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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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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3.25 동생의 죽음

동생의 죽음

2021. 3. 25. 22:2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632 )

 

동생의 죽음

 

제주에 볼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암을 앓고 있던 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암이 너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서울 종합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저 세상으로 떠나갔습니다.

화장을 하지 말아달라는 동생의 유언에 따라 비행기에 시신을 싣고 사망 당일 제주도로 와서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지 몰랐던 저는 그날 제주에서 서울로 가려던 비행기 편을 취소하고 장례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지난 130일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장례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두 번이나 겪게 되니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껴졌습니다.

 

이번 동생의 죽음을 보면서 얼마 전 아버지의 죽음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아버지의 죽음은 노쇠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이 되어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저보다 6살이나 아래이기 때문에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이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저 세상에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아직 죽음이 저와는 먼 나라의 얘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보다 6살이나 어린 동생이 세상을 떠나니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안 어른들이 대부분 90세를 넘어 세상을 떠났었기 때문에 저도 90세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했었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 집안에는 친가나 외가 모두 암으로 세상을 뜬 경우가 없었는데, 동생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제 동생이 암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었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타고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암에 걸리는 더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동생의 장례를 치르다보니 소위 말하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제 동생이지만 이미 시집을 갔기 때문에 장례식에서 저는 단순한 손님이고 장례의 주체가 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자식들이 상주가 되고, 장례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그 밖의 장례 절차도 모두 여동생 시댁에서 결정을 하였습니다.

 

셋째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죽음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제 동생은 말기 암이 발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살 수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다가 결국 유언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병상에서 고생하다가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존엄사, 즉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저도 말로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일 매일의 삶을 소중하게 보내게 된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정말 제가 죽음을 생각하고 매일 매일의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기 때문에 여행도 하고 사회에 봉사도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

 

누군가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서 온다더니 죽음이라는 큰 일이 이렇게 겹쳐서 닥치네요.

하지만 나쁜 일이 크게 닥쳤으니 앞으로 그보다 더 좋은 일도 많이 있으리라고 자위를 해봅니다.

이제까지 고생만 하다가 좀 살만 하니 세상을 떠난 제 동생이 저 세상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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