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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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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⑨ 전남 영암 월출산

월출산 산성대 코스에서 바라본 천황봉. 산줄기가 공룡 등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다. 월출산(809m) 도갑사에서 홀로 머물며 2023년을 찬찬히 되돌아보기로 했다. 산사의 긴 긴 밤은 성찰하기 좋은 시간이다. 템플스테이 후에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에 올랐다. 지난 9월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이 개통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산에서 만나는 앙상한 나무와 형형한 바위는 무언가 깨달음을 줬다.

 

방안서 내다보는 월출산 줄기

도갑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탑돌이를 했다.

 

오후 4시, 도갑사에 도착해 선불장(選佛場) 건물의 방 한 칸을 배정받았다. 방은 작지만 정갈했고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방문을 여니 대숲 넘어 월출산 줄기가 보였다. 신라 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도갑사는 호남에서 손꼽히는 명찰이다. 건네받은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국보인 해탈문과 보물인 미륵전의 석조여래좌상, 도선국사비 등 도갑사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저녁 공양 후에 스님과 꽃차로 차담을 나누며 ‘내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성찰의 화두를 받았다.

도갑사 템플스테이 방은 아담하고 정갈하다.

산사의 어둠은 빠르다. 땅거미 내려앉는 고요한 산사를 누릴 수 있는 건 템플스테이의 특권이다. 대웅보전 앞 오층석탑을 탑돌이 하며 ‘나를 지켜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방에 들어와 가부좌 틀고 화두를 붙잡았다. 열이 올라 방문 열고 별을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꿈속에서도 화두를 붙잡으려 했을까. 잠이 깨면서 ‘욕심을 부리지 말자. 계속 여행을 떠나자’라고 중얼거렸다. 이것이 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모든 바위가 부처로 보이는 마법

 

아침을 든든히 먹고, 공양주 보살이 주신 군고구마와 바나나를 야무지게 챙겼다. 도갑사에서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 대신에 녹양마을에 있는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을 선택했다. 월출산 유람하던 선비들이 다니던 옛길이다.

녹양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바로 위에 대동제가 자리한다. 영암 군민의 식수원이다. 대동제 위로 콸콸 좔좔 쏟아져 내리는 계곡을 따른다. 날이 맑은 덕분에 산죽·참식나무·대나무 등이 반짝반짝 빛난다. 어젯밤 나름 수행을 해 그런지 겨울빛과 낙엽 밟는 소리, 물소리가 다 고맙다.

2시간에 걸친 인내 끝에 용암사지에 닿았다. 어쩌자고 이리 높은 곳에 절을 지었는지. 볕 잘 드는 용암사지 너른 공터에는 자연산 머위가 쑥쑥 자라고 있다. “머한다요. 빨리 따 집에 가져가 부러. 안사람에게 이쁨 받는당께.” 배 나온 영암 아저씨의 사투리가 정겹다.

국보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 크기가 8.6m에 달한다.

용암사지 삼층석탑은 아우라가 강하다. 탑 아래 앉으면 저절로 수행이 될 것 같다. 용암사지에서 100m쯤 오르면 마애여래좌상을 만난다. 화강암을 우묵하게 파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 넣었다. 크기가 무려 8.6m다. 마애여래좌상 덕분에 주변의 바위들이 전부 부처로 보인다. 월출산은 부처산이다.

삼층석탑에서 구정봉 가는 길은 눈이 호강한다. 왼쪽으로 천황봉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큼의 좁을 굴을 통과하면, 대망의 구정봉 정상에 선다. 시야가 거침없고 하늘이 넓게 열린다. 장쾌하고 통쾌하다.

 

설악산 뺨치는 산세

영암 고을이 내려다보이는 구정봉. 바위에 파인 물웅덩이가 9개 있다.

 

구정봉은 암반에 9개의 돌우물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바위에 크고 작은 홈이 파였고, 그 안에 물이 고여 있다. 문헌에 따르면 마르지 않은 돌우물에서 용 9마리가 살았다. 구정봉 근처에 있다는 괴이한 동석(動石)은 아침에는 향로봉 쪽에 있다가 저녁에는 구정봉 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를 영암(靈巖)이라 불렀고, 고을의 이름이 됐다.

구정봉까지 왔는데 천황봉을 안 갈 수 없다. 저 멀리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천황봉에 서면 하늘에 오른 듯한 뿌듯한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구정봉만큼 충만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선인들이 월출산 최고봉을 구정봉이라고 했나 보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출렁다리, 바람재, 산성대 세 가지다. 주차장까지 3.3㎞로 다른 코스보다 1㎞쯤 길지만, 풍광이 좋은 산성대 코스를 선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삼거리에서 산성대 코스로 접어들면,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진다. 어려운 구간은 계단을 깔아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산성대 코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천황봉에서 내려온 산줄기 중 하나는 출렁다리가 있는 사자봉으로 가고, 또 하나는 산성대로 내려온다. 공룡의 등처럼 거칠고 수려한 산줄기가 설악산 안 부럽다. 봉수대가 있었던 산성대 터를 지나면 영암 시내를 바라보면서 내려온다. 마침내 지루한 길은 주차장에 닿으면서 끝난다. 먼 길이라 피곤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힘차다. 돌에는 힘이 있다. 월출산의 굳센 정기를 받았으니, 내년에도 힘차게 살아야겠다.

 

☞여행정보=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사찰의 특징과 가격 등 정보가 잘 나와 있다. 도갑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머물기 좋다. 월출산 트레킹은 녹양마을 주차장(회문리 산19-2)~용암사지~구정봉~천황봉~산성대~산성대 주차장 코스로, 거리는 약 10㎞고 시간은 6시간쯤 걸린다. 거리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대중교통으로 출발점인 녹양마을 주차장에 가려면 택시를 이용한다.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중앙일보 2023년 12월 8일]

제주 여행-휴애리 동백꽃

2024. 1. 10. 06:5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영장산 눈꽃 트레킹

2024. 1. 9.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첨부용

 

경기 가평군은 지난 7월 개통한 운악산 출렁다리에 약 5개월간 6만7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군은 가평 8경 중 하나인 운악산(935m)을 활용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마을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 7월 1단계로 길이 210m, 폭 1.5m, 높이 50m의 운악산 출렁다리를 개통한 바 있다.

운악산 중턱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개통한 뒤 5개월간 운악산을 찾은 방문객은 6만7000여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만1000명 정도 증가한 수치다.

군은 출렁다리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가평을 찾은 방문객들이 지역 내 상권을 이용하면서 조종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2차 사업으로 마을안길 확장과 광장 조성, 농산물판매장 등 관광체험마을 조성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지역주민들과 협력해 운악산 일대가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조선일보 2023년 12월 18일]

제주 여행-함덕해수욕장

2024. 1. 2.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눈이 내린 두륜산 고계봉

 

땅끝 해남 두륜산에 눈꽃 세상이 펼쳐졌다.

겨울비와 함께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온 17일 두륜산은 겨울나무마다 쌓인 눈과 함께 상고대가 활짝 피어 새하얀 겨울 왕국으로 변신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고계봉(638m)에는 눈이 그치자마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푸근하고 고요한 겨울산의 정취를 만끽했다.

상고대는 수중기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생긴 얼음 결정으로, 상고대가 핀 두륜산의 모습은 케이블카를 타고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두륜산 케이블카는 두륜산 입구에서 고계봉 전망대까지 운행한다. 전망대에서 데크길을 따라 고계봉 정상까지 걸어갈 수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18일 "해남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탁트인 전망과 사시사철 아름다운 두륜산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두륜산 도립공원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ss@newsis.com

 

[조선일보 2023년 12월 18일]

제주 여행-교래자연휴양림

2023. 12. 27.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 여행-에코랜드

2023. 12. 26.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국내여행 일타강사⑤
코리아둘레길 풀 스토리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걷기여행 열풍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코로나 기간 해외로 못 나간 사람들이 400㎞가 넘는 올레길을 다 걷고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신발 벗고 길로 나온 사람이 별안간 늘었단다. 맨발로 걸었더니 혈압도 잡히고 심지어 암도 치료됐다는 기적의 경험담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자치단체마다 동네 산책길에 황토 뿌리느라 난리도 아니다. 우리 동네에도 4.9㎞ 황톳길 깔았다고 선전하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우리나라에 걷기여행 바람이 분 건 제주올레의 공이 지대하다. ‘제주올레 전속기자’(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붙여준 별명) 자격으로 조만간 제주올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룰 예정이지만, 2007년 제주올레 1코스 개장 이후 국내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팩트는 먼저 짚어야겠다. 제주올레의 성공 신화에 힘입어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전국 자치단체도 앞다퉈 트레일(Trail·걷기여행길)을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593개 트레일이 방방곡곡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걷기여행 정보서비스 ‘두루누비’, 2023년 11월).

오늘은 대한민국의 수다한 트레일 가운데 가장 길고,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고,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갔고, 가장 정치적인 부침이 심한, 하여 가장 이야기가 많은 트레일을 콕 집어 이야기한다. 이름도 거창하다. 코리아둘레길. 이름처럼 대한민국을 다 둘러 버리는 어마어마하고 무지막지한 길이다.

🕵️ 용어 설명 : 트레일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 트레일의 대명사다. 사진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정표. 손민호 기자

 

트레일(Trail)은 길이다. 원래는 ‘흔적’이라는 의미인데 ‘길’로 확장했다. 꽤 철학적이다. 길을 걷는 건, 누군가의 흔적을 뒤따르는 행위이어서다. 관광학에서 트레일은 여행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또는 통로가 아니라 스스로 여행의 목적이 되는 길을 가리킨다. 산티아고 순례길, 존 뮤어 트레일, PCT(Pacific Crest Trail)처럼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이 되는 길을 트레일이라 부른다. 하여 트레일은 대체로 길며, 대자연 속에 있다. 이를테면 PCT는 전체 길이가 4265㎞나 된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할리우드 영화 ‘와일드(Wild)’가 젊은 여성이 홀로 PCT를 94일간 종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레일은 ‘걷기여행길’이라고 번역해야 옳다. 트레일이란 단어에 여행의 의미가 매겨져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언저리부터 트레일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활발히 쓰였는데 그때는 ‘걷기여행길’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걷기길’을 더 자주 쓰고 있다. 행정용어의 편의상 줄여 쓰는 것이라는데, 두 글자 줄이는 데 얼마나 편의가 도모되는지 모르겠다. 걷기길이 있으면 뛰는 길이나 눕는 길도 있다는 건가. 한심한 행정 편의주의다. 차라리 트레일을 그냥 갖다 쓰는 게 나아 보인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23년 11월 15일]

여행 3사, 12월 출발 동남아가 1위 차지 
베트남·태국 인기… "추위 피해 떠나요"
한 달 숙소 80만 원...국내 1박에 40만 원
월 100만~200만 원이면 여유롭게 생활
'일상 같은 여행' 선호로 장기체류 늘어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관광 1번지’로 부상한 베트남 중부 다낭의 해변 풍경. 아름다운 풍광과 연중 온화한 날씨로 단기 관광객들은 물론 1, 2개월씩 지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6년 전 은퇴한 60대 A씨는 아내와 함께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 두 달간 머무를 계획이다. A씨 부부는 수년 전부터 매해 겨울이면 베트남 달랏과 냐짱, 태국 치앙마이, 라오스 루앙프라방 등 동남아를 찾고 있다. A씨는 "추운 한국보다 따뜻한 동남아에서 골프와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생활비도 한국보다 적게 든다" "관광지만 둘러보는 단기 여행보다 현지 문화를 깊게 체험할 수 있어 차원이 다른 추억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월 100만~200만 원이면 '한 달 살기' 가능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수속을 위해 줄 서 있다. 인천=뉴시스

최근 '동남아 한 달 살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동남아 장기체류 상품을 앞다퉈 내놨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남아 한 달 살기 후기들이 넘쳐난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베트남 다낭은 '경기 다낭시'라고까지 불린다.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안팎인 동남아는 전통적인 겨울 여행지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사 3곳(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의 12월 출발 여행 상품 중 동남아가 1위로 가장 많았다. 모두투어는 전체 예약의 61%가 동남아였다. 지역별로는 베트남(45%)이 가장 많았고, 태국(18%) 필리핀(12%) 대만(5%) 말레이시아(5%) 순이었다. 올겨울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인 직장인 이모(29)씨는 "추위 걱정 없는 다낭에서 관광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영과 마사지를 즐기며 편하게 쉬다 올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내 고물가 여파로 체류 기간이 길어졌다. 베트남 다낭과 냐짱,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필리핀 세부 등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동남아 한 달 체류 경비는 국내 생활비와 맞먹는다. 이왕 같은 비용이면 날씨가 따뜻한 동남아에서 여유롭게 지내려는 수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은퇴 이후 2인 가구의 적정 생활비는 월 3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남아에서 항공권을 포함해 한 달 동안 숙소와 식비 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산과 제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 호텔 등 숙소 가격이 1박에 40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동남아 아파트나 호텔 등 장기 숙박이 가능한 숙소비는 한 달에 80만 원 선이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주부 이모(37)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했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90만 원짜리 아파트를 빌렸다" "제주에서 2박 3일 보내는 것보다 더 저렴했다"고 했다. 60대 부모와 함께 내년 2월 태국 방콕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한국에서 호텔 몇 번 가는 비용이면 태국 한 달 살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유튜브 등에 동남아 한 달 살기 비용을 분석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SNS에서도 '동남아 한 달 살기'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구독자 약 3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둥지언니'는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그는 "2인 기준 숙박비 70만 원, 식비 46만 원 등 150만 원을 썼다"며 "물가가 싸고, 카페와 음식점 등 힐링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매우 많다"고 추천했다. 베트남 냐짱에서 4주 동안 머무른 한 여행 유튜버는 "숙박비 40만 원, 식비 55만 원, 관광 26만 원 등 총 126만 원으로 생활했다"며 "비용 부담이 적어 국내보다 오히려 여유롭게 생활했다"고 소개했다.

오래 머물면서 '일상 같은 여행' 즐겨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에서 서퍼들이 석양을 감상하고 있다. 발리=연합뉴스

'일상 같은 여행'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영향도 크다. 시간 내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보다 일정 기간 머물면서 여유롭게 현지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녀 방학을 맞아 태국을 방문할 계획인 워킹맘 B씨는 "예전보다 해외를 자주 갈 수 있게 되면서 관광지를 정신없이 훑는 여행보다는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게 더 남는 것 같다"며 "아이를 데리고 태국 수상 시장을 가보고 싶고, 현지에서 머리 땋기나 헤나 체험 등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은퇴한 김철중(65)씨는 "퇴직을 기념해 내년 1월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친구들과 보름 정도 골프 여행을 간다"며 "예전에야 뭘 배우고 보러 해외에 가곤 했지만 이제 골프도 치고 편하게 쉬러 갈 나이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도 한 달 살기 여행족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하나투어는 태국 치앙마이, 베트남 다낭, 필리핀 세부 등에서 2주간 여행하는 '롱스테이' 상품을 내놨다. 쿠킹 클래스와 스노클링, 요가 등 현지 문화를 습득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역에 따라 숙박과 교통비 등을 포함해 1인당 100만~200만 원 안팎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은 지난 8월 한국인 무비자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45일로 연장해 장기 여행객 유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파와 물가 영향으로 동남아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특히 영어나 현지 문화 등 해외여행에 익숙해진 노년층이 단기 패키지보다 장기 체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한국일보 2023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