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진, “칠십 여행,” 스노우폭스북스, 2025년
최근 나에게 여행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나서, 여행 관련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다. 여행 관련 책들도 과거에는 여행 정보가 실려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여행 에세이 쪽의 책들이 더 마음에 와 닿고 있다. 여행을 하는 자체도 좋지만, 여행 관련 책을 읽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넘어 여행지에서 느낀 마음을 담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알프스를 걷다』라는 책을 내긴 했지만, 마음보다는 여행 여정을 담은 책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이 책 『칠십 여행』이 내가 쓰고 싶은 여행 에세이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여행 작가들이 여행 에세이를 많이 내고 있는데, 그들이 낸 책은 부럽지만 내가 따라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젊은 작가들이 쓴 여행 에세이에는 열정과 재치가 들어있지만, 이 책 『칠십 여행』에는 차분함과 깊이가 느껴진다. 내가 쓰고 싶은 에세이가 바로 이런 느낌의 책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만드는 책이 내가 쓰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이여진이 나이가 칠십에 접어들었고, 나와 같은 제주 출신이라는 점이 내가 더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나이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때까지 교직과 가정에 묵묵히 봉사(?)하다가 정년퇴직 후에야 비로소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점이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책 속에서도 그 동안 참아왔던 내면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동안의 세월의 무게에서 느껴지는 건 세월의 쉰 냄새가 아니라 아련한 향기다. 이 책에 소개된 여행지들은 다른 여행 관련 책에서 많이 소게됐던 곳들이고, 사실 관광지에 가까운 곳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세월이 깃들이면서 마음에 아련히 새겨지는 느낌이 든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소개-카를 융 자서전 (0) | 2026.07.20 |
|---|---|
| 책 소개-숨결이 바람 될 때 (0) | 2026.07.13 |
| 책 소개-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0) | 2026.06.29 |
| 책 소개-잃어버린 지평선 (0) | 2026.06.22 |
| 책 소개-샹그릴라 하늘호수에 서다 (1) | 2026.06.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