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44 호)
【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
인도네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로 발리를 꼽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1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도 발리였지만, 발리는 하루 이틀 정도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미루다보니 한국으로 귀국이 결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가게 되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1년 동안은 내가 맡은 신설 공장의 건설과 시운전 때문에 긴 휴가를 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시운전이 끝나면 휴가를 내거나 연휴 기간을 이용해 발리를 가보려고 생각하던 중에 한국으로의 귀국이 결정되었다.
한국으로의 귀국이 결정된 이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은 쉽게 했지만, 며칠 간 여행을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다. 짧은 기간 내에 이삿짐을 싸야 하고, 업무 정리도 해야 하는 관계로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몸도 마음도 바쁜 와중에 다녀오는 발리 여행이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행 준비를 할 시간이 없어서 주위에 자문을 구하고, 여행사에 여행 의뢰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발리에 자주 다니는 지인이 좋은 여행사를 소개해 줘서 저렴한 여행비용으로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첫날 아침 일찍 출발해서 마지막 날 오후 늦게 오는 일정으로 의뢰를 했다. 여행사에서 보내온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4월 16일 09시 10분 자카르타 출발(가루다 항공), 12시 5분 발리 도착
4월 16일 울루와뚜 절벽 사원/GWK 발리 공원/빠당빠당 비치, 짐바란 해변 식당
4월 17일 우붓(계단식 논, 재래시장, 왕궁, 갤러리), 원숭이사원, 짐바란 해변 식당
4월 18일 따나롯 해상공원
4월 18일 15시 55분 발리 출발(가루다 항공), 16시 55분 자카르타 도착
참고로 자카르타와 발리는 1시간의 시차가 있으며 실제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다. 이 여행 일정이 적합한지 주위의 여러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한 결 같이 하는 얘기가 일반 관광객들이 전형적으로 찾는 코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문 여행사에 의뢰해서 하는 짧은 일정의 여행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여행 코스라고 생각하고 이 일정대로 진행을 하기로 했다. 위 일정 중에서 따나롯 해상공원은 원래 4월 18일에 예정되어 있었고, 원숭이사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현지 도착해서 내가 요청하여 바뀐 것이다. 왜냐하면 원숭이사원은 우붓에 있고, 해상사원은 우붓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또한 4월 18일 오전에는 자유 시간과 발 마사지 등 선택 관광 일정이 잡혀 있어서 바꾼 것이었다.
원래 발리 공항에 도착하면 가이드가 내 이름을 적은 팻말을 들고 나와 있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항을 나서서 아무리 찾아봐도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은 보이지 않았다. 발리 공항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가이드들이 서 있는 곳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도 내 이름 팻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여행사에서 알려준 가이드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인도네시아 어로 된 안내 멘트가 나오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은 연결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여행 의뢰를 했던 여행사에 연락을 했더니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서 전화를 했다.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그는 공항 앞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 어디 있느냐고 확인을 하면서 찾았더니 공항 앞 광장 바닥에 앉아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공항을 나서는데, 가이드가 멈칫멈칫하는 게 영 미심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차를 갖고 나오기로 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그 가이드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중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운전자와 통화가 됐는지, 차에 문제가 생겨서 30분 내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일단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그대로 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는데, 다행히 그리 멀지 않았고, 택시 요금도 가이드가 지불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체크인하고 나서 1시간 뒤에 약속한 대로 호텔 로비에 나가보니 가이드와 차가 와 있었다. 앞좌석에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타고, 뒤에는 우리 부부가 타고 넷이서 오붓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코스는 남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울루와뚜 절벽 사원. 사원에 들어서기 전에 가이드가 이 사원에 있는 원숭이들은 사나우니 안경과 카메라 등 소지품을 조심하고, 절대 원숭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곳 원숭이들에게는 사원에서 별도로 먹이를 주지 않아 항상 배가 고프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소지품을 빼앗은 다음에 먹이를 주면 돌려준다고 했다. 역시 영악한 원숭이.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해안가 절벽이 보였다. 해안가 절벽 위로 길이 나있고 그 길을 따라 관람하게 되어 있었다. 첫 방문지라 사진을 열심히 찍었지만, 아내는 자꾸 ‘제주도보다 못 하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제주도 주상절리나 용머리 해안을 가보지 않았더라면 여기가 멋지게 보일 텐데, 내 눈에도 바다 색깔도 그렇고 풍경도 그리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한낮이라 날씨는 더워서 땀이 나서 걸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해안가 절벽 위로 쭉 길이 나 있었지만, 중간에 돌아서 나오고 말았다. 길에는 정말로 원숭이들이 앉아 있었는데, 가이드한테 주의를 들은 만큼 사나워 보이지는 않았다.
다음 코스는 량량해변이었다. 원래 여행사에서 제시한 다음 코스는 빠당빠당 해변이었는데, 절벽 사원 출구에서 멀지 않은 량량해변으로 가이드가 안내했다. 이 해변은 해변가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해변가 절벽 위의 카페 앞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광경을 보고,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 다음 코스는 GWK 발리 공원. GWK는 GARUDA WISNU KENCANA의 약자로 그냥 가루다 공원이라고 불렀다. 가루다 공원은 거대한 석회암 바위 덩어리를 중간 중간 잘라서 만들어 놓은 인공 공원이었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도 아니고 인공적으로 만든 공원을 보다니. 만약 인공적인 공원인 줄 알았더라면 방문하지 말자고 얘기했을 것이다.
다음에는 저녁식사를 하러 짐바란 해변으로 갔다. 이곳은 내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씨푸드로 유명한 해변으로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가이드도 이 해변을 잘 아는지 그가 아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 해변식당은 테이블이 해변가 모래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러니까 테이블 바로 앞까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곳이 한국에 있다면 자연을 망친다고, 또 개인이 해변을 독차지했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양념을 잘해서 그런지 이곳 식당의 생선 요리는 그런 대로 맛이 있었고, 노을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는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그래서 다음날도 이런 분위기의 해변 식당을 찾다가 못 찾아서 여기서 다시 저녁 식사를 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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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발리여행-울루와뚜 절벽사원 (tistory.com)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GWK 가루다공원 (tistory.com)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량량 해변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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