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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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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다는 것의 의미

2021. 2. 18.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627 )

 

잘 죽는다는 것의 의미

 

얼마 전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유난히 많이 떠오른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입니다.

문득문득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법륜 스님의 즉문즉답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즉문즉답은 그야말로 미리 정해진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청중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이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참 내공이 깊은 분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녹화를 한 다음에 편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어진 질문에 심도 깊은 대답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한 강의 내용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야 쉬운 일일 수 있지만, 일상적인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이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했지만, 특히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질문은 대강 각자가 바쁘게 지내다보니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도 나눠보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그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저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셨고, 저도 퇴직한 상태였는데도 제대로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 질문에 대해 두 가지 내용의 답변을 했는데, 그 대답이 저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첫째는 아름다운 죽음이란 어떤 것이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잠자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주위와 제대로 관계 정리를 못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죽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편한 죽음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아있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한을 남기는 것이니까요.

가장 아름다운 죽음은 충분히 아파서 주위와 정을 떼도록 하는 죽음이고, 최소한 며칠만이라도 주위와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죽음입니다.

 

두 번째로, 남아 있는 가족의 입장에서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정리하느냐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버지와의 갑작스런 이별이 아쉽다고 계속 그 생각만 한다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아버지와 갑작스런 이별이 아쉽다고 계속 후회를 해봐도 그 사실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와의 이별이 아쉽다면,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남은 가족들과 더 이상 아쉬운 죽음 이별을 하지 않도록 미리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남은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자신의 진심을 전해주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아쉬운 마음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버지와의 아쉬운 이별을 거울삼아 남은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맺도록 노력한다면, 아버지도 기뻐하는 일이 될 테니까요.

 

저는 이제까지 제가 편안한 죽음만을 생각해왔는데, 법륜 스님의 대답을 들으면서 다른 차원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단순히 나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주위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합니다.

아니 어쩌면 죽음은 지금의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환갑을 넘은 저로서는 죽음에 한발 한발 더 다가선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생각이 있지만,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해야만 참다운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임종과 법륜 스님의 죽음에 대한 설명으로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 요즘이었습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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