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28 호)
【 몽골에서 느껴지는 제주 】
이제 몽골에서 생활한지도 한 달이 넘어서 어느덧 한국의 귀국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뉴스레터가 전달되는 시기가 목요일인데, 저는 그 다음 날인 금요일에 한국으로 귀국을 합니다.
그야말로 몽골에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 귀국을 해야 한다니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몽골에서 비자를 받아 일하는 사람들은 연말, 즉 12월 말이 되기 전에 출국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몽골 직원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오히려 의아해했습니다.
특히 몽골은 겨울에 건설 공사가 없어서 시멘트 수요가 없기 때문에 제가 근무하는 시멘트 회사의 경우에는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제가 생활하는 숙소는 아파트 형태인데, 웬만한 생활비품은 다 갖춰져 있어서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근처에 슈퍼가 있어서 식료품과 생활용품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요즘은 이마트까지 들어와서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당연히 TV도 있는데, 한국 방송은 YTN 뉴스 채널, KBS World 채널, 아리랑 채널 등 3개 채널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요즘 뉴스는 주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뉴스 말미에 날씨 얘기가 나오면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겨울이 돼서 춥다고 하는데, 그 기온이 대략 영하 5도 이상일 경우에도 춥다고 하니까요.
하긴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그 기온에도 춥다고 느꼈지만, 여기 몽골에서는 지금도 아침 최저 영하 25도, 낮 최고 기온도 영하 10도 정도에 머뭅니다.
1월이 되면 더 추워져서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립니다.
영하 40도가 되면 몽골 사람들도 추워서 밖에 잘 나가지 않고, 가끔 가축들도 얼어서 죽는다고 합니다.
누군가 영하 40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올렸던데, 따뜻한 물을 공중에 뿌리니 그 즉시 어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이처럼 엄청나게 추운데도 불구하고 몽골 사람들은 생활에 별로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석탄이 풍부하고, 공산주의 집단 배급 시스템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파트에 난방은 아주 잘 공급이 됩니다.
아파트와 달리 변두리의 게르에 사는 주민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조개탄’을 땐다고 하긴 합니다.
아무튼 이처럼 추운데도 불구하고, 옷만 잘 챙겨 입으면 돌아다니는 데 큰 문제가 없어서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바람이 좀 불자 몽골 추위의 진면목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울란바토르가 분지 지형이라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체감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겨울 추위에 바람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느끼면서 자랐습니다.
날씨 정보를 보면 육지에 비해 제주도의 기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영하로 내려가면 제주의 바람이 더해지면서 실제로는 육지보다 훨씬 춥습니다.
물론 요즘은 날씨 예보를 할 때 바람의 영향을 감안하여 체감온도를 별도로 알려주지만, 그 숫자와 실제로 느끼는 기온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몽골의 경우 울란바토르는 분지 지형이라 바람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초원 지대, 사막 지대라 바람이 아주 심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공장이 울란바토르에서 500킬로미터 남쪽의 고비사막 초입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에 이 공장을 갈 때 앱에 나타난 기온만 보고 좀 얇은 옷을 입고 갔다가 바람이 많이 불자, 추위에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고비 사막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 추위에 떨면서 어린 시절 제주에서 추위에 떨던 제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제주의 삼다 중에서 바람이 많은 것이 몽골과 닮았고, 여자가 많은 것도 어느 정도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주도 요즘 여자가 많은 것이라기보다는 여자가 ‘생활력이 강하다’라는 것으로 고쳐야겠지만, 몽골에서도 여자들이 그런 측면에서는 닮은 것 같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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