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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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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08 호)

 

【 몽골 관광이 아닌 몽골 여행을 하기 위하여 】

 

‘몽골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

 

몽골에 여행을 가기 전에 몽골에 대해 알아보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얼마 전 4박 5일 일정으로 몽골에 다녀오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런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이 나온 이유가 몽골의 자연과 풍습이 한국과는 완전히 달라 독특하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가본 몽골은 이미 현대 (한국?) 관광객에게 맞춘 관광지로 변모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사는 게르에 들러서 그들의 독특한 생활을 접하고, 수평선 대신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몽골의 매력이었다. 물론 그런 원시적인 몽골의 매력을 즐기기 위해서는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해야 했고, 재래식 화장실도 없는 초원에서 불편하게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는 유목민의 자유로운(?) 삶을 체험하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풍경과 그야말로 지평선이 보이는 푸른 초원을 접하고 나면 몽골 여행의 기억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몽골에서 겪었던 불편함은 잊어버리고, 다시 몽골 여행을 떠나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몽골 여행에서 묵었던 게르는 테를지국립공원 안의 리조트에 새로 지은 현대식 게르였다. 겉으로는 게르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내부는 현대식 호텔이라고 봐야 하는 정도였다. 게르 중간에 기둥도 없고, 현대식 침대와 샤워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으니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게르를 만드는 재료도 플라스틱과 비닐을 비롯한 현대식 재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게르의 장점이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만드는 것인데, 내가 묵은 게르는 완전히 고정식이었다. 그야 말로 여행객을 위한 전통 형식의 게르가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개량형(?) 게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전에는 전통 게르를 일부 살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호텔식 게르로 변모했다. 전에는 게르가 4인 1실, 8인 1실이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묵은 게르는 2~3인 1실로 완전 호텔방이었다. 게다가 물이 부족한 몽골이지만, 온수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현대식 화장실도 갖추고 있으니 몽골에 왔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몽골의 전통적인 매력이 없어진 것은 비단 게르만이 아니었다. 몽골 하면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국의 시골 밤하늘에서 보는 것만큼도 별을 볼 수 없었다. 날씨가 흐리기도 했지만, 리조트와 인근의 환한 불빛 때문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별을 볼 수 있도록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에서 10시 30분부터 30분 동안 가로등을 소등했지만, 근처 리조트의 불빛 때문에 겨우 북두칠성을 찾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리산 종주를 할 때 경험했던 쏟아지는 듯한 별들을 몽골에서는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나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중에 나왔던 다른 여행객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몽골의 독특한 모습에 대해 많이 알기를 원하는 여행객보다, 몽골에 짧은 기간 머물면서 많은 돈을 쓸 관광객이 더 많이 오기를 원하는 몽골의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을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숙소와 화장실이 불편하면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몽골의 자연 조건 상 사시사철 관광객이 올 수 없고, 6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몽골 입장에서는 소수의 여행객보다는 다수의 관광객을 선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10월에 첫눈이 오고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서 10월부터 그 다음 해 5월까지는 여행객이 거의 끊긴다고 하니 어찌 아니 그러겠는가? 몽골 가이드의 말대로 4개월 동안 벌어서 1년을 살아야 하는 몽골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때로 몰려와서 짧은 기간 안에 많은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이 몽골 입장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는 한국인들이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란바토르 관광지는 물론 테를지에서도 마주치는 관광객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인들까지 한국인들과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주위에 온통 한국말만 들리니 여기가 한국인가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과 ‘여행이 아닌 관광’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몽골도 주 고객인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춰서 여행이 아닌 관광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몽골 관광이 아닌 몽골 여행을 위해 현대식 게르를 다 없애고, 과거의 불편한 환경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몽골에서 불편하지 않은 여행 여건을 만드는 일이야 당연한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속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측면에서 몽골을 체험할 수 있는, 즉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방법 중의 하나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트레킹을 제안하고 싶다. 테를지국립공원 안에만 아홉(9)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제주올레에서 만든 3개의 코스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패키지관광 4일 일정 중 2일을 차지했던 울란바토르 관광을 빼고, 테를지에서 4일 동안 트레킹과 말 타기 등을 체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를지의 현대식 게르에서 즐기는 트레킹!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조만간 현대식 시설을 이용하면서 몽골의 자연을 만끽하는 트레킹 여행을 시도해보아야겠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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