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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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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47 호)

 

【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인은 왜 은퇴 후 행복하지 않은가? 】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가끔 아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단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좋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다시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에 “그냥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좋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럼 아내도 “나도 그래.”라고 말하면서 방긋 웃는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60여 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순간들도 있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처럼 수정하고 싶은 인생의 순간들은 나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지, 실제로 그런 선택을 했더라도 내 인생이 지금보다 더 완벽한 삶이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설사 다른 선택을 해서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덜 완벽한 삶’을 사랑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어릴 적 지긋지긋했던 가난, 밤잠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했던 학창시절을 다시 겪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학업 성취를 이뤘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대학에 입학했고, 군대도 면제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다음에,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과정을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나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릴 때 그나마 행복했었던 것 같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다음부터 행복도가 점차 감소하다가 환갑 이후에 은퇴하고 나서 다시 행복도가 높아진 것 같다. 이후에 나의 행복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아마도 신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80대까지는 행복도가 증가하거나 유지되다가, 아무래도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는 80대 이후에는 다시 행복도가 감소하지 않을까.

 

나의 나이에 따른 행복도 변화는 세계의 일반적인 추세와 유사하다. 즉 어릴 때 행복도가 높다가 나이가 들면서 행복도가 점차 감소하게 되고, 50대 즈음에 행복도가 바닥을 찍은 다음에 60대부터 점차 행복도가 다시 올라가게 되는 유(U)자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러다가 80대 이후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동성이 떨어지게 되면 다시 행복도가 떨어지게 된다. 어릴 때 행복도가 높은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 하에 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릴 때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 그 어느 시기보다 불행할 수 있지만 말이다.

앞날에 대한 큰 걱정이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학창 시절에는 어린 시절에 비해 행복도가 낮아질 것이다. 진학, 결혼, 취업 등의 고비를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점점 더 커지기 되니 행복도는 점점 더 낮아지게 되고, 자녀들에 대한 부담, 직장에서의 승진 압박과 퇴직 가능성 등의 시련을 맞게 되는 50대에 행복도가 최저점을 찍게 된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자녀들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50대 중후반에 다시 행복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에 따른 U자형 행복도 변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행해진 많은 연구 결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갤럽의 조사에서도 부자 나라들의 경우 연령에 따른 삶의 만족도 그래프가 U자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 결과에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에 60세 전후에 20대 연령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였고, 그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사이자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짧은 수필 <늙음이 선사한 참된 기쁨>에 “아버지는 아흔넷에 돌아가셨는데 80대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10년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인생을 오래 살았고 타인의 삶에도 두루 감응한 사람만이 이를 수 있는 경지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나이에 따른 행복도 변화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한 유형으로 나타나지만,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국과 서유럽의 경우 50대 초중반에 최저점을 찍는 U자 곡선이 나타난데 반해,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U자 곡선이 나타났지만 서유럽보다 최저점이 더 뒤에 있고 반등의 기세도 더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반면에 개발도상국들은 50대 초반에 최저점을 찍는 U자 곡선을 나타냈다. 이처럼 행복도는 50대에 최저점을 찍은 후 6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그 이후 행복도는 젊은 세대들보다 높게 나타나는 게 세계적인 공통 추세다. 이 정도의 나이 대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 불안, 분노할 일은 거의 없고 즐거움, 행복, 만족감은 배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이에 따른 행복도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행복도가 가장 높은 연령 집단은 60대와 70대이고, 그 다음이 80세 이상 그리고 18~20세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이상하게도 내가 만나본 60대 이상의 은퇴한 한국인들, 특히 남성들 중에서는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한국인들의 나이에 따른 행복도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헤이데이>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중장년의 일상에서의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40~50대 중년의 삶의 만족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 같지만, 또 다른 연구 결과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김미곤 외, 2017)>를 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연령이 높을수록 오히려 낮아져서 마치 수요곡선처럼 우하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한국인들의 나이에 따른 행복도 조사 결과들과 나의 경험치를 종합해보면, 한국인의 행복도가 50대까지 감소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유사하지만, 60대 이후에 반등하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2018년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1 자살 예방 백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이에 따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대 5.9명, 20대 19.2명, 30대 26.9명, 40대 31.0명, 50대 33.3명, 60대 33.7명, 70대 46.2명, 80대 이상 67.4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삶의 만족도, 즉 행복도가 자살률과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고 보면, 여기 나타난 자살률 추이를 보더라도 60대 이후에 한국인의 행복도가 반등하지 않고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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