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48 호)
【 은퇴 후 유독 한국인만 불행한 이유 】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왜 한국인의 인생 후반부, 즉 60대 이후에 삶의 만족도(행복도)가 반등하지 않을까? 실제로 얼마 전부터 은퇴하기 시작한 친구들을 만나보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 표정이 많이 어두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직에 있을 때 만나면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해 보이던(?) 친구들도 은퇴를 하고 나서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힘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은퇴 후 용돈에 불과한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면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몇 백만 원의 연금을 타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처지에 있는 듯이 보이는 교수 출신 친구들도 표정이 어둡기는 매한가지니 의아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은퇴 후에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건강이 안 좋다면 그나마 행복하지 않은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바쁜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은퇴 후에 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들과 달리 선진국의 경우에는 월급쟁이들의 유일한(?) 희망이 빨리 은퇴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뉴스나 책을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얼마 전 외국인 기술자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3월까지 진행되었던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을 때, 스위스 기술 제공회사의 기술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이가 화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그 기술자는 35세였는데, 내 나이가 66세라는 말을 듣고는 “왜 아직도 은퇴를 하지 않고 일하고 있느냐?”고 의아한 듯이 물었다. 스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찍 은퇴하는 것을 원하고, 60세가 넘어서 일하는 경우가 드믄데, 나보고 ‘왜 그 나이까지 은퇴하고 편안하게 쉬지 않느냐?’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하는 게 좋아서”라고 일부러 힘주어 말하긴 했지만, 왠지 옹색한 변명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그 기술자의 경우에는 연금 등 사회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스위스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도 측면에서 보면 연금 등 사회 복지 제도가 한국보다도 더 뒤진 개발도상국에서도 은퇴 후 60대부터 행복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은퇴 후 매월 수백만 원을 받는 한국의 교원 연금,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수혜자들은 은퇴 후 행복한 걸까? 물론 그들이 더 행복감을 느낄 확률이 높긴 하겠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나마 용돈 수준의 국민연금이랑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인이 개발도상국의 은퇴자에 비해 행복하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더욱이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서도 한국은 의료 지원 체계가 그나마 잘 되어 있지 않은가. 더 나아가 소득이 낮은 한국의 은퇴자들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긴 하지만 65세 이후에는 기초 노령 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은퇴 후 어느 정도 기초 소득이 보장되고 의료 여건도 확보된 한국의 은퇴자들이 세계적 추세와 달리 특별히 불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들이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은퇴 후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서 뭔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만약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처방도 찾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왜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인들이 은퇴 후 행복도가 반등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한국인들이 은퇴 후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무슨 병이든지 먼저 정확한 진단을 해야만,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은퇴 후에 행복감이 반등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 복합적이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복합적이라는 의미는 세계 공통의 원인과 더불어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 그리고 각 개인의 개별적인 문제까지 뒤얽혀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기도 힘들지만, 설사 그 원인을 분석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부터 그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해보도록 하겠다.
한국인이 은퇴 후 행복하지 않은 원인은 크게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인 요인의 대부분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들, 즉 연금 제도 미비 문제, 현재 은퇴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들이 낀 세대로서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의 의무를 동시에 지고 있다는 문제 등 경제적인 문제가 주를 이룬다. 내부적인 요인은 은퇴 전의 삶에서 은퇴 후의 삶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데서 오는 내적 허전함의 문제가 주를 이룬다. 사실 은퇴 후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을 모두 해결해야만 한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외부적인 요인에 대한 논의는 그나마 조금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내부적인 요인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우선 외부적인 요인에 대해 주로 논하고, 내부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논해보도록 하겠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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