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38호)

【 자기를 잘 표현하는 것도 실력이다. 】


지난주에는 입학사정관으로서 50명이 넘는 수험생들을 면접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면접을 하곤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면접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많은 수험생들과 문답을 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했지만 느끼는 점도 많았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는 한 사람 당 8분 내외의 면접 시간이었지만, 대상 학생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학교나 성적,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것과 달리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니까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솜씨나 재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요즘 기업에서도 사원을 뽑을 때 면접을 많이 합니다.

기업에서 면접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원자들의 지식을 알아보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대학도 기업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뽑아 가르친다면 훨씬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대부분 학생들의 생각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신문에 난 기사라든가,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을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일반적인 의견과 꼭 다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의견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면접을 하는 목적은 정답을 알아맞히는 것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겁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미리 연습을 하고 온 건지, 근거도 없이 꼭 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차라리 일반적인 의견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한다면 더욱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경청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질문의 내용을 잘 읽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하는데, 질문 요지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대답을 할 때는 제 가슴이 오히려 답답해지곤 했습니다.

대화에서는 경청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 말뜻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대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인선 씨가 쓴 <하버드 스타일>에서 읽은 내용인데, 하버드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입학을 하고나면 바로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생들이 취업을 못해서 그런 훈련을 하겠습니까?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은 단순히 취업 면접을 잘 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닙니다.

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바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캔지(?)에서는 입사지원자들에게 3분 안에 CEO를 설득하는 능력을 테스트한다고 합니다.

바쁜 CEO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정도를 올라갈 때 같이 타고 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OK를 받도록 하는 게 능력이라고 판단한다는 거죠.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엔지니어들이 보고서를 작성해 오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에 맞도록 표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바쁜 CEO에게 보고하면서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모두 읽어보라고 한다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담은 보고서라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가 없습니다.

바쁜 CEO에게는 결론을 담은 1장의 요약서를 앞에 붙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제 엔지지어들도 ‘자신을 표현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익혀야 합니다.

의사 결정권자인 경영진이나 고객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