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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숙 명인 "겨울철 생옥돔 맛 제주 사람 말고는 잘 몰라…꿩 요리도 추천"

옥돔 뭇국

[제주관광공사 비짓제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향토음식명인이 추천하는 겨울철 별미는 무엇일까.

'한라산도 식후경'이라고 새하얀 설국으로 변한 겨울 한라산을 오르며 관광을 하려면 무엇보다 배가 든든해야 한다.

최근 제주향토음식명인으로 선정된 부정숙(61) 사단법인 제주문화포럼 원장은 "겨울이 오면 제주에선 옥돔"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생선 중의 생선'이라 불리는 옥돔은 12월에서 2월 한겨울에 가장 맛이 오른다.

제주에서는 옥돔만을 유독 '생선' 또는 '솔라니'라고 불러 갈치나 고등어 등 다른 어류보다 귀하게 대접했다.

옥돔의 배를 갈라 손질한 후 찬바람이 나는 그늘에서 고들고들하게 말린 뒤 배 쪽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는 옥돔구이는 영구불변 제주의 맛이다.

제주 남원읍 태흥2리 옥돔마을

[촬영 이성한]

 

부 명인은 반건조된 '건옥돔'도 맛있지만 '생옥돔'을 먹어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건옥돔은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데 겨울에 먹는 생옥돔의 맛은 제주 사람 말고는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생옥돔은 살이 단단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죽이나 국을 끓여 회복이 필요한 환자에게 먹였다.

옥돔뭇국의 경우 음식점 등에서 만날 수 있는 겨울철 대표 제주 향토음식메뉴로 인기가 높다.

부 명인은 "생옥돔을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쪽파 양념을 얹어 찜으로 요리하면 맛있고, 소금 간만 살짝해서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옥돔은 기름과 만나면 더 맛있어진다. 잘 구운 옥돔에 쪽파 양념장을 얹으면 잔열로 인해 '지지직~' 소리가 나면서 파향이 속살에 스며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하는 부정숙 제주향토음식명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 명인은 또 겨울철 별미로 꿩요리를 추천했다.

그는 "제주에서 꿩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며 "꿩으로 국물을 내면 그 맛이 얼마나 담백하고 시원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 명인은 "겨울이 되면 무와 메밀이 좋은데 꿩 국물에 무와 메밀을 넣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제주향토음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먹을 것이 귀했던 겨울에는 제주 중산간(해안과 산지의 중간지대)에서 사냥으로 잡은 꿩을 삶은 국물에 메밀반죽으로 면을 만들어 무채와 함께 끓인 꿩메밀칼국수를 많이 먹었다.

겨울에 나는 중요한 제주의 식자재 중 하나가 메밀이다.

특히 겨울 메밀과 겨울 무로 만든 빙떡은 제주의 별미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자주 찾게 되는 웰빙음식 중 하나다.

이쯤 되면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주의 흑돼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맛의 비밀은?(CG)

[연합뉴스TV 제공]

 

지글지글 피어오르는 숯이나 연탄불 등의 석쇠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제주흑돼지를 멜젓(멸치젓의 제주어)에 찍어 한입 가득 먹은 관광객들은 감탄사를 쏟아내기 마련이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에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육즙, 고소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비계는 차원이 다른 돼지고기 맛을 선사한다.

여기에다 멜젓의 깊은 바닷내음까지 더한 제주 흑돼지의 맛은 단연 최고다.

30∼40년 전까지 '돗통시'라고 하는 돌담으로 두른 변소에서 길러지면서 청소부(?) 역할을 도맡아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었던 제주흑돼지는 유명하다.

굳이 흑돼지가 아니더라도 제주의 돼지고기는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보다도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대표적인 제주향토음식은 돔베고기다.

제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언제나 즐겨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나 어렵사리 먹을 수 있었던 행사용 음식이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손님 접대를 위해 돼지를 잡고 뼈나 내장 등 부위는 국물 음식으로 이용했고, 살 부위를 편육으로 만들었는데 바로 이것이 돔베고기다.

제주향토음식

제주도는 지난 2013년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대표적인 먹을거리 7가지를 선정한데 이어 제주향토음식 20선을 뽑았다. 20선에는 자리물회, 갈칫국, 고기국수, 성게국, 한치물회, 옥돔구이, 빙떡, 갈치구이, 옥돔국, 자리구이, 소라물회, 돔베고기, 몸국, 꿩메밀칼국수, 오메기떡, 오메기술, 말고기육회, 고사리육개장(돼지고기육개장), 전복죽, 해물뚝배기 등이다. 사진 순서와는 상관없음. [제주도 제공]

 

다른 지역의 편육과는 달리 삶은 고기를 누르지 않고 뜨거울 때 도마에서 썰어서 먹던 데서 유래됐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다.

돼지를 삶았던 국물에 제주 사투리로 '몸'이라고 하는 모자반과 배추·무 등을 넣고 끓여 '몸국'을 만들기도 했다.

돼지고기육수에 국수를 말아 돔베고기를 고명으로 얹으면 고기국수가 된다. 보통 다른 지역의 잔치국수는 쇠고기 육수나 멸치육수에 소면을 사용하지만, 제주에서는 돼지고기육수에 중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 명인은 "돼지는 사시사철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제주의 대표 식재료"라며 "제주에선 반드시 냉장 유통되는 돼지를 사다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 먹어보면 훨씬 맛이 좋고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잔치나 상(喪)이 났을 때 돼지를 잡아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나눠 먹던 제주의 돼지고기 문화를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고 맛있다"며 "이러한 문화와 음식 정보를 알려주는 게 제 임무"라고 강조했다.

 

bjc@yna.co.kr

 

[연합뉴스 2024년 12월 21일]

 

안면도 해안길 98km 2박 3일 트레킹


해안길은 해안가 안쪽으로, 때론 바람을 찾아 제방 둑 위로 올라 걷기도 한다.

해안은 원석의 세상이다. 모래사장 몇 개 대충 이어져 그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굽이칠 때마다 매 순간이 놀랍다. 바닷물이 토닥토닥 만진 그 모양이 사람 미치게 한다. 

우리나라 어디서건 고개만 돌려 보더라도 산이 보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주변 땅보다 높이 솟은 게 산이라면 주변 물보다 높이 솟은 게 섬이다. 산과 섬. 어쩐지 이 둘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산만큼 섬도 많다. 크고 작은 3,382개의 섬들 중 유인도는 464개, 무인도는 2,918개다. 이 많은 섬들 중 이번에 끌린 것이 안면도다. 원래 안면‘곶’으로 육지였다가 조선 인조 1638년 운하 사업으로 섬이 된 사연이 있다고 하니 무척 신기했다. 그래서 불타는 여름, 직접 안면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우리만의 길을 찾았다. 


대하랑꽃게랑 다리를 건너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 길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물 빠진 갯벌이나 크고 작은 자갈밭, 바위, 모래사장, 제방둑, 염생식물이 자라는 풀숲, 해안 암릉, 바다와 인접해 있는 밭 또는 산, 여의치 않을 때는 신발을 벗거나 장화를 신고 바닷물 속에 빠져 걷는 98km다.

안면도는 우리나라 여섯 번째로 큰 섬

차량을 가져 온다면 한갓진 드르니항에 주차하면 좋다. 이국적인 느낌의 드르니항의 이름은 ‘들르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주차장도 넓고 해안경찰출장소가 옆에 있어 안심이 된다. 꽃게 모양을 한 대하랑꽃게랑 다리를 건너면 백사장항이다. 1970년 차량 통행이 가능한 안면대교와 안면연육교가 만들어지면서 통행이 가능해졌고, 태안의 랜드마크가 된 대하랑꽃게랑(인도교) 다리도 2013년에 추가로 만들어졌다.

안면도는 면적 113.46㎢, 해안선 길이 120㎞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진도, 남해도, 강화도 다음인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인조 때 먼저 의도했던 대로 굴포운하 공사가 제대로 됐다면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새벽, 오늘은 어떤 해안길이 펼쳐질까?

백사장항으로 들어서면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들이 두 눈을 현혹시킨다. 한 곳을 찾아 들어가 밥 먹고 본격적인 안면도 한 바퀴 걸음을 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물때. 항상 어플을 열어 만조와 간조를 확인해야 한다. 지도 보는 것만큼이나 필수적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창기리 해안가를 지나는데 커다란 돌이 하나 서 있다. 일행 중 하나가 그 옆을 지나는데 5m는 족히 되어 보인다. 안내판 속 이 녀석 이름이 ‘선바위’란다. 지역 주민분 말에 따르면 선바위는 수컷 바위라고 한다.

지도로만 봤을 때는 안면곶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려 섬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직접 걸어 보니 분명해졌다. 안면연육교와 안면대교 부분 물길 양옆으로 힘이 없는 벽이 무너지지 않게 커다란 돌들로 사면을 차곡차곡 마감해 놓았다. 그 돌들 사이로 발이 빠지지는 않을까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조금은 긴장한 채 건너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그토록 궁금했던 판목·안면운하 절개지가 바로 이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안가 끝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안면암.

 

붉은 융단처럼 깔린 나문재

인조 때 이곳에 운하가 건설된 사유는 이렇다. 곡창지대인 삼남(경남, 전남, 충남)지방에서 바닷길로 곡물을 수송해 수도로 이송하곤 했는데, 태안 앞바다 안흥량(난행량)은 특히 물길이 험해 세곡을 실은 조운선의 피해가 심했다. 선박의 난파사고로 부서지거나 침몰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이며 세곡 피해까지 해마다 거듭되었다. 

해결 방안으로 천수만과 가로림만에 배가 다닐 수 있는 굴포운하를 건설하자는 안이 대두되었다. 성공만 하면 서해 연안 안흥량의 험한 물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당시로는 대단한 묘책이었을 터였다.

고려 인종(1134년)부터 조선 현종(1669년) 때까지 무려 535년 동안 운하 건설 시도는 10여 차례가 넘도록 이어졌다. 그러나 단단한 화강암이란 벽을 넘지 못했고, 어렵게 뚫어도 다시 메워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마지막 대안으로 찾은 것이 천수만에서 서해의 물길, 현재의 안면운하다. 안면도는 1638년에 이렇게 육지와 떨어져 섬이 되었다.

산길은 그늘이라도 만나건만, 그늘 한 점 없는 해안길은 해를 머리에 이고 걷는 게 다반사다. 지칠 무렵 창기리 광신조선소 건물 마당을 지나 입구 쪽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가던 길 멈춰 배꼽에 손 얹고 “안녕하세요. 어르신들”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커다란 배낭 짊어지고 다가오는 우리를 보며 쉬어가라고 곁을 기꺼이 내어 주신다. 어디서 왔고 어떻게 걷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더운데 고생이 많다며 냉장고 속 시원한 물도 꺼내 주시고, 안면도에 와서 걸어주니 고맙다고 말씀해 주신다. 인사만 잘해도 반은 간다.


웃자란 키 큰 풀숲, 산죽밭을 지나듯 길을 내며 지나기도 한다.

 

울뚝불뚝 돌 위를 걷자니 앞으로 옆으로 쏠리기 일쑤고 그러다보면 물집도 잘 잡힌다. 배낭의 묵직한 무게가 더해지니 어깨며 발바닥, 발가락 등 어디 하나 신경이 곤두서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길을 자주 걸어봤던 이들과 처음 걸어보는 이들의 차이는 극명하다. 이것이 ‘경험치’라는 것. 경험자는 몸도 마음도 소란스럽지 않다. 하지만 비경험자는 고통에 당황하게 되고 극도로 예민해진다. 고통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몫일 뿐.

돌로 된 석조石鳥 3마리가 반겨주는 안면도 속의 또 하나의 섬, 쇠섬 전체를 유럽풍 펜션으로 꾸며 만들어 놓은 나문재펜션 해안길을 지나간다. 지금은 간척으로 육지처럼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 천수만 물길 너머 간월암과 서산A지구방조제가 보인다. 

바위 구간을 돌아 나가 둑 위로 올라서니 염전인 듯 간척지의 모습과 바닷가에 자라는 염생식물 나문재가 붉은 융단처럼 깔린 모습이 장관이다. 바닷가에서 나물반찬으로 자주 해먹으니 질리기도 하고 맛도 없어 늘 밥상 위에 남는 채소라는 ‘남은채’에서 나문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갯벌 갈대숲길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만나는 곳, 능쟁이마을 표지판이 서 있다. 능쟁이는 갯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들로 차고 넘친다는 뜻의 칠게란다. 식탁에 반찬으로 오르는 한입거리 조그만 게로 먼 길 날아온 도요새와 갯벌의 강자 낙지도 좋아하는 먹거리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걸까?

 

멀리서 다가가며 본 안면암은 높이 솟아 있는 탑이나 건물 양식이 우리나라 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경했다. 지명 스님을 따르던 신도들에 의해 1998년에 지어진 절이라고 한다. 안면암 앞바다의 부상탑浮上塔은 이름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탑’이다. 썰물로 물이 빠져 있으니 배낭 내려놓고 한 바퀴 돌아본다. 부상탑은 2009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안면암의 불자들이 태안군민과 이 나라의 태평과 안녕을 기리고자 만들었단다. 썰물 때는 갯벌 위에, 밀물 때는 바닷물 위에 뜨는 탑이라니 기발한 아이디어고, 그 마음이 보살이다. 

장화 하나쯤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울 수 있는 갯벌

29km 지점의 정자와 평상에서 1박을 하고 일어나 랜턴을 밝혔다. 독개마을에서 중장리로 향하는 새벽 해안길. 날이 밝자 장화를 신고 걸어본다. 장화의 유무에 따라서 갈 수 있는 해안길의 폭이 달라진다. 물론 만능은 아니니 조심해야 하며, 자칫 잘못하다가 갯벌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수가 있다. 걸어본 경험상 힘이 센 갯벌은 발목만큼만 빠져도 성인 남자도 빠져나올 수 없다. 혼자일 땐 갯벌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갯벌이 아침부터 출출했던지 일행 중 한 분의 장화를 꿀꺽 하고 말았다. 다행히 곁에 다른 분들이 있어 도움 받고 빠져나오긴 했는데, 없었다면 어땠을까? 갯벌 힘이 얼마나 센지 겪어보지 않았다면 절대 객기 부리지 말자.


오리 이소 대작전을 방불케 했던 제법 스릴 있었던 돌이 부서져 내리던 낭떠러지.

 

한편 장거리 걷기의 배낭은 좀 두둑해야 걷는 재미가 있다. 몸에 고통을 좀 더 얹어 준다. 고생 좀 해보려고 나선 길이니 편하게 걸으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같이 걷는 사람들을 위해 비상약도 챙겨야 하고, 물 한 병 정도 더 넣게 되며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사탕이나 육포 등이 담겨진다. 내가 먹으려고 챙기는 건 아니고, 일행이나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용도다. 배낭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마음도 커진다.

내포항을 지나 물이 빠져 있으니 대야도마을의 묘도卯島, 토끼섬으로 들어가 본다. 토끼섬은 토끼를 닮았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토끼섬 옆의 섬은 들어가 보니 거북이 모양이다. 토끼와 거북이라니, 이 둘은 밤마다 경주를 하려나, 용궁으로 가자고 싸우려나?

안면도 해안에는 칠게 외에 흰발농게도 꽤 많이 살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는 한쪽 집게다리가 흰색으로 매우 커서 해안길을 걷다보면 유독 눈길이 간다. 수컷만 이런 생김이고 암컷은 일반 게처럼 집게발 양쪽이 똑같이 작다. 귀여운 흰발농게 작다고 만만히 잡아보려 덤비다가 물리면 눈물 찔끔 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승언리 해안가 바위들은 흑임자떡을 먹기 좋게 썰어서 쌓아놓은 듯 제일 위쪽에 있다.

 

장곰항을 지나며 낚시용품 매점에서 음료수와 물 등을 구비한다. 해안가는 마트나 편의점 같은 곳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며, 제법 큰 항구나 유명 해수욕장 등이 아니면 식당 구경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낚시용품 매점이 오아시스다. 보이면 물 만난 고기마냥 약속이나 한 듯 다들 뛰어 들어간다.

우리나라 해안길엔 참 신기한 곳들이 많다. 물의 마법인지 어느 곳은 모래로만 되어 있고, 또 어떤 곳은 바위로만, 자갈들로만, 갯벌로만 된 곳도 있다. 그렇게 크기별로 종류별로 모아놓기도 힘들 거 같은데, 한 굽이 돌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별천지 세상이다.

영목항까지 왔다면 안면도 동쪽 해안은 모두 걸었고, 이젠 서북쪽을 향해 가게 된다. 영목항은 안면도에서 번화한 곳으로 식당들이 제법 있어 식사도 하고 물자도 보충할 수 있다. 이곳이 아니면 한동안 식당도 슈퍼도 아무것도 없다.

영목항에는 산보다 높은 것이 있다. ‘영목항전망대’로 높이 51.26m다. 해당화 모습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22층 전망대에서는 영목항과 원산안면대교, 서해 바다 모두 조망 가능하다. 특히 해 질 무렵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에 최고라고 한다.


굴포운하의 대안으로 판목·안면운하가 만들어졌고 안면곶이 안면도가 됐다.

 

한편 안면도 한 바퀴에선 3곳 정도 약간 위험한 구간이 있다. 장곰항 지나서 물이 차올라 있던 해안 바위길과 영목항 지나서 앞이 가로막힌 바위 낭떠러지 등이다. 조금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다. 영목항 낭떠러지는 먼저 내려간 일행이 있어서 어미를 따르는 오리 새끼처럼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조개부리 마을인 옷점항, 바람아래해수욕장을 지나면 근골을 자랑하는 바위 구간이다. 여긴 사람 하나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있다. 산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이렇게나 멋진 바위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로댕 급의 천재 조각가가 한평생을 바쳐 만들어도 이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 바위

운여해수욕장 지나 갯골은 물이 얼마나 차올라 있을지 감 잡을 수 없어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한동안 물속을 첨벙거리며 길을 이어간다. 모래사장에서 다시 바위 구간이 이어진다. 곧 조선시대 이곳을 지나는 세곡선의 난파가 잦았다던 ‘쌀썩은여’ 인근을 지난다. 커다란 덩어리의 바위들이 가득, 해안이 이정도면 바다 속은 이보다 더 큰 암초가 많아 위험할 듯싶다.

샛별해수욕장에 도착해 2일차를 종료한다. 마을 청년들이 운영한다는 포장마차에서 라면으로 저녁 식사 후, 마을 분들의 배려로 좋은 장소를 소개받아 덕분에 하룻밤 잘 쉬어간다.

깊은 밤이 지나갔다. 이제 고려시대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충남 아산만 영흥도를 거쳐 수개월간 주둔했다던 병술만이다. 군사들의 훈련장을 뜻하는 병술안兵術岸에서 ‘병술만’이란 이름이 유래됐다.

둔두리산 해안길은 절벽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이사이 골마다 숨바꼭질하면 딱 좋겠다. 빗살무늬토기마냥 사선이 그어져 있다. 걸어갈수록 바위 절벽 규모에 입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 압도적인 규모에 홀려 걷다가 순간 다들 얼음이 된다. 앞으로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발 디딜 곳은 없다. 산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이런 해안길은 무리해서 진행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우리도 더 이상 미련두지 않고 되돌아 나간다.


내 발걸음을 복기해 보는 안면도 한 바퀴,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행복한 작업이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 바위는 한 쌍의 바위섬이다. 두 바위 뒤로 해넘이 경관이 뛰어난 낙조 명소다. 이곳 지명이 승언리인데, 장보고의 부하 승언이 안면도 사령관으로 있었다. 승언과 미도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장보고의 명령을 받고 떠나면서 승언은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미도는 기다리다가 바위로 변했다. 시간이 흘러 바위로 변한 미도 옆에 다른 바위가 생겨나자 사람들은 이 두 바위를 ‘할미 할아비 바위’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꽃지해수욕장을 지나 다리 하나 건너가면 방포항. 천연기념물인 모감주 자생 군락지다. 6~7월에 노란색 꽃이 피며, 9~10월에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로 고승들이 염주를 만들었다고 해서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또 이 나무를 집에 심으면 아픈 사람이 없다고 하여 무환자나무라고도 불린다. 나뭇가지는 사악함을 제거하고 귀신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앞만 보며 걷다 보니 출발지 백사장항

안면도 서쪽 해안은 국립공원 지역이며 해수욕장이 많다. 방포항을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물기 머금어 기름칠을 해놓은 것처럼 반질반질한 모래사장의 방포해수욕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또 두에기해수욕장으로 가다가 만나는 승언리 해안가에 바위들은 층층의 흑임자떡을 먹기 좋게 잘라놓은 듯 흩뿌려져 있고, 몇 천 년 묵은 커다란 버섯이 돌처럼 굳어 있는 듯한 바위도 예사롭지 않다.

두여해수욕장과 안면해수욕장을 지나 걷다 보니 개울 같던 물길이 나타나 건너야 했다. 기지포해수욕장을 지나 삼봉해수욕장까지 가도 가도 해수욕장이다. 삼봉전망대에 올라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바라본다. 이제 안면도 해안길을 거의 다 걸었다. 3일간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 도움 준 분들, 함께했던 일행들의 얼굴이 앨범을 넘기듯 하나하나 떠오른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이제 안면도 마지막 해수욕장인 백사장해수욕장을 지나면 백사장항이다.

걸어보니 안면도는 참 착한 땅이다. 수백 년의 시도 끝에 결국 땅이 잘려나가 섬이 되고도 사람들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다. 고맙고,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 산山이 못 잊어 생각나는 친가라면, 외가는 문득문득 그리운 바다라 하겠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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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버스 외국인 비중 약 30% 이상 늘어
가을 등산용품 대여 외국인 8배 증가

가을 서울 풍경을 즐기는 시티투어버스(노랑풍선 제공)

이른바 ‘지각단풍’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 가을여행 즐기기에 바쁘다.

최근 이례적으로 늦은 더위가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치면서 단풍이 제대로 물들지 못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중순을 앞두고 고온이 지속되면서 단풍 절정이 평년보다 일주일 뒤에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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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시티투어버스 및 등산 등 서울 주요 야외 명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최대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랑풍선이 운영하는 노랑풍선시티버스 올해 9월 1일부터 11월13일 탑승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3% 늘어났다. 그중 외국인 비중은 약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앞서 노랑풍선시티버스는 지난해에는 8만 7000여 명의 탑승객을 유치하여 인수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며 “외국인 탑승객 증가로 올해 다국어 방송 시스템을 도입·설치를 완료하여, 실제 안내방송 시나리오 작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홈페이지 리뉴얼과 함께 해외 결제 및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여 외국 관광객의 탑승 비중을 기존 25%에서 4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초 외국인들을 위한 다국어(약 8개국) 방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산 영봉 단풍길 코스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서울관광재단 제공)


가을을 찾는 외국인 등산객 수요는 훌쩍 올랐다.

서울관광재단이 서울 산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 총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이를 찾은 방문객은 총 4만여 명이며 그중 1만 7600여 명이 외국인이었다. 방문객 3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2022년 9월 문을 연 북한산을 시작으로 올해 4월 북악산에 이어 이달 1일부터 관악산 센터가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가을 외국인 등산 관광 수요는 등산용품 대여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10월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북한산·북악산 센터에서 외국인 등산용품 대여 현황을 살펴본 결과, 8월 대비 무려 586.8% 증가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위로 시민들을 태운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이 떠오르고 있다. 2024.10.30. 뉴스1


등산 외에도 바깥 공기를 마시며 서울의 단풍을 즐기려는 외국인도 늘었다.

외국인 전용 서울관광 자유이용권인 ‘디스커버 서울 패스’를 이용해 N서울타워를 방문한 이용률은 10월 기준 전월 대비 약 1.3배 정도 증가했다. 여의도공원에 거대한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의 10월 방문객은 전월 대비 131.2% 증가했다.

금창훈 서울관광재단 관광자원개발 팀장은 “가을 단풍철을 맞아 서울에도 나들이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청명한 가을 날씨를 맞아 한강 풍경과 서울 야경을 즐기기 위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202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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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의 '춘당지'

 

서울에서 산다면 단풍(丹楓) 구경을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남산,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서울 안팎 명산에 가도 좋지만, 굳이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 ?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고, 500년 조선 왕조의 도읍이었던 서울이기에 공원부터 고궁까지 단풍을 즐길 만한 곳이 차고 넘치는 덕이다.

그뿐만 아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 등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관광지가 많아진 곳도 서울이다. ? '서울 다누림 관광'을 운영하는 서울관광재단(대표 길기연)이 서울에서 단풍을, 그것도 배리어 프리로 만끽할 수 있는 네 곳을 뽑았다.

서울의 가을도 이제 막바지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마저 놓친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1701년 11월 제19대 숙종(1661∼1720)이 정비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이유로 한때 총애했던 희빈 장씨에게 사약을 내린 곳, 1762년 7월 제21대 영조(1694~1776)가 차남이자 자신의 후계자인 사도세자(추존왕 장조)를 무더위 속 뒤주에 가둬 죽인 곳, 사도세자의 차남인 제22대 정조(1752~1800)가 49세 나이로 승하하면서 '개혁'과 '근대화'가 사실상 막을 내린 곳.

조선 후기 '궁중 비극'의 주 무대가 바로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창경궁'(昌慶宮)이다.

그런 역사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후원(後苑)은 사계절 볼거리가 많고, 녹음이 우거져 관람객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매년 가을에는 '춘당지'(春塘池) 주변 단풍길이 아름답게 물들어 계절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가을날 경복궁(景福宮) 자경전(慈慶殿) 부근 은행나무가 인기를 끌어 많은 이가 찾지만, 이 길의 매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춘당지는 원래 내농포(內農圃), 즉 궁궐 안에서 왕이 직접 농사짓는 의식을 행했던 곳이다.

'한일 병합' 야욕을 키워가던 일본이 1909년 창경궁을 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자 조선 제27대 왕인 순종(1874~1926)을 달래기 위한 놀이공원인 '창경원'(昌慶苑)으로 개조할 때 이를 연못으로 만들고, 북쪽의 기존 작은 연못과 연결해 지금의 호리병 모양의 큰 연못을 조성했다.

1986년 창경궁을 복원하면서 전통 양식으로 재구성했지만, 내농포로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창경원화' 작업 중 서양식으로 세워진 '대온실'. '창경궁 식물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에는 사시사철, 이 땅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식생이 있다.

그 앞의 '분수대' 또한 서양식이어서 두 곳이 함께 전통 양식의 고궁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마주 보이는 단풍나무 모습이 장관이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이 찾을 만하다.

임시 개방된 '영춘헌'(迎春軒)에는 관람객이 쉬어갈 곳이 만들어져 있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과 함께 방문했다면 잠시 쉴 수 있다.

정조가 '서재'로 삼아 독서를 즐겼던 공간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 보자.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가기에 좋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그 외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운영한다. 단, 입장 마감 시간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11월~이듬해 1월은 오후 5시다.

입장료는 내국인 25∼64세·외국인 18∼64세는 1000원이나, 그 외 연령대 내외국인에게는 없다. 장애인, 유공자, 한복 착용한 사람도 무료다.

 

뉴시스 입력 2024.11.17. 09:44

◎공감언론 뉴시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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