네.”오늘도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 활기차다. 소독 문의와 중고물품 나눔은 아파트 게시판이라면 흔히 있는 글이지만 ‘백개의 학교’는 뭐고, ‘보컬 테크닉’이라니. ‘동네지기’는 누군데 ‘주간 브리핑’을 하지? 이 아파트의 정체가 궁금해지실 거다.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자락 아래 펼쳐진 둥근 잔디밭과 그 주위를 정겹게 둘러싼 일곱 동의 건물이 우리 동네 아파트 ‘위스테이별내’다. 탁 트인 초록의 잔디밭에는 햇볕과 바람, 아이들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곳곳에 보이는 ‘동네’ 간판들은 전부 커뮤니티 시설들이다. ‘동네카페’부터 ‘동네책방’ ‘동네체육관’ ‘동네창작소’ ‘동네키움터’ ‘동네돌봄터’ ‘동네부엌’ ‘동네텃밭’ ‘동네빨래터’까지.

‘공동체는 꿈’이란 생각이 들 무렵

 

지난 6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준공된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에선 각종 공동체 실험이 한창이다. 단지 내 200명가량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공동체텃밭에선 각종 행사 때 쓸 배추를 함께 기른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우리 아파트는 올해 6월 말 준공돼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했다. 결혼한 지 6년 된 우리 부부와 태어난 지 9개월인 딸, 나이 여든인 친정엄마로 구성된 우리 가족도 7월 초 이사했다. 다른 신혼부부들처럼 우리도 결혼 뒤 계속 1~2년 만에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 생활을 하다 3년 전 위스테이를 알게 됐다.위스테이는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이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기존 뉴스테이 사업 일부를 시범사업 형식으로 사회적기업인 ‘더함’에 맡겼다(주관사 선정). 다른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491가구의 입주자들이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그 구실을 대신했다. 입주자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임차인이자 집주인이 됐고, 건설사(계룡건설산업)는 건축시공만 도급으로 맡았다. 건설사로 가는 개발이익을 돌려 임대료를 낮추고 커뮤니티 공간과 운영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최소 8년 이상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고,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 것이란 말에 혹했다. 그래서 이름부터 생소한 별내라는 곳으로 와 이곳의 조합원이 됐다.물론 걱정도 있었다. 협동조합이니 공동체니 말은 좋지만 개개인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귀찮게 뭘 자꾸 시키진 않을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인데 잘될까. 동네에선 계속 착한 척만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서로 상처만 주고 끝나진 않을까. 사실 입주 초반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하자보수가 발단이었다. 크고 작은 하자들이 발견됐고, 하자 접수와 대응 과정에서 불만이 쌓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새집에 들어온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 각종 불평을 쏟아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잘못된 정보가 흘러다니고 날카로운 말도 오갔다. 협동조합 아파트의 특성상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복잡한 구조(사회적기업 더함과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건설사의 관계 같은)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커뮤니티 오픈 위크.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역시 공동체는 꿈에 불과했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누군가 다 같이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라며. 협동조합 임원도 아니고, 더함 관계자도 아니었다. 그냥 주민이었다. 스무명 정도의 주민이 모이고, 협동조합 이사장과 사무국장, 동네지기(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이렇게 부른다)가 모였다. 2시간가량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서로의 역할을 확인했다. 섭섭한 마음을 풀고 해결책을 찾아갔다. ‘앞으로 더 자주 이런 자리를 갖자’ 약속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나도 그날 상황을 살피러 갔다가 감동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막 퇴근한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주민들 진짜 훌륭한 것 같아, 협동조합 잘될 것 같아.” 동네지기가 ‘주간 브리핑’을 통해 아파트 관리 전반을 주민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다. 동네지기 역시 조합원이자 주민이다.그리고 이제 이사 온 지 석달. 요즘 우리 가족은 각종 동네 모임에 나가느라 바쁘다. 휴직하고 육아를 전담하며 집순이 생활 중인 내게 동네 모임은 큰 활력소다. 난 주로 동네카페에서 모이는 육아동아리에 자주 참여한다. 역시 온라인에서 누군가 제안해 시작된 모임이다. 이들과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떨고 웃고 나면 힘이 난다. 모임 시간이 되면 반가운 얼굴들이 동네카페로 들어선다. 카페 입장 전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은 필수다. 여기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우리 동네는 끝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들 방역에 주의를 기울인다. 동네카페 인기 메뉴는 ‘바닐라 라떼’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도 모두 주민이다. 실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민이 있어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카페 운영 노하우도 전수했다.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은 커뮤니티 운영 등에 재투자된다. 그러니 웬만한 음료는 동네카페에서 사 먹게 된다. 음료를 들고 중앙 잔디밭으로 나간다. 아기들도 엄마를 따라 나와 같이 뛰논다. 잠깐이지만 커피 한잔 들고 콧바람 쐬고 서로 돌아가며 아이들을 봐주는 틈에 잠시라도 쉴 수 있다.

 

 

동네체육관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최근엔 2살 미만 아가 엄마들 모임도 자주 연다. 엄마들끼리 동네키움터를 빌려 공동돌봄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동네키움터는 우리 아파트 내의 작은 키즈카페다. 장판이 깔렸고 ‘볼풀장’도 있어 어린 아기들이 놀기 좋다. 주민 모임에서 공간 대여 신청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공동돌봄이 잘되면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끼리 서로에게 잠시 외출할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주말 아침의 요가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동네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주민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육아동아리 외에도 우리 협동조합 산하엔 돌봄위원회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지 내 어린이집이 갑작스럽게 휴원했는데, 맞벌이 부부들이 어찌해야 할지 방도를 찾지 못할 때 돌봄위원회 활동이 빛났다. 그간 돌봄위원회에서는 희망 주민을 대상으로 돌봄교사 양성교육을 진행했는데, 그분들을 통해 긴급보육을 할 수 있었다. 돌봄교사인 이웃이 집으로 방문해 아이들 식사를 챙기고 돌봐주었다. 이웃 간 서로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협동조합이 중개 구실을 한 셈이다. 나도 여기 사는 동안 육아 걱정만은 덜 수 있겠다 싶어 든든하다.남편은 막걸리학교와 밴드동아리에 참여한다. 막걸리학교에서 배운 대로 고두밥(지에밥)을 쪄 막걸리 빚기를 시도했는데, 정말 막걸리가 나왔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집집이 빚은 막걸리 사진이 올라온다. 남편은 돌아오는 추석 때 마실 막걸리를 또 만들겠다고 신이 났다. 반대로 밴드동아리에 갔다가는 음악 천재들이 너무 많다며 시무룩해져 돌아왔다. 우리가 별내로 오면서 함께 살게 된 엄마는 지난주 동네텃밭 배추 모종 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얼마 전에는 동네부엌에서 개최한 요리교실에도 다녀왔다. 60살 이상 ‘시니어 모임’에도 계속 나가고 계시는데, 부회장으로 활동하라는 추천을 받았다. 오랫동안 산 동네를 떠나오신 터라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실지 걱정이었는데 기우가 되고 말았다.동네 모임은 ‘동아리모임’과 ‘아파트관리 봉사모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아리모임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개설하고 모이는 장이다. 내가 참여하는 육아 모임, 남편이 참여하는 밴드 외에도 라인댄스, 캘리그래피, 미싱, 인라인, 탁구 등의 동아리가 운영된다.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협동조합에서 소정의 지원금도 준다. 아파트관리 봉사모임은 동네카페, 동네체육관, 동네텃밭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임이다.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모두 주민이 운영한다. 체육관 기구 배치도 주민들이 직접 했고, 동네부엌 설비 점검과 청소도 주민들이 직접 한다. 협동조합 산하 공동체위원회와 돌봄위원회가 주축이 되고,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들이 모인다. 온라인으로 시시때때로 봉사자를 모집한다. “이번주에 동네체육관 지킴이가 부족합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동네키움방 청소하는데, 지금 시간 되시는 분들 와주세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대여섯명이 모여 체육관을 지키고 키움방을 청소한다.어찌 보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먼저 체육관 지킴이가 돼야 하고, 책을 읽고 싶으면 책 정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또 선뜻 참여하는 이웃을 보면 고맙고 미안해진다. 막상 같이하면 동아리 모임과 다를 바 없다. 귀찮은 일인데도 즐겁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나도 ‘동네체육관 지킴이’를 하고 있는데, 46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 활기차다. 체육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체온 측정이나 손소독제 사용, 운동 후 기구 소독 등 안전수칙을 전달하고 관리하는 구실인데, 시간을 정해 돌아가며 지킴이를 한다. 한데 정해진 활동 말고도 체육관 벽에 걸 시계를 기증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바닥 청소를 하고, 신입 지킴이에게 활동수칙을 알려준다. 이 사람들, 동네체육관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누군가는 “헬스장에 ‘회원님’으로만 가다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니 이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모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목공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그리고 얼마 전, 우리 아파트 모임의 끝판왕이라 할 ‘백개의 학교’가 드디어 개강했다. “누구나 배우고 가르치는 마을공동체 학습플랫폼을 지향”하는 백개의 학교에선 조합원이면 누구나 강좌를 열 수 있고, 누구나 그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백개의학교소위원회’가 신청을 받아 자율성, 개방성, 공동체성, 공공성, 민주성에 위배되지 않으면 강좌를 개설한다. 유·무료 강좌 모두 가능하지만, 유료 강좌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 공동체에 기여한다. 한 학기는 12주 동안 이어지는데, 이번엔 보컬 테크닉, 피아노 개인레슨, 심유학당(한문 공부), 초등 6학년 함께 읽기, 마마엘 인형 만들기 등의 강좌가 열렸다.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좋은 공동체

 

코로나와 육아 때문에 멀리 나가기도 어려운데 집 앞에 바로 공원 같은 잔디밭이 있고 다양한 취미모임과 학습강좌가 열리니 마음이 풍요롭다. 공간이 있고,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이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공동체가 되나 보다 싶다. 그리고 그 뒤에는 3년 전 협동조합 발기부터 시작해 지금의 사업구조를 설계하고 만들어온 우리 협동조합 임직원과 위원회 소속 조합원들, 사회적기업 더함의 노력이 있었다. 언젠가 새벽까지 이어진 조합 이사회 회의가 있었던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동네지기의 얼굴이 퀭했다.(동네지기는 우리와 같은 라인에 산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수고가 많으시죠” 하고 인사를 건넸다. 우리 조합원들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산다면 언젠가 한번씩은 다들 임원이 되어보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이든 조합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별빛장터’. 주민들끼리 필요한 걸 서로 나눈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물론 여전히 우리 앞에는 많은 차이와 오해,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반려동물 배변 처리 문제로 이웃과 틀어지는 일은 이곳에서도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이 일어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며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황한 일일지 모른다. 사실 나도 관심 있는 사회운동에 대한 홍보성 글을 올렸다가 “아파트 공동체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인 글은 자제해달라”는 답글을 보고 가슴이 ‘쿵’ 했다. 나에게 공동체는 이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인데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구나, 무어라 답을 해야 할까 아직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면 이해도 늘 것이라 믿는다. 갈등이 없어야 좋은 공동체가 아니라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좋은 공동체이고, 내 이웃들은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갈 자질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니 말이다.

 

이수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한겨레 2020년 10월 10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5225.html?_fr=mt2#csidx3969df91e25fd6eaf84c31cae09520a

‘제목숨을 얻으려하는자 잃을것이요, 제목숨 버리는자 얻을것이다.’젊은시절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던 말씀이다. 상담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자기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은 우울증 불안증을 달고 살기 쉽다. 그런데 이웃과 함께 나누고,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하다.미국 펜실바니아의 산골 로제토 마을에서 주민들은 가난함에도 가족처럼 지냈다. 술에 과체중은 있었는데도 심장병이 없었다. 마을이 관광지로 알려지고 돈을 벌면서 환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로제토마을은 이탈리아 로제토마을에서 먹고 살길을 찾아 이역만리로 이주해온 광부들이 정착한 곳이었다. 가파른 산간지역에다가 도로 사정도 좋지않아 인접마을만이 아니라 미국 어디에서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않았다고 한다. 로제토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휴양차 들른 한 의사가 동료의사로부터 들은 말을 전하면서부터였다. 동료의사는 이 로제토마을에서 17년간 일해왔는데, 65세 미만 사람들 중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심장병환자가 급증하던 때였다. 미국의료협회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로제토마을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로제토마을에서는 55세 이하의 그 누구도 심장마비로 죽지않았을 뿐아니라 심장질환의 흔적조차 보이지않았다. 65세 이상의 경우에도 심장마비 사망률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로제토마을 사람들이 올리브유 대신 돼지기름으로 요리를 하고, 단 음식을 연중 내내 먹었고, 요가를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다른 운동을 하지도않았다. 오히려 담배를 피며, 비만자들이 많았다. 연구 결과 식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이나 지리적 환경도 답을 주지못했다.그런데 2천여명에 불과한 마을에 모임이 22개나 있었고, 로제토공동체는 평등의 정서가 짙어서 부유한 이들도 거들먹거리지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꺼이 도왔다. 로제토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자주 방문하고, 길을 가다다고 서로 잡담을 나누고, 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먹곤했다. 또한 로제토마을엔 한집에 3대가 모여사는 집이 많았다. 마을 중앙에는 성모교회가 있어서 사람들을 더욱 더 공동체적으로 결속하게 도왔다.

 

성경은 단순한 종교서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가이드 북이다. 이렿게 말하면어찌 감히 성경을 모독하는가라고, 지랄하는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님은 안식일에도 병을 고치신 분이다. 주님의 관심은 사람뿐이셨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951903.html#csidx9e35d5f93d4ce5b85bc6639e61547f4

 

로제토마을의 비밀을 아시나요

‘제목숨을 얻으려하는자 잃을것이요, 제목숨 버리는자 얻을것이다.’젊은시절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던 말씀이다. 상담하면서 ...

www.hani.co.kr

 

[한겨레 2020년 7월 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아그로플러스와 글로벌비즈익시비션이벤트가 주관하는 '2020 더농부 귀농귀촌 페어'가 오는 9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D홀에서 열립니다.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 한번에 알아보는 귀농귀촌 성공 가이드'를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고민과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는 중장년층, 농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층, 귀농귀촌 희망자, 재취업 희망자, 관련 업계 종사자 등 농업과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귀농귀촌 전시 상담관, 귀농귀촌 교육관, 일자리 정보관, 더농부 마켓 등 다양한 전시관을 운영합니다. 귀농귀촌을 앞서 경험한 선배 농업인들과 전문가들이 예비 귀농귀촌인을 상대로 1:1 상담에 나서고, 창업·마케팅 등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스를 마련해 청년 창업과 농촌 일자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별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안내합니다. 이번 행사 내용과 관련 콘텐츠는 공동 주관사인 아그로플러스가 운영하는 넘버원 농어촌 포털 '네이버 FARM'과 구독자 8만여명을 보유한 네이버 '더농부'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또한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박람회인 '집코노미 박람회'와 함께 열려 더욱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관계당국 및 코엑스와 협의하에 철저한 행사장 방역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방문객은 입장 등록을 마친 뒤 열감지 센서와 알콜 소독제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상담 부스에는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또한 전시장 소독을 매일 실시하고 공조 시스템을 통해 신선한 외부 공기가 유입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국경제 2020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