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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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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
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
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
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법정 노인에 진입하는 해다. 고령화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노인부양비 급증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보면,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는 2017년에는 18.8명에 그쳤지만 2027년 33.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2067년에는 102.4명으로 5.4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해야 할 인구보다 부양을 받아야 할 노인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재정적·사회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고령화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고려하는 등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인구사회학자인 계봉오 국민대 교수는 “노인부양비 등 기존 지표로 고령화 상황을 보면 부정적 측면이 과도하게 강조된다”며 고령화를 분석하는 새로운 분석틀과 지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은 건강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대학 졸업 등 교육수준이 높은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안정된 직업, 높은 소득은 물론 건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인부양비를 대신해 계 교수가 주목한 것은 ‘대안적 부양비’인데, 연령만으로 부양비를 산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교육수준, 건강, 경제적 여력 등 노인들의 역량을 고려해 새로운 지표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은퇴가 본격화한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높은 교육수준, 노후 준비,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세대의 노인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다고 해서 공적 지출이 그만큼 비례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계 교수의 진단이다.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해 요구되는 공적 지원의 양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스웨덴에서도 대학 졸업 등 교육수준이 높은 고령층이 많아질수록 증증질환과 장애를 겪는 고령층은 줄어들어 사회적 부담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계 교수는 “현재 고령화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인 노인부양비에 따를 경우 인구의 역량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인구수만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즉 청장년층의 수를 늘리는 정책으로 빠지기 쉬운데,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출산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이 노인은 물론 인구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61293.html#csidxf50053ed5721df3abe403f9298267f3

 

고령화는 부양비 부담만 늘린다? “높은 교육·건강 수준 반영해야”

‘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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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9월 8일]

고령자 일자리 확대 정책 많지만
실직 때 아무런 버팀목 없어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대안 모색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직이나 고용 위기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령자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이다.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있지만 55살 이상 고령자는 예외다. 사업주가 고령자를 2년 이상 고용해도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고령자에 대한 채용 부담을 덜어 고용을 촉진시키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셈인데, 이에 대해 상당수의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기준 60살 이상 고용률은 41.5%에 이른다.이 법은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를 지속적 업무에 고용하는 편법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과거 한 지방공공기관은 환경미화원을 직접고용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채용조건을 55살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용역업체에 속해 간접고용 형태로 일해오던 55살 미만 노동자가 아예 응시 자격도 얻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었다. 55살 미만 응시자가 채용될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 여지가 있어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입법기관도 이미 이와 같은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 예외조항에서 고령자를 삭제하거나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했을 때 오히려 고령자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일자리 상실’ 상황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이에 고령자들의 일자리와 고용 형태를 좀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기간제 계약직 일자리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단순노무 또는 서비스, 판매 형태의 일자리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 지형에서는 막상 능력과 의지를 갖춘 고령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경제사회적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고령자 고용에만 정책적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일자리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다. 고용 촉진과 일자리 수에 집중되는 노력들을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고령자가 실직했을 때 이를 보완해줄 안전망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가장 중요한 버팀목은 실업급여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고령자 상당수는 일용직이나 초단시간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 신분인 특수고용형태다. 대체로 불안정 고용에다 실직 등 위기 시 기댈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고령자들의 사회안전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내실화와 실업부조 같은 정공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고용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가 고령자는 물론 저소득층, 여성 등 여러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1013.html#csidx2531ef2f8592691abddbc6d60bf9518

 

일하는 고령층, 뒤받쳐줄 사회안전망 있나

고령자 일자리 확대 정책 많지만실직 때 아무런 버팀목 없어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대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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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9월 7일]

돌봄위원회, 막걸리학교…‘백개의 학교’가 있는 ‘동네살이’

공동체 아파트에 살아보니

협동조합 조합원이 거주민 되고
커뮤니티 주민이 운영하는 단지
아파트 공동체 가능할까 싶었지만
“우리 주민 훌륭한 것 같아” 감탄

이웃인 돌봄교사가 우리 집에 오고
어머니는 ‘시니어 모임’ 나가며 활기
보컬 테크닉, 심유학당, 인형 만들기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백개의 학교’

 

단지 한가운데 펼쳐진 잔디밭. 아이들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불암산 자락에 ‘아파트 공동체’가 생겼다.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는 생기기 전부터 새로운 공동체 실험으로 주목을 끌었다. 건설사 대신 협동조합과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아파트 단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같지만 과연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수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이 이곳에 석달째 살아본 경험을 전한다.“언제 또 이렇게 많이 올라왔지? 카페 글 읽다 하루가 다 가겠네.”오늘도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 활기차다. 소독 문의와 중고물품 나눔은 아파트 게시판이라면 흔히 있는 글이지만 ‘백개의 학교’는 뭐고, ‘보컬 테크닉’이라니. ‘동네지기’는 누군데 ‘주간 브리핑’을 하지? 이 아파트의 정체가 궁금해지실 거다.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자락 아래 펼쳐진 둥근 잔디밭과 그 주위를 정겹게 둘러싼 일곱 동의 건물이 우리 동네 아파트 ‘위스테이별내’다. 탁 트인 초록의 잔디밭에는 햇볕과 바람, 아이들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곳곳에 보이는 ‘동네’ 간판들은 전부 커뮤니티 시설들이다. ‘동네카페’부터 ‘동네책방’ ‘동네체육관’ ‘동네창작소’ ‘동네키움터’ ‘동네돌봄터’ ‘동네부엌’ ‘동네텃밭’ ‘동네빨래터’까지.

‘공동체는 꿈’이란 생각이 들 무렵

 

지난 6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준공된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에선 각종 공동체 실험이 한창이다. 단지 내 200명가량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공동체텃밭에선 각종 행사 때 쓸 배추를 함께 기른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우리 아파트는 올해 6월 말 준공돼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했다. 결혼한 지 6년 된 우리 부부와 태어난 지 9개월인 딸, 나이 여든인 친정엄마로 구성된 우리 가족도 7월 초 이사했다. 다른 신혼부부들처럼 우리도 결혼 뒤 계속 1~2년 만에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 생활을 하다 3년 전 위스테이를 알게 됐다.위스테이는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이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기존 뉴스테이 사업 일부를 시범사업 형식으로 사회적기업인 ‘더함’에 맡겼다(주관사 선정). 다른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491가구의 입주자들이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그 구실을 대신했다. 입주자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임차인이자 집주인이 됐고, 건설사(계룡건설산업)는 건축시공만 도급으로 맡았다. 건설사로 가는 개발이익을 돌려 임대료를 낮추고 커뮤니티 공간과 운영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보다 최소 8년 이상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고,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 것이란 말에 혹했다. 그래서 이름부터 생소한 별내라는 곳으로 와 이곳의 조합원이 됐다.물론 걱정도 있었다. 협동조합이니 공동체니 말은 좋지만 개개인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귀찮게 뭘 자꾸 시키진 않을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인데 잘될까. 동네에선 계속 착한 척만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서로 상처만 주고 끝나진 않을까. 사실 입주 초반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하자보수가 발단이었다. 크고 작은 하자들이 발견됐고, 하자 접수와 대응 과정에서 불만이 쌓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새집에 들어온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 각종 불평을 쏟아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잘못된 정보가 흘러다니고 날카로운 말도 오갔다. 협동조합 아파트의 특성상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복잡한 구조(사회적기업 더함과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건설사의 관계 같은)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커뮤니티 오픈 위크.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역시 공동체는 꿈에 불과했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누군가 다 같이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라며. 협동조합 임원도 아니고, 더함 관계자도 아니었다. 그냥 주민이었다. 스무명 정도의 주민이 모이고, 협동조합 이사장과 사무국장, 동네지기(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이렇게 부른다)가 모였다. 2시간가량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서로의 역할을 확인했다. 섭섭한 마음을 풀고 해결책을 찾아갔다. ‘앞으로 더 자주 이런 자리를 갖자’ 약속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나도 그날 상황을 살피러 갔다가 감동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막 퇴근한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주민들 진짜 훌륭한 것 같아, 협동조합 잘될 것 같아.” 동네지기가 ‘주간 브리핑’을 통해 아파트 관리 전반을 주민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다. 동네지기 역시 조합원이자 주민이다.그리고 이제 이사 온 지 석달. 요즘 우리 가족은 각종 동네 모임에 나가느라 바쁘다. 휴직하고 육아를 전담하며 집순이 생활 중인 내게 동네 모임은 큰 활력소다. 난 주로 동네카페에서 모이는 육아동아리에 자주 참여한다. 역시 온라인에서 누군가 제안해 시작된 모임이다. 이들과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떨고 웃고 나면 힘이 난다. 모임 시간이 되면 반가운 얼굴들이 동네카페로 들어선다. 카페 입장 전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은 필수다. 여기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우리 동네는 끝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들 방역에 주의를 기울인다. 동네카페 인기 메뉴는 ‘바닐라 라떼’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도 모두 주민이다. 실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민이 있어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카페 운영 노하우도 전수했다.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은 커뮤니티 운영 등에 재투자된다. 그러니 웬만한 음료는 동네카페에서 사 먹게 된다. 음료를 들고 중앙 잔디밭으로 나간다. 아기들도 엄마를 따라 나와 같이 뛰논다. 잠깐이지만 커피 한잔 들고 콧바람 쐬고 서로 돌아가며 아이들을 봐주는 틈에 잠시라도 쉴 수 있다.

 

 

동네체육관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최근엔 2살 미만 아가 엄마들 모임도 자주 연다. 엄마들끼리 동네키움터를 빌려 공동돌봄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동네키움터는 우리 아파트 내의 작은 키즈카페다. 장판이 깔렸고 ‘볼풀장’도 있어 어린 아기들이 놀기 좋다. 주민 모임에서 공간 대여 신청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공동돌봄이 잘되면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끼리 서로에게 잠시 외출할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주말 아침의 요가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동네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주민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육아동아리 외에도 우리 협동조합 산하엔 돌봄위원회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지 내 어린이집이 갑작스럽게 휴원했는데, 맞벌이 부부들이 어찌해야 할지 방도를 찾지 못할 때 돌봄위원회 활동이 빛났다. 그간 돌봄위원회에서는 희망 주민을 대상으로 돌봄교사 양성교육을 진행했는데, 그분들을 통해 긴급보육을 할 수 있었다. 돌봄교사인 이웃이 집으로 방문해 아이들 식사를 챙기고 돌봐주었다. 이웃 간 서로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협동조합이 중개 구실을 한 셈이다. 나도 여기 사는 동안 육아 걱정만은 덜 수 있겠다 싶어 든든하다.남편은 막걸리학교와 밴드동아리에 참여한다. 막걸리학교에서 배운 대로 고두밥(지에밥)을 쪄 막걸리 빚기를 시도했는데, 정말 막걸리가 나왔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집집이 빚은 막걸리 사진이 올라온다. 남편은 돌아오는 추석 때 마실 막걸리를 또 만들겠다고 신이 났다. 반대로 밴드동아리에 갔다가는 음악 천재들이 너무 많다며 시무룩해져 돌아왔다. 우리가 별내로 오면서 함께 살게 된 엄마는 지난주 동네텃밭 배추 모종 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얼마 전에는 동네부엌에서 개최한 요리교실에도 다녀왔다. 60살 이상 ‘시니어 모임’에도 계속 나가고 계시는데, 부회장으로 활동하라는 추천을 받았다. 오랫동안 산 동네를 떠나오신 터라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실지 걱정이었는데 기우가 되고 말았다.동네 모임은 ‘동아리모임’과 ‘아파트관리 봉사모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아리모임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개설하고 모이는 장이다. 내가 참여하는 육아 모임, 남편이 참여하는 밴드 외에도 라인댄스, 캘리그래피, 미싱, 인라인, 탁구 등의 동아리가 운영된다.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협동조합에서 소정의 지원금도 준다. 아파트관리 봉사모임은 동네카페, 동네체육관, 동네텃밭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임이다.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모두 주민이 운영한다. 체육관 기구 배치도 주민들이 직접 했고, 동네부엌 설비 점검과 청소도 주민들이 직접 한다. 협동조합 산하 공동체위원회와 돌봄위원회가 주축이 되고,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들이 모인다. 온라인으로 시시때때로 봉사자를 모집한다. “이번주에 동네체육관 지킴이가 부족합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동네키움방 청소하는데, 지금 시간 되시는 분들 와주세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대여섯명이 모여 체육관을 지키고 키움방을 청소한다.어찌 보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먼저 체육관 지킴이가 돼야 하고, 책을 읽고 싶으면 책 정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또 선뜻 참여하는 이웃을 보면 고맙고 미안해진다. 막상 같이하면 동아리 모임과 다를 바 없다. 귀찮은 일인데도 즐겁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나도 ‘동네체육관 지킴이’를 하고 있는데, 46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 활기차다. 체육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체온 측정이나 손소독제 사용, 운동 후 기구 소독 등 안전수칙을 전달하고 관리하는 구실인데, 시간을 정해 돌아가며 지킴이를 한다. 한데 정해진 활동 말고도 체육관 벽에 걸 시계를 기증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바닥 청소를 하고, 신입 지킴이에게 활동수칙을 알려준다. 이 사람들, 동네체육관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누군가는 “헬스장에 ‘회원님’으로만 가다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니 이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모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목공 교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그리고 얼마 전, 우리 아파트 모임의 끝판왕이라 할 ‘백개의 학교’가 드디어 개강했다. “누구나 배우고 가르치는 마을공동체 학습플랫폼을 지향”하는 백개의 학교에선 조합원이면 누구나 강좌를 열 수 있고, 누구나 그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백개의학교소위원회’가 신청을 받아 자율성, 개방성, 공동체성, 공공성, 민주성에 위배되지 않으면 강좌를 개설한다. 유·무료 강좌 모두 가능하지만, 유료 강좌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 공동체에 기여한다. 한 학기는 12주 동안 이어지는데, 이번엔 보컬 테크닉, 피아노 개인레슨, 심유학당(한문 공부), 초등 6학년 함께 읽기, 마마엘 인형 만들기 등의 강좌가 열렸다.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좋은 공동체

 

코로나와 육아 때문에 멀리 나가기도 어려운데 집 앞에 바로 공원 같은 잔디밭이 있고 다양한 취미모임과 학습강좌가 열리니 마음이 풍요롭다. 공간이 있고,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이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공동체가 되나 보다 싶다. 그리고 그 뒤에는 3년 전 협동조합 발기부터 시작해 지금의 사업구조를 설계하고 만들어온 우리 협동조합 임직원과 위원회 소속 조합원들, 사회적기업 더함의 노력이 있었다. 언젠가 새벽까지 이어진 조합 이사회 회의가 있었던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동네지기의 얼굴이 퀭했다.(동네지기는 우리와 같은 라인에 산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수고가 많으시죠” 하고 인사를 건넸다. 우리 조합원들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산다면 언젠가 한번씩은 다들 임원이 되어보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이든 조합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별빛장터’. 주민들끼리 필요한 걸 서로 나눈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물론 여전히 우리 앞에는 많은 차이와 오해,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반려동물 배변 처리 문제로 이웃과 틀어지는 일은 이곳에서도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이 일어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며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황한 일일지 모른다. 사실 나도 관심 있는 사회운동에 대한 홍보성 글을 올렸다가 “아파트 공동체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인 글은 자제해달라”는 답글을 보고 가슴이 ‘쿵’ 했다. 나에게 공동체는 이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인데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구나, 무어라 답을 해야 할까 아직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면 이해도 늘 것이라 믿는다. 갈등이 없어야 좋은 공동체가 아니라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좋은 공동체이고, 내 이웃들은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갈 자질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니 말이다.

 

이수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한겨레 2020년 10월 10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5225.html?_fr=mt2#csidx3969df91e25fd6eaf84c31cae09520a

‘제목숨을 얻으려하는자 잃을것이요, 제목숨 버리는자 얻을것이다.’젊은시절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던 말씀이다. 상담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자기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은 우울증 불안증을 달고 살기 쉽다. 그런데 이웃과 함께 나누고,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하다.미국 펜실바니아의 산골 로제토 마을에서 주민들은 가난함에도 가족처럼 지냈다. 술에 과체중은 있었는데도 심장병이 없었다. 마을이 관광지로 알려지고 돈을 벌면서 환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로제토마을은 이탈리아 로제토마을에서 먹고 살길을 찾아 이역만리로 이주해온 광부들이 정착한 곳이었다. 가파른 산간지역에다가 도로 사정도 좋지않아 인접마을만이 아니라 미국 어디에서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않았다고 한다. 로제토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휴양차 들른 한 의사가 동료의사로부터 들은 말을 전하면서부터였다. 동료의사는 이 로제토마을에서 17년간 일해왔는데, 65세 미만 사람들 중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심장병환자가 급증하던 때였다. 미국의료협회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로제토마을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로제토마을에서는 55세 이하의 그 누구도 심장마비로 죽지않았을 뿐아니라 심장질환의 흔적조차 보이지않았다. 65세 이상의 경우에도 심장마비 사망률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로제토마을 사람들이 올리브유 대신 돼지기름으로 요리를 하고, 단 음식을 연중 내내 먹었고, 요가를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다른 운동을 하지도않았다. 오히려 담배를 피며, 비만자들이 많았다. 연구 결과 식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이나 지리적 환경도 답을 주지못했다.그런데 2천여명에 불과한 마을에 모임이 22개나 있었고, 로제토공동체는 평등의 정서가 짙어서 부유한 이들도 거들먹거리지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꺼이 도왔다. 로제토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자주 방문하고, 길을 가다다고 서로 잡담을 나누고, 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먹곤했다. 또한 로제토마을엔 한집에 3대가 모여사는 집이 많았다. 마을 중앙에는 성모교회가 있어서 사람들을 더욱 더 공동체적으로 결속하게 도왔다.

 

성경은 단순한 종교서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가이드 북이다. 이렿게 말하면어찌 감히 성경을 모독하는가라고, 지랄하는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님은 안식일에도 병을 고치신 분이다. 주님의 관심은 사람뿐이셨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951903.html#csidx9e35d5f93d4ce5b85bc6639e61547f4

 

로제토마을의 비밀을 아시나요

‘제목숨을 얻으려하는자 잃을것이요, 제목숨 버리는자 얻을것이다.’젊은시절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던 말씀이다. 상담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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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7월 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아그로플러스와 글로벌비즈익시비션이벤트가 주관하는 '2020 더농부 귀농귀촌 페어'가 오는 9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D홀에서 열립니다.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 한번에 알아보는 귀농귀촌 성공 가이드'를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고민과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는 중장년층, 농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층, 귀농귀촌 희망자, 재취업 희망자, 관련 업계 종사자 등 농업과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귀농귀촌 전시 상담관, 귀농귀촌 교육관, 일자리 정보관, 더농부 마켓 등 다양한 전시관을 운영합니다. 귀농귀촌을 앞서 경험한 선배 농업인들과 전문가들이 예비 귀농귀촌인을 상대로 1:1 상담에 나서고, 창업·마케팅 등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스를 마련해 청년 창업과 농촌 일자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별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안내합니다. 이번 행사 내용과 관련 콘텐츠는 공동 주관사인 아그로플러스가 운영하는 넘버원 농어촌 포털 '네이버 FARM'과 구독자 8만여명을 보유한 네이버 '더농부'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또한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박람회인 '집코노미 박람회'와 함께 열려 더욱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관계당국 및 코엑스와 협의하에 철저한 행사장 방역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방문객은 입장 등록을 마친 뒤 열감지 센서와 알콜 소독제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상담 부스에는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또한 전시장 소독을 매일 실시하고 공조 시스템을 통해 신선한 외부 공기가 유입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국경제 2020년 6월 30일]

‘위스테이 별내’ 29일 입주
발효실·책방·텃밭·창작소·목공소
단지 곳곳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2777㎡ 규모 기존아파트의 2.5배
체육관 운동 주치의·동네지기…
자격증 있는 입주민이 맡을 예정

 

이달 29일 입주를 앞둔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위스테이 별내’. 더함 제공

 

“제가 만든 이 막걸리 맛좀 보시고요. 고두밥과 누룩 가루를 이렇게 물과 함께 적당한 비율로 섞은 뒤 이곳 발효실에서 3일간 숙성시키면 감칠맛 나는 생막걸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24일 경기 남양주시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 동네카페(주민카페)에서 만난 손병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달 말 아파트 입주 잔치 때 주민들과 함께 나눠마실 막걸리를 정성껏 빚고 있었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 예정자들의 모임과 의사 결정을 이끌고 있는 손 이사장은 동네카페 발효실 운영위원장도 손수 맡을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입주민 누구나 막걸리를 만들고 장도 담글 수 있는 발효실을 만든 것은, 주민 간 소통을 위한 것이 1차 목적이지만 더 나아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청국장 등 우리 발효음식에 좀 더 친숙해지도록 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꿈이 현실로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 별내’가 2년3개월만에 완공돼 오는 29일 첫 입주를 앞두고 24일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현장에서 본 위스테이 별내의 내부 설계나 단지 조경 등은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7개 동, 491가구인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74, 84㎡ 등 3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됐는데 모두 넓어진 드레스룸과 다용도 수납공간 등 최신 설계 경향이 반영됐다. 그러나 단지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은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향하고 있는 ‘아파트 마을 공동체’의 활기찬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커뮤니티 시설 면적만 2777㎡로 기존 아파트의 약 2.5배에 이른다. 이날 직접 둘러본 주민 커뮤니티 공간은 동네카페, 동네체육관, 동네책방, 동네텃밭, 동네창작소, 동네목공소, 동네방송국 등 명칭부터 친근감을 풍겼다. 동네목공소에는 각종 목공예 공구와 작업대가 가지런히 갖춰져 있었고 동네책방(도서관)에는 주민들이 추천한 도서 3500여권이 준비됐다. 동네방송국에는 드럼 등 취미생활용 악기와 연주공간이 마련됐으며 동네체육관에는 최신 운동기구가 설치돼 입주와 동시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체육관에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등 자격증을 갖고 있는 2인이 주민들의 운동을 돕는 ‘우리동네 운동 주치의’로 활동할 예정이다. 아파트 관리소장도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는 한 입주민이 맡을 예정인데, 관리소장이라는 명칭 대신에 ‘동네지기’로 불리게 된다. 또 경비원은 ‘동네보안관, 환경미화원은 ‘동네벼리’로 명명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웃한 2800여세대 아파트 주민들까지 아울러 지역 생활정보 공유 채널로 활용될 모바일 커뮤니티 플랫폼의 명칭은 ‘동네한바퀴’로 정해졌다.

 

■소유와 임대 동시에…주거 패러다임 바꾼다 위스테이 별내는 사회적혁신기업 더함이 지난 2016년 12월 국토교통부의 협동조합 뉴스테이 공모사업 사업주관사로 선정된 뒤 협동조합 설립 등 준비를 거쳐 2018년 3월 착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더함 등이 참여한 부동산투자회사(임대리츠)가 사업비를 조달하고 사업주관사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동시에 건설사에 시공을 맡겨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시공은 계룡건설산업이 맡았다. 아파트 입주자는 협동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임대료로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전용면적 84㎡의 임대료는 보증금 2억8천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이다. 이번에 첫 입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협동조합을 통해 임차인들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주와 동시에 조합원들의 출자금(1인당 3500만~4천만원)으로 리츠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서 8년 뒤 임대기간이 끝났을 때 분양전환이나 임대 운영 지속 여부 등을 놓고 조합원들도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 전체를 인수하는 새로운 실험이 가능해졌다. 양동수 더함 대표는 “8년 뒤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을 리츠로부터 인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분양보다 임대로 계속 거주하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수용하는 등 여러가지 대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950845.html#csidx1c1df7e55a32074b5b7874c33b8ea0d

 

입주민 위해 막걸리 빚는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 29일 입주발효실·책방·텃밭·창작소·목공소 단지 곳곳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2777㎡ 규모 기존아파트의 2.5배 체육관 운동 주치의·동네지기… 자격증 있는 입주민이 맡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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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 25일]

[더 나은 사회]
목포 만호동 ‘건맥1897협동조합’의
원도심 거리 활성화 프로젝트
“사람 북적이는 거리 그리워…”
주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펍 구상

십시일반 출자금 모아 빈 건물 매입
마을펍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
영국 ‘아이비 하우스’ 부럽잖은
마을공동체의 구심 역할 기대

 

시민자산화란?지역 주민들이 토지와 건물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대안적인 소유 방식이다. 공동 소유 자산의 관리와 운영에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며, 자산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도 지역 공동체와 나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원도심이나 농어촌 지역 공동화 등의 문제를 풀 대안으로 꼽힌다. 지역자산화, 공동체자산화, 사회적 부동산 등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12월21일 ‘건맥 1897 협동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연 ‘주주파티’에서 마을 주민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건맥 1897 협동조합’ 제공

 

영국 런던 남부 서더크 자치구의 넌헤드 지역에는 마을 주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펍(대중 술집)이 있다. ‘아이비 하우스’라는 이름의 이 유서 깊은 펍은 오랜 기간 마을 사람들에게 ‘사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음악 공연, 결혼식, 주민 모임 등 크고 작은 마을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1970년대에는 ‘펍 록’ 공연의 명소였다고 한다. 주민들이 처음부터 펍을 소유했던 것은 아니다. 손님으로 이곳을 드나들던 주민들이 펍의 주인이 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2012년 펍에 위기가 찾아오면서다.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건물주가 건물 매각에 나선 것이다.

 

교류와 회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펍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마을 주민들이 지역공동체 회사를 설립해 건물을 사들였다. 이어 ‘공동체 주식’을 발행해 371명의 주민 투자자를 모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펍은 ‘영국 최초의 공동체 소유 펍이자, 최초의 협동조합 소유 펍’으로 재탄생했다. 펍 운영과 관련된 주요 안건은 주민 투자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지역공동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펍답게, 이곳은 ‘마을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낮에는 요가, 뜨개질, 어린이 음악교육 등 주민들의 다양한 여가활동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아이비 하우스’는 주민들이 마을 건물 등을 공동 자산으로 만드는 ‘시민자산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우리나라에서도 ‘아이비 하우스’처럼 ‘주민이 주인인 마을펍’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건맥 1897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 협동조합은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마을 공동체 조직이다. ‘건맥’은 이 지역 특산물인 건해산물과 맥주의 첫 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1897은 목포가 개항한 해이다.목포항 인근에 자리잡은 만호동 일대는 한때 매우 번화한 동네였다.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건어물 유통의 중심지였던 건해산물 거리에도 활기가 넘쳤다. 진도와 신안 등 주변 도서 지역의 해산물이 대부분 이곳을 거쳐 전국 곳곳으로 팔려 나갔다. 그러나 20여년 전부터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섬에 다리가 놓이는 등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집산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원도심인 이 지역의 인구가 줄어든 것도 상권의 침체를 가속화했다.변화의 계기는 지난해 9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처음 열린 ‘건맥 1897 축제’였다. ‘1897 개항문화거리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건맥 축제는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건해산물 거리에 1200명이 앉을 수 있는 임시 테이블을 펴놓고 건어물로 만든 안주와 맥주를 제공했는데,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축제를 기획한 해산물상인회 박창수 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이 거리가 밤이 되면 인적이 끊어지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모인 겁니다.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정말 좋아했어요. 함께 어울려 맥주도 마시고, 튀김이나 과일 같은 안주도 막 내오고…. 거리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거죠. 언제 또 하냐고 묻는 분들도 많았어요.”

 

영국 런던 남부 서더크 자치구의 넌헤드 지역에 있는 공동체 소유 펍 ‘아이비 하우스’ 내부 모습. ‘공동체 주주 371명이 14만7천파운드를 출자했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전은호 목포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제공

 

건해산물 거리 상인들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상인회와 함께 건맥 축제를 기획한 목포시도시재생지원센터 전은호 센터장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마을펍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전 센터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시민자산화 전문가다.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에서 시민자산화사업팀장으로 일하던 2017년에는 영국 ‘아이비 하우스’로 현장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전 센터장은 주민들이 건맥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비 하우스’처럼 마을 공동체의 거점 공간 구실을 할 마을펍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제안에 박 회장도 무릎을 쳤다. 자신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주민들도 흔쾌히 동의했다.뜻이 모이자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석달 만에 건맥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조합원 100명의 출자금으로 6천여만원의 초기 자본을 마련했다. 임팩트투자 플랫폼인 ‘비플러스’의 소셜 펀딩으로도 6천만원을 모았다. 비플러스 펀딩 과정에서 사회적 금융기관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시민 참여 지역자산화 매칭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펀딩 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1억2천만원을 지원해줬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공모에도 지원을 해둔 상태다. 전은호 센터장은 “마을펍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에서 시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금 조달 방식을 다 써본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시민자산화를 위해선 사회적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건맥 협동조합은 이런 과정을 거쳐 필요 자금의 절반가량인 3억5천만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건해산물 거리에 있는 빈 상가건물도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몸집’도 커졌다. 애초 계획했던 마을펍(펍 1897)에 더해 마을 소유의 게스트하우스(스테이 1897)까지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인근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는 관광객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주민이 주인인 펍인 만큼,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장치도 마련해 뒀다. 협동조합 정관에 ‘건맥 1897 축제’ 지원기금, 일자리 지원기금 등의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명시해 놓은 것이 한 예다. 1단계 사업인 마을펍은 이르면 다음달 초 문을 열 예정이다.전은호 센터장은 “미래 발전의 토대로서의 유무형의 자산을 지역과 시민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함으로써 삶과 공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시민자산화’는 지역(local)에서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며 “시민자산화가 활성화되려면 부동산을 부의 축적 수단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사회 전반에 ‘공유’의 경험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포/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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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48323.html#csidx751c88c75299a83988493843fb0ee15

 

주인이 100명인 마을펍…‘시민자산화’로 직진

[더 나은 사회] 목포 만호동 ‘건맥1897협동조합’의 원도심 거리 활성화 프로젝트 “사람 북적이는 거리 그리워…” 주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펍 구상 십시일반 출자금 모아 빈 건물 매입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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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시민건물주’ 쉬워지려면…영국 ‘공동체 우선 입찰권’ 검토해볼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48324.html#csidxccc520109d7cf2380280b4b31134e69

 

‘시민건물주’ 쉬워지려면…영국 ‘공동체 우선 입찰권’ 검토해볼만

시민자산화 현황과 과제 ‘둥지내몰림’ 위기 해빗투게더 시민 펀딩으로 건물 매입 모색 사회적 금융 지원 강화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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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 18일]

중세부터 이어온 여성공동체 베기넨
베를린의 ‘베기넨호프’, 50여명 거주
살롱 열어 토론, 공동정원에서 담소

자기 집에서 사생활 가지면서
문 열면 활기찬 공동체로 이어져
집에서 생 마감하고픈 이웃 돕기도

 

독일 베를린의 베기넨호프에는여성 50여명이 모여 산다. 층마다 있는 아케이드에서 거주자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베르벨 메센 제공

 

[토요판] 채혜원의 베를린 다이어리21. 여성들이 모여 사는 베기넨호프

 

중세시대 유럽에는 ‘베기넨’(Beginen)이라는 여성 주거 공동체가 있었다. 이곳에 사는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종교 활동과 가난하고 병든 자를 돌보는 일에 앞장섰다. 대부분 교사, 간호사, 공예가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으며, 개인 재산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소유했다. 베기넨은 유럽 곳곳으로 퍼졌는데, 1264년 즈음 설립된 파리의 베기넨에는 약 400명의 여성이 모여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15세기에 지은 베기넨 여성들이 살았던 건물 ‘베헤인호프’(Begijnhof)가 도시의 유명한 랜드마크로 보존되어 있다.독일의 도시계획가인 유타 켐퍼(84)는 20년 전 암스테르담 베헤인호프를 방문하고, 베기넨 전통을 독일에서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남편이 사망한 뒤, 그는 자녀 넷을 혼자 키웠다. 도시계획가로 일하면서 비혼이나 이혼 또는 사별로 혼자 사는 수많은 여성도 만났다. 그들은 혼자 남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고 싶어 했고, 유타는 베헤인호프를 떠올렸다. ‘베기넨처럼 각자 집을 소유하되 함께 여성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해보자.’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1992년 베기넨협회를 설립했고, 2000년 건축가 바르바라 브라켄호프가 합류하면서 구상은 현실이 되었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베기넨호프 전경. 채혜원 제공

 

공동체 생활 원하는 노년 여성들

 

여성 공동주택 건립 소식에 독일 전역에서 약 2천여명의 여성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성만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입주 조건이었다. 6층으로 나뉜 건물은 53가구로 구성돼 있고, 한 집의 크기는 56~77㎡. 햇볕이 쏟아지는 테라스를 포함하고 있다. 집값은 ㎡당 2100~2300유로(약 280만~305만원)으로, 약 1억6천만원이면 작은 집을 살 수 있었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2007년 가을,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지구에 ‘베기넨호프’가 들어섰다. 독일 전역에서 여성 53명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했다. 베기넨호프는 국제여성공간(IWS) 사무실과 가까워 늘 지나다니는 곳인데, 주변과 달리 여러 색을 띠고 있는 베기넨호프 건물에 도착하면 널찍한 연회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거주자와 외부 참여자가 함께하는 문화 전시회, 정치토론모임, 기공체조교실, 작문발표회 등 요일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예를 들어 거주자인 역사학자 기젤라 노츠 박사는 비정기적으로 역사 살롱을 열어 경제·노동·정치 등 여러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매달 거주자 회의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간 외에도 건물에는 텃밭 정원, 개방형 부엌, 옥상정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30살부터 85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60대 이상의 시니어다. 53가구 중 대부분 혼자 살며, 네 가구만 파트너나 가족과 함께 2인이 살고 있다. 지난 4월28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베기넨호프에 도착하자 대외소통 담당자인 가브리엘레 가름스가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헤센주에 속한 풀다라는 지역에서 교사로 일해온 그는 남편과 사별 후 딸을 독립시키고 나서부터 혼자 살아왔다. 그는 늘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마침 그가 이사로 일하고 있던 풀다의 여성단체에서 사회학자 강의가 있었고, 그 강의를 통해 베를린에서 여성 공동주택이 계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브리엘레은 긴 고민 없이 베를린행을 결정했다. 가브리엘레에게 베기넨호프에 대해 알린 것은 괴팅겐 출신 사회학자인 아스트리트 오스터란트다. 그는 오랫동안 공동체와 공동생활 주택에 대해 연구해왔으며, 베기넨호프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했다. 이 두 사람은 현재 이웃으로 산다. 건물을 둘러보니 거주자에게 이곳은 자신만의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따뜻한 둥지다. 네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층별 공동 아케이드 공간은 작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이곳에서 여성들은 이웃과 함께 차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웃에게는 항상 비상열쇠가 있어 비상시 바깥에서 집 문을 열 수 있다.가브리엘레은 “베기넨호프 여성들은 늘 다 같이 생일파티를 열고 크리스마스나 새해맞이 파티 때도 불꽃축제를 즐기며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기 원했던 여성들은 자기 집에서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받으면서도 동시에 문을 열고 나오면 활기찬 공동체에서 지낼 수 있는 바람을 이룬 것이다. 베기넨호프 여성들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여성 공동체를 이뤄 노년기를 보내려는 이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독일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는 총 1690만명(전체 인구의 약 20%)이 혼자 살고 있으며 이 중 33%가 65살 이상인 시니어다(2018년 기준). 독일의 65살 이상 인구는 17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에 이른다.스스로 조직한 프로젝트인 만큼 베기넨호프에는 정원을 돌보는 정원팀, 여성 예술가를 위해 전시를 기획 운영하는 예술팀 등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여러 실무그룹이 있다. 1층에 잘 가꿔진 공동 정원에 도착하자 정원팀에서 일하는 코르둘라가 “정원이 참 아름답죠?” 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 프라이부르크에서 자녀 셋을 키운 뒤 10년째 혼자 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하지만 지인이나 친구들이 모두 같은 동네나 도시에 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만남을 위해 늘 멀리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이로 인해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시작됐다. 베기넨호프의 집을 사기로 한 친구를 통해 소식을 듣고 그는 지체 없이 베를린으로 이사했으며, 생활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베기넨호프 건립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2018년 공동정원에서는 여성들이 모인 가운데 축제가 열렸다. Baerbel Maessen 제공

 

이단으로 몰렸지만, 세계로 이어져

 

중세시대의 베기넨 공동체가 그러했듯 베를린의 베기넨호프에도 컴퓨터 전문가, 사회학자, 극작가, 저널리스트, 의사 등 다양한 직업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모여 산다. 이들의 기여로 공동체에서 나눌 수 있는 일은 더욱 많아졌다. 코르둘라에 따르면 의사, 간병인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거주자들 덕분에 한 이웃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5년 전 질환으로 먼저 떠나보낸 이웃이 있어요. 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생을 마감하길 원했죠. 혼자 병원에 있고 싶지 않으니까요. 여기 의사와 간병인으로 일했던 여성들이 있어서 그를 돌볼 수 있었어요. 많은 이웃이 그를 함께 보살폈고요. 그는 바람대로 많은 이웃이 함께한 가운데 먼 길을 떠났어요.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유타 캠퍼와 여러 여성이 만들어낸 공동주택 프로젝트는 베기넨호프로 끝나지 않았다. 2014년에는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지구에 두 번째 여성 공동주택인 ‘플로라호프’(Florahof)가 문을 열었고, 여성 20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이 외에도 여성이 집 소유자로 공동체를 이뤄 사는 건물은 베를린에 약 20곳이 있다.중세시대 유럽의 일부 베기넨 여성들은 봉사와 헌신으로 신의 뜻을 따랐지만, 정식 교구로 인정받지 못해 이단 혐의로 화형에 처해졌다. 당시 가부장제 가족을 벗어나 있거나 치료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로 몰려 희생당한 수많은 여성들처럼. 그럼에도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다. 독일 곳곳에 베기넨 형태의 공동체가 있고, 캐나다에도 최근 베기넨이 설립됐다. 다시 수많은 곳에서 여성들이 모여 살며 그들의 정신을 이어간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베기넨호프를 보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21세기에도 베기넨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채혜원: 한국에서 여성매체 기자와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국제 페미니스트 그룹 ‘국제여성공간’(IW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만난 전세계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와 젠더 이슈를 전한다. 격주 연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5201.html#csidx9766feb441b03ab9524c3f28f3e5488

 

나만의 집 갖지만 외롭지 않은 둥지 ‘베기넨호프’

중세부터 이어온 여성공동체 베기넨베를린의 ‘베기넨호프’, 50여명 거주살롱 열어 토론, 공동정원에서 담소자기 집에서 사생활 가지면서문 열면 활기찬 공동체로 이어져집에서 생 마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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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5월 16일]

전남도 ‘먼저 살아보기’ 체험 진행
지난해 810명 참가, 92명이 정착
“연착륙 도와” 올해도 1000명 모집중
서울 청년 9명도 ‘괴산 살이’ 한창
강원도·경남 거제 등 곳곳서 운영

 

전남 함평 해당화마을을 찾은 시민들이 ‘전남에서 살아보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서해 바닷가에 위치한 전남 함평군 손불면 월천리 해당화마을에는 최근 새 가족이 생겼다. 지난해 9~11월 진행한 ‘전남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했던 체험객 3명이 마을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경기 군포 등에서 이사 온 이들은 마을에서 텃밭 등을 일구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도 10월까지 10명이 ‘살아보기’를 체험할 계획이다. 배선경 마을 사무장은 “과거 무턱대고 귀농·귀촌했다가 마을과 갈등을 빚거나 적응을 못 하고 떠나는 이들이 있었는데 ‘살아보기’로 시행착오를 줄여 쉽고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 해당화마을 ‘전남에서 살아보기’를 체험한 시민들. 전남도청 제공

 

전남도는 지난해 4~11월 5억원을 들여 함평·고흥·보성·영암 등 농산어촌마을 27곳에서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사업을 진행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5~60일 동안 체류하며 농산어촌 체험을 하고 영농·영어 기술을 익혔고, 참가자 810명 가운데 92명(11.3%)이 전남으로 주소를 옮겼다. 이전 거주지는 수도권 44명, 경상권 18명, 광주시 16명, 기타 14명 등으로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됐다.

 

전남 고흥 금오마을 생태농원 소향에서 ‘전남에서 살아보기’를 체험한 시민들. 전남도청 제공

 

전남도는 올해는 11월까지 7억원을 들여 1000명을 모집해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이미 120명이 신청했다. 김형국 전남도 귀농어·귀촌 지원팀 주무관은 “농산어촌 공동화·고령화를 극복하려고 ‘살아보기’ 사업을 기획했다. 인구 유입과 고용 창출의 마중물로 여기고 장기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귀농·귀어·귀촌 희망자에게 농어촌의 환경·문화를 미리 체험하게 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지역 연착륙을 돕는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차영 괴산군수가 지난해 7월 청년 지역 상생 우호협력 협약을 맺었다. 괴산군 제공

 

충북 괴산군은 서울시와 손잡고 서울 청년을 괴산에서 살게 하는 ‘슬기로운 괴산 생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 서울 청년 9명은 지난 4~5월부터 괴산 한살림 등 농업 관련 업체에서 일하며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업체에서 주 4일(32시간) 일하고 지역아동센터·돌봄센터 등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급여는 서울시·괴산군·업체 등이 나눠 낸다. 괴산 한살림에서 일하는 한아무개(28)씨는 “서울을 벗어나 괴산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일, 생활, 봉사 등 대체로 만족스럽다. 여건이 맞으면 괴산에서 정착해 살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강원도는 귀농·귀촌 희망자 100명을 모집해 30개 농어촌체험마을에서 1주일~1개월 동안 농어촌 생활을 체험하도록 하는 ‘강원도 한달 살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경남 거제시가 ‘청년 거제에서 한달 살아보기’를, 남해군이 ‘청년 촌라이프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관광형 ‘살아보기’도 있다. 전북 전주·군산·고창·부안·임실 등 5개 기초단체는 1억원을 들여 7~30일 동안 지역을 여행·체험하는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지역 곳곳을 둘러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후기를 올리면, 숙박비 등 하루 5만원 안팎을 지원한다. 이정석 전북도 관광총괄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역 관광도 침체했다. 체험형 ‘살아보기’ 관광이 지역을 알리고, 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북 제천시도 제천지역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제천 살아보기’를 진행한다.안관옥 최상원 박임근 박수혁 오윤주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950513.html?_fr=mt2#csidx4c87f06a055a13c927cd0d6098669ed

 

막연했던 귀촌…“살아보기 잘했네”

전남도 ‘먼저 살아보기’ 체험 진행지난해 810명 참가, 92명이 정착“연착륙 도와” 올해도 1000명 모집중서울 청년 9명도 ‘괴산 살이’ 한창강원도·경남 거제 등 곳곳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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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 22일]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69)

 

박현오(58)씨는 부인과 함께 주택청약통장 가입에 대해 의논했다. 박씨는 수도권에 5억원 상당의 99㎡형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30)과 아들(28)이 있다. 아직 미혼이어서 박씨 부부와 함께 살고 있지만 몇 년 내에 결혼해 분가할 것이고, 그러면 박씨 부부가 굳이 넓은 아파트에 살 이유도 없고 5억원이라는 돈을 깔고 앉아있는 것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노후수입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전부인데 아무리 검소한 생활을 한다 해도 부족한 감이 있다.

박씨 부부는 자녀 결혼 후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무주택 여건을 만들고 주변에서 전세로 살다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생각이다. 33㎡에서 50㎡ 안팎의 임대주택은 시설도 좋고, 입지도 괜찮은 곳이 많으며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도 확 줄어든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부족한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친구들에게 이런 계획을 이야기하니 “아니 자녀나 손주들이 오면 하룻밤 자고 갈 방은 있어야 하고, 집에서 한 끼 식사라도 하려면 너무 좁지 않겠냐”고 한다.

1990년대 후반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집은 자연스럽게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었고,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선배들을 보면 자녀가 부모 집에 방문하는 것이 일 년에 많아야 두 세 번에 불과하고, 또 자녀가 왔을 때 굳이 집에서 재우는 것보다는 빨리 집으로 보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만일 어쩔 수 없다면 집 근처의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재우는 것이 더 폼날 것 같다. 번거롭게 집에서 복작거리는 것보다는 집 근처의 맛집이나 찾아가서 식사하고 헤어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비용은 더 들겠지만 쓸데없이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담하는 관리비, 세금 등을 고려하면 이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이다. 당장 실행할 것은 아니고 5년이나 10년 후의 일이지만 노후 계획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의 부동산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 진출로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1990년대 후반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집은 자연스럽게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전세는 2년 단위로 이사를 해야 하는 계약 특성 때문에 주거 안정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은퇴를 앞둔 50대 중장년은 내 집 소유의 애착이 크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자산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만 집값이 계속 오르면 노후에 큰 걱정은 없을 것 같고, 나중에 자식에게 꽤 많은 자산을 물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녀에게 자산을 상속하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이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50대 가구주는 4억 8000만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금융자산이 27%, 1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금액으로 30년 또는 40년간 노후생활비로 사용해야 한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금융자산은 너무 부족하다. 결국은 어느 시점이 되면 가지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인 부동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원하는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내 집을 소유하는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재무상황, 삶의 목적 등을 고려해 집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주택연금을 활용하고 거주지역을 바꾸거나 귀농·귀촌, 임대주택 활용, 실버타운 거주 등 다양한 주거형태의 대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은퇴 후에 주거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부부 중 일방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귀농·귀촌이다. 많은 중장년 남성들에게 귀농·귀촌은 일종의 로망이다. 하지만 부인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퇴직 후 고향으로 귀농하겠다고 하지만, 부인의 입장에서는 뒤늦게 나이 들어 시골로 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는 사람도 없고, 불편한 것도 많기 때문에 싫다. 이런 이유로 혼자 귀농한 남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리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고 사려 깊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중앙일보 2020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