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나주, 충주 등 관광객에 경비 지원
숙박비, 식비에 의류 등 쇼핑 비용 환급도
정주 인구 감소로 위축된 지역 골목 소비
외지인 지출로 채우는 ‘대체 소비’ 효과
"정기적으로 찾는 '관계인구' 발전시켜야"

최휘영(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반값여행 시범사업지인 경남 밀양을 방문해 이정곤 밀양시장 권한대행과 영남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울산에 사는 박지윤(45)씨는 지난달 가족들과 경북 경주로 주말여행을 가려다 목적지를 인근 영천으로 바꿨다. 때마침 고유가 부담에 차량 대신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영천시가 철도 이용 관광객에게 1인당 최대 7만 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당초 당일치기로 잡았던 일정도 1박 2일로 늘였다. 박씨는 “체험비는 절반을 환급해준다고 해서 한의마을 등 유료관광지 여러 곳을 부담 없이 둘러봤다”며 “실제 4인 가족이 22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공짜 여행을 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숙박비와 교통비를 지원하거나 여행 경비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관광 인센티브 사업이 흥행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정주 인구 확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외지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유입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영천시가 2월부터 시작한 ‘철도 연계 관광지원금’ 사업은 9일 예산 소진으로 조기 종료됐다. 해당 사업은 철도를 이용해 영천을 찾은 관광객이 관내 관광지 2곳 이상을 방문하고 후기를 작성하면, 교통비와 관광지 입장료, 식사비, 숙박비 등 현지에서 쓴 비용의 50%를 1인당 최대 7만 원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돌려준다. 영천시 관계자는 “KTX-이음 증편으로 철도 접근성이 좋아진 상황에 지원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식당과 숙박업소, 체험시설 등 지역 소비도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 추가 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는 3월부터 ‘나주 1박 2득’ 사업을 운영 중이다. 나주에서 1박 이상 숙박하고 관광지 1곳 이상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팀당 최대 15만 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 지원금은 나주사랑상품권 또는 나주몰 포인트로 여행 중에 바로 지급돼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등에서 즉시 사용 가능하다. 시행 3개월 만에 신청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반응도 좋다.
충북 충주시는 숙박비와 식비는 물론 의류와 기념품 등 지역 내 쇼핑 비용까지 환급해주는 ‘충주 반값여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관광지 2곳 이상 방문 시 숙박 여행객은 소비 금액의 50%, 당일 여행객은 30%를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개인은 10만 원, 2인 이상 방문객은 2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달 6일 사업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7,100만 원이 환급됐고, 관광객 소비액은 1억7,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충주시 관계자는 “환급금 역시 충주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 대비 3배 이상의 소비 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남 나주시 여행 경비 지원사업 '나주 1박 2득' 홍보물. 나주시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올해 처음 ‘대한민국 반값여행’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강원 평창·영월·횡성, 충북 제천, 전북 고창, 전남 해남·강진·고흥·완도·영광·영암, 경남 밀양·하동·합천·거창·남해 등 전국 16개 인구감소지역이 대상이다. 이들 지역에서 사용한 여행 경비 절반을 지역화폐로 환급해준다. 개인은 10만 원, 2인 이상 단체는 20만 원, 가족은 5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평창군의 경우 22일 2차 신청에서 1만여 명 규모 물량이 20분 만에 마감됐다. 행정안전부도 '2026년 섬 방문의 해'를 맞아 오는 7~8월 섬에서 1박 2일 이상 체류하는 여행객에게 최대 10만 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경쟁적으로 관광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이유는 생활인구의 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 감소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외지 관광객의 지출로 보완하는 이른바 ‘인구감소 대체소비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인구 1명 감소를 상쇄하려면 연간 숙박 여행객 18명과 당일 여행객 55명 등 총 73명의 방문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고계성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는 “각종 여행 경비 지원책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단기성 성과에 취해 예산을 경쟁적으로 퍼붓기보다 각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맞춰 정기적으로 지역을 찾는 관계인구로 발전시켜야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영천·충주=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평창=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
[한국일보 2026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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