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41 호)
【 인도네시아 여행-뿐짝(3) 】
Grand Aston Puncak Hotel & Resort로 돌아오니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었고, 점심식사를 늦게 한 탓에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호텔 정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 호텔은 언덕 기슭에 세워져 있어서 뒤편은 언덕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앞부분은 앞산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 구조 때문에 뒤편에 위치한 방들은 햇볕이 들지 않아서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가 났던 것이었다. 반면에 앞쪽에 위치한 방들은 햇볕이 잘 들고 앞산을 바라보도록 되어 있어서 경치도 빼어났다. 호텔 프런트 데스크와 로비도 언덕 뒤편을 통해 들어오도록 되어 있어서 6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호텔 정원은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호텔 정원에는 수영장도 있었는데, 한낮에는 따가운 햇볕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가 저녁이 되니 수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우리는 정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5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갔다.
호텔에서의 저녁식사도 예상했던 대로 만족스러웠다. 저녁식사는 단품 주문도 되고 뷔페식으로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뷔페식으로 선택을 했다. 호텔 손님들이 호텔 식당보다는 외부 식당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 호텔은 예외인지 식당이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이 식당의 뷔페 음식은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뷔페 음식하면 떠오르던 뭔가 싸구려 느낌이 들던 선입관이 확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뷔페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에 호텔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세 곳으로 잡았다. 우선 Genung Gede Pangrango National Park를 보고, Taman Bunga Nusantara Garden를 관람한 후에 돌아가는 길에 위치한 Curug 7 Cilember 폭포를 보기로 했다. 근데 첫 번째 일정부터 차질이 생기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네비를 찍고 Genung Gede Pangrango National Park에 도착했는데,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네비 안내가 끝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걸어갔더니 어제 방문했던 Botanical Garden 옆 담장을 따라 길이 나있고, 차단기가 설치된 옆에 인도네시아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서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구눙 그데(그데 산)를 등산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우리는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공원 내 가벼운 트레킹이나, 폭포까지의 짧은 산행을 원했기 때문에 다시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등산을 하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Park는 우리가 주차한 근방에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왕좌왕 Park를 찾고 있는데, 웬 현지인이 다가오더니 Park는 캠핑을 하는 곳이라 트레킹을 할 수 없고, 폭포까지 가는 길이 좋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시간을 절약하려면 입구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서 1시간 정도 걸어서 폭포를 구경하고 오면 자신이 다시 차로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제안도 괜찮은 것 같아 가격을 물어왔더니 30만 루피아를 달라고 했다. 우리 운전기사까지 합세해서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입장료가 35만 루피아이기 때문에 총 금액이 65만 루피아가 된다고 했다. 우리는 65만 루피아를 내면서까지 거기에 갈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냥 돌아섰다. 나중에 인니 오름에서 구눙 그데 등산을 갈 때 같이 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가 인도네시아를 떠나게 되면서 구눙 그데와 거기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폭포에는 다시 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뭐든지 기회가 생겼을 때 실행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다음 방문 장소는 Taman Bunga Nusantara Garden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Park와 호텔이 있던 장소에서 좁은 길을 따라 30분 이상 달려야 했다. 중간에 시장이 있는 것인지 차가 막히고 약간 짜증이 날 무렵 그 Garden에 도착했다. Garden은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그늘이 없고 햇볕이 따가워서 그런지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고생해서 왔고, 언제 다시 여기 와보겠느냐는 생각에 따가운 햇볕을 무릅쓰고 관람을 시작했다. 관람객이 적은 데도 불구하고, 정원 손질이 잘 되어 있고, 나무들도 정말 열대 지방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가꾸어져 있었다.
정원은 일본 정원, 미국 정원, 발리 정원 등 테마별로 나눠져 조성되어 있었고, 완전히 우거진 숲길은 아니지만, 오솔길이 나 있어서 숲길의 정취는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기온을 고려해 그늘이 있는 길 조성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교통이 많이 막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 돈을 많이 들여서 조성해 놓은 아름다운 정원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조건에 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정원을 나섰다.
다음 방문 예정지 Curug 7 Cilember을 네비를 찍으니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기사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런지 막히는 길로 자꾸 들어서서 예정보다 점점 더 도착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목적지가 폭포이기 때문에 도착한 지점에서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할 텐데, 그럴 경우 점심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은 물론 자카르타로 가는 길이 많이 막히는 시간에 걸릴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폭포 관람은 과감히 포기하고 보고르의 점심식사 장소로 바로 가기로 했다. 뭐라고 불평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린 채 묵묵히 운전을 하던 기사도 표정이 누그러지는 것이 보여 내가 결정을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마단 기간 중 낮 시간 대라 다른 식당들은 대부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명동갈비라는 한국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명동갈비가 자카르타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보고르 시내로 조금만 들어가면 된다는 점도 명동갈비를 선택한 주요한 이유였다. 역시 명동갈비는 예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어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 후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막히지 않아서 집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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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뿐짝 여행-Grand Aston Puncak Hotel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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