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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2024. 11. 25.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정아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마름모, 2023년

 

어떤 과정을 거쳐야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신춘문예 등에 당선이 되어야 작가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었다.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작가나 시인이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다. 주민센터에서 아니면 동호회에서 시에 관한 강의를 듣고 시 몇 편을 발표하고는 자신 있게 시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굳이 신춘문예 등에 당선되지 않고 자비 출판이라도 하고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의 저자 정아은은 한겨레신문에서 문학상을 수상한 명실상부한 작가다. 그러니까 당당하게 자신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소설을 다섯 편이나 내고 에세이 류의 책도 많이 낸 특유한 배경을 가진 작가다. 물론 소설가 중에서도 칼럼을 쓰거나 에세이 류의 책을 내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많은 책을 내면서 작가로서 느꼈던 고충과 그에 따른 느낌을 솔직한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한겨레문학상을 받을 정도의 공식적인 작가(?)라면 당연히 누리리라 생각했던 비단길이 아니라, 여느 평범한 작가들이 겪어야 마땅할 고초를 겪었다는 게 언뜻 납득이 잘 가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책을 20권 넘게 출간했지만, 출판사로부터 열광적인 환대를 받으면 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잘 한 일은 수십 곳에 원고를 보내면서도 한 곳에서만 연락이 오면 된다고 생각한 점이었다. 그 덕분에 내가 보낸 원고를 대량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내 원고에 애정을 갖는 혹독한 편집자를 만나 베스트셀러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비록 책 쓰기나 글쓰기를 했던 사람들에게 더 다가올 내용이지만, 작가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소개-햇빛의 선물

2024. 11. 18.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안드레아스 모리츠(정진근), “햇빛의 선물,” 에디터, 2016년

 

‘햇빛’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햇빛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목마름을 유발하는 요인이고, 기후 변화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지속될 때면 햇빛이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지겹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햇빛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자외선이고, 자외선이 피부에 해롭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외출을 할 때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양산을 쓰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난다. 나도 산행 등 장기간 햇빛에 노출이 될 가능성이 클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만, 가볍게 산책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데, 그때마다 아내와 옥신각신하곤 한다. 내가 가벼운 산책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이유는 몸에 좋은 비타민 D 생성을 할 필요가 있고, 자외선 차단제 자체가 햇빛이 주는 해로움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햇빛의 선물>에서는 햇빛이 몸에 좋고, 자외선 차단제는 몸에 해롭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내가 햇빛이 쨍쨍한 날에 쓰고 다녔던 선글라스도 몸에 해롭다고 하니 아연할 뿐이다. 그런데 그 주장이 과학적 연구결과라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다. 우리가 햇빛이 몸에 해롭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자외선 차단제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홍보 전략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좀 어이가 없기도 하다. 제약회사 등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의 비뚤어진(?) 홍보 전략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어디 자외선 차단제뿐이겠는가. 고혈압 약, 당뇨병 약, 다이어트 약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직접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외선 차단제는 기껏해야 햇빛에 의한 화상을 방지할 뿐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진짜 치명적인 형태의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을 예방할 능력도 없을뿐더러 예방하려 하지도 않는다. 햇빛에 의한 화상과 흑색종 사이에 결정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실제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했을 때 흑색종 발병 위험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햇빛을 지나치게 많이 쬐면 좋지 않은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햇빛을 전혀 쬐지 않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다.”

“자외선은 솔트리올이라 불리는 피부 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트리올은 우리의 면역 체계와 몸의 여러 조절 중추에 영향을 미치고, 뇌의 솔방울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함께 기분을 변화시키고 하루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흑색종 발병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모두 화학적으로 제조한 자외선 차단제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지역이다.”

“자외선을 흡수하는 재료를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빛을 받았을 때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 쓰이는 재료 중 일부는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자유라디칼과 활성산소를 생성시킨다.”

“일광욕을 하고 나서 몸을 씻을 때, 음부와 겨드랑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는 비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비누는 햇빛에 노출되어 있는 동안 피부에서 생산한 비타민 D를 포함한 모든 유분을 제거한다. 피부에서 생산한 비타민 D를 몸이 모두 흡수하는 데는 최대 48시간이 필요하다.”

 

책 소개-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2024. 11. 11.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수잔 시마드(김다히),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사이언스북스, 2023년

 

과학과 관련된 책과 두꺼운 책은 일단 읽는 게 부담이 된다. 엔지니어로서 과학에 어느 정도 익숙한 나도 그러니 일반 독자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고, 나무와 숲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물론 과학 지식이 별로 없거나, 나무와 숲에 대해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근 숲 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이 책이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을 수도 있다. 또 이 책이 나무와 숲에 대하 지식뿐만 아니라, 이 책 저자인 수잔 시마드의 파란만장한 자서전 같은 책이라서 지루함을 덜 느꼈을 수도 있다. 숲의 나무들이 서로 진균근으로 연결되어 있고, 의사소통을 하며, 필요한 영양분도 서로 나누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이 흥미롭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로웠을 수 있다. 또 이런 흥미로운 주장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규명해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반대를 무릅쓰고 실제 임업 현장에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우리가 숲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식, 즉 나무들끼리 경쟁을 하고, 나무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생존한다는 사실을 반박하는 책이다. 나무들은 땅속에 있는 진균근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 공존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방사선 동위원소(탄소)를 이용해 영양분을 서로 교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방사선 실험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과학적 주장을 배척하는 기존 세력의 반발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탓인지 이 책의 저자인 수잔 시마드는 암에 걸렸다. 숲의 어머니 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키우듯이 자신도 자신의 두 딸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애틋하기까지 하다. 요즘 우리 사회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숲의 나무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은 경쟁보다는 상생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모두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 소개-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2024. 11. 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박재희,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디스커버리미디어, 2020년

 

여행 작가가 되기로 혼자 결심하면서 그 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여행 에세이를 틈이 나는 대로 읽는 편이다. 앞으로 여행 작가로서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 다른 여행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를 참고하기 위해서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정하는 여행 책도 다양하지만, 여행 에세이도 읽다보니 상당히 다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계발서류의 책을 써온 나로서는 그들의 감성적인 필체가 부럽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내가 그런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여행 관련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면 느끼곤 하고 있다.

이 책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를 읽으면서는 여행 관련 책인데, 어쩌면 이렇게 여행 에세이처럼 감성적으로 썼을까 하고 감탄을 하게 되었다. 사실 산티아고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길이다. 그런 만큼 산타아고 순례길 관련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정보 위주의 그런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에세이 류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00킬로미터를 40일간 걸으면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각 구간마다 일어난 일화를 자신의 감성을 담아 글로 써 놓아서 길을 함께 걷는다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각 구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일화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를 걸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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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2024. 10. 28.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모리 슈워츠(공경희),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나무옆의자, 2023년

 

이 책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리 슈워츠의 유고작이다. 모리 슈워츠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느낀 소회와 인터뷰 내용들을 정리해놓았는데, 이 원고를 그의 아들인 롭 슈워츠가 그의 사후에 출간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성공적인(?) 삶을 위한 지침이라면 이 책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은 노화와 죽음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주는 책이다. 어찌 보면 다른 많은 책들이 제시하는 평범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자가 직접 노화와 죽음을 체험하면서 쓴 내용이라 내용이 마음에 더 와 닿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내용들 중 일부를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 소개한다.

“아브라함 헤셀(독일 태생의 유대인 신학자)은 노년을 ‘침체기가 아니라 내적 성장을 이룰 기회의 시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를 융: 인생 후반부에 최대의 성장 잠재력과 자기실현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 자립 능력을 과대평가해 힘들어지거나 다치는 경우와 과하게 의존해 진력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부딪친다. 의존해야 할 때 의존하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신호가 나타날 때 어떤 도움을 얼마나 받을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과 수행할 일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상황과 능력에 적합한 의존도와 자립도의 균형을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 또 지나친 의존과 경솔한 자립 사이에서 적정선을 취해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세 가지 목표, 즉 문제들과 타협하기, 잘 나이 들기, 최대한 좋은 사람 되기를 추구할 수 있느냐는 활기 있고 희망찬 삶의 힘과 자신을 지치게 하는 절망적인 힘의 균형이 좌우한다.”

“노년에는 증명할 일도, 이길 일도, 경쟁할 일도 없다. 뽐낼 일도 없고, 우월할 필요도 없다.”

“어찌 보면 물리적인 통증에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뭔가 잘못되었거나 몸에 기능 장해가 생겼으니 살피라는 신호다.”

 

책 소개-제 정신이라는 착각

2024. 10. 21.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필리프 슈테르처(유영미), “제 정신이라는 착각,” 김영사, 2023년

 

책을 읽다보면 중도에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거나, 책이 너무 두꺼운데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책의 경우에 중도에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 <제 정신이라는 착각>이 바로 그런 부류의 책이었다. 앞부분을 읽는데, 나에게 거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조현병과 망상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거의 과학 논문 수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꾸 남은 페이지를 뒤적거려 보게 되면서 ‘이제 그만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몇 번 들었다. 그래도 중간쯤 읽기 시작하자 내가 평소에 궁금해 했던 내용들, 예를 들면 ‘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확신을 주장할까?’라든가 ‘왜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을까?’와 같은 주제에 대해 나름 설명을 해줘서 흥미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유용한 구절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스스로 여러 모로 굳게 확신하는 세계상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의 확신이 자신의 확신과 일치하면 그걸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복잡성을 줄이고, 수월하게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단순히 분류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 맥락에서 이런 분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한다. 바로 이렇게 분류하면 한쪽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 일에서 ‘확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확신에 의거해 속하고 싶은 집단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속하고 싶은 집단에 의거해 확신을 선택하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의 확신은 한편으로는 속한 집단과 동질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타자를 배제하는 데 기여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을 그럴 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이로써 음모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뭔가를 알고 통제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뇌는 예측 기계가 되어 내적 세계 모델과 주어지는 감각데이터를 끊임없이 비교해 세계상을 구성한다. 이런 비교에서 뇌의 제일가는 모토는 최대한 진실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난다. 우리의 확신은 때에 따라 적잖이 비합리적이다.”

“과학의 진술은 우리의 확신과 마찬가지로 현재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최선의 추측’이다. 주어진 데이터를 고려해 어떤 ‘추측’이 최선인지, 그로부터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여기 소개한 구절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기 어렵더라도 참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뇌과학과 과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다면 상당히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읽는다면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책 소개-제주 기행

2024. 10. 1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주강현, “제주 기행,”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요즘 제주도에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주 여행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 여행 정보를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책 <제주 기행>는 제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제주의 자연 경치보다는 3다로 꼽히는 바람, 돌, 여자에 대한 얘기와 곶자왈, 화산, 오름 등 제주 자연에 대한 얘기, 탐라와 몽골 지배, 4·3 등에 얘기도 풀어놓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쓴 책들도 제법 있지만, 대부분은 내용이 무거워서 읽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 <제주 기행>에서는 가볍지만, 너무 겉핥기식도 아닌 정도로 다루어 읽기가 수월했다.

이 책 <제주 기행>은 제주에 대한 개론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제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도 요즘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추진하면서 제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 올레길과 오름, 곶자왈 등을 걷는다면 제주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의 겉모습을 훑고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제주의 참모습을 보는 여행을 원한다면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 소개-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2024. 10. 7. 09: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송주연,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한밤의책, 2021년

 

살다보면 가장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인도 관계지만, 가장 불행을 느끼게 하는 요인도 관계라는 걸 자주 느끼곤 한다.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가 행복과 불행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다. 관계는 상호 작용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관계가 어려운 점은 나만 잘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점이다. 즉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느냐에 대한 자각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관계일까?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관계는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관계’라고 말한다. 비유적으로 말해 난로불과의 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고 한다. 난로불에 너무 가까우면 데일 염려가 있고, 너무 멀리 있으면 온기가 닿지 않아 난로의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즉 난로불에 데이지 않으면서도 난로불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옛날 군대 용어로 ‘대출 철저히’라는 개념과 유사해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난로불에 데이는지 확인하려면 가까이 가봐야 하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지 확인하려면 멀리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이미 관계에 악영향을 느끼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 책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자기 자신만의 선을 그어놓고, 상대가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물론 자신도 상대방이 그어 놓은 선 안으로 지나치게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이런 선을 그으려면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그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 내지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이 확실히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에 너무 의존하거나, 상대를 너무 멀리 하지 않는 적당한 선을 만드는 지혜와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어야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요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자라면서 형제자매 관계, 학교, 군대 등에서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해 배우던 환경에서, 이제는 각자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신세대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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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2024. 9. 30.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린 마틴(신승미),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글담출판사, 2014년

 

인생에서, 특히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여행’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 재정적으로 부담이 돼서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데 70에 넘는 나이에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한다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인 린 마틴과 팀 마틴이 바로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주인공이다. 물론 팀 마틴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둘이 마음을 합쳐서 그런 결정을 한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다루기까지 했을까. 요즘 한국에서도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 등 장기간 체류하면서 즐기는 여행이 서서히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기 체류 여행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한 관광의 한 방편으로만 생각을 하지, 진정 그 여행지의 진면목과 그곳 주민들과의 교류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의 저자 부부는 그 지역 사람들과 사귀고, 그 지역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부럽다. 이 책은 나도 언젠가 그런 장기간 체류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나아가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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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23.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정혜신, “당신이 옳다,” 해냄, 2019년

 

정신과 상담을 기피하는 게 당연한 시절이 있었다. 정신이 피폐해져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삐딱한 시선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 <당신이 옳다>는 정신과 의사가 썼지만, 정신병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인 관계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보다는 세월호 유가족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상담가다.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약으로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지 않고,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특별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적 상담가다.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의 병 치료의 핵심은 공감이다. 그런데 그 공감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의 마음에 무조건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그의 감정이 무조건 옳다는 점에는 공감하되, 그에게 무조건 맞추는 일은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나도 산업카운슬러 1급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면서 상담의 핵심이 공감이라는 사실을 배웠지만, 공감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공감의 진면목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자신을 제대로 지키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을 여기 소개한다:

“젊든 늙든 우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이제 알 것 같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현대 정신의학은 ‘삶에서 예상되는 많은 문제들은 알고 보면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정신장애이므로 약을 먹어서 해결하라’고 세뇌하는 쪽으로 너무 많이 나갔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얘기할 때는‘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사람의 마음이 항상 옳으니 그의 파괴적 행동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문이 ‘존재 자체’라면 문고리는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이다.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에 정확하게 눈을 포개고 공감할 때 사람의 속마음은 결정적으로 열린다. 공감은 그 문고리를 돌리는 힘이다.”

“공감은 치유의 온전한 결정체다. 이 온전함의 토대는 오로지 자기 보호에 대한 감각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며 자기 보호는 자기 경계에 대한 민감성에서 시작된다. 탈진의 가장 흔한 이유는 공감 강박이다.”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일수록 공감에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람은 더 많이 오해하고, 실망하고, 그렇게 서로를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