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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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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명상길

2025. 1. 29.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코엑스몰

2025. 1. 28. 06:5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세상 돌아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스코 건물 수족관  (0) 2025.01.22
양재천 가을 풍경  (0) 2018.11.05
빠르게 가는길, 그리고 느리게 가는 마음
강원~경상도 동해선으로 3시간 단축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도 여행의 일부
고속열차 창밖 풍경 천천히 느껴보길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더 간편하게’.

세상은 늘 속도를 요구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사례가 동해선 개통이다. 이제 강원과 경상도의 바다와 산을 가로지르며 3시간 이내로 시간을 절약하게 됐다.

빨라진다는 것은 편리하다. 그렇다고 빨라진다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인생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늘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빨리’가 일상에 베여 있다. 사실 남들보다 빨리 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조금 헤매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가야 한다. 잘못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강릉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 자체로 여행이었다. 바다를 달리는 차장 너머로 보이는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 낡고 소박한 휴게소에 멈췄을 때 느껴지는 비릿한 바닷 바람의 냄새, 그리고 도로 옆으로 드문드문 보이던 어촌 마을의 풍경 등등. 동해선 개통은 이런 여정을 조금씩 잊게 할 게 분명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의 풍경은 단지 스쳐 가는 배경일 뿐,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느낄 여유는 없다.
 
 
동해선을 따라 달리는 ITX-마음(사진=코레일)

반대로 느린 여행은 ‘멈춤’과 ‘생각’을 허락한다. 그리고 여행자를 강제로 ‘지금’에 머물게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는 빠른 여행과 달리 느린 여행은 우리가 바쁜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하게 한다. 그것이 자연의 풍경이든,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이든, 혹은 그저 자신과의 고요한 사색이든 말이다. 이런 변화들을 천천히 살피다 보면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도 보인다.

빠름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동해중부선이 가져올 변화는 분명 확실하다. 강원과 경상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삼척과 같은 외딴 지역은 여행의 문턱이 낮아진 덕분에 더 많은 여행객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빠름이 모든 답이 돼선 안된다. 속도에만 매몰되다보면 여행의 본질인 ‘여정’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느린 옵션을 선택해 보길 권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게 여행하다 보면 마치 숨을 고르듯,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여행에서 빠르다는 것과 느리다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은 아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 우리는 이 두 가지 옵션을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빨라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면 조금 속도를 늦추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보면 될 터. 가령 기차가 목적지로 달리는 동안 잠시 창밖 풍경을 음미해 본다면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감정과 경험의 조각들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단순히 어디에 가느냐의 문제가 아닌, 그곳에 어떻게 가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행을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데일리 2025년 1월 10일]

포스코 건물 수족관

2025. 1. 22.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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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몰  (0) 2025.01.28
양재천 가을 풍경  (0) 2018.11.05

진우석의 Wild Korea 〈20〉 내장산 


내장산은 누가 뭐래도 단풍산이다. 그러나 겨울 설경도 가을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는 첫눈이 빨랐다. 단풍이 채 지지 않은 지난달 27일 눈이 쏟아져 이채로운 풍광을 만났다. 전망대에서 드론을 띄워 서래봉과 벽련암이 어우러진 모습을 담았다.

첫눈이 기별하면 내장산으로 간다. 끝물 단풍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여린 눈송이가 소복소복 내려앉는 곳. 흰옷으로 갈아입은 산은 옅은 홍조를 띠며 웃는다. 가을과 겨울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내장산을 다녀왔다.

모텔방에서 첫눈 기다리는 마음
전북 정읍 버스터미널 앞 모텔. 첫눈 예보를 듣고 지난달 26일 달려왔다. 밤이 깊어지자 수도권 폭설 소식이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보니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진다. ‘헛다리를 짚었나?’ 12월에는 호남 지방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내장산은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찾아왔건만. 그래도 내일 눈 예보를 믿어본다. 꼭 눈을 보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이튿날, 첫차를 타고 내장산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어둑한 새벽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시나브로 밝아오는 하늘은 잔뜩 찌푸리며 눈물 같은 빗방울을 짜낸다. 이윽고 다다른 내장사 일주문. 문 안으로 단풍나무 숲길이 보인다. 단풍나무 고목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속절없이 젖는다.


벽련암에서 폭설을 만났다.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일주문 앞에서 오른쪽 벽련암 방향을 따른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흰 송이가 흩날리자 환호성이 터졌다. 허기와 피로가 사라지고 기분이 달뜬다. ‘벽련선원’ 현판이 적힌 누각에 올라 산세를 감상한다. 대웅전 뒤로 서래봉 바위 봉우리들이 웅장하다. 내장산의 최고봉은 신선봉(763m)이지만, 형세나 기상으로 보아 서래봉(624m)이 주봉 역할을 한다. 건너편으로 장군봉에서 연자봉으로 이어진 주릉과 연자봉에서 내려와 문필봉으로 흘러내리는 지릉이 눈에 들어온다. 풍수지리에서는 제비가 새끼에게 모이를 먹이는 형세라고 한다.

제비집 명당에 자리한 벽련암


원적암 가는 길에 눈이 펑펑 내렸다. 눈이 그린 설경이 환상적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보라가 몰아친다. 서래봉을 하얗게 지우고, 대웅전까지 야금야금 집어삼킨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하얗다. 애타게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느새 걱정으로 바뀐다. 원적암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순백의 세상에 첫 발자국을 찍는 맛이 일품이다. 눈이 내려앉은 산죽은 까르르 웃는 것 같고, 눈을 무겁게 인 젖은 단풍잎들은 흐느끼는 것 같다.


원적암 앞의 비자나무 군락지. 굴거리나무, 단풍나무 등이 눈과 어우러진다.

원적암 앞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람한 비자나무들이 총총 서 있다. 비자나무는 더는 북쪽으로 뻗어가지 못하고 이곳에 모여 북방한계 군락지를 형성한다. 큰 우산 같은 비자나무 아래로 굴거리나무와 단풍나무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얀 눈, 붉은 단풍, 초록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천천히 걸어 다다른 내장사. 절 마당에 서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내장 9봉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다. 이 자리에 아홉 봉우리의 정기가 모인다고 한다. 대웅전이 공사 중이라 조금 산란하다.


내장사에서 금선계곡으로 이어진 길을 ‘조선왕조실록 이안길’로 꾸몄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용굴암.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전주사고의 실록을 이곳으로 옮기고 지켜냈다.

이제 금선계곡을 따라 걷는다. ‘조선왕조실록 이안길’이란 안내가 붙어 있다. 계곡 끝 지점에서 가파른 계단을 10개쯤 오르면 용굴암에 닿는다. 정읍에 살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주사고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겼다. 두 선비는 그리 크지 않은 동굴 안에서 1년 동안 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냈다. 당시 다른 사고에 보관했던 실록은 모두 잿더미가 됐다.


전망대에서 드론을 띄워 바라본 내장산 산세. 설경 속에서 끝물 단풍이 잔잔한 홍조를 띤다. 사진 오른쪽에 벽련암, 왼쪽에는 전망대, 가운데에 내장사가 자리한다.

용굴암 쪽에서 까치봉이나 신선봉 오르는 길은 완전히 눈에 파묻혔다. 다시 내장사로 발길을 돌린 뒤 가파른 계단을 20분쯤 올라 전망대에 닿았다. 설산으로 변한 내장 9봉이 큰 원을 그리며 내장사 일대를 감싸고 있다. 바로 이 산세가 실록을 지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리라.

전망대에서 펼쳐진 내장 9봉 설산

  
건너편 서래봉 아래의 단풍나무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수줍은 듯 홍조를 띤다. 갑자기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몰려온다. 물어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왔다고 한다. 너도나도 사진 찍으며 첫눈을 즐긴다. 전망대 아래 자리한 전망대휴게소에서 몸을 녹인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휴게소다.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부터 산꾼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근처의 전망대휴게소. 40년 넘게 내장산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했다.

“올해 단풍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세요.”
묻지도 않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준다. 벽련암 일대가 새빨갛다. 불과 며칠 전 사진이다.

휴게소를 나와 다시 눈길을 밟는다. 연자봉에 오르려고 가파른 계단 길을 따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채 소복이 쌓인 눈을 뽀득뽀득 밟는다. 소리도 느낌도 경쾌하다. 다시 눈보라가 산을 두들긴다. 앞이 컴컴하다. 첫눈이 이렇게 센 적이 있었던가. 잠시 고민하다 발걸음을 되돌린다. 눈과 싸우지 말자. 첫눈이지 않은가. 왠지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탔다. 고도를 내릴수록 눈이 줄고 단풍이 눈에 띈다. 어느새 내장산 계곡은 눈이 녹고 늦가을로 변해 있었다. 잠시 딴 세상에 갔다가 온 기분이다. 올해 첫눈은 짧고 강렬했다. 마치 우리의 첫사랑처럼.

<여행정보>



박경민 기자

서울 용산에서 정읍 가는 KTX가 하루 5회 운행한다. 1시간 40분 소요. 정읍역과 정읍 버스터미널 앞에서 내장산 가는 171번 버스가 출발한다. 시설 좋은 숙소가 정읍 시내에 많다. 눈꽃 트레킹 코스는 일주문~벽련암~원적암~내장사~용굴암~연자봉~전망대~일주문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약 9㎞, 넉넉하게 4시간 30분 걸린다. 전망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수 있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출처:중앙일보 2024년 12월 12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323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5. 1. 15.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아차산-용마산 트레킹

2025. 1. 14.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4,500km 완공 대한민국 한 바퀴 챌린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잠곡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도는 코리아둘레길 4,500km. 15년이란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지난 9월 완공됐다. 동해, 남해, 서해 순으로 순차 개통된 데 이어 마지막으로 DMZ 평화의 길 500km가 열리면서 막힘없이 전국의 둘레를 걸을 수 있게 된 것.

많은 걷기꾼들이 코리아둘레길로 몰리자 여러 지자체, 기업들도 덩달아 관련 행사를 내놓고 있다. 그중 카카오는 걷기여행의 즐거움을 알리고 지역 경제와 국내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겠다며 총 45인을 선발, 9개 구간으로 나눈 코리아둘레길을 각각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행사 ‘대한민국 한 바퀴 챌린지’를 기획했다. 

카카오 코리아둘레길TF 조창엽 리더는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노하우와 지역 주민과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고자 기획된 행사”라며 “그중 DMZ 평화의 길은 인적이 드물고 최고의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지원자는 무려 9,000명. 운 좋게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45인 명단에 들 수 있었다. 걷게 된 길은 코리아둘레길 최대 난코스로 꼽히는 DMZ 평화의 길. 10월 1일부터 김황희, 이서준씨와 함께 이 길을 17일에 걸쳐 걸었다. 그리고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날머리에 마주 앉아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DMZ 평화의 길, 어떻게 걸으면 좋을까요?”

사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지원  구간별 거리와 평화 쉼터(숙소), 캠핑 가능한 곳 위치를 확인 후 대략적인 일자별 이동거리를 정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운행하며 우천 등의 상황으로 다소 조정은 해야 했지만 사전 준비를 꼼꼼하게 한 덕분에 크게 무리하는 일 없이 잘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서준  해파랑길 종주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세심하게 정하진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일정만 정해 두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조율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카카오 ‘대한민국 한바퀴챌린지’ 참가자들에게주어진 굿즈.사진 임종진.

 

정방향(서에서 동) 혹은 역방향(동에서 서)은 각각 어떤 차이와 장단점이 있나요?

지원  저는 고향이 서울이라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역방향으로 진행했어요. 장점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강원도 구간을 체력적으로 유리한 초반에 넘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상승고도가 조금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있고요.

황희  저는 항상 정방향으로 걷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보통 안내판이나 리본이 정방향으로 갈 때 더 잘돼 있기 때문입니다. DMZ 평화의 길 역시 뚜렷한 차이는 아니지만 역방향보다 정방향이 조금 더 표식이 잘 돼 있었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원  500km를 걸으며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작은 고양이와 함께 길을 걸었던 일입니다. 첫 만남부터 강렬했어요. 저 멀리서 저를 보자마자 마구 달려와서 제 품에 뛰어올라 안기더라고요. 심지어 차들이 꽤 달리는 구간까지 따라와서 한동안 제가 안고 걷기도 했죠. 이 친구를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만난 분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이 키우겠다며 데려갔습니다. 마지막까지 저한테 오려고 발버둥 치는 걸 보니 마음이 찡했어요.

황희  DMZ 평화의 길은 숙박 시설이 열악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캠핑 장비를 가지고 진행했어요. 오래 쓴 장비라 다소 노후화된 상태였고요. 텐트는 이미 한 번 폴대가 부러진 적이 있어서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텐트를 설치하는 중에 또 부러졌어요. 하필이면 전체 구간 중 가장 힘들고 높았던 복주산 정상에서요. 해발 1,100m,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이미 해가 져 캄캄한데 혼자 1시간 동안 부러진 폴대를 응급처치하느라 끙끙 앓았습니다.


32-1코스. 걷기 시작한 첫날 묵은 박지에서 텐트 밖을 바라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스, 혹은 장소가 있다면?

지원  정말 야생 그 자체였던 19코스입니다. 방금 말한 복주산을 지나는 길이에요. 백패킹으로 넘을 생각이어서 짐 무게가 10kg 이상이었는데 쓰러진 나무가 도처에 있어서 기거나 뛰어넘어 지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생 끝에 헬기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는데 하늘에서 별이 정말 말 그대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또 그렇게 복주산에서 내려온 뒤 잠곡저수지의 풍경 또한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여정을 보상해 주는 선물 같았어요.

황희  저는 연천 13코스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보통 우리가 멋진 그림을 칭찬할 때면 사진 같다고 표현하고, 반대로 멋진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고 하죠. 13코스가 딱 그랬어요. 보자마자 ‘아 이건 그림이다’라고 생각하게 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서준  진부령미술관에서 소똥령마을로 연결되는 31코스도 좋았어요. 숲 사이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에요. 이 코스를 걸을 때 주의할 점은 산불조심기간에는 다른 우회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멋있었던 장소는 한탄강 송대소입니다. 고석정부터 안개가 너무 심해서 경치를 전혀 볼 수 없었는데 송대소에 도착할 즈음 안개가 확 걷히며 멋진 풍경이 나타났어요.


양구 해안면의 벼가 노랗게 익은 논을 지나가고 있다. 

 

걸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지원 강원도 구간에 숙소와 식사가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1박2일 혹은 2박3일 정도는 백패킹으로 가는 것이 좋은 코스가 더러 있습니다. 짐이 무거워지니 계속 발에 물집이 잡혀 고생했어요. 발가락 양말, 바셀린, 물집 방지 밴드 등 미리 물집을 방지할 수 있는 물품들을 구비해 가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숙소 등 시설이 부족해 백패킹으로 걷는 게 효율적인 구간이 꽤 있다. 사진 임종진.

 

황희  저 역시 무릎이 너무 아파 심할 땐 걷지도 못할 정도였네요. 15kg 상당의 무거운 짐, 앞서 다른 장거리 일정을 소화한 점, 새 등산화를 신은 점 등이 작용했죠. 다행히 한 번 심하게 아픈 이후론 걷지 못할 만큼 아프지 않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서준  저는 첫날 저녁부터 물집이 크게 잡혀 고생했어요. 발이 심하게 부어올라 신발이 작게 느껴질 정도였고, 특히 발볼이 너무 아팠죠. 며칠은 참으며 걸었지만 7일차부턴 매일 아침 소염진통제를 먹었어요. 그리고 아예 신발을 칼로 뜯어서 발볼을 늘리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힘들었던 코스는?

지원  저는 11코스가 힘들었어요. 코스 자체 난이도가 높지는 않은데 긴 시간 동안 비슷한 풍경이 계속돼 마치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힌 느낌이었죠. 짐을 최소화하고 달려서 지나가면 덜 지루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황희  19코스. 길이 정비가 안 되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서준  저도 19코스요. 약 14km로 짧은 거리지만 해발고도 400m에서 1,100m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최근에 강한 돌풍으로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고 길도 정비돼 있지 않았죠. 저는 하루에 이 코스를 다 걷지 않고 일정을 쪼개서 첫째 날 오후에 복주산 헬기장까지 오르고, 그 다음날 새벽에 하산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안배할 수 있었습니다.

복장 및 장비를 소개해 주세요.

지원  상의(몬츄라 란도 메리노 말리아, 파타고니아 캐필린 쿨)는 며칠 입어도 냄새가 나지 않고 얇아도 보온성이 있는 메리노울 소재 혹은 빨리 마르는 속건성 소재의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우천은 패킹 사이즈가 작고 가벼운 몬츄라 워터프루프 재킷을 챙겼고, 하의는 몬츄라와 파타고니아 등산용 바지, 그리고 피엘라벤 하이킹 레깅스를 입었어요. 

배낭은 어깨끈과 허리 벨트가 여성 체형에 맞게 설계된 인수스 42L 여성용 배낭 JHUN42W, 가벼움이 장점인 그래니트 기어 크라운3, 블랙다이아몬드의 디스턴스8, 살로몬 S lab 트레일 러닝 베스트를 상황과 코스에 맞게 사용했습니다. 신발은 호카 카하2, 코오롱스포츠 트라이포드 미드, 브룩스 아드레날린 GTS 23입니다. 신발은 출발하기 전에 시다스 아드레나인 매장에서 제 발에 맞게 인솔을 맞췄어요. 텐트는 가성비 좋은 네이처하이크 뉴 클라우드업2 UL, 매트는 씨투써밋, 침낭은 페더다운입니다. 


백패킹 모드로 운행 중일 때 장비 착장 모습. 상황과 코스에 따라 백패킹으로 갈지, 트레킹 혹은 트레일러닝으로 갈지 잘 결정하면 한결 쾌적하게 완주할 수 있다. 

 

황희  저는 최우선 가치가 가성비입니다. 이 기준에 맞는 브랜드가 저한텐 데카트론이에요. 대부분 여기 걸 썼습니다. 

서준   장비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텐트-자작 텐트(약 495g, 다이니마 소재와 카본폴 사용)
배낭-자작 배낭(약 780g, 40L)
매트-프로몬테 PMT-120(약 310g / 120cm)
침낭-EE Revelation APEX Sleeping Quilt (약 600g, 5°C 커스텀 주문 버전)
상의-자작 후드(약 136g, 폴라텍 알파다이렉트 색상 커스텀 원단)
재킷-EE Visp Rain Jacket(약 168g, 투습력 약 83000의 소프트쉘 겸용 재킷)
보온재킷-EE Torrid Jacket(약 300g, 외피 20D 커스텀 주문 버전)
바지 - cayl cargo vent pants(약 330g, L)

텐트와 배낭은 직접 만든 겁니다. 텐트는 다이니마 소재로 2개 폴을 쓰는 싱글월입니다. 높이가 낮아 바람에 강하고 너비와 길이가 각 1m, 2.3m로 여유도 있죠. 카본 폴 대신 DAC의 nfl 알루미늄 폴을 썼고요. 배낭은 카본프레임을 쓴 가볍고 내구성 좋은 전면 전체 개방형입니다. 자주 쓰는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4개의 포켓도 있고요.


이서준씨는 본인이 직접 제작한 배낭과 텐트를 갖고 이번 챌린지에 임했다.


매트는 2~3번 불어주면 펼쳐지는 제품이에요. 설치가 빠르죠. 부족한 길이는 배낭과 발포 방석을 이용해 해결했습니다. 

나머지는 주로 Enlightened Equip-ment 제품입니다. 단순명쾌한 디자인과 좋은 소재가 장점이고, 세일할 때 사면 상당히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상의는 최근 유행한 폴라텍 알파다이렉트 소재를 이용해 직접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직접 만든 장비로 다니면서 개선점을 찾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가장 좋았던 평화 쉼터(숙소)는?

지원  아쉽게도 숙박은 못 했지만 너무나 친절해 기억이 남는 화천 ‘청정아리풍차펜션’입니다. 길을 걷는 분들에게 커피도 무료로 제공해 주고 따뜻하게 응대해 줘 고단한 여정 중 달콤한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쉼터가 다 좋았는데 양구 ‘두타연 금강산가는길 안내소’와 연천 ‘새둥지 마을’이 시설이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해 추천할 만합니다. 

DMZ 평화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지원  사전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천재지변이나 컨디션 난조 등으로 운행 거리가 당연히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은 잡아두세요. 항상 다음날 걸을 코스를 검토하고 중간에 보급이나 급수할 구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급수가 어려운 구간이 있어 휴대용 정수필터를 챙겨 가면 도움이 됩니다. 코스 중간에 식당이나 편의점이 나오면 충분히 많이 먹어서 칼로리를 축적해야 합니다. 파워젤도 늘 휴대하면 좋습니다.

황희  꾸준한 연습이 답입니다. 연습을 통해 체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배낭 무게, 휴식 주기, 하루 운행 거리를 정할 수 있습니다. 

서준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산길이나 임도보다 포장도로가 많은 편이니 이에 맞게 편한 신발을 잘 챙기고 중간에 있는 보급소와 숙박시설 또한 미리 여러 곳을 알아둔 후 실제 일정에 따라 연락하는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고, 그래서 예상치 못한 즐거운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25코스 양구군 방산면의 고즈넉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몽골 공항 풍경

2025. 1. 8. 10:45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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